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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연구

“창의적 놀이터 만들기 교사들이 나섰다”

뛰어놀 공간 턱없이 부족하지만
아이들은 ‘천편일률적 시설’ 외면

생태·모험·휴식이 조화 이루고
호기심과 상상력 자극할 수 있어야
“아이들 눈높이 맞추는 게 우선”

 

놀이터 안전사고 5년간 2149건
놀 권리·사고 예방 모두 이해하는
교사들 의견 반영해 설계해야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어느 학교를 가나 천편일률적인 놀이터들. 같은 색과 형태, 자재로 만들어진 시소와 그네,  철봉들은 지루하고 무료하다. 놀고 싶던 마음마저 사그라지는 오늘날 학교 놀이터의 안타까운 풍경이다.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는 학생들…. 그러나 마음껏 뛰어 놀 공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방과 후에는 학원에 가느라 아파트 단지나 마을의 놀이터는 이용이 어렵다. 학교 놀이터의 활성화가 절실한 이유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외치는 요즘, 학생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창의적인 학교놀이터의 조건은 무엇일까. 한국교육신문과 한국초등체육교육연구회가 공동기획 ‘학교놀이터를 살리자’를 연재한다. 첫 순서로 연구회가 전국의 우수 놀이터를 찾아 떠난 현장 연수를 동행 취재했다.
 

12일 세종시 원수산 달메뜰 근린공원. 산책로를 따라 10여 분 올라가자 숲 속에 자리 잡은 거대한 놀이터가 나타났다. 철제 지지대를 활용해 설치한 그물터널과 미끄럼틀이 제법 높은 위치에 있어 아이들의 담력과 모험심을 기르기에 좋다. 놀이시설 주변에는 생태연못과 각종 식물들에 대한 표지판이 자연경관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마음껏 뛰어놀며 호기심을 충족하기에 모자람이 없어 보인다. 연수에 나선 10여 명의 교사들은 자재를 만져보고 직접 그물과 미끄럼틀을 통과해보면서 안전사고의 위험은 없는지, 휴식 공간은 충분한지, 다양한 놀이가 가능한지 등을 꼼꼼하게 체크했다.
 

다음으로 찾은 곳은 금강수변공원의 ‘숲바람 전기놀이터’. 이 놀이터는 자전거처럼 생긴 모양의 놀이기구에 탑승해 직접 발을 굴리면 전기가 발생되는 시설로 아이들에게 전기 발생의 원리를 이해시켜주는 것은 물론 운동과 놀이를 함께 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교사들은 레일을 따라 페달을 굴리면서 전기놀이터의 원리를 체험하고 이런 시설을 학교 현장으로 가져올 경우 어떤 보완이 필요한지 심도 있는 논의를 이어갔다. 
 

이들은 두 놀이터 외에도 2박 3일의 일정 동안 전북 고창에 위치한 책마을해리, 광주 낙낙놀이터, 광주 마지초의 엉뚱 공작소, 순천 기적의 놀이터 1~4호까지 전국의 유명한 놀이시설 20여 곳을 돌아보면서 학교 놀이터의 현실과 문제점을 짚고, 나아갈 방향을 모색했다.
 

“모래밭이나 물만 있어도 스스로 지형지물이나 언덕, 댐을 만들면서 재밌게 놀았던 옛 생각이 났어요. 여기에 아이들의 흥미를 끌 수 있을 그물이나 밧줄, 터널 등 적절한 기구만 조합해도 충분하다는 걸 깨달았죠. 비싼 디자인 컨설팅이나 거창한 공사를 하지 않고서도 교사와 아이들이 눈높이를 맞추고 놀이의 기본요소에 충실하면 얼마든지 멋진 놀이터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어지환 서울광진초 교사) 
 

연수에 나선 이유도 “마음껏 떠들고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다운 놀이터. 교사들이 만들어 보자”는 취지에서다. 지난해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전국의 놀이터 수는 총 7만978개이며 이 중 학교 놀이터는 6392개로 전체 놀이터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그마저도 이용 시간과 공간에 제약이 많은데다 획일화된 모습이어서 창의적인 놀이보다는 기구를 반복적으로 이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대부분의 놀이터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 채 방치되기 일쑤라는 것.
 

 

놀이터 안전사고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재난연감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2012~2016)간 놀이터와 유원지 놀이시설에서 발생한 사고는 총 2149건이다. 사망 34명, 부상 1875명 등 총 1909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놀이시설의 확충과 함께 안전성 확보 또한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런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현재 각 시‧도에서는 다양한 방식의 놀이터 공간 재구조화 사업이 진행 중이다. 서울시교육청은 2017년부터 신현초와 장원초를 대상으로 ‘꿈을 담은 놀이터’를 시범 개장한 이래 어린이 놀이공간 재구조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세종, 대구, 충남, 경북 등도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교사들은 “사업 준비 단계에서부터 학생, 학부모, 교사, 학교관계자들이 모여 계획을 짜고 그에 맞는 예산을 교육청 및 지자체, 기업에서 후원하는 형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이 과정에서 현장 교사들의 의견이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갑철(서울보라매초 교장) 한국초등체육교육연구회 고문은 “대부분 학생들이 직접 기획하고 디자인하는 콘셉트로 진행되다보니 자칫 안전이나 교육적인 측면을 놓칠 우려가 있다”면서 “여러 신체활동을 자유롭게 하면서도 안전을 확실히 보장할 수 있는 놀이시설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어린이들의 놀 권리와 놀이의 가치를 이해하면서 안전까지 함께 고려할 수 있는 교사들이 놀이공간 기획단계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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