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은 바꿀 수 있어도 학적은 못 바꿉니다. 제 모교인 보인고를 학생들이 아침에 눈을 비비면 가장 먼저 달려오고 싶은 곳, 학부모가 내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고객 만족 1등 학교’로 만드는 것이 제 마지막 소명입니다.” 자율형 사립고의 성공 신화를 다시 쓰고 있는 서울 보인고 김석한 이사장의 말이다. 1908년 개교한 보인고의 변신은 2004년 김 이사장의 취임과 함께 시작됐다. 그는 부임하자마자 ‘현실에 안주하면 미래가 없다’라는 판단 아래 2007년 상고에서 일반고로 전환한 데 이어 2011년 자사고 전환이라는 대담한 결단을 내렸다. 이후 사재 등을 털어 무려 320억 원을 학교 환경 개선에 쏟아부었다. 낡은 교실을 전면 개보수하고, 현대식 체육관을 신축했으며, 학생들을 위한 최첨단 학습시설을 갖췄다. 보인고가 20여 년 만에 명문 사학으로 자리 잡은 배경에는 ‘성적 이전에 사람을 본다’라는 분명한 원칙이 있다. 학교가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하게 강조하는 가치는 인성이다. 실제로 학교장 추천이나 각종 포상 과정에서도 성적보다 3년간의 학교생활 태도와 공동체 안에서의 품행을 우선 살핀다. 이 같은 원칙은 보인고 교훈인 ‘날로 새롭게, 바르게 살자,…
2026-03-05 10:00
학령인구 급감과 지역 소멸이라는 거대한 파도 속에서 전문대학이 새로운 생존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서울 중구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에서 만난 김영도 회장(동의과학대 총장)은 인터뷰 내내 ‘슈퍼 테크니션(고숙련 기술인)’과 ‘직업교육은 복지’라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그는 최근 미국 애리조나주립대(ASU)를 방문해 대학이 산업 인력을 책임지며 지역 혁신을 이끄는 모델을 직접 확인하고 돌아왔다. 4년제 대학보다 9% 이상 높은 취업률을 기록하며 실용 교육의 저력을 증명하고 있는 전문대학. 이제는 단순한 학위 기관을 넘어 인공지능(AI)시대를 선도하고 지방을 살리는 ‘평생 직업교육 플랫폼’으로의 대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1월 애리조나주립대(ASU)를 방문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었는지요. “미국은 우주 산업 등 첨단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동시에 제조 현장의 숙련 기술 인력이 부족해 산업 생태계가 붕괴되는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조선업입니다. 설계 능력은 뛰어나지만 실제 배를 만들 인력이 없어 산업 경쟁력이 무너졌습니다. 반면 애리조나주는 사막이라는 불모지임에도 TSMC(220조 원 투자), LG에너지솔루션(4조 5천 억 원 투자) 등…
2026-03-05 10:00
서울 강서구 가양동에 자리한 서울양천초등학교는 올해로 개교 126주년을 맞은 유서 깊은 학교다. 1900년 문을 연 이 학교는 한 세기를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지역의 삶과 함께 호흡해 왔다. “엄마 아빠는 물론 할머니·할아버지까지 이 학교 졸업생”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이유다. 인근 상가 곳곳에서도 양천초 졸업생을 쉽게 만날 수 있을 만큼 학교는 지역의 역사 그 자체다. 이 오랜 전통의 학교가 최근 ‘밝고 안정된 학교’, ‘학부모 신뢰가 두터운 학교’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중심에는 2024년 9월 부임한 배현정 교장이 있다. 교장실 벽면의 모니터, 253명의 얼굴 양천초 교장실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시선을 끄는 것은 책상 옆 벽면을 가득 채운 대형 모니터다. 화면에는 전교생 253명의 얼굴과 이름이 슬라이드처럼 끊임없이 떠오른다. 배 교장은 “아이들이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다 보니 학생의 얼굴과 이름을 자주 익혀야 한다”면서 “휴대전화에도 PPT로 저장해 틈나는 대로 보고 있다”고 했다. 아침 등교 맞이 때 아이들 한 명 한 명 이름을 꼭 불러주고 싶어 열심히 외우고 익힌다는 것이다. 등교 맞이 때면 그는 매일 다른 문구가 적힌 이름표를 달고…
2026-02-04 10:00
교권 약화와 저경력 교사의 교직 이탈이 교육현장의 최대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수석교사’ 제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수업·생활지도·학부모 대응까지 홀로 감당해야 하는 교사들에게 가장 가까운 조력자이자 ‘사수’ 역할을 할 수 있는 최고의 존재가 바로 수석교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석교사는 「초·중등교육법」에 직위는 규정돼 있지만, 시행령에 별도 정원이 배정되지 않아 교사 정원을 잠식하는 부담스러운 존재로 인식되는가 하면, 시도교육청에 선발·운영권이 넘겨지면서 좀처럼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 교육현장에 꼭 필요한 존재이지만, 교육당국의 무관심 속에 고군분투하는 수석교사들. 양미정 서울수석교사회 회장(서울 전동초)은 새교육과 인터뷰에서 “교사들의 전문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지만, 정원 미확보 등 제도적 한계 때문에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수석교사는 학교에서 어떤 존재인가. “수석교사는 교사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원하는 자리다. 교장·교감 등 관리자는 구조상 심리적 거리감이 있고, 동료교사들은 각자 학급과 행정업무로 바쁘다. 반면 수석교사는 교사 신분을 유지하면서도 한 발 더 다가가 밀착 지원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동시에 학생도 가르
2026-02-04 10:00
서울 광진구의 작은 학교, 양남초등학교가 달라지고 있다. 전교생 120명에 불과했던 학교는 최근 아파트 입주와 함께 186명으로 늘었고, ‘없어질 학교’라는 오명을 벗고 지역에서 주목받는 학교로 변모하는 중이다. 변화의 중심에는 지난해 9월 공모로 부임한 유태호 교장이 있다. 그는 “학생·학부모·교사가 모두 행복하게 성장하는 학교”를 비전으로 내걸고, 1년여 동안 소통·수업혁신·학생지원 체계를 전면적으로 재정비해 왔다. 매월 열리는 ‘학부모 간담회’ … 민원은 줄고 신뢰는 높아져 부임 직후 유 교장이 마주한 것은 “학교가 빨리 달라졌으면 좋겠다”는 학부모들의 기대와 요구였다.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은 별관 신축 문제, 낡은 학교시설, 예산 부족 등의 현안이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초기엔 학부모 요구가 정말 많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제시한 학교 비전인 ‘슬기로운 행복 성장’과 ‘학생·학부모·교사가 함께 성장하는 학교’를 실현하려면 우선 학부모 목소리를 충분히 듣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어요.” 그가 선택한 방식은 매월 한 번, 꾸준한 학부모 간담회였다. 단순히 학교 구성원만 참여하는 자리가 아니라, 지역 시의원·구청장·국회의원까지 초청해 논의의 폭을 넓혔다.…
2026-01-06 10:00
“AI 시대는 자기 역량을 발견하고 발전시켜 ‘최고의 나’를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남들이 가는 길을 따라가면 기존 성공 모델의 ‘플러스 원(Plus One)’은 될 수 있지만, 결코 ‘더 원(The One)’은 될 수 없습니다.” 세계적 교육학자 폴 킴 전 스탠퍼드대 부학장은 새교육과 인터뷰에서 한국 사회에 만연한 ‘정해진 길 따라가기’ 식 성공 모델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대세를 따라가는 것이 오히려 가장 위험한 선택이 됐다”며 “학교에서의 배움이 잉여지식이 되지 않도록 교육의 작동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그는 국내 한 대학이 주최한 포럼에서 AI를 질산암모늄에 비유하며 “잘 쓰면 인류를 이롭게 하지만 교육이 통제하지 못하면 위험해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러면서 “이제 교육은 지식을 전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학생의 창의적 질문을 중심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질문 없는 교실에는 미래가 없다” 폴 킴 교수는 “학생이 배웠는지 확인하는 유일한 증거는 ‘질문’이다”라고 단언했다. 단순히 외운 내용을 말하는 것은 배움이 아니며, 스스로 궁금함을 느끼고 질문할 수 있을 때 배움이 비로소 작동한다는 것이다.…
2026-01-06 10:00
서울신곡초등학교(교장 윤선자)는 서울 강서구 봉제산자락 조용한 주택가에 자리한 아담한 학교다. 주변은 빌라 단지와 좁은 골목이 이어져 있지만, 그 속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골목마다 퍼진다. 복잡한 도심 속에서도 자연과 함께 숨 쉬는 배움터, 따뜻한 공동체의 품이 느껴지는 곳이다. 좁은 길 끝에서 만나는 작은 교정이지만, 그 안의 배움과 사랑은 언제나 넓고 깊다. 그 배움과 사랑이 어떻게 샘 솟고 있는지 함께 신곡초로 떠나 보자. 학생들의 새로운 배움터, 교장실 먼저 이 학교 교장실은 점심시간이면 매일 40여 명의 학생들로 북적인다. “오늘은 주제가 뭐예요?”라는 질문에 “오늘은 자신을 칭찬해 보기입니다”라고 교장선생님이 대답하면 학생들은 친구를 도와준 일, 선생님 말씀을 잘 듣고 열심히 공부한 일, 부모님께 효도한 일, 학교에 떨어진 휴지를 주워서 버린 일 등 자신만의 칭찬거리를 찾아 말한다. 이외에 부모님께 감사하기, 읽은 책 중에서 감동적인 부분 말하기, 친구를 칭찬하기, 학교의 좋은 점 말하기 등등 다양한 주제로 학생들과 대화를 나눈다. 김재희 학생(6학년)은 “우리 학교는 여러 가지 주제로 다양한 교육을 받을 수 있어서 좋다”며 재밌는 이벤트와…
2025-12-04 10:00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던 시대는 갔습니다. 이제는 스승을 돌처럼 대하는 세상이 됐습니다. 교사가 보호받지 못하면 교육의 미래도 없습니다.” 제34대 한국중등교장협의회 회장으로 취임한 남경민 교장(전남 여수화양고)은 새교육과 인터뷰에서 교권 붕괴의 현실을 고발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교사를 죽음으로 내모는 악성민원은 더 이상 개인의 인내로 감당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무고성 악성민원에 대해서는 강력한 처벌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 회장은 35년간의 교직생활을 거쳐 전국 중등교장협의회를 이끄는 자리까지 올랐다. 그가 보는 오늘의 교육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다. “책임만 있고 권한은 없는 자리가 교장입니다. 정당한 지시조차 ‘갑질’이라 매도당하는 세상이에요. 교육부도 교사단체의 목소리는 경청하면서 교장단과의 소통은 형식에 그치고 있죠.” 그는 최근 초등교장협의회와의 간담회에서도 “교장의 힘이 너무 약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학생 인권과 교사 교권이 강조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교장이 학교를 통할할 권한은 상대적으로 약화됐습니다. 이제는 교장의 리더십이 학교를 지탱하는 동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2025-12-04 10:00
우리나라 학생들은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과학성취도는 세계 상위권을 차지하지만, 흥미와 자신감은 하위권에 머무는 ‘이중 현상’을 보이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AI 시대가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과학교육의 방향 전환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새교육은 한국과학교육단체총연합회 이항로 회장을 만나 우리나라 과학교육의 현황과 과제를 물었다. 우리나라 과학교육의 현황과 시급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여기십니까. “교육부의 제5차 과학교육 종합계획(2025~2029)에 따르면 과학교육은 ‘미래 사회 핵심 역량 함양’을 목표로 설정돼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학생들의 과학 흥미와 자신감이 낮고 실험·탐구 중심 수업이 부족해 탐구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지역 간 인프라와 교사 역량 격차도 큽니다. 융합형 교육은 아직 정착되지 못했고, 과학이 진로와 제대로 연결되지 않아 실질적 동기부여가 약합니다. 시급한 과제는 우선 네 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첫째, 교실에서 직접 실험과 탐구활동을 확대해 ‘핸즈온(Hands-on)’ 중심 수업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둘째, 첨단 기자재와 실험실 확충, 교사 전문성 강화가 필요합니다. 셋째, AI·빅데이터 등 미래 기
2025-11-05 10:00
“우리 학교에는 세 가지 보물이 있어요. 뭔지 아세요?” 교장실에서 만난 서울 성자초등학교 이은정 교장은 대뜸 기자에게 퀴즈를 냈다. 얼른 주위를 둘러보고 교문에 들어섰을 때 이후를 되짚어보았지만, 떠오르는 게 없었다. 둔한 관찰력을 자책하는 순간 이 교장이 웃으며 말했다. “우리 학교의 학생·교직원·학부모가 세 가지 보물이에요.” 듣고 보니 그렇다. 학교에 이보다 더한 보물이 따로 있을 리 없다. 구성원 모두가 가장 소중한 존재 아닌가. 기왕 한 방 먹고 시작한 김에 본격적으로 보물찾기에 나서봤다. 성자초는 최근 학부모 동의율 81%로 혁신학교 신청을 마쳤다. 단순히 제도 전환을 넘어, 학교를 이끌어가는 철학과 실천이 구성원들로부터 신뢰받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 교장은 “학생의 꿈, 교사의 긍지, 학부모의 신뢰라는 세 축이 함께 움직이는 학교”라며 성자초의 정체성을 설명했다. 지난해 9월, 이 학교에 부임한 이 교장은 서울시교육청 장학관 시절, 생태교육 전문가로 이름을 날렸다. 교육정책에 탄소중립을 접목했고, 영국 BBC 등 세계가 주목한 농촌유학 프로그램도 그의 손을 거쳤다. ◇ 활발한 학생자치, 스스로 만드는 학교문화 성자초 학생들은 교내 자치활동을…
2025-11-05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