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소년의 초상 사라진 명화 ‘남작의 초상’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창작 뮤지컬. 현재와 1530년 베네치아를 오가며 그림에 남겨진 흔적과 그 뒤에 가려진 인물들의 삶을 추적한다. 한 점의 그림이 만들어지고 보존되는 과정을 통해 예술가의 꿈과 작품을 남기는 일의 의미를 그린다. CJ문화재단 창작뮤지컬 지원사업 ‘2024 스테이지업’ 선정작. 7.28~10.18 대학로 TOM 2관 뮤지컬 콰이어 오브 맨 영국식 펍 ‘더 정글’을 배경으로 노래와 연주, 탭댄스, 수다가 어우러지는 주크박스 뮤지컬. 퀸, 아델, 건즈 앤 로지스, 시아 등 세계적인 히트곡 16곡을 아카펠라와 라이브 연주로 펼쳐낸다. 극장을 펍이라는 공간으로 설정해, 배우가 건네는 맥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9.18~2027.1.3 NOL 씨어터 대학로 우리투자증권홀 전시 웨인 티보 전: The Order of Things 케이크와 사탕, 아이스크림 등 일상적 사물을 감성적으로 풀어내는 작가 웨인 티보의 작품 세계를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자리. 1947년의 자화상부터 생애 마지막 작품까지 회화와 드로잉 105점을 공개하는 국내 첫 대규모 회고전. 사물을 반
저항이 꼭 요란한 구호에서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부당한 질서에 질문을 던지거나, 자신이 옳다고 믿는 선택을 끝까지 지키는 일도 저항의 한 형태다. 거대한 흐름 앞에서 자신의 판단을 선택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두 편의 뮤지컬을 소개한다. 뮤지컬 비더슈탄트 ‘비더슈탄트’는 독일어로 저항을 뜻한다. 뮤지컬 비더슈탄트는 1938년 나치 치하 독일의 엘리트 스포츠 학교를 배경으로 저항의 서사를 무대 위에 그려낸다. 펜싱 선수를 꿈꾸는 17살 소년 매그너스는 친구 아벨과 함께 아이드 스포츠 학교에 입학한다. 그러나 그곳에서 소년들을 기다리는 것은 스포츠에 대한 열정보다 순종과 복종, 계급과 군사 훈련이다. 의문을 제기하는 일조차 허락되지 않는 환경 속에서 아벨과 재스퍼는 금지된 라디오와 의문의 쪽지를 발견하고, 2년 전 숨진 펜싱부 수석 라이너가 남긴 기록을 통해 학교의 실체에 접근한다. 이후 소년들은 주어진 질서에 순응할 것인지, 자신들이 옳다고 판단한 방향을 택할 것인지 선택의 순간을 맞는다. 3년 만에 돌아오는 이번 공연은 ‘올 뉴 프로덕션’을 내세웠다. 정은비 작가의 대본과 서사는 유지하면서 기존 넘버를 모두 교체하고, 김드리 작곡가가 전곡을 새롭
“구구샘, 저 진짜 벼락 거지 된 것 같아요. 동기들은 주식으로 벌써 몇천만 원씩 벌었다는데, 저만 뒤처지는 것 같아 무섭습니다. 솔직히 주식은 무서워서 못 하겠어요. 그냥 가족과 살 보금자리만 하나 있으면 좋겠습니다. 2026년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12억 원을 넘는다고 합니다. 우리 동네 선호하는 아파트는 10억 원쯤 해요. 월급으로 300만 원씩 받는 부부가 도대체 어떻게 해야 10억 원짜리 집을 살 수 있을까요? 도와주세요!” 정답은 아주 간단합니다. 대출을 이용해야 합니다. 자기 돈 다 내고 10억 원짜리 집을 사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10억 원을 ‘다 모아서’ 사겠다는 생각 자체가 틀렸습니다. 그건 자본주의 시스템을 정면으로 오해한 것입니다. 생각을 바꾸셔야 합니다. “대출은 무서운 거잖아요?” 우린 어릴 때부터 빚지면 패가망신한다고 배웠습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두 가지 빚이 있습니다. 좋은 빚과 나쁜 빚입니다. 분에 넘치는 새 휴대전화, 새 자동차, 새 가방을 사기 위해 내는 대출은 내 지갑을 갉아 먹는 나쁜 빚입니다. 어른들이 위험하다고 한 빚은 이런 겁니다. 반면 ‘사람들이 선호하는 집’을 사기 위해
저는 20년 차 초등교사입니다. 올해 3학년 담임을 하며 역대급 아이를 만났습니다. 맘에 안 들면 친구 또는 교사인 저에게도 욕설을 반복하고, 친구들에게 “뒤질래?”라며 위협을 합니다. 국어 시간에는 친구들 들으라는 듯 “반말로 적어도 돼요?”라고 하고, 놀다가도 갑자기 찾아와 일방적으로 맞았다고 합니다. 이때 편들어 주지 않으면 “차별한다”라고 소리치고 다닙니다. 평가지를 나눠줄 때도 본인이 틀린 문제가 보이면 찢어버리며 욕하고 소리칩니다. 학기 초 이 일을 부모님께 알렸는데 현직 교사인 어머니와 할머니가 아이 말만 믿고 학교로 찾아와 저를 문제 삼았고, 그 일로 네 번이나 사과를 해야 했습니다. 욕하는 걸 말씀드리니 “한국어가 서툴러서 그렇다”, “영재성이 뛰어난데 영어가 편해서 그렇다”라고 합니다. 외국에서 살다 온 아이도 아닌데 말입니다. 심지어 제 개인번호를 알아내 전화를 합니다. 가장 힘들었던 건 욕설을 지적한 뒤 집에 가서는 제가 자기를 ‘정신병자’라고 했다고 전한 일입니다. 저는 욕이 극도로 싫고 살면서 그런 표현을 써본 적도 없는 사람인데, 그 말을 듣고 눈앞이 캄캄해졌습니다. 그날 밤 꿈에 제가 ‘정신병자’라고
올해로 3년 차 초등 2학년 담임교사입니다. 저희 반에 있는 수호(가명)때문에 사연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수호는 수업 중에 자리에 앉아있질 못합니다. 연필을 책상에 두드리다 제가 가면 발을 구르고, 모둠 활동 시간에는 다른 친구 물건에 손을 뻗다가 싸움이 나고. 하루에도 서너 번은 수호랑 관련된 일이 생겼어요. 5월쯤 더 이상 혼자 감당이 안 되겠다 싶어서 어머니께 전화를 드려 전문 기관 검사를 권유했는데, “우리 애를 선생님이 안 좋게 보는거 아닌가요?”라며 아직 어려 그 정도는 할 수 있는데 선생님이 경험이 부족하셔서 그런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그러더니 일주일 뒤엔 “수호가 선생님한테 자꾸 혼나서 학교 가기 싫다고 하던데 제가 뭐 진상 엄마들처럼 민원 넣고 그러려는건 아니지만 잘 좀 해주시면 좋겠네요”라고 전화가 왔습니다. 저는 혼낸 적이 없는데 순간 너무 당황해서 “제가 더 조심하겠습니다, 어머님”이라고 답을 했네요. 왜 그 말부터 나왔는지 제가 너무 바보 같습니다. 지금은 방학인데도 방학 같지가 않습니다. 밤에 자려고 누우면 그 통화가 머릿속에서 맴돌아요. 울컥하는 마음도 들고, 통화를 다시 하면서 한 마디 한 마디 다
초등학교 4학년 담임교사입니다. 3월부터 지금까지 거의 학교에 나오지 않는 아이가 있습니다. 처음엔 몸이 아프다고 했는데, 병원에서는 신체적으로 아무 이상이 없다합니다. 그 이후로도 아이는 배가 아프다, 머리가 아프다는 이유로 계속 결석을 합니다. 어쩌다 등교를 해도 교실 문 앞에서 한참을 서 있다가 울음을 터뜨리거나 보건실로 가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까지 누적 결석이 30일이 넘었어요. 어머니와는 거의 매주 통화를 하고 있는데, 어머니도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많이 힘들어하세요. 아침마다 학교 가자고 하면 아이가 너무 격하게 반응하고 학교에 가기 싫은 이유를 물어봐도 “그냥 싫어”, “학교 가면 죽을 것 같아”라고만 한다고 합니다. 저도 아이가 등교하는 날에는 최대한 편안하게 맞이해주려 하고, 억지로 교실에 들어오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보건 선생님과도 자주 이야기를 나누고, 학교 상담 선생님과도 연계를 해봤는데 아이가 상담 자체를 거부하고 있어요. Wee클래스에도 연결해보려 했지만 아이가 가지 않겠다고 해서 어머니도 억지로 데려가기가 힘드신 상황입니다. 솔직히 지금 제가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특수학급 담당 특수교사의 일과는 각종 행정업무와 복잡한 일정 조율로 채워지기 일쑤다. 학생마다 통합학급 시간표가 서로 다르고, 개별화교육계획(IEP)에 따른 특수학급 수업 시수와 지원인력 일정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피어링’은 이런 특수교사의 업무 부담을 덜기 위해 개발된 특수학급 관리 솔루션이다. ‘특수교사의 책상은 가볍게, 장애 학생의 교육은 두텁게’를 슬로건으로 시간표 제작, 수업 계획 수립, 학생 행동 기록 및 분석 등을 한곳에서 처리할 수 있게 했다. 피어링의 첫 번째 핵심 기능은 특수학급 시간표 제작 자동화다. 나이스(NEIS) 시스템과 연동해 시간표를 한꺼번에 불러오거나, 통합학급의 주간 학습 안내 파일을 올리면 학생별 규칙에 맞춰 시간표를 자동으로 생성한다. 교사는 화면에서 학생과 학급 시간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원하는 교시를 클릭해 과목을 배정하고, 평가 시수를 설정해 편하게 관리할 수 있다. 개별화 교과, 고정 교시, 전일제 수업, 학년별 점심시간 차이 등 특수학급의 다양한 변수도 시스템 내에서 설정이 가능하다. 특수교육 지원인력 관리 기능도 탑재했다. 학생을 선택하면 통합학급 과목과 수업 장소가 반영되며, 인력별
'고둥둥심포니 for EDU'는 와이즈온미디어(대표 박현정)에서 개발한 학생 참여 중심 음악 교육 플랫폼이다. 단순히 악기를 잘하는 것을 넘어 음악을 통해 자신의 세계를 표현하고 창의성을 발현하도록 기획했다. 애니메이션을 통한 개념 이해와 게임화된 체험, 나아가 작곡과 합주까지 수준별 콘텐츠가 이어져 유·초등은 물론 중학교 수업에도 유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음악 이론 길잡이는 KBS 음악 교육 애니메이션으로 알려진 ‘고둥둥심포니’ 캐릭터들이 맡았다. 오선 악보를 모티브로 한 고래 '고둥둥', 온음표를 상징하는 나무늘보 '늘온', 2분음표 '샤룬(백조)', 4분음표 '린사(기린)', 온쉼표 '코아몽(코알라)' 등 음표와 쉼표의 특징을 반영한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통해 음악 이론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개념을 이해한 다음은 해당 내용에 대한 체험 활동이 이어진다. 박자 나누기, 지휘법 그리기, 리듬 만들기 등 이론과 직결된 연습을 게임처럼 즐길 수 있어 학생들의 반응이 좋다. 게임·연주 결과에 실시간으로 반응하며 동기를 부여하는 귀여운 캐릭터들은 반복 연습도 지루하지 않게 하는 도우미 역할을 한다. 교육과정은 6세부터 12세까지 발달 단계에 따라 기
학교 현장에서 교사와 학부모, 학생 간의 원활한 소통은 교육 활동의 기본 요소다. 그러나 개인 연락처 노출에 따른 사생활 침해와 시도 때도 없는 민원 탓에 평범한 연락처 교환조차 거북해진 현실이다. 들의곰(대표 최원문·용승준)의 ‘무니티(Moonity)’는 20년 경력의 교사 출신 최원문 대표가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기획한 메신저 플랫폼이다.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일절 저장하지 않아 유출 걱정이 없고, 문자, 통화 등 일련의 소통 방식을 교사가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다. 거기에 수기 서명, 일정 자동 등록, 활동 기록 분석 기능 등을 더해 행정 업무까지 간편화한다. 학생 연결은 QR코드(링크)가 들어간 초대장으로 한다. 학생들이 게시판 등에 게시된 초대장의 QR을 촬영하거나 문자, 메일 등으로 전송받은 링크를 클릭해 수락하는 방식이다. 학부모는 자녀의 앱에서 생성한 초대 코드로 등록하면 된다. 연결이 끝나면 메시지 전송, 음성 통화, 영상 통화를 모두 무니티 앱 내에서 해결할 수 있다. 차별점은 교사에게 부여된 관리 권한이다. 교사가 연락 가능 시간을 설정하면, 이외 시간에는 통화 버튼, 메시지 전송 버튼 자체가 사라진다. 교사가 ‘공적 용도
현대 학생들의 여가 활동에서 게임은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다양한 플랫폼과 장르가 존재하는 가운데, 게임이 주는 즐거움과 교육적 가치 역시 점차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게임이 지나친 몰입이나 부정적인 영향으로 이어지기도 하기에, 교사가 학생들의 게임 이용 행태를 면밀히 점검하고 지도하는 역할이 중요하다. 게임 패턴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무조건 ‘게임은 나쁘다’고 규정하면 학생들과의 소통 단절로 이어질 수 있다. 교사는 게임의 종류, 게임 내 규칙, 플레이 방식, 게임에서 요구하는 인지·사회적 활동 등을 이해하고 학생 개개인의 게임 이용 습관을 파악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긍정적 측면을 강화하고 위험 요소를 최소화하는 교육적 개입을 시도할 수 있다. 부작용 줄이는 방법 고려 ‘게임 패턴 점검 프로젝트’를 통해 교사는 학생들에게 평소 즐겨 하는 게임의 장르와 플레이 시간을 스스로 기록하게 한 뒤, 그 내용을 바탕으로 토론을 진행한다. 게임의 종류가 무엇인지, 그 안에 작동하는 규칙은 어떠한지, 그리고 학생들이 상호작용하는 플레이 방식이 무엇인지 발표하게 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자신들이 즐기는 게임 유형과 이유를 자연스럽게 공유하며, 게임이 주
최근 학생들이 주로 소비하는 미디어 형태는 단연 짧은 영상이다. TikTok,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쇼츠 등 15초에서 1분 내외의 숏폼 플랫폼이 청소년의 일상을 점령하면서, 일반적인 강의나 텍스트 중심 수업은 집중력 유지에 명확한 한계를 보이고 있다. 짧은 영상은 핵심 메시지를 빠르게 전달하고 직관적인 시각 자극을 통해 학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 탁월하다. 휴일에 15초짜리 영상을 잠깐 보려다 몇 시간을 훌쩍 소비할 정도로 흡인력과 중독성이 강하다. 이 강력한 중독성을 교실 안으로 가져와 학습 동기를 유발하는 새로운 수업법으로 활용한다면 어떨까?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숏폼을 교실의 새로운 학습 도구로 품어내려는 시도가 주목받는 이유다. 지식 파편화 부르는 부작용 짧은 영상을 교육에 적극 도입할 경우 몇 가지 명확한 이점을 기대할 수 있다. 첫째, 높은 몰입도와 동기 유발이다. 수업 도입부에서 핵심 개념을 직관적이고 시각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청소년 학습자의 호기심을 즉각적으로 자극할 수 있다. 둘째, '마이크로 러닝(Micro-learning)'의 구현이다. 복잡한 공식, 역사적 사건, 핵심 개념을 1분 이내로 압축해 부담 없는 반복 학습과 복습
오늘날 학교 현장은 디지털 대전환의 중심에 있다. 스마트기기 보급으로 교실의 벽이 허물어지며, 학생들의 소통은 방과 후에도 SNS와 단체 대화방(단톡방)으로 끊임없이 이어진다. 온라인이 또 하나의 교실이자 삶의 터전이 된 것이다. 그러자 학교폭력의 양상도 달라졌다. 최근 학폭위 안건의 상당수가 온라인 내 언어 폭력과 따돌림에서 시작된다. 기기 활용 능력은 기성세대를 압도하지만, 타인을 존중하는 디지털 시민성은 미숙한 현실이다. 드라마 ‘참교육’은 단톡방 내 집단 욕설, 저격 글, 강제 초대 후 폭언을 퍼붓는 카톡 감옥 등 실제 교실의 적나라한 디지털 폭력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충격을 주었다. 이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정보 판별을 넘어, 온라인에서 공존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현장 맞춤형 네티켓’ 교육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익명성 뒤에 숨은 칼날 학생들이 온라인에서 거친 언어를 쉽게 사용하는 이유는 비대면성과 익명성 때문이다. 눈앞에 상대의 표정이 보이지 않으니 자신이 뱉은 말이 줄 타격을 체감하지 못한다. 손가락 움직임으로 타인의 인격을 말살하면서도 이를 장난으로 치부하는 이유다. 드라마 ‘참교육’ 속 감독관들이 가해자들에게 폭력의 잔인함을 직시하게
학부모와의 관계만큼 교사에게 까다로운 것이 있을까요. 너무 가까우면 사적인 영역이 흔들리고, 너무 멀면 아이 이야기를 나눌 자리조차 마련되지 않습니다. 반갑게 인사만 나누고 지나치자니 왠지 아쉽고, 마음 편히 이야기를 주고받자니 어느새 경계가 흐릿해집니다. 이 어중간한 자리에서 매년 새로 만나는 학부모들과 어떻게 관계를 만들어갈지, 고민하지 않은 교사는 없을 겁니다. 아이 위해 나란히 걷는 관계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이라는 옛말이 있습니다. 너무 가까워도 안 되고, 너무 멀어도 안 되는 관계라는 뜻입니다. 너무 멀면 아이를 위해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없고, 대할 때마다 서로 불편해집니다. 너무 가까우면 자칫 교사의 공적인 생활 이외의 것까지 침해받을 수 있습니다. 세월이 흘렀지만 이 원칙은 지금도 그대로 유효하다고 봅니다. 오히려 요즘처럼 소통 창구가 다양해지고 경계가 자꾸 흐려지는 시대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거리를 지킨다는 것은 관계를 오래 지키기 위한 리듬입니다. 지나치게 가까워지면 처음에는 좋아 보여도 결국 어느 순간 사소한 오해 하나에 관계 전체가 흔들리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반대로 처음부터 너무 멀면 정작 아이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이
퇴근 이후 휴대전화가 울립니다. 학부모가 보낸 문자입니다. "선생님,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내일 준비물이 원고지가 맞나요.” 짧고 정중한 문장 앞에서 교사는 잠깐 멈춥니다. 지금 답해야 할까, 아침에 답해야 할까, 그런데 아침이 되면 또 아침대로 바쁠 텐데. 이 짧은 문자 하나가 남긴 무게가 하루의 끝자락에서 오래 남습니다. 늦은 시각의 연락이 무거운 것은 응대 그 자체보다 응대해야 할 것 같다는 압박감 때문입니다. 답하지 않으면 다음 날 학부모에게 또 연락이 올 것이 신경 쓰이고, 답하면 하루 종일 이어져 온 나의 시간이 문득 잘려 나가는 느낌이 듭니다. 교사도 퇴근하면 한 사람의 부모이고, 자식이고, 저녁을 준비하고 아이를 재우는 사람입니다. 그 시간을 지키는 일이 사실은 다음 날 교실에서 아이들을 다시 만나기 위한 준비이기도 합니다. 이런 부담을 근본에서 덜어주는 새로운 지침이 지난 3월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함께 발표한 ‘학교 민원 대응 및 교육활동 보호 강화 방안’에 따라, 이제 교사 개인 연락처나 개인 SNS를 통한 학부모 민원 접수는 원칙적으로 금지됩니다. 학부모와의 소통은 학교 대표번호와 온라인 소통 시스템인 이
교권보호위원회. 줄여서 ‘교보위’라는 이 한마디는 학교 현장에서 무겁게 들리는 단어입니다. 누군가에게 닥치기 전에는 아주 먼 이야기 같지만, 막상 나에게 닥치면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집니다. 정확한 절차를 잘 몰라서 오는 두려움이 더 큽니다. 알고 가면 한결 덜 두렵습니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 미리 알아두는 것이 자기를 지키는 첫걸음입니다. 피해 회복에 집중하기 개정된 교원지위법에 따라 교육지원청 단위의 지역교권보호위원회가 사안을 심의합니다. 학교에서 위원은 교원, 학부모, 변호사, 경찰, 전문가 등으로 구성되며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됩니다. 특히 학생 생활지도 경력이 있는 교사가 반드시 위원에 포함되도록 되어 있어, 그 자리에는 분명 교사의 심정을 헤아려줄 사람이 있습니다. 처리 절차는 크게 다섯 단계로 나뉩니다. 먼저 사안이 발생하면 학교장이 즉시 보호조치를 시행합니다. 이때 가해자와 피해교원의 분리, 특별휴가, 응급조치, 심리상담 안내 등이 이루어집니다. 그다음 학교가 교육지원청에 사안을 신고하고, 교육지원청이 조사와 사안 조사보고서 작성을 진행합니다. 그 뒤 지역교권보호위원회가 소집되어 심의·의결을 거치고, 교육장은 의결 결
수학 시간이면 늘 반복되는 풍경이 있다. 교사가 공식을 설명하고, 학생은 그 공식에 숫자를 대입해 답을 낸다. 답이 맞으면 이해했다고 여기고 다음으로 넘어간다. 그러나 문제가 조금만 변형되면 아이들은 이내 무너진다. 개념을 스스로 이해한 것이 아니라 절차만 외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학 수업에도 스스로 생각을 통과하는 구조의 질문수업이 필요하다. 수업에서 교사의 질문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학생이 스스로 "이게 뭐지?", "왜 그렇지?"라고 묻는 것이다. 생각은 그냥 시작되지 않는다. 생각을 촉발하는 무언가가 필요하고, 그것이 질문이다. 질문은 정답을 구하는 도구가 아니라 생각을 여는 도구다. 그런데 계산에 익숙해진 학생들은 계산만 하려 할 뿐, 개념과 원리에 질문하기를 어려워한다. 그래서 수학 문제 앞에서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패턴화된 구조를 제공할 때 사고의 근육은 자연스럽게 탄탄해진다. 수학질문수업의 ‘읽·설·그·계’가 바로 그것이다. 수학 문제를 읽고 해석하고, 개념을 설명하고, 그림으로 표현하고, 계산하는 흐름이다. 이 네 단계를 하나의 학습 구조로 엮은 ‘읽·설·그·계’를 학생이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강력한 도구로 추천한다. 1단계-
최근 미국 대학가에서 구술시험이 되살아나고 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코넬대의 한 공학 수업은 과제 제출 후 교수와 20분간 소크라테스식 문답을 나누는 구술시험을 추가했고, 펜실베이니아대는 '대면 평가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학생들이 인공지능(AI)으로 과제를 완성해 오자, 대학들이 내놓은 답이 결국 "네가 직접 설명해 보라"였던 것이다. 이 장면은 교실에서도 낯설지 않다. AI로 완성한 매끄러운 과제를 내밀던 아이가 "가장 중요한 문장이 무엇이니?"라는 물음 앞에서는 자기 글을 처음 보는 사람처럼 화면만 더듬는다. 답은 완성되었지만 이해는 시작조차 되지 않은 것이다. AI가 몇 초 만에 글을 써 주는 시대, 정작 위기에 놓인 것은 글을 읽어 내고 자기 말로 설명하는 힘이다. 도구가 역량 대신하지 않아 AI라는 도구 앞에서 아이들은 두 갈래로 나뉜다. 도구를 부릴 힘이 있는 아이는 도구를 만나 배움이 몇 배로 커진다, 하지만 그 힘이 없는 아이는 좋은 도구를 주어도 결과물을 받아 적는 데서 멈춘다. 이 갈림길은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선명해진다. 같은 도구를 활용하지만 오히려 배움의 격차를 키우는 역설이 벌어진다. 이것은 도구를 주어도 결과물은 결국 그
학생들의 실질적인 배움과 깊은 성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교사의 치밀한 밑그림, 즉 '수업 설계'가 필수적이다. 질문과 대화의 수업이라고 해서 단순히 '분위기 좋은 대화 시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집을 지을 때 완성된 모습을 먼저 그리는 것처럼, 수업도 다르지 않다. 교사가 가장 먼저 던져야 할 물음은 '오늘 무엇을 가르칠까'가 아니라, '이 수업이 끝났을 때 학생이 어디에 가 닿기를 바라는가'이다. 도착지를 분명히 정한 뒤 그곳에 이르는 길을 거꾸로 짚어 내려올 때, 비로소 질문수업의 안정적인 구조가 완성된다. 질문수업 설계의 첫걸음은 교육과정의 성취기준과 학습 요소를 분석하는 것이다. 방대한 교과서 내용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것을 넘어 질문 중심의 단원을 재구성하기 위해 교사는 스스로에게 다음 세 가지를 깊게 질문해야 한다. 첫째, 이 단원에서 내가 진정 바라는 결과는 무엇인가? 둘째, 이 배움을 학생들의 삶과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셋째, 무엇을 할 것이며 또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 여기서 가장 어려우면서도 중요한 것이 바로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이다.우리는 종종 진도를 다 나가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린다. 하지만 모든
“괜찮아요.” 교사가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묻자 한 학생이 짧게 대답한다. 그러나 학생은 수업시간에 제시되는 과제를 수행하지 못하고, 점심시간에는 밥을 먹지 않고 사람이 드문 운동장 구석 벤치에 혼자 앉아 있는 경우가 많다. 시끌벅적한 교실에서도 잘 웃지 않는다. 교사의 걱정 어린 질문에 괜찮다고 대답하지만, 아이의 표정은 다른 이야기를 한다.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학생이 늘어나는 가운데 이주배경학생은 더욱 세심하게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낯선 문화와 익숙하지 않은 생활 규칙에 적응하면서 또래 관계의 긴장도 함께 경험한다. 한국어 능력이 충분하지 않아 교과학습에도 어려움을 겪으며 자신의 감정이나 어려움을 정확히 표현하기 어렵고, 관계에서 오해가 생겨도 설명하거나 도움을 요청하기 쉽지 않다. 보호자의 한국어 능력이나 문화적 배경에 따라 가정과 학교의 소통에도 장벽이 생긴다. 특히 사춘기에 접어든 학생은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해 가는 과정에서 ‘나는 어디에 속하는가’라는 고민을 하게 된다. 외모·언어·가족의 문화적 배경 등이 또래와 다르다는 사실을 의식하면서 위축되거나 자신감을 잃을 수도 있다. 국내에서 태어났거나 한국에서 오래 생활해 친구와
교실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이주배경학생(다문화 학생)의 비율이 날로 증가하며 우리 교육 현장은 이미 다문화 사회로 진입한 지 오래다. 이에 발맞춰 학교 현장에서는 주로 ‘다문화 이해 교육’(‘다문화 감수성 교육’, ‘다문화 수용성 교육’ 등으로도 불림)이라는 이름으로 연간 2시간 이상 필수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교육 현장에서 느끼는 온도 차는 미묘하다. 이주배경학생이 다수를 차지하는 ‘밀집학교’는 물론이고, 반대로 이주배경학생이 거의 없는 학교 모두에서 “다문화 이해 교육을 해야 하지?”라며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곤 한다. 밀집학교는 이미 학생들이 서로의 배경을 이해하며 잘 어울려 지내고 있기에 인위적인 교육이 오히려 긁어 부스럼을 만든다고 느끼며, 이주배경학생이 거의 없는 학교는 당장 우리 반에 낯선 배경의 친구가 없으니 이를 남의 일처럼 여기기 때문이다. 교육 현장에서 느끼는 괴리감은 통계 수치를 통해서도 일부 확인된다. 성평등가족부의 「2024년 국민 다문화수용성 조사」를 살펴보면, 청소년의 다문화 수용성 점수는 타 연령대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즉, 현장에서 ‘아이들이 생각보다 편견 없이 잘 지낸다’라고 느끼는 것은 결코 착각이 아니다.
7년간 한국어 학급을 운영하며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학생이 아닌 보호자를 만날 때였다. 아이들은 언어가 서툴러도 교실에서 웃고 울며 자란다. 그러나 보호자가 학교와 단절되어 있을 때, 그 성장은 교문 안에서만 맴돌다 가정에 이르면 힘을 잃고 만다. 다문화 언어 강사가 없는 곳에서 담임 교사는 번역 앱과 몸짓만으로 이주배경 보호자 상담을 홀로 감당하거나 보호자의 지인에게 의존하는 것이 현실이다. 밀집 지역 교사에게는 함께 고민을 나눌 동료라도 있지만, 비밀집 지역 교사는 그 무게를 혼자 짊어진다. 이주배경 보호자가 학교와 소통하지 못하는 것은 단순히 관심의 차이로 설명할 수 없다. 생업에 빠듯한 일상, 한국어 가정통신문의 언어 장벽, 낯선 학교 문화에서 오는 막막함이 그 배경을 이룬다. 학사 일정, 수행평가 제도, 체험학습 신청 같은 사안들은 이주배경 보호자에게 전혀 다른 세계의 언어나 다름없다. 다누리콜센터(1577-1366)의 3자 통역 서비스가 있지만, 교사가 상담마다 이 절차를 밟기란 쉽지 않다. 결국 번역 앱에 의존하거나, 학생을 통역자로 세우거나, 소통 자체를 포기하는 것 중 하나로 귀결된다. 보호자 교육의 가능성과 한계 서울교육청은 2026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