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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도 쉬는 시간] 명예퇴직에 저항하는 힘

“명퇴를 신청해야겠어. 너무 힘드네.”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종종 ‘명예퇴직(이하 명퇴)’ 얘기를 하게 돼요. 아이들을 대하는 게 힘들어서, 학부모 응대하는 게 힘들어서 명퇴를 생각하시는 선생님들. 교직 생활을 이어가다 보면 가끔 역대급으로 마음을 부들부들 떨게 만드는 인물이 꼭 등장해요. 막장 드라마처럼 말이지요. 수업을 방해하고 학교폭력 사안까지 일으키는 학생. 일상적인 일에도 ‘내 아이가 상처받았어요’라면서 교사를 공격하는 학부모. 업무를 진행하면서 쓸데없이 감정 소모를 하게 만드는 동료.
 

여느 직장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일터도 여러 사람이 모인 곳. 저마다 생각하는 바가 다르고, 이해관계가 달라서 갈등이 일어나기도 해요. 감정 소모를 하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지요. 문제는 그런 감정 소모 덕분에(?) 우리는 ‘그만두고 싶다’라는 마음을 가지게 되기도 해요. 우리의 생각은 곧잘 ‘명퇴’에까지 다다르게 되지요. 오죽하면 ‘명퇴당한다’라는 말까지 나오겠어요. 내 마음은 그렇지 않지만, 이런저런 상황들은 우리를 무기력하게 만드니까요. 답답한 마음에 이런 책, 저런 책을 읽으며 마음의 위안을 찾으려고 노력할 때 눈에 들어오는 구절은 한결같이 이런 메시지를 전해줘요.

 

‘끊어버리세요. 퇴근하면 직장 스트레스를 끊어내야 합니다.’
‘다른 사람이 나에게 쓰레기를 전해준다면 받지 않으면 그만이에요.’
‘타인이 나를 공격한다고 해서 스스로 자신의 삶을 망가뜨리면 안 됩니다.’

 

책을 읽을 때는 고개가 끄덕여져요. ‘그래, 맞는 말이야’ 하면서 그렇게 해 보려고 노력을 하지요. 그런데 쉽지 않아요. 책은 책일 뿐, 나는 나일 뿐이니까요. 내 마음인데도 마음 씀씀이가 의지와는 다르게 움직이는 건 참 안타까워요. 그럴 때 막힌 마음을 깔끔하게 뚫어줄 수 있는 돌파구가 필요해요. 
 

퇴근하면 학교 생각 그만하기. 타인의 감정 쓰레기를 거절하기. 누군가의 감정 섞인 비난을 ‘웃기고 있네’라는 마음으로 흘려버리기. 이런 것들이 가능해지려면 일단 무언가 집중할 수 있는 일이 필요해요. 부정적인 마음을 흘려버리고 활력을 주는 무언가에 집중하는 태도 말이지요. 그럴 때, 우리는 정신분석학자 카를 구스타프 융이 말한 동량의 원리를 느끼게 돼요. ‘어떤 정신적 요소에 있던 에너지의 양이 줄거나 사라지면 같은 양의 에너지가 다른 정신적 요소에 나타나는 일’ 말이지요. 쉽게 말하면 부글부글한 마음이 똑같은 양만큼 산뜻한 마음으로 대체되는 것이지요. 
 

퇴근 후에 여행을 검색하면서 주말에 놀러 갈 계획을 세우는 일. 교외에 나가 바람을 쐬며 바다를 구경하는 상상을 하면 여행을 계획하는 그 순간부터 힐링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아니면, 저녁에 맛있는 요리를 해 먹으면서 혹은 어딘가에서 외식을 하면서 우리의 미각을 자극해 주는 일. 재미있는 드라마를 하나 골라서 정주행(?)하며 킥킥 웃기도 눈물을 찔끔 흘리기도 하며 일상의 스트레스를 멀리하는 일. 자전거를 타거나 운동을 하며 몸을 움직이고 땀을 흘리면서 스트레스를 털어버리는 일. 이런 일들 모두 생각을 끊어내기 위한 돌파구가 될 수 있어요. 좋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몰입은 잡생각이 들어올 틈을 막아주니까요.
 

어떻게 보면 교직은 크고 작은 고통으로 가득 차 있어요. 우리가 명퇴를 당해야 할 만큼 말이지요. 하지만 또 다르게 보면 그런 고통을 흘려보낼 힘도 우리에게 있지요. ‘세상은 고통으로 가득 차 있지만, 그것을 이겨내는 일로도 가득 차 있다’는 헬렌 켈러의 말처럼 우리가 마음먹기에 따라서 상황을 더 건강하게 헤쳐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힘든 일을 겪으며 ‘기승전-명퇴’를 생각하게 될 때. 상황을 이겨 낼 힘이 우리에게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하시면 좋겠어요. 명예퇴직 대신 정년퇴직! 함께 힘내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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