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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짐승으로 내모는 삶, 좌절하는 인간

낙타 샹즈

산기슭을 밝히는 매화 향기가 차고 맑은 아침 기운과 잘 어울리는 날입니다. 음력 2월은 바람의 계절입니다. 맵싼 기운이 휘몰아치는 바람과 만나 변화무쌍함을 드러냅니다. 작은 풀 한 포기도 햇볕과 바람과 비를 만나야 꽃을 피울 수 있습니다.

 

내가 소개하고자 하는 이는 샹즈이지 낙타가 아니다.’ 문장으로 시작하는 소설이 『낙타 샹즈』입니다. 1930년대 중국의 변화 속에서 북경의 인력거꾼 샹즈는 농촌에서 올라와 인력거를 끌며 생계를 유지합니다. 낙타라는 별명을 가진 그는 건장한 몸을 바탕으로 근검절약하고 성실하게 살아가지만 성공하기는커녕 타락의 나락으로 떨어집니다.

 

당시 중국은 서구 여러 나라와 일본 등이 중국을 침략하는 가운데 나라가 기울어 가고 있었고, 국민당이 집권하고 있었지만 부정부패와 혼란이 극에 달하여사회주의 혁명 운동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었습니다. 그런 정치적 혼란의 중심에 북경이 있었고 작가 라오서는 정치적 혼란의 모습을 직접 다루기보다는 가장 밑바닥 삶을 사는 인력거꾼 샹즈의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당시 사회의 어둠과 혼란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을 짐승에서 끌어올렸다. 그러나 여전히 자신과 같은 부류를 짐승으로 내몰고 있다. 문화의 도시 북평에 살고 있지만 다시 짐승이 되고 말았다.....

추호도 그의 잘못이 아니다. 생각을 멈췄기에 설사 살인을 한다고 해도 아무런 책임이 없다. 더 이상 희망을 품지 않는다. 그냥 그렇게 몽롱하게 아래도 끝없는 심연으로 떨어져간다. ....... 지금은 눈앞의 일만을 생각하기로 했다. 경험을 통해 그는 내일은 오늘의 연속이며, 내일이란 다시 오늘의 굴욕이 이어지는 날일뿐임을 알게 되었다. pp.355~356

 

 

작가 라오서는 ‘사람’의 운명을 통해 현실과 사회를 표현하고자 하였습니다. 평범하고 소박하게 사는 소시민 계층, 하루하루를 겨우 사는 도시 빈민의 모습이 이 작품을 통해 잘 나타납니다. 샹즈의 별명인 ‘낙타’라는 말에는 그가 살아온고단한 삶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낙타는 평생 무거운 짐을 지고 사막을 뚜벅뚜벅 쉼 없이 건너갑니다. 아무리 애를 써도 헤어날 수 없는 것이 당시 중국 사회의 비극입니다. 그래서 희망과 사랑을 잃은 사람은 누구나 샹즈처럼 자포자기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현재 대한민국의 젊은이가 사는 삶이 샹즈와 다를까?’ 얼어붙은 경제로 취직이 되지 않아 결혼과 연애를 포기하고,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낳지 않은 그들의 모습이 겹쳐집니다.

 

점심을 먹고 학교 뒷마당쪽으로 산책을 하니,  봄논에 심어진 파아란 마늘밭이 싱그럽습니다. 건강한 젊은이 근육처럼 잘 자란 줄기와 파란 잎은 지난 겨울을 잘 이겨낸 훈장입니다. 지금 현재의 고단한 현실을 나처럼 잘 이겨보라고 저에게 말없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 같습니다.^^ 봄은 벌써 우리 곁에 와 있습니다. 향기로운 새봄되시기 바랍니다.

 

『낙타 샹즈』, 라오서 지음, 심규호・유소영 옮김, 황소 자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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