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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학생에게 경어를 쓰는 학교문화를 만들면

미국의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A. Maslow 1908~1978)는 1943년에 발표한 논문 “인간 동기의 이론(A theory of human motivation)”에서 인간의 동기가 작용하는 양상을 설명하기 위해 동기를 생리적 욕구, 안전 욕구, 애정과 소속의 욕구, 존중 욕구, 그리고 자아실현 욕구의 5단계로 구분했다. 그는 각 욕구는 계층화로 배열되어 있어서 욕구 피라미드의 하단부에 위치한 욕구가 충족되어야만 상위 계층의 욕구가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모든 사람들은 존중받고자 하는 욕구를 갖고 있다. 이에 필자는 특히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존중받고자 하는 욕구(need for esteem/respect)에 주목하고자 한다. 존중은 타인으로부터 수용되고자 하고, 가치 있는 존재가 되고자 하는 인간의 전형적인 욕구를 나타낸다. 사람들은 종종 어떤 훌륭한 일을 하거나 무엇을 잘함으로써 타인의 인정을 받고자 한다. 이러한 활동은 사람들에게 자신이 가치 있다고 느끼거나 자신이 무언가에 기여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도록 해준다.

 

사회 교사 A, 40대 후반의 그는 교실에서나 특별실에서나 항상 학생들에게 이름을 불러주고 경어를 사용한다. “○○○, 이것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설명해 줄래요?”, “△△△, 왜 이런 현상이 생긴다고 생각하세요?”, “□□□, 이에 대해 자기 의견을 발표할 수 있을까요?”, “◇◇◇, 참 잘했어요. 매우 훌륭한 설명이네요 (…). 교사와 학생 간에 오가는 말로 언뜻 듣기에 학생이 참 존중을 받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경어를 사용한다. 당연히 학생들은 A교사를 좋아하고 자기들이 항상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에 A교사의 과목까지 함께 좋아한다. 그는 학생들의 교원평가에서도 항상 상위에 해당하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A교사는 젊어서부터 습관이 배어서인지 오히려 수줍어한다.

 

미술 교사 B, 그는 50대 후반의 교사로 정반대의 경우다. 사용하는 언어가 거칠어 학생들은 기피하고 늘 불만의 정서를 촉발한다. 행정실 직원이나 동료 교사에게도 나이가 어리다고 생각하면 바로 말을 놓는다. 그래서인지 늘 학생과 동료 교사, 그리고 일반직원들과 갈등이 많다. 얼굴을 붉히고 언성이 높아지는 것은 흔하고 늘 냉전의 상태를 유지한다. 그러니 그와는 형식적인 업무 관계만 이루어지고 깊이 있는 협조와 진실한 소통, 공감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보다 연장자로서 관리자인 필자도 그를 보면 인간적으로 안타깝다는 느낌이 많다.

 

대학 예비교사 시절, 교육학 교과서와 지도교수는 학생들에게 경어를 사용할 것을 권장했다. 하지만 임용 후에 학교 현장에서는 교사와 학생 간의 위계질서로 이를 실천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A교사처럼 시종일관 행동으로 실천하는 성인(聖人)과 같은 교사가 존재한다. 솔직히 고백하건 데 필자 또한 이를 실행해 보고자 노력을 하였으나 감정 노동자인 교사의 속성상 한순간의 부정적인 감정이 폭발하면 끝내 고성이 오가며 수습하지 못했던 경우가 많았다. 지나고 나면 늘 후회스럽고 성찰의 빌미를 제공하였다.

 

이제 고등학교와 중학교는 물론 초등학교에서도 수업뿐 아니라 모든 학교생활에서 교사가 학생에게 경어를 쓰도록 하면 어떨까.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우하라 는 황금률은 상대방에 대한 존중의 마음에서 연유한다. 학교폭력이 일상화된 요즘 학교에서 학생을 존중하는 언어의 사용은 학폭을 줄이는 역할뿐만 아니라 바람직한 인성교육에도 좋은 효과를 낼 것이다. 나아가 존대하는 사람을 앞에 두고 상호 간에 막말, 갑질, 성희롱 같은 행위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초•중•고를 지나 대학에 이르기까지 어느 교육 현장에서든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경험하는 학생들이 더욱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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