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어원(원장 권재일, http://www.korean.go.kr)은 1984년 5월 10일 문교부 산하 학술원 부설기관으로 설립된 국어연구소에서 출발했다. 1990년 1월 3일 정부조직법 개정에 따라 문화부가 신설되고 어문정책이 교육부에서 문화부로 이관되면서 연구소 업무가 문화부의 핵심 업무가 됐다. 같은 해 11월 대통령령을 근거로 국립국어연구원 직제가 확정되면서 발족했고, 초대 원장으로 안병희 서울대 교수가 취임을 했다. 2005년 국어기본이 발효되면서 현재의 명칭인 국립국어원으로 바뀌었다. 국립국어원은 어문정책 전반에 관련된 연구를 주관하며 국민의 언어생활을 과학적으로 조사·연구하여 합리적인 어문정책을 수립하고 올바른 언어생활을 계도할 목적으로 설립했다. 국립국어원의 사업은 국어사전을 편찬하고, 각종 어문규정(한글맞춤법, 표준어 규정, 외래어 표기법, 로마자 표기법)을 제정·홍보, 언어생활의 표준을 제공하고 있다. 또 각종 어문 자료를 수집하여 국어 유산을 보존하는 것도 중요한 사업 중 하나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어문규범의 수정 보완, 국어순화, 국어정책, 북한어에 대한 각종 연구 사업을 벌여 각종 서적을 간행하였다. 온라인 소식지 ‘쉼표, 마침표’는
역사의 공적 기록은 개인의 사적 삶을 지나칠 수밖에 없다. 반면 소설은 역사가 누락한 인간적 진실을 추적하고, 개인이 남기지 못한 이야기를 기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이 있다.소설 ‘덕혜옹주’(권비영 作)는 역사 속에 잊힌 덕혜옹주의 이야기를 한다. 소설은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갇혀 있었던 여인의 삶 하나하나를 밀착하여 차분하게 따라간다. 조국은 바람 앞에 등불 같은 운명에 처해 있다. 국왕이 허수아비에 지나지 않았던 비극의 20세기. 그 가운데 주인공 ‘덕혜’가 있었다. 덕혜는 황녀로 태어났지만 일본인 소학교를 다니고, 다시 일본에서 교육을 받아야 한다. 명목상 유학이었지, 볼모나 다름없었다. 일본에서도 그녀는 황족이기 때문에 더 자유롭지 못한 생활을 했다. “1909년은 그런 시대였다. 힘을 가진 자가 득세하는 세상. 권력의 그늘은 생각보다 안온했고, 일본에 빌붙은 개화파들은 왕실조차 흔들었다. 고종은 한갓 허수아비에 지나지 않았다.”(p. 17) 그녀는 어린 나이에 강제로 어머니와 아버지를 떠났다. 식민지 황녀의 딸로 침략국 일본에 볼모로 잡혀가서 박대와 차별 속에서 우울한 성장기를 보낸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꿈을 잃지 않았다. ‘조선에서 선생님이 되
홈쇼핑 광고에 ‘프라이팬’을 판매하는 것을 자주 본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기름에 지지는 음식을 많이 해 먹었다. 명절에는 부침개가 빠지지 않는다. 이 전통은 오늘날도 변하지 않아 명절이 되면 온가족이 모여서 부침개를 만든다. 명절뿐만 아니라, 평상 시에도 기름에 요리를 하는 음식을 많이 해 먹는다. 그러다보니 ‘프라이팬’은 집집마다 필수품이다. 그런데 ‘프라이팬’을 ‘후라이팬’이라고 하는 것을 자주 본다. ‘후라이팬’은 국어사전에 없는 말이다. 이 말을 듣던 사람은 “외래어니까 없지요”라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외래어는 국어의 범주에 속한다. 따라서 올바른 외래어 표기는 사전에 엄연히 등재되는데, ‘프라이팬’도 그 중에 하나다. ‘프라이팬’을 ‘후라이팬’이라고 하는 것은 일본어의 영향 때문이다. 즉, 일본에서는 ‘ㅍ’과 ‘ㅎ’의 구분이 모호하다. 그들은 손전등을 ‘후래시(flash)’라고 하고, 음식을 기름에 지지거나 튀기는 일 또는 그렇게 만든 음식을 ‘후라이(fry)’라고 한다. 우리는 ‘플래시, 프라이’라고 읽고, 사전에도 이렇게 등재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화이팅’도 ‘파이팅’이라고 해야 하고, ‘첨부화일’이라는 표현도 ‘첨부파일(-file)’
자녀의 신학기 선물로 고민하는 분이 많다. 무엇인가 사주고 싶은데 특별한 것이 없다. 사실 옛날 가난할 때야 가방이 선물이 되고 옷가지가 선물이 됐다. 책 한권, 필기도구 하나도 기념품이 되었지만 지금은 컴퓨터에 휴대전화기까지 다 가지고 있어서 도대체 새로 사줄 것이 없다. 하지만 아직 사주지 못한 것이 있다. 국어사전이다. 국어사전은 컴퓨터보다 휴대전화보다 중요한 물건이다. 국어사전이야 말로 가져도 되고 안 가져도 되는 것이 아니라, 내 자녀에게 반드시 필요한 책이다. 언어는 생각과 느낌을 주고받기 위한 도구이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학습의 주된 기능도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와 같은 언어에 의해서 실현된다. 일을 할 때 도구를 쓸 줄 모르면 일이 서툴듯이, 공부할 때도 언어를 모르면 학습이 힘들어진다. 모든 교과의 도구가 되는 국어 어휘력이 향상되면 학력은 자연스럽게 향상된다. 어휘력을 높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책을 많이 읽는 방법도 그 중 하나다. 그런데 그보다 효과적인 방법이 사전 활용이다. 사전 찾기는 개념의 정확한 이해를 돕고 깊이 있는 학습 과정으로 들게 한다. 국어사전 사용 습관은 공부를 잘하는 길로 가는 첫걸음이다. 상급 학년이
3월이 시작되면서 주변에서 ‘새 학기’와 ‘신학기’라는 표현을 자주 본다. ○ ‘49만 원짜리 넷북’ 새 학기 선물 어때요. ○ 새 학기 입학선물 어떤 게 좋을까 ○ 졸업, 입학과 새 학기 시즌이 다가왔다. ○ ABC마트, 신학기 ‘대규모 이벤트’ 진행 ○ 신학기 맞아 유통업계 ‘방긋’ ○ 학용품 할인받고 신학기 새다짐 ‘새 학기’와 ‘신학기’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두 단어의 차이를 검토해 보자. 둘은 새로 맞이하는 학기라는 뜻으로 의미의 차이는 없다. 하지만 ‘새 학기’는 관형사 ‘새’에 명사 ‘학기’가 결합된 구(句)이다. 관형사가 명사를 수식하는 문법 구조는 우리말에 가장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방법이다. ‘새’ 1. 이미 있던 것이 아니라 처음 마련하거나 다시 생겨난. - 새 학기를 맞이하다. - 서점에는 날마다 새 책이 쏟아져 나온다. 2. 사용하거나 구입한 지 얼마 되지 아니한. - 새 건물이 들어섰다. - 새 옷을 입으면 기분이 좋다. 관형사 ‘새’는 결합력이 뛰어나 ‘새 가방, 새 책상, 새 옷, 새 신발, 새 학교, 새 정보, 새 선생님’ 등 다양하게 붙는다. ‘새’는 명사와 결합하여 새로운 단어를 형성하기도 한다. ‘새것, 새날, 새댁, 새색
대학 등록금이 비싸다고 야단이다. 이공 계열은 1년에 1천만 원대이다. 영광스러운 대학 공부가 오히려 가계에 큰 부담 거리로 자리하고 있다. 경제 한파로 젊은이들이 진학을 포기해야한다는 목소리까지 들린다. 급기야 이 문제는 각 가정을 넘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정치권에도 고민거리가 됐다. 다행히 올해는 꽉 막힌 숨통이 트이는 변화가 있었다. 취업 후 등록금을 상환하는 제도가 도입됐다. 또 이명박 대통령은 대학을 향해 등록금 인상을 자제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는 현행 정부 보증 학자금 대출제와 비교했을 때 재학 중 이자 부담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일정 소득을 전제로 갚게 되므로 무조건 상환 의무에 따른 신용 불량자 양산을 줄일 수 있다는 발전된 제도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학 등록금 동결에 대한 의사 표현도 고무적이다. 실제로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이 나온 후에 많은 대학이 등록금을 동결하기로 결정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신입생에게는 불리한 점이 많다. 우선 신입생은 학자금 대출이 시기적으로 촉급해 혜택을 보기 어렵다. 최근 대학 입학 제도는 추가 합격 제도가 보편화되어 있다. ‘가, 나,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한국교총’)는 5일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2009년도 단체교섭 협의 조인식을 했다. 이 자리에서 교원 근무 조건, 복지 후생, 전문성 신장 등을 합의했다. 이번 교섭·협의는 ‘교원지위향상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교과부와 한국교총이 상호 신의·성실의 기본 원칙하에 이루어진 것이다. 또 이번 협의는 관계 법령에 따른 교섭 원칙을 준수함으로써 교섭 관행의 개선을 앞당기는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합의서에는 교사가 농산어촌 등 낙후 지역에서 근무하면 이를 군복무로 인정해 주는 ‘교원 대체 군복제도’ 도입을 검토한다는 조항이 있어 여론에 급부상하고 국민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교원 대체 군복무제는 국방부와 협의가 따라야 하고, 사회적 여론을 모아야 하기 때문에 추진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교원 봉급 인상, 공무상 재해 인정 등도 관계 부처와의 협의는 물론 다른 공무원과의 형평성 등을 감안해 볼 때 당장 실현되기 어렵다. 반면 언론의 주목을 못 받았지만, 이번 교섭·협의안에 담긴 교원 공로 연수 조항은 시급한 문제다. 이 조항의 세부 내용은 ‘교과부는 정년퇴직 예정자의 사회 적응 능력을
‘맛배기’와 ‘맛보기’ 어느 말이 맞을까? 둘 다 잘못된 말이 아닌 듯하다. 특히 일상생활에서 ‘맛배기’를 널리 쓰고 있다. 실제로 ‘맛배기’는 아래와 같이 언론 매체에도 보인다. ○사무실 겸 사업단 사무실로 자리를 옮겼다. 사업단장이기도 한 정명희씨가 판매용으로 담근 김장 김치를 맛배기로 좀 내오고 막걸리를 한잔 씩 곁들여 가며 이야기를 나눴다(프레시안, 2010년 2월 5일). ○500원만 추가하면 면요리에 조막밥(주먹밥)이 딸려 나오고 덮밥요리에 맛배기 국수가 제공되는 데다 디저트도 맛볼 수 있어 소비자 만족도가 높다는 설명이다(매일경제, 2009년 10월 16일). ○원더걸스, 美그래미 식전행사 참석… ‘노바디’ 맛배기(서울신문, 2009년 2월 9일). 여기서 ‘맛배기’는 사전에 없는 말이다. 표준어는 ‘맛보기’이다. ‘맛보기’ 1. 맛을 보도록 조금 내놓은 음식. - 앞에 있는 음식은 맛보기에 지나지 않습니다. - 맛보기 음식을 푸짐하게 내놓는 것도 영업 전략이다. 2. 어떤 일을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 시험 삼아 해 보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 컴퓨터 게임의 맛보기 성공으로 영업 이익이 급성장했다. ‘맛보기’ 대신에 ‘맛배기’라고 하는 것
어릴 때 신발을 새로 사면 새것 냄새가 좋았다. 새것은 휘발성 냄새가 났다. 무슨 이유인지 그 휘발성 냄새가 좋았다. 지금도 아침 일찍 신문을 들면 코로 가져간다. 냄새 때문이다. 신문의 잉크 냄새가 밤잠을 설치게 했던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신발뿐이 아니다. 새것에 대한 느낌은 늘 마음을 들뜨게 했다. 헌것은 남루하고 정이 안 간다. 반면 새것은 세련되고 신선함이 있다. 새것은 처음 만나는 설렘과 소유에 대한 만족감을 준다. 새것은 나만 가졌다는 은근한 우월감도 함께 꿈틀거렸다. 새것에 대한 욕심은 생활에서도 긍정적인 인으로 박혔다. 디지털 세상에 부지런히 따라 간 것도 그와 같은 맥락이다. 사실 난 기계와 친하지 않다. 집에서 쓰는 가전제품이 멈춰도 고쳐 본 경험이 없다. 그런데 컴퓨터는 달랐다. 누구보다 먼저 286컴퓨터를 샀다. 그리고 도스 프로그램을 배웠다.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비교적 빠른 시기에 도서 출간을 한 것도 컴퓨터를 이용한 문서 적성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컴퓨터가 멀어져 간다. 5.25인치, 다시 3.5인치 디스켓에 자료를 저장하며 글을 썼는데 모두 잃어버렸다. 아니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플로피디스켓을 사용
새해의 첫날을 설이라 한다. 설은 설날이라고도 하는데 우리나라 4대 명절 중 하나다. 설은 묵은해를 떨쳐버리고 새로 맞이하는 한 해의 첫머리이다. 설은 ‘정초(正初), 세수(歲首), 세초(歲初), 연두(年頭), 원단(元旦), 연시(年始)’라고도 한다. 설에 대한 어원은 여럿이 있는데, 대체로 ‘설다’, ‘낯설다’ 등의 ‘설’이라는 어근에서 나온 것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즉, 묵은해에서 분리되어 새해로 통합되어가는 과정에서 아직은 낯선 단계이다. 설을 ‘삼가고 조심하는 날’이라는 의미로 ‘신일(愼日)’이라 하는 것도, 새해라는 시간 질서에 통합되기 위해서는 조심하고 삼가야 된다는 뜻을 강조한 것이다. 설을 ‘구정’이라고 하는데, 적절한 표현이 아니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음력을 사용했고, 그에 따라 음력 1월1일이 설날이었다. 그러나 갑오개혁 때 양력으로 바꾸면서 양력설이 등장했다. 이때부터 ‘구정’이니 ‘신정’이니 하는 말이 생겼다. 정확한 어휘는 아니지만 그와 더불어 ‘음력설’과 ‘양력설’이라는 말도 함께 사용했다. 일제강점기에 우리 민족정신을 말살하려는 의도로 음력에 설을 못 쇠게 했다. 광복 이후에도 서양식 생활이 보편화되면서 ‘양력설’을 권장했다
명절이 되면 마음부터 풍요로워진다. 떨어져 있던 가족도 만날 수 있고 먹을거리도 많아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기대를 한다. 하지만 집안일을 하는 부녀자는 고된 노동에 시달린다. 그 중에 부침개는 손이 많이 가고 일을 할 때도 낱낱이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도 오래 간다. 이러다보니 명절 증후군이라는 말이 생겼다. 그런데 명절 음식 ‘부침개’와 ‘빈대떡’을 다른 음식으로 구분한다. 국어의 올바른 사용을 안내하는 책자에서도 둘을 차이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김치전, 파전, 배추전’ 등등이 ‘부침개’이고, ‘빈대떡’은 녹두를 주재료로 그 안에 고사리, 쇠고기, 돼지고기, 나물 등을 넣고 좀 두껍게 부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구분은 둘을 별개의 음식처럼 말하고 있어 오해의 여지가 남는다. 전통요리에서 기름을 이용해서 지지는 음식을 넓게 ‘부침개’라고 한다. ‘부침개’에는 여럿이 있는데 그 중에 ‘빈대떡’도 하나다. 다시 말해서 ‘부침개’는 기름에 부쳐서 만드는 ‘빈대떡, 저냐, 누름적, 전병(煎餠)’ 따위의 음식을 모두 일컫는 말이다. 이에 대해 사전 풀이를 보면 다음과 같다. ‘빈대떡’ 전(煎)의 하나. 녹두를 물에 불려 껍질을 벗긴 후 맷돌에 갈아 나
겨울이라 당연히 춥다지만 올해는 유난히 추운 날씨였다. 바람이 추위를 더욱 매섭게 몰아 부치고 있다. 올겨울 내내 북반구를 꽁꽁 얼어붙게 했던 혹한과 폭설이 지난 주말 다시 맹위를 떨쳤다는 보도다. 이번 동장군은 아무래도 훈련을 단단히 받은 듯하다. 입춘을 앞에 두고도 좀처럼 물러날 기세가 없다. 바람도 얼음처럼 차다. 투명한 햇살도 날이 저물자 일찍이 귀가를 서두른다. 겨울은 눈이라도 올라치면 모두가 아득한 명상으로 잠긴다. 나무는 더욱 침묵하고 하늘은 잿빛이 짙어진다. 그 위로 날아오르는 새는 화선지 위에 한 방울의 먹물처럼 번지며 어디론가 사라진다. 저 멀리 깊은 사념에 잠긴 나무들이 저마다 큰 키를 자랑하고 있다. 빈 들판에서 가지 끝을 차가운 바람에 의지하고 혼자 서 있다. 하늘을 향해 기원이라도 하듯 모두가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자세다. 겨울이 추웠던 것처럼 우리의 삶도 힘들었다. 정치적 상황은 나아진 것이 없고, 경제 한파도 여전했다. 베이붐 세대라고 불리는 중년들은 이제 사회의 문에서 은퇴하는 길목으로 몰리고 있다. 기업도 구조 조정을 핑계로 근로자를 퇴직시키고 있다. 모진 추위보다 더 추운 날이 계속되었다. 급기야 생활고를 못 견디고 자살했다
‘시래기’와 ‘우거지’는 차이가 있다.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시래기’ 배춧잎이나 무청을 말린 것. - 시래기를 볶아 대보름에 먹는다. - 시래기를 말리기 위해 겨우내 벽에 걸어놓아야 한다. ‘우거지’ 푸성귀를 다듬을 때에 골라 놓은 겉대. - 김장이 끝나면 우거지를 정리하는 일도 보통이 아니다. ‘시래기’는 일반적으로 무의 윗부분 즉 줄기와 잎이 있는 부분만을 따로 모아서 말린 것을 말한다. 한자어로 ‘청경(靑莖)’이라 한다. 새끼 따위로 엮어 말려서 보관하다가 볶거나 국을 끓이는 데 쓴다. ‘우거지’는 야채의 겉 부분 또는 윗부분을 걷어낸 것을말한다. ‘우거지’의 어원도 ‘웃걷이’이다. ‘웃’은 ‘위(上)’ 또는 ‘겉(外表)’을 나타내므로 문자 그대로 배추와 같은 야채의 윗부분을 걷어낸 것을 이른다. 간단히 말하면, ‘시래기’는 무에서 ‘우거지’는 배추에서 나온 것을 이른다. 김장철이 되면 배춧잎 겉대와 무청이 주위에 지천으로 널린다. 이들은 언뜻 보면 버려야 할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초겨울 햇볕에 바짝 말린 ‘시래기’와 ‘우거지’는 겉모습과 달리 우리 몸에 좋은 영양분이 듬뿍 들어있다. ‘시래기’는 먹을거리가 흔치 않던 시절엔 중요한 음식이었다.
한글은 음소 문자로 원칙적으로 1자 1음(소)의 체계를 취한다. 그러나 표의문자인 한자의 경우는 국어의 음운 구조에 따라 두 가지 형식을 취한다. 예를 들어 ‘계집 녀(女)’가 첫머리에 오면 ‘여자(女子)’라고 한다. 하지만 ‘녀(女)’가 뒤에 오면 ‘소녀(少女)’라고 본음대로 표기한다. 이처럼 한자음이 자리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두음 법칙이라고 한다. 이는 학교 다닐 때 자주 접했던 것이고, 복잡하지 않아서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계집 녀’는 ‘남녀(男女)’와 ‘남존여비(男尊女卑)’처럼 헷갈리게 한다. 즉, ‘남존여비(男尊女卑)’는 단어 첫머리에 오지 않았는데도 두음 법칙에 따라 표기를 한다. 이유가 무엇일까? 두음 법칙은 한글 맞춤법 제10항에 자세한 설명이 있다. 제10항 한자음 ‘녀, 뇨, 뉴, 니’가 단어 첫머리에 올 적에는 두음 법칙에 따라 ‘여, 요, 유, 이’로 적는다. (ㄱ을 취하고, ㄴ을 버림.) ㄱ ㄴ ㄱ ㄴ 여자(女子) 녀자 | 유대(紐帶) 뉴대 연세(年世) 년세 | 이토(泥土) 니토 요소(尿素) 뇨소 | 익명(匿名) 닉명 다만, 다음과 같은 의존 명사에서는 ‘냐, 녀’ 음을 인정한다. 냥(兩) 냥쭝(兩-) 년(年) (몇 년)
최근 텔레비전에 가수 태진아가 성진우와 함께 나왔다. 나와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태진아가 성진우를 ‘포기하지마’라는 노래로 데뷔시켰다고 한다. 그리고 성진우가 인기를 끌자 소속사를 옮겼고, 다시 돌아왔다는 자기들만의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이 말은 이 방송 저 방송에서 들었고, 인터넷 뉴스에도 기사화되었다. 그 말을 들으니 태진아가 노래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신인 발굴에도 일가견이 있고, 회사 운영도 잘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태진아는 “성진우를 데뷔시킨 장본인은 나”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화법은 자연스럽지 않다. ‘장본인’은 ‘주로 나쁜 일을 꾀하여 일으킨 사람’을 지칭해서 쓴다. - 이렇게 되기까지 그 사단을 일으킨 장본인은 김강보였다(김원일, ‘불의 제전’). -그 이듬해 봄, 다시 또 험한 일이 벌어졌는데 마을을 이토록 쑥밭을 만든 장본인인 그 대학생은 그 돈을 쥐고 한번 마을을 나간 뒤 전혀 소식이 없었다(송기숙, ‘자랏골의 비가’). - 이렇게 개탄스러운 정치인, 기업인, 지식인, 국민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우리 자신이 바로 오늘의 사회를 어지럽히고 희망의 미래를 가로막는 장본인들입니다(김수환, ‘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