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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이슈 1] 스포츠 스타와 교육감, 그리고 ‘학교폭력 미투’

현재의 유명인이나 공인으로부터 과거에 당했던 학교폭력 피해사례가 상당 기간 봇물처럼 터져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연예인에서 시작하여 체육인, 그리고 공무원으로까지 그 대상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현재가 되어 우리 앞에 나타난 과거의 사태를 돌아보며 지금 우리가 당장 할 수 있고 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이 사태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이후에도 계속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를 이 글을 통해 찾아보고자 한다.

 

하나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학교폭력으로 인해 지속적인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학생과 성인을 찾아 이들이 트라우마를 극복하도록 돕는 것이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가해자에 대한 사회적 단죄와 트라우마를 극복하도록 돕는 것은 서로 다른 차원이다. 언론에 보도되지는 않았지만 학폭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잊었다가도 유사 사태가 보도되면 불쑥 되살아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사람들을 우리 사회가 도울 수 있는 길을 찾아보길 기대한다.

 

다음으로는 현재 터져 나오고 있는 사례들이 미래의 학교폭력을 줄이는 데 기여하는 타산지석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교육부와 교육청, 학교현장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학계와 언론도 함께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사례를 토대로 어린 시절의 폭력 행사가 자신의 미래에 어떻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자신은 잊고 지내더라도 피해자는 얼마나 큰 고통 속에서 살아갈지를 미리 알게 한다면 어린 학생들의 충동적 행동 조절에 조금은 보탬이 될 것이다.

 

 

어떤 핑계도 학교폭력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이번에 드러난 사건만이 아니라 기존의 학교폭력사례, 가해자와 피해자의 졸업 이후 상황 등에 대한 자료를 잘 정리·분석하여 교육자료로 활용해야 한다. 학교폭력문제를 다루는 교육자와 부모만이 아니라 잠재적 가해자와 피해자인 학생들에게도 정리된 사례를 체계적으로 제공하여 충분히 인지하고 경각심을 갖도록 할 필요가 있다.

 

또 하나 해야 할 것은 지금까지 시행해온 정책 성과평가를 통해 학교폭력을 줄이는 데 필요한 시사점을 찾아내는 것이다. 뭐라고 핑계를 대더라도 폭력 행사 주체인 가해자 개인의 책임이 가장 크다. 그러나 이를 제대로 지도하지 못한 사회(부모와 가정, 학교와 교사, 교육청과 국가, 그리고 사회 전반)도 책임을 회피하기는 어렵다. 일례로 학교폭력 사실을 생활기록부에 기재할 것인지에 대한 지속적인 찬반 논란을 들 수 있다. 이명박 정부 당시 생활기록부 기재 찬성론자들은 경고 효과로 인해 학폭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기재 반대론자들은 가해자의 인권과 낙인효과, 그리고 기록에서 벗어나기 위한 과도한 소송전 등을 근거로 삼아 강하게 반대했다. 2019년에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교폭력예방법)」 시행령 등을 개정하여 1) 서면사과, 2) 피해학생 및 신고·고발 학생에 대한 접촉, 협박 및 보복행위의 금지, 3) 학교에서의 봉사 등 가벼운 조치를 받은 경우에는 가해학생이 처분을 충실히 이행했다고 판단되면 생활기록부에 관련 내용을 적지 않도록 했다. 이때에도 다양한 찬반 논란이 진행되었다.

 

찬반논란은 법이 시행되기 전에 그 효과에 대한 예측을 토대로 진행된다. 따라서 법이 개정되거나 되지 못했을 경우 법을 집행하면서 과연 기대한 효과나 문제점이 나타났는지, 아니면 기대와 다른 어떤 결과가 초래되었는지에 대한 지속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관련 법 개정 후에 정책과 제도 성과평가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 학교폭력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면 서둘러서 땜질식 처방을 하고, 수면 아래로 가라앉으면 다시 뒤로 밀어놓았다. 학교폭력만이 아니라 많은 이슈가 그렇게 처리되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학교폭력에 대해서는 보다 지속적이고 근본적인 논의를 이어가기 바란다.

 

이러한 논의를 진행할 때 과거와 달리 이제는 학생들을 논의의 핵심 주체로 참여시켜야 한다. 당사자인 학생들이 그 누구보다 학교폭력의 원인과 효과적인 대책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절실하게 임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자신들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자신들이 분석 및 해결 주체가 되도록 할 때 민주시민으로서의 역량도 자연스럽게 길러지게 될 것이다.

 

스포츠 스타들이 남긴 학교폭력의 상흔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이 제대로 화해하고 사건이 종료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도 필요하다. 학교폭력사태 처리 종료 후 피해학생들이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미래를 열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한 시스템과 예산도 마련되어야 한다. 가해학생들에 대한 지속적인 지도 방안도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관련 교육예산과 인력을 한없이 늘릴 수는 없을 것이므로 기존 학교 인력 중에서 학교폭력문제를 전담할 인력을 찾아볼 필요도 있다. 최적임자는 현행법에 따르면 학교장이다. “학교의 장은 교육상 필요한 경우에는 법령과 학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학생을 징계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지도할 수 있다”(「초·중등교육법」 제18조 1항). 그리고 “교장은 교무를 통할(統轄)하고, 소속 교직원을 지도·감독하며, 학생을 교육한다”(「초·중등교육법」 제20조 1항). 즉, 학생 징계권과 다양한 방법을 통한 지도권 행사는 교장의 권한이다. 교장의 임무에는 교무 통할만이 아니라 ‘학생 교육’도 포함되어 있다. 학교장이나 교감의 업무가 이미 과중하다고는 하지만 학교장이 학교폭력예방 및 처리를 위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역량을 제고하고,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며, 관련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학교장의 고유 업무로 부과하는 방안을 차제에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를 추진할 때 정부나 교육청이 일방적으로 하기 보다는 학교장들을 참여시켜 입장을 최대한 피력하게 하면서 합의점을 도출해가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가해자들에 대한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 이들이 학폭 가해자였던 그 시절, 이들은 대부분 철없는 미성년자였다. 과거의 그들이 저질렀던 폭력에 대한 사회적 단죄와는 별도로 오늘의 그들이 진심어린 사죄를 몸과 마음으로 실천하며 새길을 갈 수 있도록 돕는 방안도 함께 모색했으면 한다. 트라우마 속에서 살고 있는 피해자들의 입장에서 볼 때는 동의하기 어려운 제안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는 범죄자를 대하는 사회의 기본 원칙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보다 근본적 대책 마련을 위한 노력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사태가 진행되고 있는 지금이 미래 지향적 대응책을 마련하기에 가장 좋은 때이다. “피해학생의 보호, 가해학생의 선도」교육 및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간의 분쟁조정을 통하여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고 학생을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육성함을 목적”으로 하는 학교폭력예방법이 2004년 1월에 제정되었다. 그간 27차례의 관련 개정이 이뤄졌지만, 학교폭력이 수그러들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인간사회의 각종 범죄를 없앨 수 없는 것처럼 학교폭력도 없앨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교육을 통해, 법과 제도를 통해 잠재적 가해자와 피해자를 줄여갈 수는 있다. 그리고 발생한 학교폭력을 잘 대처하여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이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울 수는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교육부(교육청)·학교·학부모·학생만이 아니라 이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노하우를 축적해온 시민단체, 학교폭력문제를 전담해온 변호사들이 머리를 맞댈 수 있는 장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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