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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대학 시간강사법, 처우개선이 대량해고로 전도 안 돼

우리 사회에 일명 ‘보따리 장수’로 불릴 정도로 열악한 처우에 내몰린 대학 시간강사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시간강사처우개선법, 시간강사법)이 오랜 진통 끝에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와 본회의를 통과하면 확정 공포돼 대한민국 교육계의 오랜 갈등이었던 시간강사법 문제가 드디어 해결의 첫 걸음을 내디디게 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제 대학들은 시간강사의 대량해고를 진행할 수 밖에 없다. 이는 지난 15일에 국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한 ‘시간강사 처우개선법’ 때문이다. 이 법은 처음으로 대학과 강사, 정부 삼자가 강사의 신분 보장과 처우 개선을 합의한 ‘협치 모델’이다. 강사들이 빨리 통과시키라고 농성까지 하였다. 하지만, 이는 대학 강사들의 대량 해고로 실직을 조장하는 역설이 현실화될 수 밖에 없다.

 

2011년 대학 시간강사를 교원으로 인정하도록 한 유예 개정안이 통과됐으나, 대학의 행·재정 부담과 강사의 일자리 감소에 따른 대량해고 우려로 양측 모두가 반발해 4차례에 걸쳐 시행이 유예됐다. 이 법이 2019년 1월 1일 시행이 임박해 있는 상황이지만, 유예 개정법 중 강사의 임용과 신분보장에 대해 일정 기준 없이 대학의 학칙이나 정관으로 정하도록 위임하거나 자의적인 해석으로 강사의 신분보장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사항에 대해서는 법률에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에 국회 교육위를 통과한 시간강사법이 법사위, 본회의를 통과하면, 내년 8월 1일부터 전면 시행될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그동안 계속 유예돼 왔던 시간강사의 법적 지위 보장이 현실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현실적 문제점이 많다.

 

그동안 한국 대학은 시간강사의 착취를 기반으로 유지되어왔다. 과거 박정희 독재 정권은 그들에게서 교원의 지위를 박탈하여 공론장에서 배제하였고, 대학당국은 절반의 교육을 떠맡기면서도 그 대가는 교수의 10분의 1만 지급하였다. 신자유주의 체제에 들어 대학이 시장에 완전히 포섭되면서 이는 더욱 극대화하였다. 일부 대학은 전임 교수보다 시간강사수가 훨씬 더 많은 현실이다.

 

대학  시간 강사들은 줄기차게 조직적으로 투쟁하였고 2010년에 조선대 강사였던 서 모 강사가 죽음으로 저항하였다. 이후 오랜 줄다리기가 행해지다가 결국 시간강사 처우개선법이 곧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내년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이 법에 따르면, 대학은 강사에게 교원의 지위를 부여하고 교원심사소청권을 인정하며, 3년간 재임용 절차와 4대 보험을 상당한 정도로 보장하고, 방학 중에도 임금을 지급하고 퇴직금도 지급토록 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시간강사들의 처우가 크게 향상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대학들은 이를 악용하고 있다. 법이 통과되기도 전에 ‘시간강사 제로’를 목표로 최소한 절반 이상의 시간강사를 해고하고 그들이 담당하던 강의를 전임교수와 겸임교수로 대체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시간강사를 현재의 절반 정도로 줄이려는 대학이 부지기수라는 보도다. 또 개설 학기, 개설과목과 졸업 필수이수 학점 줄이기, 전임교수의 강의 시수 늘리기, 폐강 기준 완화, 대형 강의와 인강(온라인 강의) 늘리기 등 여러 방법을 총동원하고 있다.

 

임금 지출을 줄이고 시간강사들에게 9시간 강의를 부여하면 전임교수 1명 환산을 피하기 위해서이다. 이와 같은 대학의 일탈은 이 법 제정의 취지, 의의와 정 반대로 가는 것이다. 사실 이는 단지 시간강사의 직업을 박탈할 뿐만이 아니라 학문 순환생태계를 붕괴시키고 대학과 국가의 미래를 포기하는 잘못된 행태다. 도덕적으로 지탄받을 일이다. 개선이 아니라 개악인 것이다.

 

대학 시간강사들은 어렵게 학문에 진력하여 박사학위를 받고 전임교수를 지향하는 엘리트군이다. 시간강사들은 연봉 약 1천만원 가량을 받으며 갖은 어려움 속에서도 단지 학문 탐구가 연구로 형극의 길을 감내하는 학자들이다. 또 현재의 대학원생 대다수가 이를 감수하겠다고 나선 이들인데, 대학의 일탈은 안타깝기만 하다. 더불어 이수 학점을 줄이면 학생들이 다양한 학문을 접할 기회를 잃게 되고, 현재의 전임교수의 강의 시수도 임계점인데 여기서 더 늘리면 교수는 학문 연구와 탐구를 하기 어렵다.

 

현재 전국 대학의 시간강사수는 7만5천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시간강사법이 적용되면 대학마다 대략 20억원에서 60억원가량의 재정이 더 필요하다. 전체 대학의 누적적립금이 8조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1년 예산에서 0.01~0.03% 더 소요되는 것을 빌미로 강사 학살과 교육 개악을 자행하는 것은 스스로 교육기관이기를 부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10년에 걸친 대학등록금 동결 이후 단지 10억원일지라도 추가 재정 손실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학교당국의 주장도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루빨리 정부와 대학이 개정, 시행될 시간강사법의 원만한 시행에 합의를 이뤄야 할 것이다.

 

대학의 미래는 그 사회의 미래다. 국가의 흥망은 대학과 비례한다. 나라의 미래를 위한 대통령의 용단과 정부의 배려가 절실하다. 시간강사들의 처우와 복지 증진을 위한 대학 시간강사법이 대다수 대학 시간강사 해고의 도구로 전락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시간강사의 처우를 위한 법이 시간강사의 일자리를 빼앗는 법안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고 4차례나 유예됐던 법을 방기하고, 무작정 시간강사의 열악한 처우를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시간강사를 위해서도, 학생들을 위해서도 한 번은 앓아야할 홍역이라면 불가피한 선택일 수 밖에 없다. 다만 그 피해와 파장을 최소화하는데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특히 그들은 우리나라 미래 학문 연구를 짊어지고 갈 동량들이라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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