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재주보다 덕 있는 사람이 되라”
우리 말 가운데 외국어로 번역이 되어서는 그 뜻이 정확히 전달되지 않는 말이 한두 개가 아니지만, 그 대표적인 사례가 선비다. ‘학문을 닦아 자신의 뜻을 세우고 권력이나 재물 등 그 어떠한 것에도 흔들리지 않은 채, 심지어 죽음 앞에서도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소신을 지켜나가는 사람’ ― 이것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선비다. 그리고 선비가 지닌 고결한 신념과 생활 자세를 뭉뚱그려 선비정신이라고 부른다. 다른 왕조 때도 그러했지만, 특히 조선왕조 500년을 지탱해준 사회적 기풍은 바로 선비정신이었다. 선비의 신분으로 재야에 있다가 관직에 오르면 군주를 위해 직언을 마다하지 않았고 군주의 노여움을 사게 되어 귀양을 가거나 사약을 받더라도 굽히지 않았다. 번역되기 어려운 또 하나의 사례가 선생 또는 선생님이며 스승이다. 그 단어에는 ‘가르치는 사람’을 넘어서서 ‘정신적 감화로써 사람을 사람답게 키워주는 인격자’라는 뜻이 들어있어, 영어의 ‘teacher’ 또는 ‘mentor’로는 도저히 전달될 수 없다. 최승렬 선생님을 회상하며 마침 스승의 날을 맞이하면서, 필자는 필자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셨던 훌륭한 선생님들을 떠올리게 됐다. 여기서는 그분들 가운데 고등학교
- 김학준 단국대학교 석좌교수
- 2020-05-21 1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