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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김민수의 세상 읽기 ⑥] 이스털린의 역설(Easterlin paradox)

인간은 행복하게 살기를 원한다.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행복을 달성할 수 있는 삶의 현실적 수단을 확보해야 한다. 현대에 돈은 여러 다양한 삶의 현실적 수단을 확보하는 데 가장 효율적이다. 그래서 돈을 더 많이 획득하는 것 즉, 소득을 늘리는 것은 행복한 삶을 위한 가장 일반적인 척도가 되기도 한다. 

 

전통적인 경제학에서는 소득의 증가가 행복을 증진 시키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것에 의심을 달지 않았다. 개인의 소득이 늘어나면 삶의 수단을 확보하기 위한 예산을 늘릴 수 있기에, 더 많은 효용을 충족시켜 행복한 삶의 척도가 상승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개인이든 국가든 소득을 늘릴 것이 경제 정책의 주된 방향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이러한 전통적인 주류 경제학에 의문을 제시하는 하나의 역설적인 이론이 있다. ‘이스털린의 역설(Easterlin paradox)’이 그것이다. 미국의 경제학자였던 리처드 이스털린(Richard Easterlin) 교수가 1974년에 처음 주창했다는 점에서 그렇게 부른다.

 

이스털린은 소득의 증가가 행복의 척도를 결정한다는 기존의 경제학의 신념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면서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어 기본 욕구가 충족되면 소득이 증가해도 행복은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다’는 이론을 발표했다. 그의 연구는 1946년부터 1970년까지 부유한 국가뿐 아니라 공산권, 아랍권, 동아시아권 등 가난한 국가 등을 모두 포함한 전 세계 30여개 국가에서 정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설문 조사에 근거한다. 

 

조사의 표면적 결과는 우리의 상식에 부합한다. 즉, 모든 나라나 모든 지역에서 소득수준이 개인의 행복도에 비례한다는 것이 나타난다. 소득이 증가하면 생활을 영위하는 수단의 확보, 그리고 건강 상태를 유지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에 그만큼 더 행복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심층적으로 보면 소득의 증가가 일정한 수준 지점을 지나면 개인이 만족하는 행복도가 소득의 증가만큼 비례하지 않는다. 이스털린은 당시의 연구에서 비누아투, 방글라데시와 같은 가난한 국가에서 오히려 국민의 행복지수가 높게 나타나고, 소득 증가의 일정 수준 이후 미국이나 프랑스와 같은 선진국에서는 오히려 행복지수가 낮게 나타나는 것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소득 증가와 행복지수는 정비례한다는 것이 오류임을 밝혀낸 것이다. 이러한 소득 증가와 행복도 사이의 비율의 불일치를 두고 ‘이스털린의 역설’이라고 오늘날 부르는 것이다. 상식을 깨는 이러한 역설적 결과는 왜 일어날까? 그 이유는 사람의 욕구 수준이 소득 증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욕구 수준이 낮은 상태에서는 소득수준의 비율이 증가하면 그에 따라 행복감이 더 늘어난다. 그러나 일정 수준 이상으로 욕구의 수준이 높아지면 같은 소득수준의 비율이 증가하더라도 행복감이 더 늘어나지 않는다. 

 

소득수준이 늘어나더라도 욕구의 수준이 소득수준 이상으로 늘어나면 행복감은 전혀 증가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오히려 줄어드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 왜냐하면 여가 시간, 가사 노동, 대기 오염, 복잡한 교통 등 일상생활에서 행복과 관련된 요소들에서 기회비용이 증가하면 소득이 증가하더라고 행복감은 오히려 감소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결국 소득의 증가 비율은 행복을 증진 비율과 정비례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 반대사례들도 있는 셈이다. 

 

물론 소득의 증가가 행복 증진에 중요한 요소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소득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증가시킨 사람이 꼭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다. 그러기에 이런 말이 가능하다. 부자라고 해서 모두 행복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부자 중에는 행복감이 가난한 사람보다 더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러기에 단지 소득을 증가시키는데 삶의 에너지를 쏟지 말고, 내가 욕구하는 행복이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끔은 주변을 돌아보면서 또 가끔은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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