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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특성화고교생 일반고 이탈 심화 현상에 부쳐

근래 특성화고에서 일반고로 전학하는 학생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특별시교육청에 따르면 진로변경 전·입학 제도로 특성화고에서 일반고로 전학한 학생이 작년 777명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런 현상은 타시도 특성화고에서도 대동소이한 추세다. 특성화고가 본래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현실의 반증이 아닌가 한다.

 

특히 특성화고의 특장(特長)인 취업률이 낮아지는 등 메리트가 사라져 대학이라도 가기 위해 학생들이 전학을 가는 것으로 해석된다.특성화고에서 일반고로 이동하는 학생이 증가하는 주된 이유는 대학입학 때문으로 유추된다. 특히 중학교 때 내신 성적이 좋지 않아 일반고 진학이 어려울 경우, 성적 대신 봉사시간과 학업계획을 보는 ‘미래인재특별전형’으로 일단 특성화고에 진학한 뒤 진로변경 전·입학으로 일반고로 전학하는 전략을 쓴다. 소질 및 적성이나 성적과 상관없이 어떻게든 일반고에 진학해 대학을 가야 한다는 인식이 여전히 강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최근 4년 간 서울교육청 관내의 특성화고교생의 일반고 전학 인원은 연평균 전학생 수가 762명에 달했다. 서울 특성화고 70개교의 학교당 평균 학생 수가 작년 4월 기준 627명인 점을 고려하면 매년 1개교 이상의 특성화고가 일반고로 전환돼 사라지는 것과 같은 현상인 것이다.

 

현행 제도상 고교 진로변경 전·입학은 매년 3월과 9월 각각 2학년과 1학년을 대상으로 1년에 두 번 진행된다. 고교 재학 중 4번의 기회가 있는 것이다. 올 3월 첫 번째 진로변경 전·입학 때는 특성화고 2학년생 246명이 일반고로 전학했다. 반대로 이 제도를 통해 일반고에서 특성화고로 옮긴 학생은 145명이다. 4년 간 추세도 일반고에서 특성화고로 전학한 학생은 평균 150명 정도였다.

 

우선 특성화고교생의 일반고 전학이 증가하는 경향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고졸 취업이 어려워진 점도 특성화고 인기하락 요인으로 꼽힌다. 특성화고 졸업생 취업률은 지난해 65.1%로 전년 대비 9.8%포인트 하락하면서 2011년 이후 가장 낮았다. 특성화고를 졸업하여 대학도 못가고 취업도 못할 바에야 일반고 전학을 시도하는 것이다.

 

앞으로 특성화고가 설립 목적과 기능에 충실하려면 그야말로 ‘특성’에 충실해야 한다. 다른 고교에서 기르지 못하는 특징적인 교육에 충실해야 한다. 마이스터고의 경우 명칭 그대로 장인(匠人) 육성에 몰두해야 한다. 아울러, 교육부에서 장려하고 있는 ‘선취업 후진학 제도’도 활성화해야 한다. 고교 졸업 후 2년 이상 취업하여 근무한 사람들에게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제도가 선언적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제도화돼야 한다.

 

또한 특성화고가 제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시대에 걸맞게 교육과정을 맞춤형으로 현실화하여 기업과 사회에서 요구하는 인재를 육성하는데 매진해야 한다. 그리고 대졸자와 고졸자의 급여와 보수 격차도 줄여야 한다. 그래야 학생들의 일반고 ‘쏠림 현상’을 완화하고 특성화고도 제자리에서 그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자사고의 5년 주기 재평가교의 자료 제출 거부 사태와 서울 모 학원에서 개최한 영재학교·과학고·자사고·외고·국제고·일반고 진학을 위한 '고교 및 대입 특별 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들이 인산인해를 이룬 사실을 성찰해야 한다.  부정할 수 없는 우리 교육의 일그러진 민낯인 것이다.

 

모름지기 교육이 사회를 선도하고 개인 발달과 성장의 ‘희망의 계층 사다리’ 역할에 충실하려면 학생들이 하고 싶은 공부를 열심히 할 수 있도록 환경과 연건을 지원해 주고,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이 취업과 진학을 마음대로 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우리 모두는 교육제도를 경직하게 설정하고 학생들에게 거기에 맞도록 억지로 요구하는 ‘붕어빵식 교육’이 한국 교육을 이 지경으로 빠뜨렸다는 식자들의 지적을 무겁고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특성화고교생들의 일반고 이탈 현상을 제도적, 행정적 개혁에서 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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