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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우리는 한때 고대 일본에 선진문명을 전하며 섬나라의 번영에 문을 열어 주었던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근대에 와선 나라의 문을 꽁꽁 걸어 잠그고 폐쇄정책을 유지하는 관계로 상황은 크게 역전되어 마침내 그들이 우리를 식민지로 통치하며 수탈과 학살의 빌미를 제공한 통한의 시기를 보냈다.

 

현대에는 그 역전된 국력의 연장선에서 아직도 우리를 속국으로 간주하며 경제보복을 일삼고 우리의 영토를 자국화하려는 역사왜곡의 뻔뻔한 작태를 보고 국가적인 속앓이를 할 뿐이다. 이것은 우리가 자초한 결과이기에 그 후유증을 언제까지 안고 가야만 할 것인지 국민적 각성이 새삼 필요한 때이다.

 

그렇다면 양국 간의 엄청난 국력의 차이를 발생시킨 요인이자 국가번영의 요체는 무엇일까? 논자에 따라 여러 가지 반응이 나올 수 있다. 혹자는 ‘군사력’이라고 말하고, 또 다른 이는 ‘부’라고 주장하기도 하며 또는 ‘리더십’이라는 말한다. 어느 주장이든 일리가 있어 단언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역사를 통해 귀납적으로 추론해보면 ‘개방성’이란 공통분모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간단하게나마 세계사를 고찰해보자. 마케도니아는 알렉산더 대왕의 영웅적 리더십이 돋보이는 걸 부인할 수 없지만 정복지의 문화와 관습을 존중했던 만인동포주의 내지 세계주의라는 개방성을 간과할 수 없다. 동서양의 문화를 융합한 헬레니즘은 어쩌면 필연적 귀결이었다. 로마는 조그만 산골짜기 마을에서 발흥하였으나 대제국을 이루어 천 년을 번성했다.

 

‘팍스 로마나’를 누렸던 근원은 뛰어난 통찰력과 원대한 포부를 가지고 패자들까지도 포용한 개방성에서 찾을 수 있다. 몽골은 몽골고원에 살던 유목민이 건설한 역사상 가장 큰 대제국이었다. 칭기즈칸은 저항하는 도시의 주민을 학살하기도 했지만 피정복민이라 하더라도 유능한 인재를 수하에 두었고, 다양한 종교를 용인하고 타민족과의 혼인을 장려하는 등 개방성을 통치이념으로 삼아 몽골민족의 수적 열세와 문화적 후진성을 극복하였다.

 

에스파냐의 경우, 무슬림과 유대교를 포용하는 개방성을 유지한 시대는 세계패권국의 번영을 누렸으나 나중에 무어인과 유대인을 배척하는 폐쇄성으로 인해 그 바턴을 네덜란드, 대영제국으로 넘겨주었다. 네덜란드는 비록 작은 나라이긴 했지만 에스파냐에서 쫓겨 온 유대인을 받아들이는 개방정책을 적극 펼침으로써 잠시나마 세계패권국으로 등극할 수 있었다.

 

대영제국은 다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연구하고 세계와 소통하는 열린 자세로 해가 지지 않는 나라를 구축하였다. ‘팍스 브리타니아’는 그 개방성의 결실이었다. 미국은 기회의 땅으로 소문나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등지에서 다양한 인종들이 구름같이 몰려들어 마침내 인종의 용광로가 되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지금까지 독보적으로 세계패권을 유지하는 까닭은 개방성의 원동력이 내재적 구성요건에서 유래하기 때문이다.

 

그런 반면에 대한민국은 오천년 역사를 통해서 한 번도 패권국으로 행세한 적이 없다. 좁은 국토, 지정학적 위치 등 주어진 환경 탓일 수도 있고, 적은 인구, 영웅적 리더십의 부재, 국론분열 등 사람 탓일 수도 있다. 여러 가지 구차한 이유만을 댈 수는 없다. 우리 역사에 영웅이 없었다고 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우리가 자랑하는 단일민족국가라는 특성이 오히려 개방성을 가로막은 요인으로 작용한 듯하다. 병자호란의 삼전도 굴욕과 구한말의 한일합방은 폐쇄성의 종결자다. 개방성이 국가 번영의 요체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최근 나라가 극히 어지럽다. 국론 분열이 가져다 준 후유증이 어떠할지 앞이 보이지 않는다. 거의 내란수준이다. 이제 ‘우리민족끼리’라는 폐쇄성을 접고 포용과 관용이라는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할 때다. 더 이상 우리 역사는 광화문 앞에 도끼를 들고 나와 국가의 개방에 제동을 걸고 이를 우국충정으로 간주하던 우물 안의 개구리를 벗어나야 한다. 국가의 문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마음의 문도 활짝 개방하여 민족의 생존을 도모할 때이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