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이 1.1명으로 3년 연속 세계 꼴찌를 기록했다. 저출생·고령화 현상이 지속되면서 우리나라의 0~14세 인구 구성 비율이 12%로 세계평균(25%)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65세 인구 비율은 17%로 세계 평균(10%)보다 높다. 문제는 출산이 아니라 보육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내놓은 많은 처방에도 출산율이 높아지지 않는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어느 하나 시원하게 답을 주지는 못하고 있다. 원인 파악이 제대로 안 되니 처방이 제각각일 수밖에 없고, 안타까운 시간만 흘러 우리나라는 결국 세계 최저의 합계출산율을 기록했다. 얼마 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갈 일이 있었다. 병원 정문에서 멀지 않은 곳에 ○○대학교○○병원 어린이집이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대학병원 어린이집의 존재는 무엇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는 젊은 여교사들의 비율이 비교적 높은 편이다. 육아시간의 활용도가 높은 편이고, 육아휴직 중이거나 앞둔 경우도 있다. 이 여교사들은 저출산의 원인은 보육 문제라는 데 대부분이 공감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나름의 진단을 통해 출산 인센티브와 다양한 복지혜택 등을…
2022-08-19 13:02학교전담경찰관(이하 spo)이 매일 아침 출근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간밤에 일어난 학교폭력 사건들을 챙기는 것이다 최근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A, B 두 중학교 학생들 사이에 일어난 학교폭력 사건이다. A중학교 2학년 ‘기훈이(가명)’는 아파트 복도에 몰려온 16명의 아이들(B중학교)이 현관문을 발로 차며 위협하는 소리에 공포감을 느꼈다. 기훈이는 직접 경찰에 신고할 용기를 내지 못하고 다급히 친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이를 알렸고 친구가 대신 112로 신고했다. 출동 경찰이 작성한 신고 처리표의 사건 개요란에는 “친구 집 앞에 10명 이상이 찾아와 벨을 계속 누른다. 친구를 대신해 신고한다”라고 간단히 적혀 있었다. 먼저 기훈이 학교의 학교폭력 담당 선생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업 중이라 받지 않아 문자로 자초지종을 보내 놓고 학생부장 교사에게 전화를 건다. 역시 받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교감 선생님에게 전화하니 받으셨다. 신고 내용에 대해 알리고 학생과 면담이 가능한지 학부모와 학생에게 의사를 물어달라고 요청한다. 수업으로 바쁜 담당 선생님들을 대신해 교감 선생님께서 면담 준비를 하는 동안 나는 제복을 챙겨 들고 학교로 출발했다. 기훈이를 기
2022-08-18 11:12우리는 자유와 권리, 성과를 중시하는 분위기 속에서 타인을 경쟁의 대상으로 여기며 개인 발전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개인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다. 그 과정에서는 다른 사람의 이익이나 복지보다는 오로지 자신의 이해관계만 우선하는 태도를 보인다. 능력주의 강조…유대감 시들 개인의 능력을 강조하며 타인과의 경쟁을 중시하면 상호 협조와 유대관계에는 무심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만성적으로 외로움에 젖어 있으면서도 이웃과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경우는 별로 없고, 주변의 관여를 오히려 부담스러워하면서 혼자서 자유롭게 지내려고 한다. 그러나 혼자 살기 편한 생활구조와 1인 가구의 증가는 외로움을 유발하는 경향을 보인다. 2020년 한 기관 조사에 의하면 성인의 60%가 외로움을 느끼며, 특히 20~30대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간의 외로움은 우리의 사회성을 차단하고 사회적 접촉을 점점 주저하게 만든다. 10여 년 전에 수행된 미국 브리검 영 대학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개인주의로 인한 지나친 외로움은 조기 사망률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우리는 사생활 보호를 중시하며 철저히 구획화된 아파트에서 생활하면서 이웃에 누가 사는지 알지 못하고 알려고 하지 않는다.…
2022-08-15 08:47초등학교 ‘만5세 입학’ 정책이 많은 학부모와 학생, 교원단체 등 국민적 반대에 부딪혀 사실상 철회되는 분위기다. 이 시점에서 단순히 취학 연령을 낮추는 게 아닌 다른 방식의 접근은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한국, 일본, 호주를 제외한 거의 전 세계가 가을학기제다. 국외 유학을 가려 하는 한국 학생들이 선호하는 북미와 유럽은 거의 가을학기제다. 동남아시아 영어권 국가인 필리핀과 싱가포르도 마찬가지다. 세계 흐름과 엇박자 이 때문에 우리 학생들은 해외 학교 편입, 국내 복학 과정에서 학기가 맞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다. 글로벌 시대임에도 한국 학생들은 1년 유급을 감수하면서 외국으로 유학가는 현실이다. 외국 학생들이 한국으로 유학을 올 때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한다. 학기제를 변경하면 유급하지 않고도 자기 나이에 맞는 학년·학기에 편입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 1~12월에 태어난 학생이 2025년 3월 2일에 초등학교 1학년이 된다. 미국의 경우에 주별로 입학 연령에 약간 차이가 있지만, 1월부터 12월까지의 만 5세를 1학년으로 입학시키는 게 아니라 8월~9월 이전 출생자를 가을에 입학시킨다. 한국도 이제 가을학기제로 변경하는 안을 고민해 볼…
2022-08-13 15:44유엔 인구기금(UNFPA)의 ‘2022년 세계 인구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1.1명으로 조사 대상 198국 중 최하위다. 저출산은 학령인구 감소로 이어져 폐교가 속출하고 기존 학교도 소규모 학교로 전락해 정상적인 학교 기능에 여러 문제가 생긴다. 인구감소에 대한 대응 시급 경기도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 7월 기준 경기도 내 인구소멸 위험지역은 가평, 연천, 양평, 여주, 포천으로 관내 93개의 폐교가 있다. 이뿐 아니라 지역 내 초·중·고 192개교 중 학생 수 60명 이하 소규모 학교가 58개교(30.2%)에 이른다. 인구 감소에 따른 폐교 활용과 소규모 학교 통폐합은 임태희 교육감의 공약으로 거시적인 안목의 학교 재구조화 사업이다. 폐교와 소규모 학교를 매각한 재원으로 교육청, 지자체, LH공사 등이 거버넌스를 구축해 교육·문화·복지·주거 복합시설을 조성하고, 소규모 학교를 재구조화해 지자체로의 인구 유입을 유도함으로써 지역 상생을 도모한다는 게 골자다. 이를 위해 우선 거점형, 통합형 등 지역 여건과 특수성을 고려한 유연한 학교 체제를 선택케 한다. 예를 들면 초·중학교 통합, 자유학구제를 도입해 자유롭게 전·입학할 수…
2022-08-07 09:54대한민국 학생에게 학원은 곧 일상이다. 통계청과 교육부가 진행한 2021년 초·중·고 사교육비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교육에 참여한 학생 비율은 전년 대비 8.4%p 증가한 75.5%로 나타났다. 학교급별로는 초등학교 82%, 중학교 73.1%로 전년 대비 각각 12.3%p, 5.9%p 올랐고, 고등학교는 64.6%로 전년 대비 3%p 증가했다. 머뭇거리던 여학생의 한 마디 '사교육의 성지'로불리는 대치동 근처에서 나와 같은 동급생 중 학원에 다니지 않는 학생은 한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모두 공부에 진지하지만, 눈은 죽은 것처럼 보인다. 학교에서 정신건강 관련 초청 강의가 열린 적이 있는데, 강의를 맡은 청소년 상담사가 행복하냐고 묻자 머뭇머뭇 손을 든 한 여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성적에 대한 불평불만 밖에 없는 엄마가 없어져야만 행복할 것 같다고. 세계는 한국교육을모범으로 볼지도 모른다. 한국학생들은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최고 수준의 성적을 낸다. 2018년 PISA에서 OECD 국가 중 읽기 분야 2~7위, 수학 분야 1~4위, 과학 분야 3~5위를 기록했다. 물론, 한국의 교육 시스템은 장점이 있다. 성공이 가장 중요하
2022-08-06 08:52마크 안드리센은 2011년 월스트리트 저널에 기고한 '왜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집어삼키고 있나?'라는 칼럼에서 소프트웨어가 중심이 되는 사회의 중요성과 변화에 대한 대응 방법을 이야기했다. 불과 11년이 지난 2022년 현재의 세계는 그 칼럼 제목에서 '소프트웨어'라는 단어를 '인공지능'으로 변경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모습이 됐다. 인공지능이 이끄는 기술의 발전과 변화가 사회의 모든 분야에 인공지능과의 융합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전한 인공지능을 위해 교육도 예외가 아니다. 인공지능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계의 노력이 시작되며 AI에 대한 이해와 개발 그리고 활용 능력 신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단기간에 수행하는 모든 사업이 그렇듯, 문제는 인간에 관한 것 즉, 윤리적인 부분이다. AI가 획기적으로 발전하고 여러 분야에 활용되면서 나타나는 윤리적인 문제는 책임성, 투명성, 신뢰성, 안전성, 공정성, 오남용, 개인정보·사생활 보호 등이다. AI를 주도하는 기업과 기관, 학회 등은 인공지능 윤리 기준을 만들어 안전한 인공지능을 개발·활용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교육부는 2021년 ‘교육을 위한 윤리헌장’ 시안을 발표했고, 과기정통부는 ‘인공지능윤리교육
2022-07-25 08:50인간은 자신이 생각한 대로 살게 된다. 인간은 곧 생각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자기암시 결과를 실제 삶 속에서 경험하는 일이 어렵지 않다. '만 번 외우고 되뇌면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인디언 속담도 있다. 학교는 생각을 이끌어내는 곳 학교는 그 생각을 하게 하고 생각을 이끌어내는 곳이다. 학교에서 열심히 선생님 말씀 들어야 한다가 아니라, 생각을 많이 하고 그 생각을 다듬고 표현하게 하는 일이 교육이다. 20세기엔 다른 사람들에게 착하게 잘하도록 하는 인성교육이었다면,이제는 생각을 끌어내는 감성교육이 중요하다. 감성교육의 출발점은 바로 자신과의 만남을 소중히 하는 일이다. 자신을 알고 사랑하는 사람만이 다른 사람의 소중함도 안다. 자존감의 첫 단추가 잘 끼워진 사람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다시 일어서는 힘을 가질 수 있다. 공자는 ‘앎’과 관련해 사람을 네 수준으로 분류했다. 태어나면서 아는 자가 최상이요(生而知之), 배워서 아는 자가 그 다음이요(學而知之), 곤란을 겪으면서 배우는 자가 그 다음이다(困而知之). 곤란을 겪으면서도 배우지 않는 자를 최하위로 여긴다(困而不學). 즐겁게 배우도록 이끄는 일, 곤란을 겪으면서도 배우게 하는 일, 단 한 사람이라도
2022-07-23 08:50코로나19는 우리 생활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켰는데, 긍정적인 변화보다는 부정적 변화가 더 많았다. 교사로서 가장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집중력이 떨어진 학생들의 문해력이다. 혼자 공부할 수준도 못 미쳐 심각히 저하된 학생들의 기초학력과 문해력을 짚은 언론 보도도 많다. 지난해 12월 연합뉴스 보도에서 인용한 조병영 한양대 국어교육과 교수 말에 따르면 코로나19로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약 30%의 학력이 손실됐고, 10명 중 1명만 혼자 교과서를 읽고 공부할 수 있는 어휘력을 갖췄다고 한다. 현재 학교에 있는 교사라면 이 말에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그만큼 우리 학생들의 문해력은 지금 심각한 상황에 놓여있다.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니 대수롭지 않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괜찮지 않다. 학생들이 학교 다니는 이유는 민주시민의 자질을 갖추고, 자기 힘으로 살아갈 수 있는 전인적 능력을 갖추는 데 있기 때문이다. 사회에 나가서 살다 보면 집이나 직장을 구할 때, 창업을 위해 지원을 신청하거나 계약을 할 때도 온갖 서류를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때 자기 생각과 아이디어를 말뿐 아니라 글로 표현할 수 있어야 기회가 왔을 때 충분히 능
2022-07-17 08:30미국 메이크 미디어의 설립자 데일 도허티(Dale Dougherty)는 TED 강연에서 “만드는 활동은 인간의 본성이라는 관점에서, 제작 방식에 관계 없이 ‘우리는 모두 만드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메이커(Maker)는 상상을 현실로 만들고, 편리한 생활로 바꾸고, 사회를 변화시키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창작자다. ‘배울 것’보다는 ‘해야 할 것’ 우리 교육부도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기술 창조력을 갖추고, 바른 인성을 겸비하여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고 다양한 지식을 융합하여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창의 융합형 인재’를 미래사회의 인재상으로 제시한 바 있다. 공부(工夫,study)의 사전적 의미는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히는 것’이다. 교육개혁자인 존 듀이는 “학생에게 배울 것보다는 무언가 해야 할 것을 주어야 한다. 무언가를 하다 보면 자연히 생각하게 된다. 그리하면 배움은 저절로 따라온다”고 강조했다. 메이커 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메이커 교육을 간단히 말하면 스스로 필요한 것을 만드는 ‘학습자 중심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생각을 표현하는 창의적인 문제 해결 과정과 방법을 배우고 실천하며, 만들고 배우는 것이다.
2022-07-16 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