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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칼럼] 고교학점제의 민낯

“국어 쌤이 왜 우리 반 수업에 들어오셨어요? 선생님! 그럼 이번 시간도 자율학습인가요?” 학생이 무심코 내뱉은 한마디는 고교학점제를 적용하고 있는 고등학교에서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대체 학교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수업 시간 줄여 보충 이수시간 부여

 

교육부는 지난 2년간 ‘마이스터고’라 불리는 산업 수요 맞춤형 고등학교에 고교학점제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대상 학교를 순차적으로 늘리는데, 내년에 특성화 고등학교를 시작으로 2025년까지 전체 고등학교에 고교학점제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서 말하는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본인의 희망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선택해 이수하고 일정 기준에 도달하면 졸업으로 인정받는 제도다. 대학교 교육과정처럼 본인의 관심과 흥미에 따라 교과목의 선택권을 보장해 진로를 스스로 설계한다는 좋은 취지로 탄생했다.
 

무엇보다 고등학교 학사 기준을 기존의 ‘단위’에서 ‘학점’으로 바꾸면서 졸업 이수 기준을 204단위에서 192학점으로 완화했다. 종전과 비교해 연간 수업 시간이 170시간 줄어드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학생의 최소 학업 성취율(40% 이상)을 보장한다는 명목으로 보충 이수 시간을 일주일간 부여했다. 문제는 바로 이 시간이다. 
 

교육부가 말하는 보충 이수 시간은 성취율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을 위해 일주일간 별도 과제를 수행하거나 보충 과정을 둔 것이다. 학생 스스로 미흡한 과정을 보완하라는 의미다. 하지만 학생들이 소위 노는 시간(?) 일주일이 생긴 것으로 받아들여 학교 현장은 혼란을 겪고 있다. 모든 교사가 합심해 학생의 최소 학업 성취율을 상회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예기치 못한 외부 작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다른 학교와의 온・오프라인 공동교육과정과 지역 대학이나 연구 기관을 활용한 수업이 어렵다는 이유로 학급 전체가 학교에 남는 경우다. 이때는 다른 학급과의 형평성을 위해 교과 진도를 나가지도, 수행평가를 하지도 못한다. 말 그대로 학생이 방치된다. 

 

교실 수업 파행 이어질라

 

학교는 안 그래도 학기말시험 이후에는 교실 수업이 파행으로 치닫는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교사가 아무리 수업에 열과 성을 다한다 해도 이미 시험을 치른 학생은 교사의 말이 자장가로 들리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하물며 정규 수업 시간에도 이러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고교학점제의 보충 이수 시간은 또 다른 교실 수업의 파행으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

 

“이번 시간은 자율학습인가요?”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학생의 입에서 나온다. 이럴 때면 절로 고개가 절로 숙어지는 자신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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