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식을 치르고 정식으로 부부가 되었습니다. 저를 축하해주러 멀리서 직접 와주신 분들도 계시고, 사정이 생겨 못 오신 분들은 다른 분들을 통해 마음을 대신 전달해주시기도 했지요. 이 분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앞으로 차곡차곡 보답하기 위해서는 절대 잃어버리면 안 될 것이 있습니다. 바로 '축의금 기록부'이지요. 결혼할 당시에는 신혼여행에 다녀와 한 번 보고 나서는 오히려 이것을 볼 일이 별로 없었지만 한 해 두 해 지나면서 인생을 살아가다보니 결혼이나 돌잔치 같이 좋은 소식도 있지만, 가족을 여의는 안타까운 소식도 함께 듣게 되어 나이가 들수록 부조를 위해 이 기록부를 많이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 대학 동기 결혼하는데 축의 얼마하지?" "우리 결혼식때 축의금 얼마 했는지 봐볼게. 5만원 했네." "요즘 밥값만 3만원이 넘어. 둘이 가는데 5만원이면 될까?." "5만원? 혼자 가면 몰라도 둘이 가는데 10만원은 해야 하는 거 아니야?" 결혼식 전날이면 어김없이 오가는 저희 부부의 대화입니다. 사실, 축의금의 원래 의미는 결혼을 축하한다는 의미에서 주는 돈이지만 최근에는 그 의미가 많이 변화하는 것 같습니다. 일종의 사
'어느 한 초등학교의 교실, 수업시간에 몇몇 학생이 잠을 자고 있습니다. 선생님도 포기한 것인지 자고 있는 학생들을 깨우지 않고 수업을 이어갑니다. 교실 맨 뒤에 앉은 학생 둘은 열심히 스마트폰으로 연예 뉴스를 검색하고 있군요. 또, 그 옆의 학생은 열심히 교과서를 보는 줄 알았더니 교과서 속에 작은 만화책을 숨겨 몰래 보고 있습니다. '위의 초등학교 교실 속 수업장면은 안타깝게도 현실 속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모습들입니다. 제가 초등학생 시절 때만 하더라도 스마트폰은 있지도 않았고, 수업시간에 잠을 자거나 만화책을 몰래 보는 건 흔한 일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수업 속 모습들은 시대가 변하며 달라진다고는 하지만 시대의 변천으로 인한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보기에는 최근의 수업장면들은 걱정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학교에서 교육의 성패를 좌우할 만큼 가장 중요한 활동은 바로 교실에서의 수업입니다. 수업이 이루어지는 교실은 배우고자 하는 학생에게 교사가 가르치는 수업내용이 전달되는 곳일 뿐만 아니라 교사와 학생 모두 함께 인격적으로 성장해가는 삶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최근의 뉴스들을 보면 학생들의 배움이 일어나는 곳이 학교의 교실 속이 아니라 학원과
어젯밤 9시 오랜만에 반가운 전화를 받았습니다.“선생님, 정말 죄송한데요. 제가 너무 무서운 악몽을 꿨어요. 무서워서 전화했어요.” 어느 새 중학교 1학년이 된 상준이(가명)었습니다. TV를 보다가 깜빡 잠이 들었는데, 괴한이 쫓아오는 무서운 꿈을 꿔서 저에게 전화를 한 것입니다. 상준이의 아직 어린 아이 같은 행동이 귀엽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상준이가 중학교에 입학한 이후 제대로 연락 한 번 해보지 못했던 것에 대한 미안한 감정도 함께 들었습니다. 제가 5학년 담임교사를 할 때의 일입니다. 3월 초 어느 날 교실로 전화 한 통이 왔습니다. 수화기 너머 울음 섞인 소리가 들려옵니다. “선생님, 올해는 저희 집에 기름 넣어주러 안 오시남? 추워서 잘 수가 없어.” “네?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어요. 어떤 기름 말씀 하시는 거죠?”저는 처음에 전화가 잘 못 왔다고 생각했지만 계속 대화를 나누다 보니 우리 반 상준이의 할머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3월 초다 보니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렸는데, 보일러에 기름이 다 떨어진 지 며칠 돼서 방이 냉골이 되었다는 거였습니다. 지난 겨울에는 어떤 선생님이 오셔서 기름을 넣어주셨다고 올해는 왜 안 넣어 주냐
“야! 너 완전 방구석 여포 같아!” 초등학교 5학년 교실의 점심시간에 앙칼진 여학생의 꾸짖음이 들려옵니다. 자세히 들어보니 짝꿍인 남학생의 잘못을 지적해주고 있었는데요. ‘방구석 여포’라는 말이 저에게는 낯설게 느껴져 귀담아 듣게 되었습니다.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보니 평소 학교에서는 조용하고 부드러운 성품을 가진 남학생이 집에만 가면 엄마와 동생에게 그렇게 화를 많이 낸다고 하는 군요. 그래서 짝꿍인 여학생이 가족에게 잘 하라며 애정 어린 충고를 해주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방과 후에 그 여학생을 불러 잠시 ‘방구석 여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소영(가명)아, 아까 ‘방구석 여포’라는 말을 쓰던데, ‘여포’가 누구인지 알아?” “그냥 조금 알아요. 싸움은 엄청 잘하는 데 무식하고 못된 삼국지 게임 캐릭터잖아요.” ‘아! 용맹무쌍한 영웅호걸이었던 여포가 무식한데 싸움만 잘 하는 허세의 캐릭터가 되어버렸구나.’ 저는 삼국지의 인물인 여포가 우리 반 아이들 사이에서 대화의 소재가 된다는 것이 반갑기도 하였지만, 한편으로는 아이들이 여포에 대해 잘못된 이미지를 갖게 된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여러분은 ‘방구석 여포’라는 말을 혹시 들어보셨나요? 이
2016년 3월, 한국의 이세돌 9단과 알파고와의 바둑대결이 있었습니다. 이 세기의 대결은 인공지능의 어마어마한 발전을 느낄 수 있는 의미 있는, 혹은 두려운 에피소드가됐습니다. 그러나 바둑애호가인 저의 마음은 한국 바둑계의 자존심이자 수 싸움의 대가인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에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참 가슴이 아팠던 것 같습니다. 세기의 대결은 시간이 지나면서 저를 포함한 바둑 애호가에게 기쁜 소식들도 들려줬습니다. 바둑의 장점들이 일반인들에게도 소개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중 두 가지만 소개해보겠습니다. 첫째, 바둑에는 수많은 경우의 수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바둑판은 가로와 세로 각각 19개줄로 이루어져 착수할 수 있는 점이 총 361개 있습니다. 게다가, 백과 흑이 서로 번갈아 두기 때문에 어떤 수가 나올지 예상할 수 없습니다. 바둑이 진행될수록 경우의 수는 더욱 무한정 커지는 것이지요. 저 역시바둑을 처음 둔 초등학교 때부터 수없이 많은 게임을 치렀지만 똑같기는커녕 서로 비슷한 바둑조차 없었던 것 같습니다. 둘째, 바둑은 평등한 스포츠라는 점입니다. 물론, 바둑이 스포츠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스포츠로 인정하는흐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