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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우리도 할 수 있어요

매년 장애인의 날은 찾아온다. 십 년 특수교사 생활을 하면서 왜 항상 같은 모습인지 의문이 생긴다. 부모님과 아이들은 여전히 장애로 인해 힘들다. 정답이란 게 없어 힘들다. 

 

장애인도 직업과 책임 원해

 

노력하면 된다고 말할 수가 없는 게 특수교육 현장이다. 장애의 정도는 곧 그 아이의 능력이 돼버린다. 학교에 있는 어느 누구도 학생의 미래를 약속할 수 없다.
 

언젠가 상담 기간에 학부모가 아이의 성장앨범을 갖고 학교에 찾아왔다. 앨범에는 사진뿐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19살이 될 때까지의 기록이 있었다. 담담하게 형식적인 이야기를 하던 나는 그걸 보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부모의 절실한 마음이 느껴졌다. 졸업하고 집에 있는 아이를 보는 것처럼 마음 아픈 일이 있을까?
 

대부분의 장애아는 이처럼 어떻게 해야 남은 인생을 잘 살아갈 수 있는지 모른다. 시설 입소도 직업을 갖는 일도 쉽지 않다. 결국 여전히 고민하지만 여전히 그 자리다.
 

인식개선과 통합교육이 중요한 이유다. 아직까지도 장애인은 무능력하고 돌봐줘야 하는 존재로 여긴다. 물론 그런 경우도 있다. 하지만 많은 장애인은 직업을 갖길 원하고 적절한 책임감을 느끼길 바란다.
 

“장애가 있어요”라고 하면 눈살부터 찌푸리는 사회에서 나 역시 장애를 갖고 직업 생활을 하고 있다. 나의 자리는 약자가 볼 땐 대단하고 강자가 볼 땐 미약한 자리라 큰 목소리 내는 것이 두렵다.
 

알고 있다. 내가 가진 상징성이 얼마나 큰가를. 특수교육 대상자로 통합교육을 받고 대학 입시를 거쳐 이 자리에 있다. 장애를 가진 학생과 학부모의 롤모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도 장애가 부끄럽다. 용기를 내야 하는데 오늘도 사람들의 시선은 나를 향해 있다.
 

어쩌면 장애는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제 엄마도 그래요?’, ‘ 장애인이라고 다 같은 장애인이 아니야’, ‘지능은 정상이야’ 그동안 기억에 남은 말들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장애를 큰 불행으로 묘사한다. 이제 나의 임무는 불행이 아님을 알리는 것임을 알고 있다. 그 용기가 났으면 한다.
 

장애가 있는 교사들은 인식개선 운동에 힘을 쓰려 노력하고 있다. 의무교육으로 장애인식 개선 교육이 있지만, 아직도 각 장애 영역 설명에 지나지 않는다. 장애 교사들이 직접 강의에 나설 기회가 있기를 희망한다. 학생만이 아니라 학부모와 동료 교사 그리고 사회 전반에 말해주고 싶다.
 “할 수 있어요.” 

 

장애가 있어도 잘 살 수 있게 

 

십대 아이들은 티브이 속에 현란한 아이돌 가수의 모습을 선망한다. 화장도 잘 하고 싶고 춤도 잘 추고 싶다. 그러다 몸이 기울고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운 친구를 보면 왠지 어색하다. 그 친구가 말을 걸어올까 봐 피하기도 하고 적절한 친밀감을 표현해도 더 이상 친해지지 못한다. 비바람을 맞으며 서 있는 가로등 같은 장애 학생들이 일반교육 속에서 빛을 내주길 희망한다.
 

장애가 없는 편이 좋았겠지만, 이왕 장애가 있다면 잘 살 수 있게 방향이라도 제시해주는 게 어른의 역할이다. 이 글이 누군가에게 인상을 줄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시작이다. 이제 용기를 내어 시작해 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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