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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강마을에서 책읽기 - 한국 풍수의 계보, 도선에서 무학까지

한국 풍수인물사

비 갠 유월의 숲은 밤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산을 감싸고 자잘한 하얀 꽃이 다발로 피어 있습니다. 제가 매주 오르는 산은 무학산입니다. 옛 마산 시가지 서북쪽에서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으며, 크고 작은 능선과 여러 갈래의 계곡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무학산의 옛 이름은 두척산입니다. 신라말 고운 최치원이 이곳에 머물면서 산세를 보니 학이 나는 형세같다 하여 무학산이라 불리게 되었다 합니다. 완월동에서 보면 무학산 줄기를 따라 먼저 몇 길의 절벽으로 이루진 아름다운 암봉인 학봉이 보입니다. 이곳의 다른 이름은 ‘고운대’입니다.

 

최치원이 수양하였다고 전해지는 고운대는 평평한 바위가 우뚝 솟아오른 봉우리로, 무학산의 정기가 넘쳐흐르는 듯하면서 아름다운 합포만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장소입니다. 구름이 고운대를 중심으로 둘러싸고 있기라도 하다면 마치 신선이 사는 곳에 온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고려를 대표하는 천재 시인 정지상, 조선의 이황(李滉)과 정구(鄭逑)를 비롯한 학자들이 이곳을 찾았고, 월영대와 더불어 신선이 사는 곳과 같다고 노래한 명소입니다.

무학산의 풍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상은 학 몸통의 중심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서원골 동쪽에 바위로 이뤄진 학봉은 학의 정수리입니다. 정상 바로 아래 서마지기에서 봉화산으로 이어지는 줄기가 왼쪽 날개. 오른쪽 날개는 대곡산과 만날고개로 이어져 가포만 바다로 닿습니다.

 

제가 사는 완월동은 무학산의 날개 사이에 자리하고 있어서 스스로 명당이라 여깁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문창후 최치원 선생이 천천히 걸어서 고운대로 올랐을 그곳에 있어, 그의 자취가 길가에 나무에 바위에 자취가 남아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글을 쓰다 막힐 때면 고운대가 보이는 완월폭포 근처 공원으로 산책을 합니다. 그리고 고운 선생이 걸었던 그 길을 걸으며 계곡의 푸른 물소리와 오동나무 푸른 잎에 눈을 맞추고 심호흡을 합니다.

 

저의 이런 풍수에 대한 생각을 뒷받침해 준 분이 자생풍수의 탁월한 연구자이자 학문적 입지를 다진 최창조 교수입니다. 최창조 교수에 대한 이야기는 꽤 많이 들었지만 실제로 그의 책을 읽어보지 못하였습니다. 그런데 시절 인연이 닿아 지난 주 최창조 교수의 책 두 권을 읽었습니다. 에세이집 『닭이 봉황이 되다』와 『한국 풍수 인물사』입니다.

 

도선에서 시작하여 무학을 거쳐 동학에 이르는 자생풍수는 비보 풍수와 개벽 사상의 두 기본 사고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어머니의 땅의 병을 고쳐드리고 화를 풀어 안온한 명당으로 만들어 대동의 세상으로 만들어 보자는 것이 그의 생각입니다.

 

풍수는 기본적으로 사람과 땅 사이의 상생 조화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땅을 어머니 혹은 생명체로 여기기 때문에 단순한 물질로 생각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땅을 소유나 이용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합니다. 결국 명당이란 찾을 곳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곳이라는 그의 말에 동의합니다.

 

자기가 사는 곳을 명당이라 여기며 소중하게 가꾸어 간다면 우리가 사는 모든 곳이 아름다운 살림터이고 상생의 장소가 되리라 믿습니다.

 

『한국풍수인물사』, 최창조 지음, 민음사,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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