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오피니언

날마다 날마다 새로운 희망을!

 

"선생님! 하필이면 선생님 반에 골치 덩이 △△가 들어갔어요. 미안해요." △△의 전 담임은 미안함 반, 걱정 반 섞인 얼굴로 마치 자신이 골치 덩이 △△를 내게 떠넘긴 양 위로의 말을 건넸다.
 

"나와 인연이 있는 아이인가 보지. 사람 만들라고 내게 맡겨졌나 봐." 나는 아무걱정 말라고 대꾸를 해 주었다. 
 

△△는 유치원도 들어가기 전부터 부모의 이혼으로 조부모와 함께 살고 있었다. 이러한 가정환경이 나이 어린 △△에게 커다란 상처가 되어 일그러진 행동과 말투에 분노가 자라고 있었다. 그래서 늘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욕설과 폭력을 일삼고 심지어는 1학년 때 담임을 발로 차고 때리는 일까지 서슴치 않아 결국에는 신규 담임 선생님을 휴직에 이르게까지 하였다. 
 

1학년 입학 후부터 이런 △△를 달래가며 의무교육을 시키기 위해 친할머니가 매일 학교로 출근을 하셨고, 다른 아이들과 다툼이 생기거나 일이 벌어지면 아이를 집으로 데리고 가는 게 전부이고 최선이었다. 친구들의 부모도 △△와는 가까이 하지 않도록 언질을 하였고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같은 반이 되지 않기를 소원하였다. 심지어는 다른 학교로 전학 가는 아이까지 생겼다. 
 

드디어 이런 아이와  첫 만남이 이뤄졌다. 인사도 나누고 첫 시간을 옛날 이야기로 시작하였다. 다른 아이들보다 늦게 들어온 △△가 엎드려 있다가 옛날 이야기가 나오자 고개를 들더니 귀를 쫑긋하고 듣는 것이었다. 재미있었는지 히죽이며 웃기도 하고 나와 눈을 마주치며 바라보기도 하였다.
 

1교시를 끝내고 교실에 들어와 보니 덩치와 키가 커서 맨 뒤에 앉아있던 △△가 엎드려 있었다. 

 

"엎드려 있지 말고 책을 꺼내야지." "내가 알아서 할 거니까 참견 마." △△의 혀 짧은 반쪽짜리 말투에 나는 깜짝 놀랐다. 그래서 난 더 힘을 주어 말했다. 


"선생님한테 말투가 그게 뭐야. 빨리 책 꺼내야지. 책 안가지고 왔니?"
 

그 순간 △△의 눈이 분노로 가득찬 채 이글거리며 나를 향해 째려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과 행동이 더욱 대단한 충격과 놀람이었다. "공부하기 싫다고~~~!!!" 외침과 동시에 책상을 손으로 치고 발로 차며 소리를 질렀다. 놀라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또 시작이야!’ 외면하는 친구들도 여기 저기 보였다. 그러자 △△는 가방을 들고 일어났다. 아직 2교시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집에 가겠다고 할머니에게 전화해 달란다. 초등학교 입학 후 2년간을 이렇게 가방만 들고 왔다 갔다 학교 출입을 하며 하루 한두 시간도 채 공부를 못하고 집에 가기가 일쑤였던 것이다. 
 

"내 허락 없이는 네 맘대로 집에 못 가" 나는 단호하게 제지했다.

 

"공부하기 싫다고!~~" 소리를 지르며 △△는 다시 책상을 발로 차기 시작했다. 나는 △△에게 가까이 가서 말했다. 
 

"공부하기 싫어서 책상을 발로 차는 거야? 그러면 더 세게 차 봐. 책상은 네가 아무리 세게 차도 아프다고 안 해. 네 발만 아프지. 차고 싶으면 발가락이 부러지도록 차. 그래야 발이 부러져서 학교에 안 다닐 거 아냐? 공부하기 싫은데…."
 

이 소리에 자신의 발이 아팠는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책상에 발길질하는 것을 멈추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책(수학)을 꺼내서 찢기 시작했다. 칼날 같이 꼿꼿한 새 책의 표지가 쉽게 찢어지질 않자 용을 쓰며 겉과 속을 찢다가 책을 내 팽개쳤다. 
 

"책은 또 사면 되니까 네 맘대로 찢고 싶으면 더 찢어도 돼"하는 내 말에 "다 죽여 버릴 테야~~! 나 공부하기 싫다구~!" △△는 책상에 엎드려 엉엉 울기 시작했다.
 

"네가 지금 집에 가면 동네 사람들이 널 보고 뭐라고 할까? ‘지금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어야 할 아이가 왜 학교에 안 있고 맨날 집에 오냐?… 이상하다. 어디 아픈 앤가 … 바보라 공부를 못 따라해서 학교에 다니기 싫어하나?라고 할지도 몰라." 이 말을 들은 척 만 척 △△는 가방을 들고 일어섰다. 
 

"가고 싶으면 가. 네가 1, 2학년 때는 여태껏 네 맘대로 가고 싶으면 집에 그냥 갔는가 본데 나는 절대 그렇게 놔두지 않을 거야. 10번 100번이라도 너희 집에 가서 끌고라도 올 거야. 공부하기 싫으면 가만히 앉아 있기만이라도 해. 넌 수업을 받아야 할 의무가 있으니 내가 6교시 끝난 후 집에 보낼 거야. 넌 네 할머니가 불쌍하지도 않니? 3학년 되었으니 2학년 때하고는 달라져야 할 거 아니야?" 
 

그러자 △△가 소리쳤다. "내가 공부 열심히 한다고 이혼한 엄마가 돌아올 것도 아니잖아요!" 부모의 이혼이 어린아이 가슴에 못을 박아놓은 것이었다.
 

"3학년을 잘 끝내야 4학년에 진급하고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에 갈 수 있는 거 거든. 너 이렇게 학교도 제대로 안 다니면 이 다음에 커서 뭐가 될 거 같아? 돈도 못 벌 거고 할머니는 돌아가셔서 없을 거고… 생각해 봐. 네가 지금 학교를 잘 다녀야 하는지 안 다녀야 하는지를…." 
 

나의 의기양양한 기세에 △△는 가방을 내려놓고 자리에 앉아 엎드렸다. 조금 진정되도록 시간을 주고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엎드려 있는 △△가 찢어놓은 수학책을 테이프로 붙여 주었다. 그리고 떨어져 나간 쪽은 다른 책을 복사해서 슬그머니 △△의 책상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의 옆에 다가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집에 갈 거야? 여기 선생님이 찢어진 거 붙여놨는데. 이제 공부 할 거지? "
 

나의 소리에 △△는 고개를 들고 "공부 할게요" 말하고는 복사해 준 종이와 연필을 집어 들고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얘들아! △△가 집에 안 가고 공부 하겠다고한다. 우리 다 같이 박수 쳐 주자!" 그 동안 친구들에게 불안감만 주고 잘못된 아이로 인식됐던 △△이다. 이런 △△에게 아이들은 처음으로 관심과 사랑의 눈길을 주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엉터리로 학교를 다녔더라도 마음잡고 지금부터 새 마음으로 공부하면 훌륭한 사람이 되는 거야." 
 

이렇게 하루 수업이 끝나고 알림장 검사 시간이 되었다. △△가 알림장 검사를 받으러 다가왔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커다란 눈으로 내 눈치를 살피며 말하는 생각지 못했던 인사에 난 깜짝 놀라 내 귀를 의심했다. 
 

"다시 말해 봐." "선생님! 고맙습니다." "그래, 고마운 거 알았으면 됐어. 앞으로 잘 하면 되는 거야."
 

그 후 여러 가지 일로 말썽을 부리는 일이 생겼지만 점차 횟수가 줄어 들었고 친구들과도 팽이돌리기와 다양한 게임을 함께 하기도 하고 집에 가겠다는 소리도 거의 하지 않았다. 수업도 6교시까지 모두 끝내고 집에 갔다. △△와 이렇게 밀고 당기기를 하며 몇 달을 보냈다. 70세가 넘은 △△ 할머니께서 말씀하셨다. 
 

"1, 2학년 때에는 학교를 보내놓고는 언제 담임 선생님이 부를지를 몰라서 목욕 한 번을 제대로 못 가고 항상 대기했었는데 3학년이 되어서는 선생님 덕분에 맘 놓고 목욕도 갑니다." 행복한 미소를 지으셨다. 
 

한 학기를 끝낼 무렵 이런저런 이유로 아이가 전학을 가게 되었다. 일부 학부모들의 안도의 한숨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마음에 상처가 커서 모나고 힘들게 생활하는 아이. 한 마디로 문제 아동이 전학을 간다고 무조건 기뻐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세상에 나온 지 10년밖에 되지 않은 아이인데 내 자식이라 생각하고 변화시키려고 모두가 노력 한다면 아이는 정성들여 만드는 질그릇처럼 다듬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조금만 더 나와 함께 있었더라면 더 좋아질 수 있을 지도 모르는데, 하는 내 되지 못한 자신만만한 마음에 아쉬움이 더했다.
 

요즘 참지 못하는 아이들의 도발적인 행동을 지도하는 것이 어려워서 교직에 몸 담는 일 조차도 쉽게 포기하고 싶어 한다. 교직에 몸 담은 지 5년차 조카 녀석이 자기 친구가 하는 말을 전해 준다. 민원과 학폭 등 여러 가지 일로 몸과 마음이 지쳐 학교 가기가 싫다고 한단다. "학교 그만 두면 뭐할 거 인데?" 물어보자 , "부모님이 도배 일 하시는데  도배 일이나 하러 다닐까 봐."
 

이제는 교사가 학교 가기 싫다는 소리를 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 체벌도 못하고 세워 두지도 못하고 아이들 앞에서 야단치면 학생인권법에 저촉된다고 하여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다. 공부가 부족하고 이해력이 떨어져 나머지를 시켜보려 해도 학원 보내야 한다고 다른 아이들에게 망신스럽다고 부모가 동의하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또한, 함께 학습지를 풀고 문제풀이를 해도 짝과 주위 친구들이 점수를 보면 자기 아이가 기 죽으니 짝과 친구들 보지 않도록 해달라 하고, 단체로 체험학습 가는 날 지각해 많은 사람을 기다리게 해 놓고는 아이들 앞에서 지각한 이유를 물어 본 교사에게 자기 아이 인권을 모독했다 하고, 알림장에 시간 맞춰 약 먹여달라고 하는 등 터무니없는 소리들을 한다. 
 

젊은 세대 학부모들의 교육 방법과 요구사항은 무조건적인 사랑과 관심, 이해다. 이런 시대에 우리 교사들의 인권과 존중은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살리고 지켜 나가야 할지 걱정이 앞선다. 하루 속히 해결되어야 할 시급한 과제라는 생각이다. 
 

지금도 전학 간 △△의 할머니와 가끔씩 소식을 주고받으며 안부를 전하고 있다. 많은 상처를 끌어안고 있는 △△가 나이를 먹으면서 세상의 원망보다는 반듯하고  의젓한 모습으로 늙어가는 할머니의 주름살을 환하게 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마친다. 

 

--------------------------------------------------------------------

 

2019 교단수기 공모 은상 수상자 수상 소감

-교사들의 위로와 희망이 되길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힘든 것이 ‘인간관계’라고 한다. 평생 모든 사람과 ‘좋은 인간관계’를 맺으며 살기가 어렵기에 나온 말이다. 이런 인간관계는 요즘 교단에서도 충분히 드러나는 현실이다. "이제 자식 낳아서 교사는 만들지 않겠다"고 말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교육은 어찌되라고? 걱정이 앞선다. 이러한 걱정을 해야 하는 것이 우리 교사의 양심이다.

 

교사는 매일 일일재판관으로 아이들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저울질해줘야 하고, 때론 부모가 되어 다독여줘야 하고, 눈높이를 낮춰 친구가 되어주어야 한다. 모든 교사에게 하루하루 생기는 이런저런 일들을 수기로 쓰라고 과제를 준다면 기가 막혀 입을 다물지 못할 일들이 구구절절 많을 것이다. 교단 수기는 우리 교사에게 상을 받는 기쁨 이전에 생활의 일부이고, 일기이고, 교직에 몸 담고 있는 교사라면 모두가 공감하는 시대적 기록물이라는 생각이다.

 

수기 속에는 그 시대의 교육적 상황과 환경이 모두 묻어나 있는 자료로서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본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다사다난한 일들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해결하며 보람으로 승화시키는 다른 교사들의 슬기와 지혜로움, 사랑과 인내가 숨어 있다. 급변하는 시대의 학교에서 여러 가지 역경을 슬기롭게 이겨내며 꿋꿋하게 교육을 위해 헌신하고 계신 분들의 더 많은 수기가 응모되어 다른 교사들에게 참교사다워지기 위한 위로와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다. 서로의 현실 공감으로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생각과 방법을 나눠 가지는 숨터로써 수기의 창이 교육신문에 더 크게 자리하기를 기대한다.

 

또한 모든 교사가 교직에 몸담고 있음에 자부심을 가지고 감사하며 굳건하게 끝까지 머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내년이면 퇴직이다. 평생 잊지 못할 제자와의 이야기를 글로 표현한 것인데 상까지 받게 되어 잊지 못할 추억도 가지게 되었다. 상을 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