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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강마을에서 책읽기-언론에 유린당한 개인의 명예에 관한 보고서

카타리나 블롬의 잃어버린 명예

우기입니다. 장맛비는 우수수 내리다 그치고 다시 내리기를 반복합니다. 아파트 앞 화단에 일곱 그루의 배롱나무, 다섯 포기 참나리꽃, 노랑 꽃이 새치름하게 핀 각시원추리 두 포기, 여기저기 피어난 루드베키아가 비에 젖습니다. 창밖을 바라보며 비 내리는 화단 풍경에 눈을 맞추고 잠시 쉬다 글쓰기를 시작합니다. ^^

 

아침 나절, TV를 켜니 유명 정치인의 죽음에 대해 설왕설래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 정치인의 아들과 주변인들도 계속해서 보도자료로 생산되어 인터넷에 떠돌고 있습니다. 그 모습이 과연 진실일까 하는 고민을 합니다. 일부 황색 언론이 선정적인 태도로 누군가의 삶에 대해 보도하고 있는 것이 어떤 영향을 미칠까에 대해 생각합니다.

 

칠월의 독서 모임에서 함께 읽기로 한 책은 하인리히 뵐의 『카타리나 블롬의 잃어버린 명예』입니다. ‘혹은 폭력은 어떻게 발생하고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가’라는 부제가 붙어 있습니다. 이 책은 눈에 보이지 않는 또 다른 폭력 즉, ‘언론의 폭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가정관리사로 성실하게 일하고 절약하여 아파트까지 소유하고 있는 스물일곱 살의 섬세하고 단정한 이혼녀 카타리나 블롬 개인의 명예는 언론의 폭력에 의해 처참히 짓밟히게 됩니다. 그녀는 그러한 결과를 가져온 신문 《차이퉁》의 기자를 살해하고 자수하게 됩니다.

 

이 소설은 시간 구조상 1974년 2월 20일 수요일부터 24일 일요일 닷새간의 사건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시간 구조가 회귀하기도 하고, 화자의 목소리와 증인의 진술과 조사 자료 등이 잘 드러난 보고서 형식의 구성을 취하고 있어 독자의 신뢰감을 더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고 ‘명예(名譽)’라는 단어에 주목하였습니다. 사전적 의미는 ‘세상에서 훌륭하다고 인정되는 이름이나 자랑. 또는 그런 존엄이나 품위’입니다. 그러면 개인의 명예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한 개인이 이 사회나 다른 매체 등에서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존엄이 아닐까요? 자신이 잘못한 일에 대해서는 당연히 책임을 지고 그것에 대한 죗값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잘못한 사람만이 아니라 가족이나 심지어는 피해를 본 사람까지도 ‘신상 털기’를 당하게 됩니다. 이것은 ‘인격 매장’이 아닐까요. 이 소설에 등장하는 카타리나 블롬이 댄스파티에서 강도 용의자를 만나 첫눈에 사랑하게 되면서 언론과 경찰에 노출되고, 한 개인의 명예가 무참하게 짓밟히게 됩니다.

카타리나 블룸의 이야기를 읽으며 이것이 낯설지 않은 것은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타인의 명예를 존중하지 않는 사회는 결코 아름다운 사회가 아닐 것입니다. 개인과 사회가 서로를 신뢰하고 존중하는 매체를 만들기 위해 저부터 노력해야겠습니다.

 

비 그친 화단에 배롱나무 가지가 바람에 흔들립니다. 빗방울이 잎새에 맺혀 빛나는 보석같습니다. 아름다운 주말 오후입니다. 건강하고 행복한 여름살이 되십시오.

 

『카타리나 블롬의 잃어버린 명예』, 하인리히 뵐 지음, 김연수 옮김, 민음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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