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토론을 잘 하는 사람일까? 토론을 잘 하려면 어떤 조건을 갖추어야 할까? 그 첫째가 토론 주제에 대한 내용 전문성이다. 둘째, 토론의 형식, 절차, 방법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셋째, 토론의 철학과 비전을 가져야 한다.
G20 정상회의를 끝나자마자 제4기 원탁토론 전문과정에서는 'G20 정상회의 평가와 전망'이라는 주제로 전문가 토론을 가졌다. 윤창현(서울시립대 교수), 김용기(삼성경제연구소 전문위원), 조원희(국민대 교수), 이해영(한신대 교수)가 출연하였다.
앞의 두 토론자는 G20의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반면 뒤의 두 토론자는 G20의 성과를 평가절하하는 주장을 펼쳤다. 과연 결과는 어떠했을까? 청중에 따라 판단이 다르겠지만 필자는 긍정적인 평가를 한 분들의 주장에 공감이 갔다. 그 이유는 상대방의 공격에 대해 논리적 근거와 수치를 제시하며 때론 적절한 비유를 들어가며 상대 주장의 모순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이해영 교수는 G20 정상회의의 경제적 효과, 경호안전 특별법 제정에 부정적으로 말한다. 강제력과 구속력이 없는 국제포럼에 불과한 토크쇼라 평한다. 심지어 G20을 동네 반상회에 비유하면서 반상회 한 번 했다고 부자되는 것 아니다라고 말한다. 또 국제기구인 UN과 G20에 참여하지 못한 여타 G170이 소외되었다는 엉뚱한 주장을 펼친다.
이에 대한 윤창현 교수의 반대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 일반 국민들이 참여할 수 없었던 것은 아시안게임, 올림픽과는 모임이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한다. 개최지 대한민국과 서울의 홍보 효과는 전세계 뉴스로 타전되어 토크쇼 비유는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반상회 폄하에는 'G20 정산회의 합의를 어길 수도 있으나 그러면 다른 나라의 비난을 받게 된다' '합의 사항 위반 시 벌칙 조항은 없으나 그렇다고 평가절하해서는 안 된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러면서 '개별과 빈곤 100가지 과제' '금융 안전망 구축' 'IMF 문턱 낮추기'에 큰 성과를 거두었다고 말한다.
이번 모임에 소외된 나라에 대하여는 냉엄한 국제 현실에 대하여 말한다. 국가들 사이에서는 페권이 작동한다고. 정글 속의 맹수를 탓할 것이 아니라 정글을 이해하고 정글 속에서 살아남을 힘을 길러야 한다는 말이다.
UN이 제 역할을 못하기 때문에 현실적 대안으로 G20이 등장한 것이다. UN에서도 가입 회원국이 모두 참가할 없기에 상임이사국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강대국이나 약소국이 모두 평등하게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이 민주적이라 볼 수 있으나 국제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잘못된 평등 논리를 적용해서는 안 된다.
결국 토론의 승부는 전문성에서 갈라진다고 본다. G20 정상회의에 대해 피상적으로 알고 폄하하다가는 그 내용을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에게 판정패 당하고 마는 것이다. 청중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지혜롭게 판단한다.
토론을 잘 하려면 해당 분야에 대해 전문지식이 뛰어나야 한다. 그 뿐 아니다. 사회 전반에 대한 이해도 깊어야 한다. 적절한 비유로 청중의 공감을 얻고 상대방을 다운시키는 언어의 힘과 감정을 폭발시키지 않는 여유도 갖고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