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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복지법 20년, “학대만 있고 교권은 없었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한국 교육의 중심에 교사가 있지만 교권은 여전히 보호받지 못하고 교사 또한 전문가로서의 위상을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

 

학생들에게는 인기 직종 1위라는 부동의 위치를 지키고 있지만 정작 교사들은 교단을 떠나려 한다. 교육현장의 분위기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한 탓이다.

 

실제로 교권 추락으로 더 이상 교사로서의 자부심이나 긍지를 갖지 못하게 된 것은 물론, 학교폭력이나 안전사고 등에 대한 책임이 오롯이 교사에게 전가되고 있다. 게다가 지난 2010년 학생인권을 강조하면서 상대적으로 교권이 약화된 점도 한몫하고 있다.

 

급기야 정부와 정치권이 교권을 정책의 주요 아젠다로 삼고 교원지위법과 아동복지법, 학교폭력예방법 등 일명 교권 3법 개정에 착수, 교원지위법과 아동복지법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학교장종결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학교폭력예방법도 국회 교육위원회 의결을 거친 상태다. 한국교총의 피나는 노력이 견인차가 됐음은 물론이다.

 

교권 3법 완성을 앞둔 지금, 교권침해에 대한 강력한 대응책과 함께 교권보호의 안전하고 튼튼한 방어벽은 일단 설치된 셈이다. 이번 호에서는 교권 3법이 지닌 의미와 내용을 깊이 있는 분석을 통해 살펴본다. 아울러 이 법들이 실질적인 효력을 발휘하는 데 있어 보완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또 앞으로 교육현장에 어떤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지 진단해 본다.

 

몸이 열개라도 모자란 담임교사의 하루

아이는 오늘도 오전 시간 동안 두 차례나 학교 담장을 뛰쳐나갔다. 재능기부 강사들과 재미있게 수업을 하다가 게임에서 자기 모둠이 졌다는 것 때문에 한 차례, 바뀐 짝지가 마음에 안 들어서 또 한 차례 폭발한 것이다. 학교는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20여 명의 아이를 맡고 있는 담임교사는 몸이 몇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상담교사와 배움터지킴이, 교감, 교장까지도 툭 하면 학교 밖으로 뛰쳐나가는 아이를 쫓아다니느라 학교업무가 마비되기도 한다. 갈수록 참을성 없고, 독특한 성향을 나타내는 아이들로 오늘날 학교 현장에선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렇게 무방비의 극치를 보이는 아이들은 교직에 몸담은 지 30년이 넘은 필자도 다루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영악하고 공격적이며 함부로 진단할 수 없는 독특한 성향들이 나타나는 학생들에게 병원에서 전문적 상담을 받아보라고 권하고 싶지만, 전문상담교사조차도 학부모에게 직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자칫하면 고발과 고소에 휘말릴까 봐 대책 없는 아이의 행동에 훈육조차 함부로 할 수가 없다. 아이의 상태를 알면서도 “우리 아이가 예민해서 그러는 것이니 담임교사가 아이 마음을 잘 살펴주고, 컨트롤 하면 된다”는 식으로 학교에만 떠넘기는 학부모. 그들은 아이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 보인다는 것을 좀체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심지어 정신과를 들먹이기만 해도 명예훼손이라며 발끈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때에 따라선 강하게 훈육이 필요하겠다 싶어도 아동복지법의 정서학대에 저촉될까봐 몸을 사리는 것이 교육현장의 실상이다.

 

 

요즘 아이들은 듣기 좋은 말만 들으려 한다.

아이들은 담임교사가 좋은 분이라고 인정을 하면서도 훈계는 그저 잔소리로 치부해 버리고 만다. 훈계를 받는 것은 길을 잘 아는 사람에게 안내를 받는 것과 같은 건데도 일깨우는 것조차 쓴소리로 받아들이기 일쑤다. 때문에 인기 있고 평가를 잘 받는 선생님이 되려면 달콤한 말만을 해줘야 한다.

 

학교는 규율이 있는 작은 세상이다. 선생님과 친구들을 통해 세상을 배우기 시작하는 곳이다. 수업을 듣지 않고 떠들며 다른 아이들을 방해해도, 손발이 묶여 한마디 훈육하지 못하는 선생님들. 반면 짜증나면 서슴지 않고 선생님께 욕설을 내뱉는 등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아이들이 속출하고 있다.

 

가끔 언론에 보도되는 바와 같이 매 맞고, 욕먹는 교사가 점차 늘고 있는 것이 작금의 교육현장이다. 교육부에서 내놓은 백서에 의하면 교권침해 건수가 해마다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으며 초등학교만 해도 최근 5년 사이 세 배로 늘어났다고 한다. ‘제주 A 초, 학부모가 1년간 민원 90여건, 고소와 고발 9건으로 학교 쑥대밭’이란 신문기사 내용도 주시할 만하다.

 

조금만 기분에 거슬려도 거침없이 들이대는 민원과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받는 모욕과 명예훼손, 교육활동을 부당하게 간섭하는 행위, 상해·폭행, 성적굴욕감과 혐오감 등 일반의 상식을 벗어난 교권침해는 비일비재하다. 한마디로 교원 개인이나 학교가 감당하기는 어려운 상황에 다다른 것이다.

 

아동복지법이 개정됐다

전문가들은 교권이 땅에 떨어진 근본적 원인으로 아동복지법의 모호한 기준을 꼽는다. 종전 아동복지법에 의하면 어떠한 훈육이든 학생이 두려움을 느꼈다면 학대가 될 수 있다.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학대 규정이 명확하게 되어있지 않아 뜻하지 않게 아동학대로 몰리는 교사들이 생겨나는 것이다. 학생이 조금만 피해를 주장해도 정서적 학대로 신고를 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의 발단이 됐다. 아동복지법의 본래 취지는 학생들을 보호하는 데 있지만 사소한 것들까지 학대로 몰아가는 부작용이 생겨난 것이다. 이로 인해 교사들은 학생 생활지도를 포기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됐다.

 

자신을 성추행하는 학생의 뺨을 때렸다고 교사만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해임 위기에 처한 경우도 있었고, 서울 B초 교사는 단체활동 지도 중 학생을 밀친 행위가 아동학대가 돼 벌금 50만 원 판결을 받고 교직에서 퇴출당했다고 한다. 아동복지법이 악용된 사례가 아닐 수 없다.

 

또 종전 아동복지법은 아동학대관련 범죄로 벌금형과 같은 경미한 형사처분을 받아도 10년 동안 학교에서 근무할 수 없다는 취업제한 규정이 있었다. 그래서 아동학대 범죄로 확정판결을 받으면 10년간 학교를 떠나야만 했다. 이로 인해 교육계에서는 아동복지법상 모호한 학대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과 실효성 없는 교권보호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아동복지법이 드디어 개정됐다. 이것은 교권을 바로 세우려는 노력의 쾌거로 보인다. 교총은 지난해부터 교육부·보건복지부·국회 등에 아동복지법의 위헌성을 알리고 법 개정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아동복지법은 교총이 교원들이 당당하게 교육할 수 있도록 개정 요구한 교권 3법 중 하나의 법안으로 ‘무너지는 학교 교육을 살리는 길은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 보호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며 교육현장의 일치된 의견을 모아왔고 결국 지난해 헌법재판소는 ‘아동복지법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아동복지법의 개정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개정된 아동복지법은 첫째, 법원이 판결 시 취업제한 여부·기간을 선고하고 둘째, 재범 위험성이 낮거나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취업제한을 제외했으며 셋째, 형의 경중에 따라 취업제한 기간 차등 적용과 취업 제한 기간 변경 또는 면제 신청이 가능하게 하는 종전 규정 적용자 특례조항도 마련했다.

 

아동학대 관련 범죄로 벌금형과 같은 경미한 형사처분을 받아도 10년 동안 학교에서 근무할 수 없도록 한 것을 앞으로는 법원이 취업제한 기간을 10년의 범위에서 결정하도록 했다. 아동학대 범죄로 확정판결을 받으면 벌금 5만 원만 받아도 10년간 학교를 떠나야 했던 족쇄가 풀린 것이다. 형의 경중에 따라 취업제한이 차등 적용되고 법 개정 이전 취업제한 판결을 받는 사람들에게도 구제의 길이 열렸다.

 

이번 아동복지법 개정으로 교사들의 권리를 조금이라도 찾을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는 목소리가 현장의 곳곳에서 들려온다. 2018년 6월 헌법재판소의 해당 조항 위헌 결정 이후 국회에서 개정된 아동복지법은 2019년 6월 12일 시행된다.

 

아동복지법 개정은 바닥에 떨어져 있는 교권을 바로 세우려는 의지의 쾌거로 현장의 생활지도에 생기를 불어 넣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교권확립은 결코 교사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학부모들도 이번 기회에 정확하게 인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