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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이야기> 사라진 태극기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얼굴에 식은땀이 흐른다. 그 당시 얼마나 황당했으면 혼자 화장실에서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머리를 스스로 몇 대 때리면서 부끄러워했다.

그날 아침 출근하자마자 교감 선생님께서 “오늘 행사는 중요하니 다시 한번 식순을 챙겨봐요”하고 몇 번 말씀을 하셨다. 속으로 ‘에이, 걱정할 것 없어. 해마다 하는 행사인데’ 하면서 별 관심 없이 “예, 걱정 마세요. 이상 없습니다” 말씀드리고 정신없이 공문 처리에 매달리다가 식장에 들어갔다.

학생들은 바르게 정렬해 있고 방송상태도 양호하고 모든 것이 아주 좋았다. 몇차례 시상연습만 하고 평소와 같이 사회를 보면 되겠지 생각했다. 식을 진행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교장선생님을 모셔왔다.

“지금부터 종업식을 거행하겠습니다. 먼저 국민의례가 있겠습니다. 모두 단상의 국기를 향해 주시기 바랍니다. 국기에 대하여 경례!” 순간, 단상에 있어야 할 국기가 없었다. 애국가 반주 음악은 계속 흘러나오고 학생들은 여기저기서 웅성거리고…. 그때 바로 옆에 계시던 교장선생님 말씀, “교무부장! 뭔가 단상이 허전하잖아. 국기가 어디로 도망갔어. 조금 쉬었다가 하지 그래?”

엄숙해야할 식장에서 어찌 이런 일이…. 그 황당함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었다. 며칠 전 행사 때문에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가 제자리에 갖다 놓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나의 실수를 교장선생님께서는 부드럽게 넘겨주셨고 다시 국기를 가져와서 종업식을 무사히 마쳤다.

이제는 꾸중들을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몇 시간이 지나도, 며칠이 지나도 아무 말씀이 없으셨다. 평소와 다름없이 나를 대하시는 것 같아서 이제는 살았다 싶었다. 교내 행사여서 다행이지 만일 더 큰 행사에 실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아찔했다. 후배들의 실수를 너그러운 여유로 받아주면서 차근차근 가르쳐 주시던 교장 선생님, 그때 정말 죄송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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