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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연구

교내에 카페가! 현관이 놀이터라고요?

<학교놀이터를 살리자>

광주 극락초
학생 아이디어 반영된 ‘소통 공간’
지역주민도 활용하는 명소로 변신

 

 

전북 책마을해리와 삼우초를 지나 둘째 날 탐방 주제는 ‘어린이들과 함께 만든 놀이터’다. 그 첫 번째 방문지는 광주 극락초. 이름부터가 ‘극락’이라니…. 뭔가 이 세상에서 느끼지 못할 것들을 느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갖게 했다. 그곳에서 처음 만난 공간은 바로 ‘통’. 이름부터 함께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다. 학교 안에 마치 카페같이 꾸며놓은 그 공간을 처음 봤을 때는 ‘좋다’라는 막연한 생각뿐이었지만, 어떻게 만들어지고 활용되고 있는지 듣고 나니 ‘소통’이라는 두 글자가 마음속에 쾅 하고 박힌 느낌이었다. 
 

우리마을 사랑방 ‘통’은 만들 때부터 테라스, 소파, 미러볼, 영화관 등 학생들 스스로 원하는 것에 대한 요구를 이야기했고 학교는 그것을 최대한 담아 내 만들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공간을 수업 시간 및 방과후 교육활동의 장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점심시간에는 학생회에서 직접 메뉴를 정하고 차와 쿠키를 판매하는 카페를 운영한다. 또 방과후에는 학생 뿐 아니라 지역주민들이 활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었다. 다소 폐쇄적인 학교문화를 경험한 나로서는 어떻게 활용하고 싶은가에 따라서 학교와 지역사회의 구성원들이 그곳을 마음대로 변형해 사용할 수 있는 것 그 자체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낙낙놀이터’였다. 학교에서 바람이 가장 잘 통하고 시원한 곳이 현관이기에 이 에 학생들이 쉴 수 있는 평상을 놓자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낙낙놀이터는 이제 학생들의 즐거움으로 가득 찬 놀이터로 변신했다. 보통의 학교 현관은 선생님의 조용히 하라는 말과 눈빛을 피해 빨리 지나가는 곳이다. 하지만 극락초의 현관은 친구들과 다양한 놀이를 하며 즐길 수 있는 곳, 음악을 들으며 쉴 수 있는 곳, 한 겨울에는 따뜻하게 앉아서 친구들과 이야기 할 수 있는 곳으로 가장 즐거운 놀이 공간이 됐다. 실제로 우리가 방문했던 날은 방학이었는데도 여러 명의 학생들이 그곳에서 웃으며 즐겁게 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필자가 이 학교 학생, 그리고 선생님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극락초에는 이외에도 밧줄 놀이터, 바닥에 그려진 다양한 놀이들, 건물 뒤 놀이터 등 어느 공간하나 버려진 곳 없이 다양한 것들로 채워져 있었다. 이 학교에서 근무하는 선생님들 열정 그리고 학생들을 생각하는 마음에 많은 감동을 받았다. 무엇보다도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학생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이런 공간들이 하나의 모습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변화하고 발전된다는 점이었다. 변화하고 싶은 것에 대해 의견을 내고 새로운 모습을 직접 이끌어 내는 과정을 경험한 학생들이 성인이 됐을 때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갈 모습을 상상하니 너무나 행복해졌다. 마치 극락에 온 것처럼 말이다.

 

광주 마치초
자투리 공간에 가득한 ‘즐길 거리’
학교 시설 활용방안의 좋은 예시

 

 

두 번째 학교는 광주 마지초다. 이름부터 독특해 학교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끌었다. 마지초는 앞으로 우리나라 공교육에서 학교 내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를 보여주는 좋은 학교라고 생각한다. 연구회 활동과 관련해 지난해 조진일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시설연구센터 연구위원이 쓴 ‘주요국의 학교 공간 조성 사례와 한국에 주는 시사점’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연구는 공용공간을 편안하고 안락한 공간으로 조성해 사용하는 외국 학교와는 달리 우리나라는 기본적인 기능으로만 사용한다는 것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마지초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학교 내 자투리 공간마다 학생들이 수업 시간과 쉬는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는 곳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매 층별 이동통로에는 나무로 만든 무대와 다양한 놀이도구들, 가상현실(VR) 스튜디오, 많은 생각을 표현하고 그려볼 수 있는 칠판, 탁구대가 설치돼 있는 엉뚱발랄 놀이터까지 쉬는 시간에 즐길 거리가 가득했다. 또 넓은 자투리 공간에는 층별로 특색 있는 공간들이 꾸며졌다.

 

‘도란도란 쉼터’에는 앉아서 책을 보며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과 미끄럼틀을 타며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놀이시설이 있었고 ‘푸른솔 꿈 나눔터’에는 피아노, 음향기기, 전신거울, 미러볼이 설치돼 있어 학생들이 좋아하는 춤과 음악을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조성돼 있었다. 방학이라 학생들이 직접 사용하는 모습을 볼 순 없었지만 학생들이 있는 모습을 그려만 봐도 좋아하는 표정을 느낄 수 있었다. 
 

마지초의 하이라이트 공간은 ‘엉뚱공작소’였다. 목공 수업이 진행되는 공간이었는데 학생들이 쓰기 편하게 잘 정돈돼 있는 도구들, 고가의 전문 목공도구들을 비롯해 학생들이 직접 나무로 만든 자동차를 보자 첫눈에 반하게 됐다. 교감선생님께서는 ‘엉뚱공작소’에서 제작한 작품으로 교내 화장실에서 사용하는 휴지통, 교실 간판, 교내 곳곳에 보이는 나무 의자, 심지어 자투리 공간에 설치돼 있는 나무 무대까지 채웠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자 그곳은 단순한 수업을 하는 교실이 아니라 학교와 학생들이 소통하고 학생들이 사용하는 공간을 직접 꾸밀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의미 있는 놀이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광주에 있는 두 학교를 보며 놀이터가 무엇일까에 대한 사고를 확장할 수 있었다. 학교 공간을 학생과 교사 그리고 학부모 및 지역사회가 만들어가는 것 자체가 학생들에게 다른 차원의 놀이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학생들이 학교라는 일상생활 공간에서 필요한 것들을 고민하고 만들어내고 운영하는 과정을 통해 책에서는 배울 수 없는 진정한 민주시민의식을 배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놀이터에서 놀아본 학생들이라서 그런지 두 학교의 자치활동이 매우 성숙한 느낌이 들었다. 교사로서 학생들을 위해 기다려주고 도움을 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 지 알기에 두 학교에 계시는 선생님들이 너무도 대단하다는 것 또한 느껴졌다. 방학 중에도 직접 나와 학교를 안내 해 주신 광주 극락초와 마지초 선생님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표한다.
 

앞으로도 한국초등체교육연구회는 대한민국 초등학교와 놀이터가 어린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하는 장이 되도록 그 기준을 정하고 현장에 어떻게 적용이 가능할지 지속적으로 연구할 것이다. 전국의 모든 초등학교가 행복한 어린이들이 지내는 곳이 되는 그날까지 노력할 것이다. 최태경 서울오류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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