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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⑰ 나는 아이들과 제대로 놀고 싶다!

교육이란 무엇인지를 생각했다. 너무 막연해서 잘 떠오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이란 주제는 우리에게 꽤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교사가 되기 전엔 호기심 어린 선량한 교육학도들이었고, 교육이 어떻게 정의되느냐에 따라 교사로서의 과업이 명확하게 결정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신규교사인 친구들이 모이면 우리들이 교육자인지 그저 근무처가 학교인, 과업 중 수업이라는 업무가 추가된 주무관들인지 알 수가 없다고 성토대회가 열리곤 했다.
 

마산초등학교는 작은 학교라 모든 선생님들이 추진해야 할 업무가 많았기 때문에 업무 분장 때의 갈등이 없다. 오히려 신규교사를 다들 배려해주고 무리한 일을 시키지 않으며 보호해주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러나 다른 학교는 그런 것 같지 않았다. 경력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사건•사고가 많거나 책임질 일이 많은 과업들에 강제로 차출되어 기력을 소진하고 수업보다 상부기관에서 하달된 업무를 우선하는 분위기에 실망하는 일이 잦았다. 
 

누구보다 아이들을 만날 날들을 꿈꾸고 공부했으며 아이들을 바르게 자라게 하는 일과 학원이나 사교육에 의지하지 않아도 학업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좋은 수업을 하고 싶어 했던 친구들이 현실의 벽에 부딪혀 이상을 버리고 무너지고 좌절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유쾌하지 않았다. 어떤 때는 수업은 외부 강사들에게 외주를 주고 교사는 강사를 관리하고 현장체험학습이나 행사를 준비하고 학교에 부여하는 외부 상급기관의 과업들만 수행할 때도 있었다고 한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들은 학생들에게 학교만 믿고 수험과 진로를 준비하라 할 수 있는 것일까. 그게 능력이 부족하고 일하기 싫어하는 교사들 탓일까.
 

교육이란 무엇일까, 우리가 수업 전문가이자 교육 전문가가 된다면 그 의미는 무엇일까 고민을 해봤다. 마산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은 민속놀이를 현장에 복원하는 것을 교육철학과 사업의 중점으로 하고 있다. 혁신학교 특색사업도 민속놀이다. 노는 것도 교육이 될 수 있을까. 내가 마산초등학교에서 배웠던 것은 노는 것도 교육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놀지 말고 공부하라는 말만 들어온 입장에서는 교과에 놀이를 도입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신선했다. 그런데 교과의 틀에서 벗어나 노는 것을 가르쳐주고 함께 놀아주는 것도 교육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처음엔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실제로 무리한 민속놀이 프로그램은 교과 교육과정 진행에 파행을 불러일으킬 때도 많았고, 반복적인 프로그램은 아이들의 싫증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아이들은 능숙하게 놀았다. 그 과정에서 서로 의사소통했다. 놀이에서 이기기 위해서라도 긴밀히 협조하고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했다. 세상이 정한 편견이나 성격의 차이는 놀이 과정에서 극복되고 있었다. 놀이는 곧 사회화였다. 나는 그동안 내가 얼마나 편협한 관점 속에 머물러 있었는가를 생각했다.
 

마산초 아이들이 스쿨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달팽이 놀이 그림 위에서 6학년 언니들이 1•2학년 꼬마들과 달팽이 놀이를 하고 있다. 마산초등학교는 모두가 형제고 친구였다. 한부모 가정 아이들도 다문화 가정 아이들도 학교가 집이고 가족이었다. 교육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한다. 사라져가는 소중한 것들을 지키고 우리들 사이에서 발견해내지 못한 것을 찾아내어 미래를 여는 것이 교육이라면, 나는 잠시 아이들과 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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