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의 약속 하나, 월 2회 산행이다. 연 24회가 목표다. 주로 칠보산과 광교산을 오른다. 3.1절 아침, 오늘의 목표는 광교산이다. 올해 6번째 산행이다. 광교산은 수원시민의 허파다. 용인시, 의왕시에도 걸쳐 있어 3개 시민의 휴식처요 안식처다. 체력단련장 구실을 톡톡히 한다. 전국에 이미 알려진 명산이다. 광교산 제3코스를 택했다. 이 코스는 경동원∼하광교 소류지∼종루봉(비로봉)이다. 오전 시각, 하광교 소류지에 도착했다. 하광교 소류지 산불관리초소가 보인다. 산불감시원 두 분을 보았다. 한 분은 초소를 지키고 한 분은 산속을 순찰하면서 활동한다. 여기서 장안구 소속 산불감시원 정석원 씨를 만났다. 붉은색 옷 가슴에 단 명찰을 보니 산불전문예방진화대다. 즉, 산불을 예방하고 산불 발화 시 진화업무를 맡은 것이다. 필자가 먼저 말을 걸었다. “날씨가 건조해 산불위험이 높습니다. 산불예방에 수고가 많습니다” “예, 감사합니다. 오늘 아침엔 등산로 쓰레기 줍기를 1시간 동안 했습니다. 주 업무는 아니지만 보기 흉해 주웠습니다. 그런데 담배꽁초도 많이 나와 저도 놀랐습니다.” 여기서 시민기자 정신이 나왔다. “혹시 오늘 주운 쓰레기 제가 볼 수…
2025-03-01 23:23필자의 어린시절은 전쟁이 끝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먹는 것이 풍족하지 않았다. 6살로 기억된다. 사과 한 알을 먹겠다고 밤새 울었지만 엄마는 주지 않았다. 국민 1인당 GDP가 유엔 회원국 116개국 중에서 거의 꼴찌 수준이었으며, 일반 국민은 ‘하루에 두 끼를 먹었으면 좋겠다’가 소원이었던 시절이다. 곡식은 먹기도 모자라니 술이나 과자는 언감생심(焉敢生心) 생각할 수 없었다. 필자의 형제들은 방학이면 영종도에 계신 외할아버지댁에 갔다. 외할아버지는 손주들의 손을 잡고 논으로 가셨다. 논둑에는 빨간 깃발이 꽂혀져 있었고 넓은 논에 벼가 자라고 있었다. 외할아버지는 벼를 가리키며 ‘이게 통일벼이다’ 하며 자랑스럽게 말씀하셨다. ‘먹거리가 풍족해지니 너희들이 놀러올 수 있고, 먹일 것이 많으니 좋다’ 하셨다. 통일벼는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대한민국 정부에서 신품종개발에 매진하여 얻은 결과물로 세계 벼 육종 역사에서도 한 획을 그은 성공작이다. 1972년부터 전국 농가에 보급되었는데 외할아버지댁 논도 이즈음이었을 것이다. 1977년에는 국내 수요를 충당하고 남아 해외에 수출도 하였다. 이제는 쌀이 흔해져 쌀로 빚은 술이 각광을 받는다. 요즘 한국을 가리키
2025-02-06 16:37인터넷 검색을 하던 중 ‘인일여자고등학교 축제’ 인일제 동영상을 발견하였다. 흐뭇하고 반가웠다. 인일여자고등학교는 필자의 모교이다. 50년 후배들의 생기발랄함과 교정을 보며 모처럼 옛 시절을 되돌아보았다. 인일여자고등학교는 인천에 있으며, 70년대 당시 인천은 경기도에 속해있었다. 필자는 1970년대에 고등학교를 다녔다. 당시는 고등학교도 입학시험이 있었으며,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두 개의 지역, 즉 서울지역과 경기도 혹은 경기도와 충청지역 등 두 곳을 정하여 지원할 수 있었다. 고등학교 입학시험에는 필기시험뿐 아니라 체력장 시험 점수도 합산하였으며, 본고사를 치러야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다. 중학교 3학년 담임선생님은 고등학교를 정하는 시기에 부모님을 모시고 오라고 하여 부모님과 당사자인 필자와 더불어 입학할 학교를 의논하고 최종 결정을 하였다. 담임선생님은 체육을 담당하였는데 필자의 체육점수가 형편없어 걱정을 많이 하셨다. 체력점수가 무려 20점이나 되었던 것이다. 학생들은 대체로 만점을 받았다. 선생님은 ‘100M 달리기는 깃발이 들어올려지는 순간에 바로 뛰어나가라’ 등 걱정의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 당시 명문이었던 인일여자고등학교에 필기시험을 보던…
2025-01-14 20:53시골집 부엌은 100년이란 시간의 저장고이며 어머니의 기도가 있는 곳이다. 설을 앞두고 잘 찾지 않던 시골집을 찾았다. 페인트가 벗겨져 녹슨철 대문엔 시간이 멈춰 있다. 대문을 들어서자 얼고 녹기를 반복하여 푸석푸석한 흙 마당에 발자국이 드러난다. 마치 달나라에 처음으로 발자국을 찍은 셈 같다. 이 마당은 타작도 하고 곡식도 말리고 때로는 구슬치기하는 유년의 놀이터였다. 고개를 들어 지붕을 본다. 빛바랜 주황색 슬레이트 지붕엔 뒤란 대숲을 스친 골바람, 새소리만 미끄러진다. 인적이 머문 지 오래된 집은 기운을 잃어가고 있다. 삐거덕, 비명을 지르는 마찰음과 함께 가난한 시간이 늙어서 들어찬 두 짝의 정지문을 연다. 침침한 실내는 눅눅한 이끼 냄새와 적막이 흐른다. 투사처럼 머리에 수건을 두르시고 결연한 의지로 아궁이에 불을 지피신 어머니의 모습은 없다. 대신 거미줄 사이로 새어 나오는 음산함과 입 벌린 아궁이에서 나오는 죽은 재 냄새, 식은 반찬 모여있는 찬장에서 기억되는 시큼한 김치 냄새뿐이다. 세월의 더께를 쓴 부엌은 조리와 난방이라는 제 기능을 잃어버리고 창고가 되고 말았다. 시간을 거슬러 본다. 유년의 부엌은 눈물 콧물도 있고 먹거리와 어머니의…
2025-01-13 15:2312일가천대의과대학 3층에서 열린 가천효행대상 시상식에서 박현성 경남 진영금병초교사가 효행교육 부문에서 가천효행대상을 수상했다. 이 상은 대한민국 교사 중 단 한 명에게 수여되는 영예로운 상으로, 서류 심사와 면담 심사, 최종 심사 등 엄격한 과정을 거쳐 선정되었다. 박현성 교사는 수상 소감에서 "그동안 다양한 교육상을 수상했지만, 이번 심사는 효행교육에 대해 돌아보는 성찰의 기회가 되어 더욱 의미 있었다"며, "면담 심사가 단순히 비교와 경쟁이 아닌, 내가 실천해온 교육적 가치를 이야기하는 자리였기에 더욱 뜻깊었다"고 전했다. 효행교육의 선구자, 박현성 교사의 열정과 실천 2014년 교직에 입문한 박현성 교사는 효행교육의 선구자로, 창의적 체험활동과 실천 중심의 교육을 통해 효의 가치를 학생들에게 전파해왔다. 학부모 공개수업에서는 효도를 주제로 한 효도 편지, 효도송, 효도 게임, 가족이 함께 만든 가정헌법, 세족식 등의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부모님께 감사와 사랑을 표현하도록 유도했다. 특히, 박 교사는 학생들에게 매일 효도의 인사를 실천 과제로 제시했다. 학생들은 부모님의 손을 잡고 "저는 부모님을 믿습니다"라고 말하며 인사를 시작한 뒤, 부모님
2024-12-13 16:14찬 바람이 거세다. 기억의 편린 같은 수많은 가랑잎이 아우성으로 떨어지고 가을은 멀리 달아난다. 관절염을 앓는 계절이 절뚝거린다. 이제 기약 없이 추워질 겨울이다. 11월이 욕심을 줄이고 마음을 비우기에 알맞다면 12월은 앞만 본 달음박질을 멈추고 돌아보는 시간이다. 늦가을과 겨울의 초입이다. 지난날 미련을 아쉬워하며 산사를 찾는다. 전년과는 다른 날씨에 단풍은 얼마 보지도 못한 채 흘러내리는 아쉬움으로 가득하다. 산바람이 불 때마다 갈색으로 오그라진 잎들이 돌계단에서 바둥거리며 구른다. 바스락바스락 낙엽의 부서짐 소리지만 내면으로 들으면 많은 사연이 숨 쉬고 있다. 무수히 흩어진 가랑잎은 돌개바람 불 때마다 혼란스럽게 쓸려간다. 그 모습은 어쩌면 개개인의 사연과 같다. 몸을 낮추어 늦가을 색을 카메라 앵글에 담아본다. 뷰파인더에 보이는 것은 모두가 아름답다. 문득 지금의 국내외 정치 현실을 보며 우리가 찾는 삶의 의미는 무엇인지 자문한다. 모두가 겸손과 사랑, 넉넉한 마음을 우선으로 살았다면 지금의 혼돈은 조금 나아지질 않았을까? 겸손은 자신을 낮춤으로 시작된다. 올려다보는 풍경은 힘들고 내려다보는 풍경은 넓고 시원하다. 넓으면 마음이 풍부해지고…
2024-11-28 16:14한때 직업 선호도 조사에서 초등학교 교장이 크게 선망의 대상이 된 적이 있다. 자녀에게 상속하고 싶은 직업 1위로 선정된 것이다. 자신의 직업을 자녀에게 물려주거나 대를 이어 승계하기에는 망설임이 큰 것이 보통 사람들의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그만큼 자신의 직업이 힘들고 어렵다고 느껴 사랑하는 자녀에게는 그와 같은 고통을 물려주지 않고자 하는 것이 부모로서의 마음의 발로이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초등 교장은 그와 같은 통념을 깨고 일시적이나마 한때 상속해주고 싶은 최고의 선망의 직업으로 드러난 것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그렇다면 교장이란 위치가 사회적 인지도 역시 그에 비례해 국민으로부터 존경과 부러움을 받고 교사들로부터 선망의 대상인가? 안타깝게도 각종 언론에서는 전국에 걸쳐 학교 관리자로서의 교장에 얽힌 안타깝고 불명예스러운 소식들이 자주 들려온다. 대개는 권위적이고 불통이며 반민주적인 학교 경영으로 같은 가족인 교사들로부터 비난과 성토를 당하고 또 학부모들로부터도 원망과 공격의 대상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솔직히 전국 50만 명의 교원 중에 일부로 간주하고 위로하며 가슴을 쓸어내리곤 한다. 그런데 최근 한 초등 교장의 비상식적이고
2024-11-22 09:43필자는 1980년대 초반에 결혼을 하였다. 어느 한 날 교수였던 필자가 기차를 타고 출장을 갔다. 옆 좌석에 앉은 60대 아주머니가 ‘어디 가우?’ 하고 물었다. ‘출장을 가요’ 하였더니 ‘남편이 벌이가 신통치 않우? 직장을 다니게’ 하였다. 당시의 보편적 인식이다. 임신을 하면 눈치가 보이고, 방학에 맞춤 출산을 하지 못함은 민폐였다. 맞벌이 부모만 힘든 것이 아니다. 아이들도 어려움이 많다. 30대 후반인 큰 아이가 ‘예전에 친구에게 크게 잘못한 것이 있어요’하고 말하였다. 아파트 옆 동에 사는 아이 친구 엄마는 필자와 남편이 모두 박사이며 지위가 있으므로 좋은 가정이라 생각하고 필자의 아이를 자주 집에 초대하였다. 가정을 따듯하게 지키며 아이들돌봄에 전념하는 엄마로 좋은 책도 같이 보게 하고, 먹거리도 차려주며 아이들이 서로 잘 지내게 하려 노력하였다. 필자의 아이는 늘 엄마가 곁에서 돌보아주는 친구가 샘이 났는지 친구의 책에 온통 낙서를 하고 더러 찢고는 돌려주지도 않았단다. 생각할수록 너무도 미안하다는 것이다. 필자도 결혼, 아이키우기 모두 처음이니 아이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해 빚어진 참사이다. 햇살같은 엄마가 늘 곁에서 돌보아주는 친구를 보는 큰
2024-11-22 09:41필자는 은퇴 후를 위해 텃밭있는 작은 집을 마련하였다. 매우 잘한 선택이다. 텃밭가꾸기를 생각한 이유는 운동이다. 햇볕과 바람이 있는 공간에서 온몸을 사용하며 조졸한 먹거리도 얻을 수 있다. 재직동안 짬짬이 굵은 돌, 작은 돌 걷어내어 밭을 만들고, 은퇴 1년 차인 올해는 상추 몇 개, 고추 몇 개를 넘어 콩도 팥도 심었다. 콩씨 80개를 심었는데 수확이 제법 있었다. 팥은 실패하였다. 때가 되어 고개숙인 잎과 가지를 들어내어 천막지 위에 콩꼬투리를 널어놓았다. 이웃은 꼬투리가 바싹 마르면 막대로 탁탁 털라고 말씀해 주었지만 필자는 많은 양이 아니므로 손가락 운동을 겸하여 꼬투리를 열고 까만 열매를 손으로 받기로 결정하였다. 음악을 들으며 작업을 하노라면 어느새 새벽이다. 피아노 치는 거와 마찬가지로 뇌운동이 되겠지. 맷돌호박은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먹고 남은 음식물이 있을 때마다 한 곳에 모아 두니 좋은 거름이 되어 모종 3개를 심었는데 크고 작은 결실이 30개나 달렸다. 가족과 친지에게 나누어주고도 꽤 남았다. 어떻게 요리를 하면 좋을까? 보편적인 것이 호박죽이다. 이웃은 말려서 만두속을 하라고…
2024-11-15 16:49선배님 댁에서 숙박해 본 후배들 몇 명이나 될까? '함께 숙식을 같이 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깊다. 이번이 두 번째다. 작년 참가자는 4명, 이번엔 모두 7명이다. 캠프를 주선한 전근배 선배님. 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직했는데 경기도광주하남교육지원청 교육장 경력이 있다. 퇴직 후에는 경기도교육삼락회장도 하고 얼마 전까지 횡단보도 우측통행에 선도자 역할을 했다. 현재는 우리 사회의커다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약중독예방교육연구회를 이끌고 있다. 필자의 경우, 한교닷컴 리포터로 있으면서 교육지원청 최우수 표창인터뷰로 인연을 맺었다. 스마트폰 기록을 살피니 1년에 130차례 통화했다. 모임 장소는 신둔도예촌역. 가능하면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라는 뜻이다. 7명이면 이동 시 자가용 두 대면 족하다. 지구살리기에 동참하는 것이다. 캠프 첫 코스는 점심 식사. 나랏님 밥상을 찾았다. 한옥 건물이 으리으리하고 반찬은 진수성찬이다. 금강산 구경도 식후경이라는데 우선 잘 먹어야캠프가 즐겁다. 다음 코스는 이천도자예술마을. 선배님도 여기는 처음이라는데 도자기 만들기 체험도 할 수 있고 소품을 구입할 수 있다. 갤러리도 몇 곳 보이고 중간중간에 미술작품이 설치되어…
2024-10-28 1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