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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창가에서] 상우의 손을 잡은 친구들

보건실에서 긴급한 전화가 울려왔다. 우리 반 학생이 크게 다친 것 같다고…. 지체 없이 보건실로 향했고, 잠시 뒤 한 학생의 등에 한 상우가 업혀 왔다. 상우는 발뒤꿈치 부상을 당했는지 혼자 걷지 못할 정도였기에 지나가던 3학년 선배의 도움을 받은 것이었다.


부축 의자에 앉아 보건선생님의 응급처치를 받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원래 내성적이고 말이 없는 아이인지라 조금 아픈 것 같다고 말하기에 그리 믿었지만, 정형외과 전문의에게 가서 진료를 받는 것이 좋겠다는 보건선생님의 의견에 곧바로 병원으로 데려갔다.

 

학교폭력에 힘들어하던 아이
병원에서는 뒤꿈치에 금이 가고 갈라져 1차 의료기관에서는 치료가 어려워 천안에 있는 대학병원에서 치료해야 한다는 소견을 받았다. 담임으로서 걱정이 컸지만, 하루 뒤 상우 어머님과 통화를 통해 수술이 잘되었다는 소식에 그나마 안도했다.


요즘 상우가 반 친구들과 농담이나 장난치는 모습이 학기 초보다 훨씬 많아지고 밝아져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상우가 중학교 당시 학교폭력에 힘들어했던 시절이 있었음을 상담을 통해 알았다. 지금 고 2가 되었는데도 그때의 트라우마로 한 달에 1번 정도 서울의 병원으로 심리치료를 하러 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과거의 남모를 어려움을 알기에 담임인 나도 학급 친구들과 어떻게 잘 교감하고 어울리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조회나 종례 때 혹은 수업에 들어가면 학기 초에는 늘 말이 없고 친한 사람도 적어 보이는 것이 여러 번 포착이 되었고, 여러 가지 방법을 찾던 중에 짝꿍을 의외의 친구와 해주면 훨씬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나는 새 학기가 시작하고 한마디도 이야기를 나누어보지 않은 금배와 짝을 맞추어 주었다. 나의 예상은 적중했다. 상우는 학기 초 어두운 표정이 아닌 주위 친구들과 장난도 치고 쉬지 않고 말하는 수다쟁이가 되었을 정도로 밝은 모습으로 학급 친구들과 친해졌다.


짝꿍인 금배가 나름 상우를 챙겨주고 가까워지다 보니 친구들이 주위에 모이면서 학기 초의 어두웠던 모습은 사라졌다. 담임으로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쯤 상우가 발을 다치고 아이들에게 상우가 다친 것과 수술 소식을 전하면서 방학이 시작되면 상우의 병문안을 가자고 제안했던 것이다. 친구들의 방문에 반색을 하면서 맞아주는 모습에 한 시름을 놓았다. 함께 병문안을 가준 친구들도 기특했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보면 학교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가족보다 많은 것이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교실이라는 공간 안에서 1년 동안 같이 살면서 서로 말 한마디 나누지 않고 새 학년으로 올라가는 학생도 있었다. 내가 맡은 반에는 이런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서로를 배려하고 소통하는 가족과 같은 마인드를 갖자고 아이들에게 늘 강조했다.

 

트라우마 극복한 모습에 보람
학교도 작은 사회이자 공동체인만큼 아이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어려움이 있을 때 도움을 주고, 같이 웃고 웃으며 우정을 나누는 것이 담임교사의 바람이다. 늘 씩씩한 것처럼 보여도 남모르는 아픔과 고민이 있을 때 곁에서 따듯한 마음으로 받아줄 수 있는 그런 친구들이 모인 반을 이루는 것이 나의 학급경영이자 교직관이다.

 

개학 후 등교하는 상우의 손을 잡아주고, 상우의 가방을 내 것처럼 들어주며 우리 반 친구들이 상우의 다친 발이 되어 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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