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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억지스런 코믹모드의 진지함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내가 배우 신혜선의 연기를 처음 본 것은 최고 시청률 21.0%를 기록하는 등 인기리에 방송된 SBS ‘푸른 바다의 전설’에서다. 2016년 11월 16일부터2017년 1월 25일까지 방송된 전지현ㆍ이민호 주연의 ‘푸른 바다의 전설’에서 신혜선은 조연 차시아 역이었다. 이민호(허준재ㆍ담령 역)를 일방적으로 좋아하는 차시아는 과거엔 담령에게 첫날 밤 소박맞은 신부였다.

 

그냥 그런 배우가 있나보다 넘어갔던 신혜선을 다시 본 것은 KBS 2TV 주말극 ‘황금빛 내 인생’에서다. 2017년 9월 2일부터 2018년 3월 11일까지방송한 52부작에서 신혜선은 주연중 한 명인 서지안으로 나온다. 글쎄, 조연으로 다소 미미한 비중의 ‘푸른 바다의 전설’이 인기를 끌어서 그런지 흥행 보증수표라 할 KBS 2TV 주말극 주연으로 캐스팅된 것이다.

 

‘황금빛 내 인생’은 최종 45.1%를 찍으며 종영되었다. 이미 나는 “‘황금빛 내 인생’이 엄청난 지지를 받은 건 재벌 까는 야무진 흙수저 서지안(신혜선) 덕분이지 싶다”(한교닷컴, 2018.3.14.)고 말한 바 있다. 그 신혜선(우서리 역)이 주연을 맡은 SBS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가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방문 첫날인 9월 18일 끝났다.

 

7월 23일 5.7%의 시청률로 시작한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는 최고 10.9%(26회)를 찍는 등 두 자릿 수를 오르내린 32부작(옛 16부작) 월화드라마다. 다른 월화드라마에 비하면 상당히 인기를 끈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이다. 당초 40부작으로 예고됐는데, 8월 20일과 27일 아시안게임중계로 인한 결방과 추석연휴 등의 사정이 겹쳐 32부작으로 종영한 듯하다.

 

사실은 코미디나 판타지 따위를 좋아하지 않지만, 딱히 볼만한 다른 월화드라마를 찾을 수 없어 본방 사수한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라 할 수 있다. KBS 2TV ‘너도 인간이니?’와 ‘러블리 호러블리’는 말할 것도 없다. 특히 같은 날 시작하고 끝나기도 함께한 MBC ‘사생결단 로맨스’ 대신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를 본 건 잘한 선택이라 할만하다.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는 17살 여고생 우서리와 남고생 공우진(양세종)의 서른 살 사랑을 그린 드라마다. 교통사고로 13년을 병원에 누워 있다 깨어난 서리라 그런지 우진의 조카 고3 조정선수 유찬(안효섭)이 끼어든 채펼쳐진다. 언뜻 외삼촌과 조카가 한 여자를 똑같이 좋아하는 다소 불량스런 외형이지만, 그 전개 과정이나 결말은 전혀 그렇지 않다.

 

우선 앞에서 다소 장황하게 늘어놓은 신혜선이 명불허전의 배우임을 실감할 수 있다. 핫도그 먹는 걸 보고 입맛 다시기나 “이런 것(키스-인용자 주)도 한번 안해보고 뭐했어요?”라 묻는 표정과 몸짓 등 17살이면서 서른 살이기도 한 우서리를 연기한 신혜선이 퍽 자연스럽게 다가와서다. 주연을 맡아 진가(眞價)를 발휘한 경우라 할까.

 

그러나 주요 인물들의 희화화 등 억지스런 코믹 모드가 좀 거슬린다. 가령 초코파이를 깔고 앉는 등 B급 코미디로 전락하는 식이다. 서리가 우진의 남방 단추를 달아주는 장면도 그렇다. 옷을 벗게해 달아주는 보편적 방식이 아니다. 야릇한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서인데, 오히려 되게 억지스럽다. 침대 밑으로 떨어진 휴대폰을 막대 이용없이 주워올리며 웃기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그에 비해 스토리는 서리가 자신 때문 교통사고 주인공이 되었다는 가책에 시달리며 사는 우진 등 상당히 진지하다. 사실은 우진보다 자신이 먼저 좋아하게 됐다는 서리의 고백은 깜짝 반전이다. 너무 튼실한 극본이라 할까.다만 교통사고시 서리 친구말고 또 다른 사망자 아내 제니퍼(예지원)가 가사도우미로 그들과 긴밀하게 얽혀있는 인물로 설정된 것은 좀 아니지 싶다.

 

요리 장면이라든가 명언을 줄줄이 외워대는 등 색다른 가사도우미를 소화해낸 예지원이지만, 제니퍼 개인사가 극의 흐름에 대한 몰입을 방해하고 있어서다. 서리에게 심부름값이라며 봉투를 건네주고, 집 주인인 우진이 제니퍼를 집안 어른처럼 깍듯하게 대하는 모습은 낯설기도 하다. 제니퍼가 찬이 학교로 가져온 전복과 갈비 요리는 김영란법이 없었던 시절의 이야기같다.

 

29회가 되어서야 서리가 우진에게 17살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도 좀 난데 없다. 13년간 의식 잃은 채 입원생활을 했지만 기억상실증이 있는 것도 아닌 서리가 우진을 알아본 시점이 왜 그때인지 의아해서다. 아무리 13년 세월이라지만 그냥 오다가다 스친 사이도 아닌 그들이 그렇게 서로를 몰라볼 수 있다는 것이 의아하기도 하다.

 

여느 드라마들처럼 발음상 오류가 없는 건 대견하지만, 문법적으로 좀 어색한 경우가 있긴 하다. 가령 우진 누나(공현정)가 동생에게 “그 여자분 좋아하는 것 맞지?” 하는 물음이 자연스럽게 들리지 않는다. 튼실한 극본이라 말했지만, 김형태(윤선우)가 서리와 만나는 것도 그렇게 찾아 헤매던 노력과 간절함에 비하면 너무 싱거운 매듭풀이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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