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으로 '환영'하지만, '보완'도 필요

2008.06.18 10:02:00


학교 자율화에 일대 변혁이 일어날 안이 나왔다. 교육과학기술부와 서울시교육청에서는 공립 초·중·고 교장에게 단위학교의 교사를 채용할 수 있도록 인사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시기가 언제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공립학교의 경우 교사 채용 및 전보에 관한 인사권은 교육감에게 있었으며, 교장과 교사들은 교육청의 순환 인사원칙에 따라 4~5년마다 학교를 옮겨 다녔다.

학교자율화방안에 인사권이 포함되지 않았던 것과, 실질적으로 학교자율화를 이루기 위한 방안이 거의 없었다는 지적으로 인해, 이의 보완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사권과 교육과정편성, 운영권이 학교로 넘어간다면 큰 골격의 학교자율화는 완성될 수 있다고 볼때, 학교자율화에 큰 변화가 올 것으로 예측된다. 이로 인해 학교장 및 단위학교 구성원들이 추진하고자 하는 특색있는 학교교육과정의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책임만 있고 권한이 없었던 그동안의 학교현실을 바꿀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된다.

문제는 보완해야 할 점들이 있다는 것이다. 학교자율화 방안이 발표된 이후로 일선학교 교원들과 교육전문가들은 시,도교육청에 권한이 집중되는 것을 크게 우려했었다. 그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는데는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교육과학기술부의 방안을 각 시,도교육청에서 한번 더 손질하여 일선학교로 내려보냈기 때문이다. 즉시 폐지해야 할 것들이 수정으로 변경되어 학교로 내려갔고, 교육과정편성 및 운영도 단위학교에 넘어간 것은 거의 없었다. 이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듯이 이번의 인사권 부여도 우려되는 문제들을 슬기롭게 해결하는 방안으로의 보완이 필요하다 하겠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학교별로 교육격차가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과 학교장에게 권한이 집중되어 교사들의 교육의지가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학교장들의 능력에 따라 단위학교 교사들의 질이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학교장들끼리의 지나친 경쟁을 함으로써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이 어려워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학교마다 특색있는 교육과정 운영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을 수 있지만 역으로는 특색없는 교육과정의 운영으로 학교의 특성이 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사권의 부여로 인해 학연이나 지연 등의 개인적인 친분을 앞세워 교사들을 학교장의 구미에 맞게 데려올 수도 있다. 어떤 객관적인 자료에 의해 공정하게 교사를 뽑아갈 수 있는 시스템의 마련이 요구된다 하겠다. 실적위주의 교육활동이 이어질 수도 있다. 눈앞에 보이는 현실을 외면한 채, 실적만을 강조하여 도리어 정상적인 교육활동이 위축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여기에 여건 좋은 학교에 많은 교사들이 몰려들 것이고, 이로 인해 교육격차가 갈수록 커질 수 있는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고 볼때, 확실한 보완이 요구된다 하겠다.

이 방안이 실시되기 이전에 반드시 보완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교육청의 권한만을 강화하는 학교자율화정책처럼 학교장의 권한만 강화하는 인사권부여가 되어서는 안된다. 즉 해당학교 구성원들의 충분한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무조건의 자율보다는 교육발전에 일조할 수 있는 자율권 부여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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