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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시민단체 위상의 퇴락에 대한 유감(有感)

우리는 일상에서 ‘제사보다 젯밥’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어떠한 명분에 적합한 행위나 원래 목적, 본질에서 벗어나 그 주변을 머뭇거리며 자신의 잇속을 챙기려는 경우에 적용하는 현실 풍자나 비난이기도 하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선 이런 행위를 자주 목격한다. 예컨대 병들고 연로하신 부모를 자식의 도리로 간호하고 봉양하기보다는 유산의 상속에 본심을 집중하는 경우처럼 말이다. 또 학생이 공부는 뒷전이고 맛있는 학교 급식을 먹고 친구와 놀려고 학교에 나오는 것도 비슷하다. 그뿐이랴. 봉사단체에 가입하여 목적에 부합한 활동보다는 자신의 이력을 쌓고 나아가 출세나 금전적 이득을 취하려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런 경우 어떤 면에서는 애교로 가볍게 보아줄 수 있는 수준을 넘어 심각한 도덕적 병폐로 간주될 수 있다. 왜냐면 가식적인 행위로 이중성이 확연히 드러나거나 권력을 지향하고 입신양명하려는 경우는 바로 배신감을 느끼게 되고 본래 순수한 의도의 정체성에 먹칠을 하는 행위로 불명예를 초래하기에 애증이 폭발하기 때문이다. 바로 우리나라 일부 시민단체의 활동이 그렇다.

 

잠시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3권분립! 이는 국가권력의 작용을 입법·행정·사법의 셋으로 나누어, 각각 별개의 기관에 이것을 분담시켜 상호 견제·균형을 유지시킴으로서 국가권력의 집중과 남용을 방지하려는 통치조직원리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3권분립 이론의 핵심은 자유주의적 요청에 따라 국가권력으로부터 국민의 자유를 지키려는 데 그 진가(眞價)가 있다. 이는 적극적으로 국가권력의 능률향상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소극적으로 국가권력의 집중과 전횡을 막으려는 것이며, 국가권력과 그것을 행사하는 인간에 대한 회의적이고 비판적인 인간관에 근거하고 있다. 이처럼 권력의 균형과 조화로움은 민주주의 제도의 핵심이기도 하다. 그런데 행정부의 권력이 비대해져 사법부와 입법부의 존재를 무색하게 하는 일들이 현실에선 버젓이 발생하고 있다. 예컨대, 입법부의 수장(국회의장)이나 사법부의 수장(대법원장)이 행정부의 핵심(국무총리)으로 변신하여 결국은 국가 최고 권력자(대통령)로 등극하려는 경우다. 이는 일종의 3권분립 제도의 파괴요 윤리적 일탈 행위로 국민의 지탄과 저항을 받게 된다,

 

이에 못지않게 드러난 저급한 행위가 바로 시민단체의 권력지향이다. 시민단체는 민주주의의 꽃으로 인정받고 있다.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집단으로 정부와 관련 없는 기구라는 뜻에서 NGO(Non-Government Organization), 시민 사회단체라는 뜻에서 CSO(Civil Society Organization)라고 부르기도 한다. 시민단체는 조직이나 조직의 회원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회 전체를 위해서 활동을 한다. 활동에 필요한 돈은 회원들이나 시민들의 도움으로 마련한다. 시민단체에 가입해서 활동을 하는 건 국민의 정치 참여 방법의 하나다. 선거를 통해 뽑은 대표가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국민들의 뜻을 시민단체를 통해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민주주의가 발전하면서 시민단체의 활동이 점점 활발해지고 있고 종류도 아주 다양해졌다. 옛날에는 주로 노동이나 정치 문제에 관심이 모아졌는 데, 1980년대 후반부터 환경 보호, 경제민주화, 바른 정치, 교육문제 해결, 소비자의 권리, 남녀평등, 전쟁 반대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었다. 이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활동은 명예와 존경심을 가져다주고 사회의 도덕적 기준을 높였다. 그런데 일부 관계자가 정치 권력과 결탁하여 어용으로 활동하거나 시민단체의 존재의의를 벗어나 권력의 하수인 역할로 퇴락하는 것은 심각한 시민의 자존감의 상실과 반발을 유발하게 된다.

 

과거 경제민주화를 주장했던 한 시민단체의 대표자가 정권에 입각하려다 청문회에서 제동이 걸리고 이를 거역하여 강행한 무리수에 결국 중도 사퇴한 경우가 있었다. 최근엔 4.15 총선 결과 현 정부의 여당 의원으로 변모한 시민단체의 대표자도 마찬가지다, 시민단체의 순수한 목적과 행위는 중립적인 위상을 견지해야 활동의 효과와 시민의 신뢰가 크다. 시민의 자발적인 성금과 후원은 시민단체가 오로지 권력을 감시하고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 활동하길 원한다. 용비어천가를 애용하거나 정권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어 추진하는 정책은 시민단체의 존립 근거가 될 수 없다. 오히려 역효과만 크고 정체성을 혼란시키는 주범이 된다. 양심은 순수한 명예와 존중을 지탱한다. 시민단체의 도덕적 타락이 더 이상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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