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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도시 밖 학생도 좋은 교육 받아야

예기치 못한 바이러스가 세계를 덮친 후, 학교는 사회의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공포에 위축돼 있다. 계속되는 개학 연기로 학교는 아이들과 3월의 시끌벅적한 시간을 갖지 못하고 있다. 아이들이 없는 학교의 죽은 듯한 적막이 교육자로서의 생명감을 앗아가는 기분이 든다.
 

보호자 격차가 디지털 격차로

 

세계적인 전염병이 백신도 없는 채로 진정세를 보이지 않는 지금, 교육 행정당국은 신학기의 시작을 4월까지 미루고 학교급별 순차적 온라인 개학을 발표했다. 학생 안전과 전염병 예방을 위해 등교를 허용할 수 없으면서도, 학습이 기약 없이 미루어짐에 따른 결손을 어떻게든 보충해야 한다는 현실과 이상의 타협으로 보인다.

 

온라인 개학이 발표되기 전 개학이 기약 없이 연기되고 있을 때부터 학교는 원격교육 준비로 분주했다. 방학을 줄여가며 교과 시수를 유지하면서도 선생님들은 디지털 교과서나 각종 사이트, 애플리케이션 등을 이용해 등교를 못 하는 상황에서도 어떻게 학습을 이어나갈 수 있는지 열심히 고민하고 준비했다. 교사마다 전부 온라인 강의를 해야 하냐며 인터넷 방송에 필요한 설비는커녕 촬영 장비도 제대로 없는 학교의 현실을 돌아보며 곤란한 표정을 짓는 선생님들도 있었다. 인터넷 방송을 찍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큰 부담을 느끼는 분들도 많았다.

 

부랴부랴 경기도 농어촌에 있는 전교생 40명 규모의 마산초 선생님들은 마을에 넓게 흩어진 농가들을 한두 시간씩 운전해가며 일일이 방문해 교과서를 나눠주고 학생마다 원격교육이 가능한지 알아봤다. 디지털 기기에 어두운 노쇠한 보호자들은 문자 알림으로 오는 교원평가조차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고, 과제를 인쇄해 활동할 수 있는 프린터가 없기도 했다. 마산초는 디지털 격차와 정보 접근성이 비껴가는 경계선 위에 있었다. 학생들은 오랫동안 보지 못한 선생님들을 보고 반가워 깡충깡충 뛰며 반가이 맞이했다.

 

학교 교육이 빛이 바래지 않는 의미를 갖는 것은 공적인 의미 때문이다. 학교 교육은 다양한 통로로 양질의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더 나은 인격을 갖춘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함은 물론 학교 교육이 아니면 제대로 된 배움과 사회적 경험의 기회를 얻기 힘든 학생들이 더 나은 삶을 위해 힘찬 걸음을 걸을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외진 마산리에 아직도 학교가 있는 것은 도시 문명의 바깥에 놓인 학생들도 좋은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공공의 정신에 입각한 것이다.
 

환경 좋은 학생만 누리는 교육 

 

아직도 우리나라엔 자기 공부방을 갖지 못하고 끼니를 걱정하며 디지털 도구에 무지하고 자녀의 학습에 큰 관심이 없는 보호자들 밑에서 자라는 학생들이 있다.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덜 자란 이들은 교실에 앉아서도 선생님의 말씀에 집중하지 않고 끊임없이 장난을 친다.

 

이들을 원격교육으로 충만하게 학습시킬 수 있다는 주장은 학교 교육의 제도적 본질을 간과한 믿음이다. 인터넷 강의와 과제 수행만으로 훌륭한 학습 성과를 거둘 수 있는 환경과 능력을 갖춘 학생만을 위한 교육이 과연 외딴 섬, 깊은 산골에까지 학교 건물을 짓고 온갖 결함과 씨름하는 학생들이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선생님들을 대신할 수 있는지는 조심스럽게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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