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꿈속에서 서럽게 울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인간적인 갈등에서 오는 것이든, 직무 수행에서 오는 것이든, 개인적인 일의 추구에서 오는 것이든, 악몽을 꾸면서 깨어난 후엔 안도의 한숨을 쉬는 그런 경험 말이다. 평소 필자는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또 직무에서 오는 가위눌림 당하는 꿈을 자주 꾸지만 오늘은 상황이 다소 생소한 것이었다. 문제는 꿈속에서 매우 서럽게 울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렇게 소리 내어 서럽게 운 것은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후로 오랜만인 것 같다. 왜 그랬을까? 꿈속 사연으로 가보자. 필자의 방에는 각종 책들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아내가 일부를 박스에 담아 구석에 치워 놓아 서가엔 애지중지하는 책들만 남아있다. 잠시 여기서 필자의 책에 대한 집착을 언급해 본다. 필자의 책들은 읽으면서 메모한 것들로 여기저기 여백과 공간을 자필로 채운 것들이 많다. 그 책들은 시간이 지나도 고전처럼 아껴가며 다시 읽는다. 어찌 애지중지 하지 않겠는가. 필자의 영혼을 지배하는 사상과 가치관, 철학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소중한 자산이다. 또한 필자의 손때가 묻은 분신이기에 이 책들의 외부 방출이나 서가의 고유장소를 이탈하는 것을 극도
2020-06-01 13:21월요일 아침, 출근하자 여기저기서 울려 퍼지는 전화벨 소리로 교무실은 소란스러웠다. 나 또한 몇 통의 전화를 받았다. 모두가 담임선생님을 찾는 전화였다. 그리고 아이들의 등교 문제로 담임선생님과 통화를 원하는 학부모의 전화였다. 지난 20일 고3의 등교 개학에 이어 27일부터 고2가 등교를 시작했고 이번 주 3일부터 고1의 등교가 예정되어 있다. 학교마다 방역이 철저히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학생들이 매일 등교를 하고 있지만, 학부모의 근심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밤 열나고 기침을 계속한다는 한 아이의 어머니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먼저, 어머니는 아이의 등교 여부를 물었다. “선생님, 우리 아이 학교에 보내야 할까요?” 우선 아이의 구체적인 증상을 물어본 뒤, 며칠간 자가격리를 하면서 추이를 지켜볼 것을 주문했다. 그런데 아이가 입시를 앞둔 고3이라 행여 불이익을 받지나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인지 그 어머니는 대학 입시 일정을 연신 물었다. 그리고 아무런 증상이 없는 학부모의 경우, 혹시 아이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인지 학교 방역이 어떻게 실시되고 있는지를 전화상으로 계속해서 묻기도 했다. 심지어 어떤 학부모는 똑같은 말을 반복하…
2020-06-01 13:21교단에 발을 디딘 지 25년이 넘는 시점이었다. 그때 나이도 50이 넘고 있었는데, 주변에서 중견 교사라고 치켜세운다. 명시적 지위는 없지만, 제법 경력이 있는 선생님들을 이렇게 지칭한다. 나 역시 나이가 지긋하다는 이유로 이렇게 부른 듯하다. 중견 교사를 바라보는 시각은 제법 무게감이 실린다. 적어도 중견 교사는 젊은 교사보다 전문성이 뛰어나고, 그들보다 나은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수업 등에서 보이는 전문성도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배어 있어야 하고, 인품도 남다른 면이 있기를 바란다. 중견 교사는 젊은 교사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고, 학생들에게 인기도 있어야 한다는 마음의 잣대도 두고 있다. 그야말로 실력과 멋이 함께 있으면 좋다. 그러나 현실은 어디 그런가. 멋은커녕 손가락질을 받을 때가 많다. 사람들이 모두 나이를 넘지 못하듯, 중견 교사도 마찬가지다. 젊었을 때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모습에서 동료들과 선배들로부터 사랑을 받았지만, 흘러버린 세월 앞에서는 무뎌진다. 체력도 예전 같지 않아 열정도 식어버린 모습이 역력하다. 이 시점(2011년)에 수석교사제가 법제화됐다. 수석교사제는 교육계에서 1981년부터 30여 년간 간절하게 원하던 제돈데…
2020-03-30 10:02요즘 학교는 역사상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 사상 초유의 3월 개학이 연기되면서 이래저래 학교의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매년 3월이 되면 학교는 어떤 모습이었던가? 겨울방학에 이어 곧바로 봄 방학으로 들어간 학교는 꽤나 긴 동면(冬眠)이 끝나면서 교사동(校舍棟)과 운동장에는 학생들로 왁자지껄 활력이 넘치고 겨울 황소바람에 황량했던 학교 구석구석은 십대의 주인공으로 채워지면서 자연의 대지 못지않게 생명감으로 넘치는 시기가 아니던가? 그런데 올해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개학이 1,2,3차로 연기되면서 학교는 그야말로 비상시국을 맞이하고 있다. 여기서 잠시 학교의 변화한 최근의 모습을 떠올려 보자. 여름, 겨울방학이 어떻게 바뀌었는가? 방학은 교사들의 순환 근무 없이 ‘제41조 연수’로 바뀌었다. 학교는 실질적으로 관리자인 교감과 교장, 교무실 실무원, 도서관 사서, 그리고 행정실 직원들만의 차지가 되었다. 그렇다고 일반인이 오해하는 것처럼 교원들은 집에서 놀고먹는다는 말인가? 아니다. 방학 기간에도 상급 교육기관이나 각종 교육관련 기관으로부터 학교에 보내오는 공문은 크게 줄지 않는다. 여전히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교육활동이 어딘가에서 계속
2020-03-25 10:59올해의 작은 소망 하나! 우리 아파트 베란다에서 백두산 야생화 너도개미자리 꽃보기. 언제 백두산 가서 야생화 하나 슬쩍 했나? 아니다. 백두산 천지 구경하러 다섯 차례 정도 간 적은 있어도 식물을 가져 온 적은 없다. 진정으로 야생화를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 혼자 보려고 캐가지 않는다. 여러 사람이 보게 하는 것이 공익적이고 양심적이고 도덕적이다. 그럼 백두산 야생화가 어찌하여 여기까지 왔을까? 작년 10월 국립수목원을 탐방한 적이 있었다. 수원가로수시민봉사단 연수에 동참한 것. 거기 화분만들기 실습에서 너도개미자리 화분 하나 만들어 선물로 가져왔다. 그 자생식물 우리 아파트에서 겨울을 이겨내고 잘 자라고 있다. 장소도 옮기고 작은 화분에서 큰 화분으로 바꾸었다. 국립수목원은 작년 10월 ‘백두산 자생식물 너도개미자리 시범재배 성공’이라는 보도자료를 낸 바 있다. 야생화 농가와 함께 시범재배 성공하여 지난달 국내 유통시장에 첫 선을 보였다는 소식이다. 이 식물은 추위에 강해 월동이 가능하며, 풍성하고 아름다운 순백의 꽃은 관리를 통해 봄과 가을에 걸쳐 이중 개화가 가능하다고 한다. 너도개미자리가 맨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 뒷베란다에 위치했다. 줄기는 마치
2020-03-16 09:13코로나19가 나의 생활을 확 바꾸어 놓았다. 나의 뜻과는 아무 상관없이 바뀐 것. 포크댄스 수업 모두 휴강이다. 코로나가 없었다면 경기상상캠퍼스를 비롯해 복지관 한 곳, 경로당 문화교실 네 곳을 뛰어야 하는데 ‘집콕’이다. 주당 수업시수 9시간이 0시간이다. 당연히 재능기부도 스톱이다. 빨리 이 사태가 종식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오늘 월요일 오전 시간을 코로나19 전후로 비교해 본다. 평상시에는 아침 식사 후 주민센터 탁구교실에서 10시부터 2시간을 땀을 흘리며 보낸다. 포크댄스 수업이 없으면 동호회원과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며 세상사 이야기 나눈다. 경로당 수업이 있으면 경로당 회원과 식사를 하고 포크댄스를 가르친다. 오늘 오전 어떻게 변했을까? 10시, 전기밥솥 수리 차 서비스 센터에 들렸다. 대기 중인 손님이 많아 12시 20분에 수리된 밥솥을 찾았다. 센터에서 기다려야 하는데 사람들을 피하려고 차안에서 기다렸다. 여기서 특이한 광경 목격. 밥솥 수리를 맡기러 오는 사람들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 밥솥을 든 사람들은 대부분 남성이라는 것. 이것을 해석해 본다. 코로나19 때문에 하루 세 끼 집에서 식사하는 가정이 늘었구나! 그러나 보니 자주 사
2020-03-16 09:13아들이 재택근무다. 나에게 베란다 창고 정리 허락을 받는다. 이사 온 지 15년 만에 하는 것이다. 알고 보니 직장 생활하면서 옷이 늘어나 창고를 옷장으로 쓰겠다는 것. 창고에서 나온 짐, 거실에 놓으니 걱정이다. 저것 치울 곳이 마땅치 않다. 덩치가 큰 것이 클래식 레코드판, 카세트테이프, 앨범, 아내 연구보고서다. 이 중 재활용 가치가 있는 것이 클래식 LP레코드판이다. 초등교사 시절,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내가 모은 것이다. 음악을 좋아하기에 가다로그를 준비해 한 장 한 장 모았다. 월급 타면 용돈을 아껴 애지중지 모은 것이다. 바흐, 모차르트, 하이든, 베토벤, 파가니니, 베버, 로시니, 슈베르트, 베를리오즈, 스트라우스, 멘델스존, 쇼팽, 슈만, 리스트, 바그너, 베르디, 주페, 스메타나, 브람스, 무소르그스키, 생상, 비제, 브루흐, 차이코프스키 등 우리 귀에 익은 음악 대부분 소장하였다. 이것 처분하기로 하였다. 가능하면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넘기고 싶었다. 아들이 인터넷에 올리니 장사하는 분들에게서 연락이 온다. 가격은 단돈 몇 만원이다. 본전 생각이 난다. 당시 구입가가 3천 원인데 이건 아니다 싶다. 차라리 지인에
2020-03-09 10:08오늘 소속 학교에서 정년을 마치고 퇴임하는 선배 교사를 온 교직원이 조촐한 식사와 함께 작별을 고하며 떠나보냈다. 시기적으로 전국적인 감염병 확산으로 취소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희망자에 한 해 참석을 알리고 참석자의 자유의지에 따라 거행한 행사였다. 다행히도 참석자는 우려를 불식하고 상당수가 참여했다. ‘끝마침’이란 의미가 주는 인지상정인지도 모르겠다. 분위기는 대체로 화기애애한 가운데 행사를 마쳤다. 교사의 정년퇴직은 말 그대로 만 62세까지 유종의 미를 거두고 퇴임하는 것이다. 이는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냉정한 세상은 수많은 평교사 중의 하나로 퇴임하는 것이 뭐 그리 큰 이슈가 되느냐고 말할 수도 있다. 또한 세속적인 기준으로 그리 큰 명예도 부도 권력도 아닌 평범한 직업인의 과정을 끝마쳤다는 것에 별 다른 의미를 부여하기를 주저할 수도 있다. 왜냐면 세상의 관념은 성공자에 대한 기준이 높고 엄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처럼 명예퇴직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교단을 등지는 사람들이 많은 세태를 돌아보면 이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결과다. 특히 언제부터인지는 모르나 요동치는 교단에서 하나의 철학과 가치관을 가지고 끝까지 소임을 완수했다는 것
2020-02-28 12:551월의 마지막 날, 수원 청개구리 마을(서호초등학교 서관) 2층 교실에서는 매우 뜻 깊은 시간이 있었다. 경기상상캠퍼스 포크댄스(약칭 상캠포) 동호회 정기모임에 수지 만현마을 롯데캐슬 포크댄스 강사와 회원이 방문, 연합 수업시간을 가진 것. 이 날 두 시간 동안 상캠포 회원은 새로운 포크댄스 7종을 땀 흘려 배우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기쁨의 함성이 연이어 나왔다. 상캠포 회원들은 오후 1시에 서호초교로 모였다. 원래 정기모임은 매주 금요일 오전인데 오늘 수업을 위해 시간을 변경한 것. 특강 강사의 직업이 관리소장이라 그 시간에 맞춘 것이다. 원래 정기모임 장소도 경기상상캠퍼스인데 리모델링 공사 중이라 청개구리 마을로 변경한 것이다. 회원들 얼마나 모였을까? 상캠포 13명, 롯데캐슬 5명, 두 곳 강사까지 합하면 20명이다. 교실이 꽉 찼다. 오늘의 특강 강사는 서병덕 관리소장. 여기서는 포크댄스 강사다. 그는 관리소장 경력 30년인데 포크댄스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달 크리스마스 이브날, 상캠포 이영관 강사(필자)는 수지 만현마을 롯데캐슬 열린도서관에서 포크댄스 4종을 지도한 적이 있다. ‘오클라호마 믹서’, ‘징글벨’, ‘푸른 별장’, ‘굿 나
2020-02-17 09:51오늘 아침, 미세먼지로 하늘이 뿌옇다. 평소 뒷베란다에서 보이는 북쪽의 광교산, 앞베란다에서 보이는 서쪽의 칠보산이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 21 때문에 벌써 2주간 경기상상캠퍼스, 경로당, 복지관 휴강이다. 강사로서 달콤한 휴식이지만 기간이 길다. 몸이 근질근질하다. 역시 강사는 수강생들과 어울리며 땀흘려가며 ‘하하호호’ 웃을 때 행복하다. 오늘은 구청 주관 경로당 문화교실 강사 최종합격자 발표의 날. 면접시험 볼 때 대기장에서 초조하게 기다렸는데 합격자 발표날도 초조하긴 마찬가지다. 작년엔 자신 만만했는데 올해는 조금 자신감이 부족하다. 작년과 다른 점은 올해 경쟁률이 엄청 세다는 것. 작년엔 응시자 중 유일 남자였다. 올핸 남자도 여럿이다.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사람을 헤아리니 10명이 넘는다. 작년에 준비한 면접 예상질문과 답변 출력물을 업그레이드 시켰다. 그리고 달달 외웠다. 아마 10여 차례 이상 보고 읽었다. 면접 심사 기준은 ‘당해 직무에 필요한 능력 및 적격성’이다. 본인 소개, 포크댄스의 장점, 지도상의 유의점 등을 준비하였다. 작년엔 첫 질문이 인생관이었다. 올해는 어떤 질문이 나올지? 다만 여유를 가져야 하는데 피교육자의 ‘피’자가 문제
2020-02-17 09: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