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정부는 전국의 모든 학교에 승하차 구역을 설치하겠다는 ‘드롭존’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9월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일어나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교통사고의 후속 대책이라 할 수 있었기에 그 파장은 유달리 컸다. 그러나 이 소식을 뒤늦게 들은 나는 정말이지 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드롭존(drop zone)’이라는 단어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정부가 외국어 오·남용 부추기나 우선 드롭존(Drop Zone)은 완전한 외국어 단어라서 학교에서 지향해야 하는 국어교육의 목표와는 정확히 상반된다. 부끄럽게도 초등학교 5학년 2학기 국어 8단원 우리말 지킴이에는 이런 식으로 외국어를 남용하면 안 된다는 학습 목표가 버젓이 실려 있다. 게다가 이 단원은 학생들이 실생활에서 외국어를 남용하는 사례를 조사해 발표하는 활동이 포함돼 있으므로, 학생들은 분명히 학교의 드롭존을 제1번 남용 사례로 찾아낼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교사로서 나는 학생들을 과연 어떤 표정으로 바라봐야 할까? 게다가 더욱 부끄러운 점은 심지어 승하차 구역을 뜻하는 단어가 ‘드롭존’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학생들의 승하차 구역을 뜻하는 단어는 ‘드롭오프존(dro
“ㅇㅈ? ㅇㅇㅈ.” 당신이 방금 읽은 이 글자들이 생생한 목소리로 들린다면, 그리고 그 소리에서 혐오스럽고 거북한 감정이 솟구쳐 오른다면 당신은 틀림없는 대한민국의 선생님이다.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 우리 교사들에게 학생들이 하는 말 중에 가장 꼴불견인 말을 위에서부터 단 하나만 꼽자면 단연코 No.1을 차지하는 말은 바로 이 말이 아닐까? “ㅇㅈ? ㅇㅇㅈ.(인정? 어 인정.)” 사소한 말과 습관이 주는 의미 말이 하나의 세계라는 국어교육론 어딘가의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 교사들은 학생들의 사소한 말과 습관에 항상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학생들의 생각이 말과 습관을 통해 표출되는 지점을 마치 새벽의 번뜩임처럼 민감하게 포착할 줄 알아야 한다. 학생들이 서로 주고받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이따금 ‘우리 반 학생들이 인정이라는 두 글자를 필요로 하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리고 그만큼 내가 마음속으로는 학생들을 충분히 인정해주지 않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하기도 한다. 올해부터는 조금이라도 내가 바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유별난 학생을 ‘적응하지 못한 이상한 애’로 볼 것이 아니라 적응하도록
근래에 학생들이 자주 쓰기 시작한 단어를 꼽자면 바로 ‘인싸’와 ‘아싸’가 있다. ‘인싸’와 ‘아싸’라는 말은 각각 ‘insider’, ‘outsider’라는 영어에서 유래했다. TV, 인터넷, 동영상 공유서비스 등에서 매우 흔하게 볼 수 있어 그런지 이 단어를 쓰지 않는 학생들을 찾아보기가 어려울 정도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인싸’와 ‘아싸’라는 단어에는 심각한 문제점이 숨어있다. 바로 계급이다. 진화 거듭하는 그들의 언어 ‘인싸’, ‘아싸’라는 말은 계급을 만들고자 하는 저열한 속내를 감추고 있다. ‘인싸’ 학생들은 외향적이고 인기 있는, 옛말로 하면 잘 나가는 학생이다. 반대로 ‘아싸’는 다소 조용한 성향의 학생들이다. 학생들은 교실에서 이 단어들을 단순한 수평적 차이의 의미처럼 사용하고 있지만, ‘인싸’는 언젠가 ‘아싸’와 거리 두기를 시도할지도 모른다. 사실 학교에서 이러한 관계를 나타내는 단어들은 빠르게 변해왔다. ‘인싸’와 ‘아싸’가 사용되기 불과 몇 년 전에는 ‘일진’과 ‘왕따’가 있었다. 그 이전에는 ‘짱(캡짱)’과 ‘찐따(찌질이)’라는 말들이 존재했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생명체와 같은 언어의 속성일 것이다. 기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