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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만장 학부모 상담] 선생님은 고자질하는 사람?

유난히도 조용한 교무실. 그때 갑작스럽게 교무실 문이 우당탕하며 열렸습니다. 그러고 나서 천둥처럼 들려오던 소리.
 

“바로, 바로 저 여자예요!”
 

그 소음에 담긴 무례함과 무식함을 느낄 찰나도 없이 깜짝 놀랐습니다. 절규에 가까운 외침과 함께 멸시의 시선을 띄고 있던 이는 바로 우리 반 학생의 학부모였기 때문입니다. ‘왜 내게 이다지도 화가 났을까?’하고 의아하다가 ‘와, 참 너무하는구나’라는 억울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그 학생을 위해 사비를 털어서 몰래 지원했고, 공적 지원도 받을 수 있게 노력했습니다. 또한, 그 학생이 자신의 처지 때문에 학업 의지가 꺾이진 않는지 줄곧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학부모는 며칠 전, 길 안내를 제대로 받지 못해 항의하는 거라고 하더군요. 

 

미숙했던 학생 지도, 오해 불러

 

처음엔 제게 고마워했던 그 학부모가 왜 이렇게 180도로 태도가 돌변했을까, 추측해봤습니다. 그러자 안갯속 같았던 상황이 조금씩 정리됐습니다. 신입생 시절부터 우리 학교 선생님들의 기대를 받던 그 학생은 언젠가부터 서서히 비뚤어지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여러 선생님의 관심을 받을 정도였고, 자존감도 높았습니다. 그러다 새로운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점차 학생의 본분을 잊어버렸습니다. 
 

지각을 안 하던 아이가 한두 번 늦더니, 그 횟수가 잦아지고 자신의 잘못에 대해 변명하면서도 부끄러운 줄을 모르고 반항까지 했습니다. 교사의 지도만으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학부모에게 전화해 이런 상황을 조심스레 전달하고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지만,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중 그 학생은 제게 육두문자까지 써 대며 자신에 대해 신경을 끊으라고 했습니다.
 

마구 쏟아내던 정제되지 않은 표현들 속에서 그 아이의 심리를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이어지던 어른들의 관심이 처음엔 고마웠지만, 어느 순간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겁니다. 그러다가 학교 밖 사회의 유혹에 끌려 탈선이 시작됐고, 집으로 전화해서 자신의 상황을 알리는 저를 간섭하는 존재, 혹은 고자질하는 사람으로 여겼습니다. 결국 교사를 불신하는 마음이 부모에게까지 전달됐던 것이죠. 저는 배신감과 창피함 때문에 이 사건을 그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고, 지금까지도 아픈 상처로 남아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왜 이 ‘흑역사’를 들춰내는 걸까요. 당시 제게도 미숙함이 있었다는 걸 깨닫고, 이를 여러 선생님과 공유하고 싶어서입니다. 한 아이의 상황이나 생각을 정확하게 모른 채 근접해서 지도하려면 그 과정에서 마찰이 생길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넘치는 의욕, 욕심 될 수도

 

물론 누가 봐도 그 학생과 학부모는 도를 넘었습니다. 그런데 이 세상에는 평소 쌓인 스트레스를 풀 대상을 찾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교사에게 분노의 칼을 휘두르고 반항심이라는 화살을 쏩니다. 교사가 선한 마음을 가지고 실천한 교육적인 지도는 고자질하는 소리로 들리기도 합니다. 교사는 때론 깊은 산 속의 버섯을 대하듯 학생과 학부모를 바라봐야 합니다. 어떤 이의 마음에 맹독이 품어져 있는지는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습니다. 독에 쓰러지지 않으려면 학생에 대해 적당한 탐색의 시간을 가지는 마음의 여유도 필요합니다.
 

서글픈 제 과거를 위로해 주려는 듯 고운 빛깔의 봄꽃이 피네요. 교육 효과에 대한 조급함과 의욕은 때론 욕심일 수 있음을, 시간의 흐름대로 여유롭게 변화하는 자연을 보며 터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