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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⑯ 토요일, 동심으로 돌아가는 시간

마산초등학교에는 토요스포츠가 있었다. 토요스포츠란 선생님들이 토요일에 출근하여 아이들을 데리고 체육 활동을 하는 것이다. 주말에 교사들이 출근하여 지도하는 것에 비해 교육효과는 미미하여 이미 없어진 학교가 많지만, 그때까지 우리 학교에선 운영 중이었다.
 

군에서 전역하고 바로 다음날부터 마산초에 출근해야 했던 나는 잠시 학교 창고에서 지내게 되었다. 아직 운전면허도 자가용 차량도 없었기 때문에 운전해서도 1시간이 넘게 걸리는 집에
서 통근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기본적인 물품을 살 수 있는 상점이 있는 지역 중 가장 가까운 사강리가 걸어서 한 시간 반이 걸리는 구불구불하며 경사까지 심한, 인도도 없는 공업용 차량이 씽씽 달리는 시골도로였기 때문에 고립된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일주일에 한 번 집에 갈 수 있는 주말만 기다리는데 토요스포츠가 있는 날이면 나는 금요일에도 쓸쓸히 창고에서 지내다 토요일 날 토요스포츠를 하고 스쿨버스 기사님의 차를 얻어 타 남양읍까지 가서 버스와 지하철로 집에 갔다. 어쩌다 인스타그램 같은 것으로 금요일에 불금이라고 노는 동기나 후배들의 사진을 보면 어쩐지 쓸쓸하고 피해의식이 생기기도 했었다. 냉·난방조차 되지 않는 창고는 여름엔 눅눅하고 벌레가 많았고, 겨울엔 쌀쌀했다.
 

그러다 토요스포츠 날이 오면, 스쿨버스가 마산리, 지화리, 고포리 인근을 구불구불 크게 돌아 토요스포츠에 참여할 아이들을 이리저리 태우고 학교에 온다. 적게 오면 다섯 명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운동장에 다섯 명의 아이들과 나만 덩그러니 남아 이 아이들과 뭘 하고 놀아야 하나 고민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참고로 이 다섯 명은 저학년부터 고학년까지 고르게 분포한다.
 

아이들이 적당히 많으면 축구와 피구를 해도 좋지만, 나는 주로 야구글러브와 방망이를 꺼내서 야구를 하거나 캐치볼을 했다. 조금이라도 다른 체육활동을 하면 좋지 않을까 같은 생각에서였지만 나 역시 몸을 움직이며 노는 사람은 아니었기 때문에 서툴기는 아이들이나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아이들은 그저 운동장에서 마음껏 몸을 움직이며 뛰어 놀 수만 있어도 재밌어하는 것 같아 다행이었다.
 

언제 이렇게 아이들과 뛰어놀아 봤나 생각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내가 살던 아파트 단지는 이제 막 지어져 여기저기서 많은 전학생이 몰려왔었다. 놀이터엔 언제나 같이 놀 친구가 있었고, 세 명 이상을 모아 같이 노는 건 참 재밌었다. 하지만 제일 좋았던 것은 실제로 놀 때보다도 놀기 전에 이 집 저 집 초인종을 누르며 친구들을 모으면서 뭘 하며 놀까 생각하는 것이었다. 이 행복한 기다림은 정말 달콤했다.
 

그러나 어느 샌가 아이들은 다 학원에 가느라 없었고 초인종 바깥으로 들리는 소리는 학원가서 없다는 그 집 어머니의 목소리뿐이었다. 그렇게 놀이터는 텅 비었고, 초등학교 4학년이 되면서 학교 끝나고 마음 놓고 놀 친구는 거의 없게 되었다. 아파트로 둘러싸인 놀이터는 어느새 텅 비어버리게 된 것이다.
 

그 때, 딱 내 친구 정도 나이가 된 녀석들이 운동장을 뛰어다니며 같이 놀아달라고 하고 있다. 우울했던 주말 출근의 토요스포츠의 장면. 나는 야구공을 멀리 던지고 있다. 오늘은 뭘 하고 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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