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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강마을에서 책읽기 - 삶의 유쾌한 반란

고미숙의 '아무도 기획하지 않은 자유'를 읽고

모처럼 함께 공부하던 벗들을 만났습니다. 이번 학기에 등록하지 않고 쉬는 저를 찾아와 건강을 염려해 주었으며 소논문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고 여름방학 때 공부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오늘의 시간을 만들기 위해 학원을 하는 벗은 오후 수업을 모두 미루었고 또 다른 벗은 남해 섬마을에서 먼 길을 달려왔습니다. 맛난 밥을 먹으며 서로의 근황과 함께 석사논문 쓰던 시절 매주 모였던 도서관에서의 추억을 이야기하였습니다.

 

직장과 공부를 병행하여 시간이 부족하였지만 토요일이면 자료 뭉치와 노트북을 펼치고 도서관 스터디 룸에서 머리를 맞대었습니다. 벗들과 함께하는 공부는 즐겁고도 힘들었습니다. 벗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은 참 행복하였습니다. 이런 제 마음 같은 책이 있습니다.

 

우리에게 고전평론가로 알려진 고미숙 선생이 쓴 연구 공간 ‘수유+너머’의 인류학적 보고서 『아무도 기획하지 않은 자유』입니다. 개인적으로 고미숙 선생의 책을 좋아하여 대부분 읽었습니다. 쉬운 글쓰기와 깊은 사유, 구어체로 편안하게 읽히는 것이 스타일입니다. 또, 강연을 얼마나 잘하는지 멋있는 사람입니다.^^

 

저자가 집단 지성을 꿈꾸며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지식과 일상이 하나로 중첩되고, 일상이 다시 축제가 되는 기묘한 실험이 이루어지는 곳, 도시의 중산층으로 편입되지 않고도 행복하게 사는 방법이 모색되는 곳, 혁명과 구도가 일치되는 비전이 탐색되는 곳이 연구 공간 '수유+너머’라고 말합니다.

'

이곳에서는 서로가 서로에게 스승이 되고 제자가 됩니다. 그래서 『분서』를 인용하여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나는 스승과 친구는 원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둘이 다르단 말인가? .... 만약 친구라서 사배를 올리고 학업을 전수 받을 수 없다면, 필시 그와 함께 친구가 될 수 없다. 스승이라서 마음속에 있는 말을 털어놓지 못한다면, 또한 그를 스승으로 섬길 수 없다.” 이처럼 스승이 될 수 없다면 친구가 아니고 친구가 될 수 없다면 스승으로 설길 수 없다. 이것이 명말청초 양명좌파의 대가 이탁오의 말이다. 그리고 우리 연구실의 교육적 이념이기도 하다. 이름하여 ‘우정의 교육’

 

이 교육공동체는 교육이란 전문적이고 인격적 품성을 갖춘 스승이 아직 미성숙한 사람들을 이끌어주는 것은 근대적 계몽주의적 표현라고 생각합니다. 스승과 제자로 구획해 놓은 울타리와 경계와 구획을 가로지르는 작업을 합니다. 앎의 영역에서 스승과 제자가 어떻게 고정될 수 있는 것인가? 나이가 많거나 학벌이나 지력이 뛰어난 것은 하나의 특이성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앎의 세계는 종착점이 없기 때문에 끊임없이 배우고 쉬지 않고 가르치는 앎의 흐름만이 있을 뿐이란 뜻으로 학습 공간의 배치를 수평화합니다. 가르치는 이와 배우는 이가 원탁에서 동등한 자격으로 세미나를 하는 원탁의 기사가 되죠.^^

 

지식은 힘든 것을 참는 것이 아니라, 기쁨을 증식하는 일이다. 배고프면 먹고 목마르면 마실 수 있는 가능한 한 신체적 자유를 누릴 때 지적 공명의 주파수는 더욱 상승될 수 있을 것이다.

 

지식의 진면목이 즐거움이라는 저자의 생각에 동의합니다. 가르침과 배움의 경계가 사라지고 서로에게 ‘지적 공명’을 하는 멋진 배움터에 대한 책을 읽으며 다시 벗들과 함께 할 시간을 기다립니다. 함께 책을 이야기하며 그들이 보내는 주파수에 나의 뇌파가 반응하여 홈 파인 공간에서 벗어나 매끄러운 공간으로 이동하여 유목적 사고로 나아가기를 소망합니다. ^^

 

                                         『아무도 기획하지 않은 자유』, 고미숙 지음, 휴머니스트,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