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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교조주의적 민주시민’, ‘모두의 민주시민’ 아니다

지난 3월,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교육이념으로 자리 잡아 온 ‘홍익인간’ 이념을 삭제하겠다고 나섰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법안을 철회한 촌극이 벌어졌다.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이 ‘민주시민’ 교육을 핵심 가치로 내세운 교육기본법 개정안을 냈다가 스스로 접은 것이다.

 

유명 역사 강사는 이를 발의한 12명을 ‘을사오적’에 빗대어 ‘신축 12적’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민 의원은 또, 같은 날 ‘학교민주시민교육촉진법’ 제정안도 함께 제출했다. 교육이념을 민주시민으로 내세운 교육기본법 개정안을 학교 교육에서 실제 뒷받침하기 위한 법안이다. 지난해 같은 당 남인순 의원과 박찬대 의원이 각각 발의한 ‘민주시민교육지원법안’, ‘학교민주시민교육법안’과 법체계와 내용이 사실상 같다.

 

대한민국 정체성·교육이념 뒤흔든 촌극

 

골자는 이렇다. 교육부 장관이 3년 주기의 학교 민주시민교육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시민단체 활동 경력 인사 등으로 구성되는 학교민주시민교육촉진위원회를 장관소속으로 두도록 하고 있다. 또, 민주시민 교과를 의무적으로 신설해 교육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분히 특정 세력 중심의 논의 구조에서 탄생한 기형적 법안으로 사회적 통합보다는 갈등을 불러오기에 충분하다.

 

때맞춰 교육부에서 2022 교육과정 개정을 위해 연구용역 한 보고서에서도 ‘홍익인간’ 이념을 삭제하고, ‘민주시민’을 중핵적 가치로 내세운 민주시민 교과를 신설할 것을 제안했다.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 하기엔 오랜 기간 손발을 맞춰온 이념·정파주의적 교육 네트워크가 주장해 온 것과 싱크로율이 99%에 가깝다. 이미 답은 정해 있었던 것이다.

 

심각한 것은 이들 교조주의적 집단이 생각하는 ‘민주’의 가치는 사회적으로 합의된 가치가 아니라 점이다. 자신들의 시각과 경험에서 체험한 그들만의 가치편향적 개념에 가깝다. 마치 ‘학생인권조례’에서 ‘인권’이라는 단어에 숨은 정치적 프로파간다(Propaganda)와 같이 ‘민주’와 ‘시민’이라는 거부하기 어려운 표현 속에 감춰 있는 그들만의 민주시민 가치는 국민 다수의 그것과 사뭇 다르다. 여전히 진영논리에서 자유롭지 못한 정파주의적 도그마(Dogma)다. 3~40년 전 민주화 논리에 시계가 멈춘 낡은 이념의 그것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갈 미래세대에게 고스란히 이식하려는 역사 퇴보적 발상이다.

 

사회 합의된 중립적 가치 가르쳐야

 

개인의 성장과 발전이라는 교육 본질적 측면과 더불어, 민주국가에서 교육을 통한 민주시민 양성은 교육이 지향하는 중요 가치이고 오늘을 사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도 이를 부정하지 않는다. 현행 교육기본법에서도 ‘민주시민으로서의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민주국가의 발전…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교육내용의 실질적 방향을 담고 있는 교육과정 총론에서도 ‘바른 인성과 소통하는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을 함양하는 데 중점을 둔다’고 적시하고 있다. 민주시민교육은 사회·도덕 등 관련 중핵 교과는 물론 모든 교과와 생활지도, 학생 자치활동, 그리고 잠재적 교육과정 일체를 통해 자연스럽게 체득하도록 하는 것이 마땅하다. 더욱이,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민주시민의 가치는 좌우 진영이 내세우는 가치를 뛰어넘는 합의된 중립적 가치이어야 한다. 사회적 합의 없는 그들만의 교조주의적 민주시민은 우리 모두의 민주시민이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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