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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창가에서] 도서관에서 여름나기

학창시절 수학 때문에 고민해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수학은 왜 이렇게 어렵고 까다로울까? 수학 때문에 좌절하는 사람들이 이처럼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리 노력해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은 수학 실력. 많은 수험생들에게 좌절을 안겨주며 ‘수포자’라는 단어까지 만들어낸 수학.

 

문화유산 속에 숨어 있는 수학
 

오혜정 교사는 이처럼 까다롭고 어려운 수학을 아주 쉽게 풀어냈다. 바로 ‘수학 언어로 문화재를 읽다’라는 책이 그것이다. 필자는 가마솥더위로 전국이 펄펄 끓을 때 서부평생학습관에서 이 책을 만났다. 우리 주변을 둘러싼 갖가지 문화유산에 숨어 있는 수학적 지식을 아주 맛깔나게 풀어놓았다. 필자는 책을 읽는 내내 감탄을 금치 못했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면서 도서관에서 우리 문화재를 답사하는 기분은 최고의 피서였다.
 

아는 대로 보인다고 했던가. 지금까지 필자는 그저 문화재를 보면서 참 멋지다고 생각했지만 이 책을 읽고부터는 동대문 상가가 함수처럼 보이기 시작했고, 경복궁은 신비한 기하학의 집합체로 보였다. 수원화성이 왜 세계문화유산이 되었는지, 그리고 정약용의 수학 실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알 수 있었다. 거중기가 치밀한 수학적 원리를 이용한 기계였다는데 놀라기도 했다.
 

이 책이 필자를 감동시킨 또 하나의 이유는 문화해설사 없이도 혼자서 문화재를 이해하고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어찌나 설명을 잘 해 놓았는지 수학적 지식이 없어도 고개가 저절로 끄떡여진다. 예를 들면 한옥 지붕을 곡면으로 만든 것은 방수 때문이라고 한다. 지붕을 곡면으로 만들어 빗물이 스며들지 않고 빠르게 흐르도록 한 것이다. 또 백제 무령왕릉의 아치 천장이 1500년이나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바닥에서부터 벽돌로 모두 4평1수로만 통일되게 쌓아올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치형으로 쌓아올린 것도 내리누르는 힘의 압력을 분산시켰기 때문에 1500년을 버틸 수 있었다는 것이다.
 

석탑에도 정밀한 수학이 숨어 있었다. 5층 석탑과 7층 석탑의 경우 상하 대응층의 합을 같게 하는 등차급수적인 비례 구성수법을 따르고 있었다. 정림사지 5층 석탑에도 등차급수적 비례 방식이 적용되어 있다. 요네다의 측량 결과 각 층의 탑신 너비의 합은 1층의 7척에 대하여 2층과 5층의 합은 7.2척이고 3층과 4층의 합은 7척이라는 것이 밝혀졌다고 한다. 각 층의 탑신과 지붕돌의 높이의 합은 1층의 7척에 대하여 2층과 5층의 합은 7척이고 3층과 4층의 합은 6.9척이다.
 

짧은 방학에서 얻은 큰 교훈들

 

이론 위주의 교실 수업을 벗어나 야외에서 이런 문화재들을 감상하며 숨겨진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수학적 지식을 깨닫는 것도 뜻깊은 일이다. 우리가 수학을 어렵다고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이처럼 현장에서 수학의 쓰임을 공부한다면 배움에 대한 흥미도 생길뿐더러 수학과 친해져 성적도 쑥쑥 올라갈 것이다. 일주일 남짓한 찰나 같은 방학이었지만 필자는 도서관에서 더운 줄을 모르고 지냈다.
 

이처럼 선생님들의 독서와 교양은 학생들의 인성과 학력향상으로 이어지므로 의미가 깊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말을 다시 한 번 상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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