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혜영(사진) 제주 탐라중 교사는 지난해 임용된 교직 1년 차이다. 교육부가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에 맞춰 모집한 교육혁명 선도교사에 뽑혀 지난여름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시간을 보냈다. 기존 틀에 얽매이지 않고 교사로서 역량을 기르는, ‘도전하는 교사’가 되고 싶어 교실혁명 선도교사에 지원했다는 그는 이번 연수를 통해 다양한 수업사례를 공유하고 ‘교수평’에 대한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고 만족해했다. 새교육과 인터뷰에서 AI 디지털교과서에 대한 속내도 털어놨다. 학생 개개인의 학습능력을 AI가 파악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개별화 학습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문제풀이 학습에 그치지 않도록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교실혁명 선도교사에 지원한 이유는? “2025 교육과정은 ‘학생 중심의 맞춤형교육’과 ‘개념 기반 학습’을 특히나 강조하는데, 사실 학교현장에서 교사와 학생의 교수·학습방법을 살펴보면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디지털을 접목한 진짜 학생 중심의 학습이 이뤄지는 방법을 탐구하고 싶었다. 교직경력이 짧은 나에게 교실혁명 선도교사 연수는 매우 매혹적으로 다가왔다. 여러 선생님을 만나…
2024-09-05 10:00마음건강이 중요해진 시대입니다. 그래서인지 마음건강을 위한 프로그램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있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태껏 정신건강을 위한 방법이라던 게 슬쩍 마음건강을 위한 방법이라고 둔갑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이 마음과 정신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틈을 이용하는 게지요. 외국에서 개발된 ‘mind’와 관련 프로그램을 수입하면서 ‘마음’을 위한 프로그램이라고 번역한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mind’는 ‘마음’이 아닙니다. 흔한 영어표현으로 “Are you out of mind?”는 “정신 나갔어?”, “Be mindful!”은 “정신 차려!”, “Where is your mind?”는 “정신 나갔냐?”입니다. ‘mind’는 흔히 정신을 뜻합니다. 마음이란 뜻으로 쓰일 때가 있기는 합니다. “You are in my mind”는 “넌 내 마음속에 있어”, “I changed my mind”는 “내 마음 바꿨어”입니다. 하지만 더 흔히 마음을 하트(heart)로 표현합니다. 그런데도 서양 논문에 나오는 mind가 거의 일률적으로 마음으로 번역되는 바람에 개념들이 혼탁해지고 이상해졌습니다. 서양에서 흘러들어온 마음건강법은 일단 조심해야 합니다
2024-09-05 10:00서울 서초구 청계산 자락 내곡중학교. 강남에 자리 잡은 학교지만 수려한 경관과 어울려 전원의 정취가 물씬하다. 이 학교에 요즘 고민이 하나 생겼다. 자꾸만 학생들이 몰려온다. 학급당 학생수가 30명대에 육박하는데도 오겠다는 학생들이 는다. 기존 교실로는 수요를 충당할 수 없어 모듈러교실에서 수업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해줘도 먹히지 않는다. 이제 개교한 지 갓 7년째를 맞는 학교인데 교육열 까다롭기로 소문난 강남에서 인기가 치솟고 있다. 이유가 뭘까? 먼저 내곡중은 전국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마을결합형학교다. 마을결합형학교란 학생과 지역주민이 하나의 교육공동체 속에서 어울리고, 지역(마을)의 인적·물적자원 및 콘텐츠를 적극 활용해 평생학습프로그램을 공동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학교 내에는 지역주민과 학생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공동체 교육시설과 도서관 등이 설치되어 있다. 도서관 2층에는 ‘열린소통 도서관’이 들어서 각종 자료실과 자유열람실·다목적교실이 만들어지고, 3층은 ‘커뮤니티 KID'S 도서관’으로 어린이 종합자료실과 시니어 다운카페, 토론방 등이 설치돼 각종 동아리와 학생모임 등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조성되어…
2024-09-05 10:00장마가 걷히고 햇빛 쨍쨍하던 지난 7월, 서울아현초등학교 2학년 7반 교실. 20여 명의 학생들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귀를 쫑긋 세운다. 이날은 교장선생님이 책을 읽어 주는 날. 그림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구연동화처럼 재미있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주인공은 독서교육 전도사로 유명한 심영면 교장. 지난 2020년 아현초 교장에 부임한 이래 한해도 거르지 않고 1학기와 2학기에 한 차례씩 1~6학년까지 모든 학급에 들어가 책을 읽어준다. 교장만 책 읽어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아현초는 “애들아 함께 읽자!”를 모토로 삼아 담임교사·학부모·고학년 학생들까지 참여한다. 실제 이 학교의 독서교육활동은 크게 네 가지로 운영된다. 첫 번째는 담임교사가 하루에 한 권, 10분씩 읽어 주는 ▲‘얘들아, 함께 읽자!’가 있다. 두 번째는 고학년이 저학년에게 책을 읽어주는 ▲‘얘들아, 언니가 읽어줄게!’이다. 4학년은 1학년을, 5학년은 2학년, 6학년은 3학년을 맡아 각각 학급 단위로 책을 읽어 주는 프로그램이다. 세 번째는 학부모가 1~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주 1회 학급단위로 책을 읽어주는 ▲‘얘들아, 우리도 읽어줄게!’이다. 20여 명의 학부모로 구성된 동아리…
2024-08-06 10:00‘선생님의 선생님’인 수석교사들이 지난 7월 한국교원대에서 제14회 수석교사의 날 기념 컨퍼런스를 열었다. 이날 행사는 ‘미래교육의 내비게이터, 대한민국 수석교사’라는 부제가 달렸다. 말 그대로 수석교사는 그동안 우리나라 교육활동의 최첨단에서 방향성을 제시하는 내비게이터 역할에 충실해 왔다. 수석교사제는 1980년대 초에 논의만 되고 실시되지 않다가 2008년 처음으로 시범 운영된 후 2011년 6월 29일 법제화됐다. 이후 2012년부터 공식적으로 유·초·중등학교에 도입됐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지금, 수석교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교육부가 내년부터 AI 디지털교과서를 초·중·고에 적용하기로 하면서 에듀테크 활용 등 교육현장의 모습도 혁명적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현식 한국수석교사회 회장(사진)은 새교육과 인터뷰에서 “AI 디지털교과서를 비롯 에듀테크 도입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기는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학교수업이 교육의 본질을 잃어서는 안 된다”며 “전인교육과 AI 교육이 조화를 이루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수석교사가 중심이 돼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교육의 균형을 잡아 나가겠다”라고 했다. 올해로 교직경력…
2024-08-06 10:00강원생명과학고가 전국 10대 협약형 특성화고에 선정됐다. 취업과 진학을 보장하면서 지역인재를 길러내는 신(新)직업교육을 선도하게 된다. 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특성화고가 협약형 학교로 선정된 것은 극히 이례적. 교육계에서는 무에서 유를 창조한 기적으로 평가한다. 이 학교는 교육부로부터 45억 원의 예산을 지원받는다. 협약형 특성화고는 특성화고 학생들이 지역 기업과 연계된 교육을 받고, 지역 내에서 취업과 성장의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교육청-특성화고-지자체-지역 기업 등이 협약을 통해 연합체를 구성하고, 지역에 필요한 맞춤형교육을 실현하는 학교이다. 강원생명과학고는 향후 5년간 스마트팜도시농업과, 플라워가드닝과, 반려동물케어과, 카페N디저트과 등 4개 학과의 직무와 연계한 ‘춘천 웰니스 관광농업 정주 인재 육성’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이를 토대로 지역을 대표하는 특성화고 모델을 구축하게 된다. ‘웰니스 관광’은 ‘웰빙(well-being)’과 ‘행복(happiness)’, ‘건강(fitness)’의 합성어로서 여행을 통해 정신적·사회적 안정과 신체적 건강의 조화를 이루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황중각 교장은 “지역과 산업, 학교가 힘을 모아 직업교육을 혁…
2024-07-04 10:00“학교에 보육업무를 맡기는 건 엄밀한 의미에서 계약위반이다. 지금 선생님들은 교육을 목적으로 양성되고 임용된 분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출생 극복을 위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것도 보육이다. 문제는 이런 점을 교사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교육부가 찍어 누르듯 밀어붙이면서 오히려 적대적 감정만 키웠다. 늘봄학교 갈등은 디테일 부족이다.” 국가교육위원회가 새롭게 만든 ‘저출생 대응 교육개혁특별위원회(이하 저출생 교육특위)’ 위원으로 위촉된 김태일 전 국가교육위원은 새교육과 인터뷰에서 “교육부는 이제부터라도 교사들에게 무조건적 희생이나 순응을 강요하기보다 타협점을 찾고 그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교육활동에 나설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우리 사회 가장 뜨거운 이슈인 저출생 문제에 대해서는 “2030세대가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큰 잘못인 양 타박하고 눈치 주기보다 결혼과 출산, 가정을 이루는 것이 행복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게 중요하다. 그런 좋은 롤모델을 제시해야 하는 데 그 점이 아쉽다”고 했다. 김 위원은 1993년 충남 아산 출생으로 한국외대 국제학부를 졸업하고, 신전대협(신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2024-07-04 10:00종종 진로 고민 때문에 찾아오는 학생이 있습니다. 어떤 직업을 선택할까, 어느 학교로 진학할까, 해외로 유학 나갈까 말까. 여러 진로 옵션 중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합니다. 정보를 여기저기 찾아보아서 직업·학교·유학의 장단점을 두루 꿰뚫고 있지만, 어떤 선택이 좋은 미래로 이어질지 판단이 어렵답니다. 미래가 궁금하면 저보다 점쟁이를 찾아가는 게 좋겠다고 말해줍니다. 함께 한바탕 웃고는 학생에게 무턱대고 간단한 질문 하나 추가합니다. “배 탈래요? 비행기 탈래요? 아니면, 자동차 탈래요?” 느닷없는 질문에 학생들은 처음에는 어리둥절하지만 금방 알아차리고 되묻습니다. “어딜 가는데요?” 좀 성숙한 학생들은 곧바로 환하게 웃습니다. 생각해 보니 본인의 고민이 너무 웃기는 것임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네요. 목적을 먼저 정한 후에 수단을 선택하는 게 순서네요.” 부산에서 대전에 간다면 자동차가 적절하고, 일본에 간다면 배 타는 것도 괜찮고, 샌프란시스코에 간다면 비행기 타는 게 바람직하지요. 아무리 비행기가 빨라도 부산에서 대전에 가는 수단은 아니잖아요. 샌프란시스코행이라면 꼭 비행기를 고집할 필요 없이 배로 갈 수도 있고, 심지어 자동차로도 갈 수…
2024-07-04 10:00“개운중에 배정받았을 때 첨엔 고민 좀 했죠. 솔직히 ‘보내도 되나’ 기대 반 걱정 반이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서 아이가 확 달라지더라고요. 쑥스러움이 많아 걱정했는데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동아리활동도 열심히 해요. 지금은 학교 가는 걸 너무 재미있어합니다.” 중학교 2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김은진 씨는 “지역 맘카페 등에서 어떻게 하면 그 학교에 갈 수 있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며 “그럴 때마다 뿌듯하고 어깨가 으쓱거린다”고 말했다. 교사와 학부모 관계는 동반자이자 협력자이다. 대화와 소통으로 자녀들의 교육문제를 함께 풀어가는 가장 중요한 교육구성원이다. 좀 더 나은 교육, 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교육주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나서면서 모두의 부러움을 사는 학교가 있다. 서울 성북구 북한산로에 위치한 서울개운중학교가 주인공이다. 그저 그런 ‘산꼭대기 학교’에서 학생들이 가고 싶은 학교, 지역사회에서 부러움을 사는 학교로 변신한 비결이 뭘까? 학부모 송원영 씨는 교사들의 헌신을 첫손에 꼽았다. “개학한 지 한두 달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선생님들이 학생 개개인의 장단점을 파악해 맞춤형으로 세심하게 지도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등교맞이를 할…
2024-06-04 10:00초등학교조차 입학할 수 없을 만큼 가정 형편이 어려웠다. 동네 어르신에게 한자를 배우던 소년을 딱하게 여긴 마을 구장이 초등학교에 입학시켜 줬다. 총명했던 탓에 월반을 거듭, 5년 만에 졸업했다. 어렵사리 중학교를 마치고 명문 경남고등학교에 합격했지만, 등록금이 없었다. 입학을 포기할 처지에 놓였던 그때, 딱하게 여긴 중3 담임선생님이 등록금을 모금해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다. 그로부터 50여 년이 지난 후 소년은 자산64조 원에 이르는 국내 최고 금융기관의 수장에 올랐다. 정갑윤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 이야기다. “오늘날 제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던 것은 주변 분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작은 나눔이 큰 열매가 되어 돌아온다는 것을 인생을 통해 배웠기에 저 역시 베품과 나눔을 실천하는데 남은 인생을 바치고 싶습니다.” 그래서일까. 지역구 5선 국회의원을 지냈고, 국회부의장까지 올랐지만 재산이라곤 울산의 아파트 한 채가 전부일 정도로 청렴하다. 그는 대학시절부터 불우 청소년들의 학업을 도와주는 야간학교 B.B.S(big brother and sister)에서 7년간 교사생활을 했다. 지금도 당시 제자들이 은혜를 잊지 않고 찾아온다. 정치…
2024-06-04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