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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창가에서] 아이들과 함께한 연탄배달

어느덧 학교교정의 수북하게 쌓인 낙엽이 아이들의 총총걸음에 바스락거리고 녀석들의 장난기 가득한 웃음소리가 가을바람과 함께 어우러져 계절을 점점 겨울로 이끌고 있다. 중간고사를 마친 우리 반 아이들에게 지금은 잠시 학업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을 수 있는 시기다.

 

땀방울처럼 맺힌 긍지와 보람
 

어느 날 아침 조회시간에 고교 1학년 이때가 본인들이 미래에 대한 자신의 빛깔을 만들어가는 중요한 때라 강조하며,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고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다양한 시선을 키워보라는 조언을 해봤다. 그리고 나아가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을 이해하고 바라볼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 연탄배달봉사를 안내하면서 학창시절의 뜻깊은 경험을 제안했다. 얼마 전 비 내린 후 날씨가 추워지면서 아이들과 연탄 나르는 것이 고생일까 노심초사했지만 다행히 하늘도 우리의 봉사하는 뜻깊은 마음을 알았는지 봉사 당일 날씨는 한결 포근했다.
 

첫 번째 방문한 가정은 어르신 혼자 기거하는 작은 슬레이트 지붕의 집이었다. 빨간색 연탄은행의 작업복을 입고 두 손에 작업용 장갑을 착용해 일렬로 줄을 서서 배달을 시작했다. 연탄이라는 것을 접해보지 못한 세대이기에 나름 신기해하며 즐거워했지만, 7.2㎏ 무게의 연탄 두 장을 옮기는 것이 녀석들에게는 그리 만만하지 않았을 것이다. 
 

쌀쌀한 날씨임에도300장 넘는 연탄을 쉴 틈 없이 나르는 아이들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빈 창고 안에 연탄이 차곡차곡 쌓여가면서 아이들은 힘듦보다는 보람과 뿌듯한 마음을 배워가고 있는지 모를 것이다. 그리고 봉사의 사랑과 즐거움은 배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다음 가정으로 향하는 길은 훨씬 가벼운 발걸음이었다. 이동 중 연탄은행 목사님이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다. 때로는 좁은 논을 헤매서 들어가야 하는 집도 있으며, 눈과 비 때문에 연탄배달이 되지 않아 발을 동동 구르는 집도 있다고 하셨다. 독거노인과 형편이 어려운 분들이 연탄을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배달의 어려움은 별 것 아니라는 말씀에 우리는 더욱 힘을 내는가 하면, 불경기에 매년 줄어드는 연탄기부가 더 큰 걱정이라는 말씀에는 아쉬운 한 숨을 공유했다. 
 

두 번째 가정에 200장의 연탄을 나르고 주인아주머니로부터 따뜻한 차 대접을 받게 됐다. 아이들 옷가지와 얼굴에는 검은 그을림이 남아있지만 그 모습이 그 무엇보다 대견할 따름이다. 연탄 한 장 구멍 24개에서 타오르는 불꽃보다 더 따뜻한 온기가 무엇인지 알게 됐을 것이다.

 

삶으로 가르치는 교사의 본분
 

어느 신문에서 교육에 대해 논한 사설의 글귀가 생각이 났다. 가르침은 ‘지적 내용을 전달하는 일’이 아니라 ‘교사인 나 자신의 경험을 학생들에게 고백하는 일이자 방향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삶 속에서 가르치는 자리에서 머무르는 것이 교사의 전부가 아닌 내일을 살아갈 학생 스스로가 성장해나가는 방향의 나침반이 교사의 길이라는 것을. 아이들에게 있어서 연탄배달봉사가 머리로 익히는 교과지식보다도 아이들의 가슴으로 느끼는 뿌듯함이자 다른 사람과 사회 속에서 함께 살아 숨 쉬는 지식의 길을 알려주는 것이 교사의 본분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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