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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SW는 따뜻하다”

에듀테크 시대를 연다 ④

 

미국 UCLA 기계 공학과 교수이자 로봇 연구소 로멜라 (RoMeLa)의 소장 데니스 홍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그는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자동차를 만들었던 경험을 통해 인간을 따뜻하게 하는 기술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끊임없이 실패하면서도 도전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단순히 재미 때문도, 돈을 많이 벌기 위함도 아니라고 말한다. 자신의 팀원들과 함께 연구하는 기술, 그리고 그 기술의 결과물이 다른 사람을 이롭게 할 수 있음에,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음에 가슴 뜨거움을 느낀단다. 시각장애인들이 운전할 수 있도록 하는 자동차를 개발하는 것은 시각장애인도 운전할 수 있다가 아니라 그들에게 인간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자유와 독립을 만끽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는 것이 더 중요한 연구 동력이라는 것이다.

 

미래사회의 중요한 키워드, ‘인간을 따뜻하게 하는 기술’

학교에서 학생들과 수업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학생들이 스스로 배움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전달한 지식이 학생들에게 체화되도록 하는 일은 쉽지 않다. 즉, 학생들이 적극적인 학습자로서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동기를 유발하고, 지적인 탐구심을 바탕으로 교사가 전달하는 지식 이상의 것을 스스로 알아가고, 나아가 더 깊이 더 넓게 탐구하도록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최고의 수업’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데니스 홍이 말한 ‘인간을 따뜻하게 하는 기술’은 학생들을 적극적인 수업자로, 미래사회를 이끌어 갈 인재로 키울 수 있는 중요한 키워드가 아닐까 싶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키워주어야 할 6대 역량으로 자기관리역량, 지식정보처리역량, 창의적사고역량, 심미적감성역량, 의사소통역량, 공동체역량을 제시하고 있다. 결국 이들을 통해 학생들이 실제적 삶 속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문제해결력을 키워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예전과 달리 지금의 학생들이 현재 그리고 미래에 부딪히는 문제들은 컴퓨터를 활용하거나 소프트웨어·인공지능·빅데이터 등과 같이 최첨단 기술을 활용했을 때 더욱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이때 자신이 문제해결을 위해 사용한 그 기술이 자신의 문제도 해결해 줄 수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 또는 사회나 세계를 이롭게 할 수 있다면 그때 느끼는 감동과 성취감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시작해 보았다. 세상의 빛이 되는 SW 교육, 인간을 따뜻하게 하는 기술을 활용한 교육으로 우리 학생들의 가슴에 뜨거운 무언가를 심어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말이다. 인위적으로 문제를 제시하기보다는 학생들 스스로 주변 문제에 관심을 갖고 이를 해결해 보도록 하기 위해 프로젝트 학습을 안내하고, 세상을 이롭게 할 수 있는 주제는 스스로 정하되, 그 범위는 유엔(UN)에서 정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속에서 찾도록 말이다. 여기서 제시된 지속가능발전목표란 전 세계 모든 국가가 인류의 번영과 환경보호를 위해 인간·지구·번영·평화·파트너십이라는 5개 영역에서 17개 목표를 추출해 놓은 것이다.

 

 

세상을 이롭게 할 수 있는 17개의 목표

학생들은 17개의 목표 중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목표와 주제를 팀별로 선정해 나름의 해결방법을 모색하고, 이를 해결해 간다. 예를 들어 한 모둠은 다섯 번째 ‘성평등 보장’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주변에서 찾을 수 있는 양성 불평등 상황을 해결해야 할 문제로 선정하였다. 자신과 이웃의 가정에서 흔히 목격할 수 있는 양성 불평등한 상황을 로봇 시뮬레이션으로 구현한 뒤, 이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과 다툼을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 이 역시 로봇 시뮬레이션으로 구현해 발표하는 것이다.

 

 

또 한 모둠의 경우 첫 번째 ‘빈곤층 감소와 사회 안전망 강화’를 해결해야 할 문제로 선정하였다. 이 모둠에서는 EBS 나눔 0700에 방영된 학생사례를 구체적인 문제해결상황으로 설정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을 세워 역시 로봇 시뮬레이션으로 표현했다. TV에 방영이 될 정도로 어려운 환경 속에 있는 다섯 할아버지와 삼 형제들의 이야기를 들려준 뒤, 이들을 돕기 위해서는 단순히 모금활동을 통해 일회적인 경제지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현실적이고, 지속가능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그 방법으로서 지속적인 경제활동이 가능하도록 컨테이너 하우스를 개조, 지역 주민들의 기부물품으로 운영되는 아름다운 가게를 할아버지들이 직접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몸이 아픈 할아버지를 위해서는 스마트 벨과 연동되어 언제든 원격 진료 및 119 지원이 가능하도록 하는 등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였다. 이들의 프로젝트는 RSC(Robot Software Challenge)라는 큰 대회에서 우승하여 미국 스탠퍼드 대학을 직접 방문해 최신 로봇기술을 체험해 볼 수 있는 뜻깊은 기회를 얻기도 하였다.

 

 

SW 교육을 통해 얻은 것은 과연 무엇일까

우리 학생들이 이 SW 교육을 통해 얻은 것은 과연 무엇일까. 프로그램을 잘 만들고, 로봇을 잘 다루는 기술?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학생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얻게 된 것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로봇을 제어하는 기술임에는 틀림없지만 자신의 아이디어가 혹은 자신이 연구한 기술이 내 주변 사람들을 도울 수 있음을, 전 세계 곳곳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그 누군가에게 빛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서두에서도 언급하였지만, 지식의 전달은 쉽다. 하지만 교사가 전달하는 지식 이상의 것을 학생 스스로 알아가고, 나아가 더 깊이 더 넓게 탐구하도록 만들기는 쉽지 않다. Quest Atlantis라는 프로젝트 연구에서 학생들이 학습에 참여하고 몰입하게 하는 주요 동인으로 사회적 책무성(Social Commitment)을 제시한 바가 있다. 이는 학생들이 학습과정에서 부딪치는 문제나 어려움을 해결하면서 어떤 결과에 도달하거나 어려운 학습을 지속하게 하는 원동력은 그 학습의 과정과 결과를 통해 확인되는 학생 본인의 사회적 역할과 의미이다. 이것은 학생들의 학습결과가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내 주변과 지역사회의 개선에 이바지하거나 크게는 우리나라와 세계를 보다 살기 좋은 세상으로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생각과 그 경험이 학생들의 지적·정서적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의미이다.

 

세상의 빛이 되는 기술, 인간을 따뜻하게 하는 기술, 사회적 책무성…. 표현은 다르나 같은 의미를 내포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결코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겠지만 어릴 때 겪는 이러한 경험들 속에서 우리 학생들은 더욱 따뜻한 사람으로, 더욱 행복한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필요한 다양한 기술들을 더욱 현명하게 활용할 수 있는 태도와 역량을 가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남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향수를 뿌리는 것과 같다. 뿌릴 때 자기에게도 몇 방울 정도는 묻기 때문이다’는 탈무드의 명언처럼 우리 학생들이 배움을 통해 남과 더불어 행복한 아이들로 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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