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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⑨ 좌충우돌 마산 합주단 결성기 <상>

학교의 문화예술을 담당하고 있다. 음악 전담을 맡고 있기 때문에 붙은 업무다. 음악 수업을 제대로 하는 것도 힘겨운 판인데, 학교의 문화행사 준비와 음악과 관련된 것은 내 일이다. 

공연을 준비해야 했다. 그냥 무대를 준비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공연의 주제와 구체적인 내용까지 기획하고 아이들을 지도하고 훈련시키는데다가 무대 위에 올라가 지휘까지 해야 하는 것이다. 무대감독에 더해 팔자에도 없는 마에스트로가 되었다.
 

나에게 어울리는 일이 아니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 졸업하고 군 전역하기까지 음악 대회는커녕 학교 장기자랑도 나가본 적이 없다. 뭘 어떻게 준비하고 시작해야할지 말 그대로 감도 오지 않았다. 무대에 올라가 어른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춤추고 노래 부르고 악기를 연주한다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 전혀 알지 못하는 삶을 살았다. 그런 내가 갑자기 연예기획사를 차려야 한다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여섯 학년의 네 과목 전담에 매일 오후가 회의로 채워지는 6학급 소규모 학교라 정신없이 지나가다 보니, 대회 준비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 심지어 교무부장 선생님이 교장 선생님 관심 사안이라고 할 때까지는 그렇게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중요한 일이었다면 딱 봐도 불안한 신규교사인 나한테 내맡긴 채 뒤늦게 물어보는 게 아니라 수시로 진행을 체크하고 도와줄 인력과 자원을 지원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간 제출과 공연 날짜가 다가오면서 가만히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아이들은 매년 해오던 것이라 그거 또 해야 하냐고 울상을 지었다. 그렇다고 안 할 수는 없어서 시청각실에 전교생을 모아놓고 아이들에게 연주할 수 있는 악기는 다 가져오라고 했다. 그렇게 합주단이 급조되었다.
 

피아노, 바이올린, 플루트, 리코더들이 모였다. 처음엔 리코더만 가져오라고 했다. ‘선생님, 꼭 리코더만 가지고 연주해야 하나요?’라는 말에 ‘아니, 할 수 있는 악기는 다 가져와’라고 해서 급조된 것들이었다. 어쨌든 아이들은 나보다 다룰 수 있는 악기가 많았다.

 

선생님이 좀처럼 방향을 잡지 못하자, 아이들은 각자 재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항상 활발하게 수업에 잘 참여하는 똑똑한 여자 아이는 밴드 마스터가 되어 리더십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다급해진 아이들은 각자 이 난국을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들을 하나하나 내놓기 시작했다. ‘선생님, 원래 오케스트라에서도 플루트는 그렇게 많지 않아요. 소리가 크거든요.’‘선생님은 몰랐네. 참 똑똑하구나.’ 이런 대화들이 이어지며 팀은 뼈대를 갖추기 시작했다. 주제곡도 피아노를 좋아하는 여자 아이가 즉흥적으로 아무렇게나 치는 게 듣기 그럴듯해서 학생 자작곡으로 하여 주제곡에 넣기로 했다. 핸드폰으로 녹음해서 계이름을 기록해 채보했다.
 

우리 학교는 시골에 있는 작은 초등학교다. 발전한 학교 예체능교육으로 인해 방과후 수업 등이나 종교활동으로 여러 악기를 배웠지만, 기악 동아리나 밴드부 같은 것은 없다. 당연히 전속 교사가 붙은 오케스트라도 없다. 우리의 도전은 별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채로 다급하게 시작되었다.
 

“선생님, 지휘봉 잡는 자세가 틀렸어요. 좀 더 힘을 빼야죠. 군대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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