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총 소속이 된지 많은 시간이 흘렀다. 처음엔 어떤 단체인지도 모른 채 선배들의 권유로 가입했고, 중간에 교육철학의 차이도 느껴 탈퇴한 경험도 있다. 교총이 어떤 일을 하는지 모르고 오해한 시기도 있고 활동을 하면서 안타까움을 느낀 적도 있다. 하지만 교총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많은 기쁨과 성취감,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고, 여러 방면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다양한 혜택 누릴 수 있어 먼저 복지 부분에서 좋은 점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5~6년 전 교총 홍보 연수 강의를 갔을 때 복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했었다. 교총은 크게 한국교총, 시·도교총, 시·군·구교총으로 구분되고 여기에 따른 혜택이 다르다. 문제는 이것을 혼동하거나 제대로 사용하지 않고 ‘혜택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물론 할인이 무의미한 것도 있지만 한국교총에서 전국단위로 혜택을 받는 것, 시·도교총에서 시·도 단위로 할인받는 것, 시·군·구교총별로 복지에서 활용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면 많은 장점이 있다. 연수를 나가거나 주변 교총 회원들이 이러한 부분을 모를 때마다 알려주고 파일로 정리해서 공유하면 비회원도 깜짝 놀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매년 있는 이벤트 성…
2024-03-18 09:10하얀 눈이 폴폴 내려, 유난히도 예쁘게 나무마다 눈꽃이 피어난 날이었다. “책읽어주기 운동본부에서 ‘책 읽어주는 입학식’ 행사를 하는데, 강의를 하나 맡아주셨으면 합니다”라는 전화를 받았다. 강연 주제는 ‘책 읽는 가족 이야기’. 강연 날짜도 촉박한데 큰 생각도 없이 선뜻 강의를 맡았다. 충분한 시간과 환경 중요해 막상 강연을 준비하려니,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교사로 아이들에게 책을 많이 읽어줬고, 그림책을 활용한 수업도 수도 없이 했다. 그런데 막상 강연을 준비하려니 막막하기도 하고, ‘그저 딸들에게 책을 읽어준 것뿐인데, 이게 무슨 강연이 되나?’ 싶은 마음도 들었다.한참을 고민하다 고등학생 큰딸에게 넌지시 물었다. “아빠 엄마가 정말 많은 책을 읽어주었고, 너도 엄청난 양의 책을 읽었잖아? 그래서 좋은 점이 뭐야?” 아이의 답은 놀라웠다. “글자로 쓰인 것은 일단 읽고 싶고, 나도 모르게 읽게 되는 ‘읽기본능’이 생긴 것 같아요. 박물관 안내도 다 읽게 되고, 길거리 간판과 안내문뿐만 아니라 외국어 모의고사 지문도 읽는 재미가 생겼어요. 상식과 어휘력이 풍부해지는 것은 당연하고, 다양한 생각과 주제를 받아들이는 힘이 커졌달까?” 그저 책을 읽어만
2024-03-18 09:10이야기는 힘이 세다고 합니다. 이유가 뭘까요? 우리 뇌에 비밀이 있습니다. 뇌는 ‘특별한 바보’입니다. 제가 붙인 별명입니다. 저는 강의 중에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드라마는 어떤 드라마인가요?’라는 질문을 하곤 합니다. 사전 예고나 설명 없이 던지는 질문에 뭔가 말하려다 말고 다들 저를 멀뚱히 쳐다보기만 합니다. 간혹 ‘막장 드라마요’라고 대답하는 분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답을 모르겠다는 표정이죠. 제가 ‘바로 내가 보는 드라마입니다’라고 말하면 다들 맥없이 웃습니다. 맞는 말 같기는 한데 답이 시답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틀린 말이 아닙니다. 아무리 재미있다고 소문난 드라마라고 해도 내가 보지 않으면 재미없습니다. 또 보기 시작하면 이어지는 이야기에 빠져 계속 보게 됩니다. 그러니 제 말은 틀린 게 아닙니다. 재미있는 걸 좋아하는 뇌 우리의 뇌는 재미있는 걸 아주 좋아합니다. 재미있는 놀이, 재미있는 이야기, 심지어는 공부도 재미있게 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합니다. 아이들의 뇌는 더욱더 그렇습니다. 그래서 중독을 겪기도 합니다. 중독이란 ‘뇌가 어떤 일의 재미에 지나치게 빠져 삶의 균형을 잃은 상태’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게임
2024-03-14 17:18심각해진 교권 침해가 우려돼 민간 보험에 가입하는 교사가 매년 급증하면서, 최근 5년 사이에 무려 5배 이상 늘어났다. 매년 학생에 의한 교권 침해,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따른 소송이 급증하고 있지만, 국가가 선생님의 안전을 제대로 지켜주지 못한 영향이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교권 침해 늘 주위에 도사려 국회에 보고된 A의원의 수집자료에 따르면, 작년 연말까지 교권 보험에 가입한 교사 수는 1만 명에 육박한다. 보험금을 받은 대표적인 교권 침해 사례를 분석해보면, 지시 불응 및 위협이 39건이었으며, 폭언(21건), 명예훼손(18건), 성희롱(8건), 폭행(8건) 순이었다. 특히 전체의 95.7%(91건)는 학생에 의한 교권 침해였다. 정말로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교권 침해에도 반드시 ‘최적의 시간’이 존재한다. 사건 발생 시 사안의 심각성을 즉시 인지하고 올바르게 대처해야 더 큰 화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잘못이 없으니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되지 않겠지?”하고 단순하게 상황에 대처했다가 회복할 수 없는 어려움에 부닥치는 경우를 주변에서 종종 봤다. 특히 학부모에 의한 교원 대상 고소, 고발 사건이나 정서 학대, 성희롱 등…
2024-03-11 09:10학생들이 교사를 부모처럼 생각하거나 친구같이 여기는 것이 관계 맺기의 시작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조건이 필요하다. 교과 담당으로서 또는 학급담임으로서 아이들 학교생활에 대해 작은 것부터 세밀하게 신경 써야 한다. 정기적 대화로 유대관계 형성해야 교사는 학생 성장 과정에서의 신체 변화를 인지하고 학습 분위기를 역동적으로 바꿀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학생 중에는 학교에 나오는 것을 힘들어하는 경우가 있으며 공부에 흥미를 잃거나 친구, 가족과 싸우기도 한다. 쉽게 우울해지기도 하고 그냥 앉아서 멍하게 있거나 잠만 자며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이럴 때 교사는 눈을 마주 보고 ‘요즘 어때?’ ‘혹시 무슨 문제 있어?’ ‘어떻게 하면 좀 더 기분이 좋아지겠어?’와 같은 질문이 필요하다. ‘예’ ‘아니오’ 같은 단답형 대답이 아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도록 유도하면 힘들게 세상나기 하는 학생들에게 심폐소생술 효과를 발휘한다. 어려움에 처한 학생이 어떠한 도움도 받지 못한다면 학교생활이 힘들어질 뿐만 아니라 그 영향이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자퇴로 인해 학교 밖 청소년으로 신분이 바꾸기도 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학생들과…
2024-03-11 09:10학생들의 잘못된 행동을 교정하는 것도 교사의 역할이다. 학생들의 생활지도를 하다보면 불편한 상황을 마주하는 경우가 많다. 잘못을 지적하면서 지도해야 하는 상황인데도 ‘모르는 척 넘어 가볼까?’ 생각하기도 한다. 아동학대나 학교폭력 사안으로 변질되기도 하는 생활지도. 생활지도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방법을 소개한다. 1. 라포 형성 학생들과 학년 초부터 라포를 형성해 둬야 한다. 학생들의 성향을 파악해 두고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 평소 대화를 통해 어떤 생각을 하는지 확인한다. 학급의 분위기도 반마다 다르다. 모든 일은 관계가 틀어지면서 발생한다. 관계가 좋은 상황에는 문제가 되지 않다가도 선생님과 학생의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하면 별것 아닌 일이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학급 운영이나 수업을 진행할 때는 학생들과 함께 규칙을 만들고 일관성 있게 지도해야 한다. 이번에는 이렇게 했으면 다음에도 같은 방식으로 대처해야 한다. 학생들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활지도를 하는데 라포 형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좋은 관계는 수업을 진행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2. 학생 사안 처리 절차 파악 생활지도를 할 때 필요한 것이
2024-03-11 09:00한국 교육 현장은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을 앞두고 있다. AI 기술을 접목한 교과서는 기존의 정적이고 단편적인 학습 방식에서 벗어나, 맞춤형 학습 경험을 제공하고 교과서에 본격적인 AI가 도입된다는 면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그만큼 큰 기대와 더불어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AI 교과서 큰 변화 이끌 것 디지털 교과서에 대한 기대는 개인별 맞춤형 학습이 가능하고 교사 업무 경감을 통한 교육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학생에게는 개인의 학습 수준, 속도, 학습 스타일을 분석해 맞춤형 학습 콘텐츠를 제공한다. 교사는 실시간 평가 및 피드백을 통해 학습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그리고 AI를 통한 실시간 자동 채점, 학습 자료 관리, 학생들의 산출물 관리 등 업무를 자동화해 교사의 업무부담을 줄여주고 학생 생활지도 및 인성 지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 시간과 장소에 제약 없는 우수한 교육 콘텐츠로 교육 격차 해소에 이바지하고, 다양한 언어 지원으로 다문화 학생들에게도 맞춤형 학습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반면 우려도 존재한다. 바로 디지털 과잉 의존에 대한 것이다. 디지털 교과서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사회성, 창의력, 문
2024-03-04 08:35교사의 현실이 참 어렵다. 학생들의 문제행동이 더 심각해지고, 아동학대 고발이 빈번하고, 민원이 넘쳐나고, 행정업무가 쌓인다. 교사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좋은 교육이 이뤄질 리가 없는데도 말이다. 학교 현장이 참 어지럽다. 마치 폭탄 돌리기라도 하듯이 문제행동 학생은 상담사에게, 갈등은 조정전문가한테, 금쪽이 부모는 교감에게, 학폭은 교육지원청에, 돌봄은 학교에 맡긴다. 돌고 돌아봤자 결국 교육 영역 내에서 터질 게 뻔한데도 말이다. 교육 시스템이 절망스럽다. 입시가 문제고, 사교육이 문제고, 무한경쟁이 문제고, 학생 수 급감이 문제임을 우리 모두 너무 잘 안다. 그러나 해결책은 보이지 않고 조금이라도 나아질 기미마저 보이지 않는다. 함께 조율하는 교사상 필요해 그럼에도 교사는 위로 같은 게 필요하지 않다. OECD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 교사의 수준은 세계 최고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 교사는 여태껏 잘 해왔고 앞으로도 잘해 나가리라 굳게 믿는다. 단 시각을 조금 바꿨으면 한다. 일단 문제에 집중하지 말아야 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터널 비전으로 시야가 더 좁아지는 악순환에 빠지기 때문이다. 그 대신 우리가 원하는 학교와 학생과 교사의 모습을 그려야 한
2024-03-04 08:33최근 서울의 한 중학교 영양교사가 복직을 불과 사흘 앞두고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발생했다. 젊은 선생님의 너무나도 안타까운 선택에 진심 어린 애도를 표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고인은 학교급식을 둘러싸고 국민신문고에 민원이 제기되는가 하면 지역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지속적 문제 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교직에 입문한 지 얼마 안 되는 선생님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안타까운 선택 이젠 사라져야 학교에서의 급식은 학생의 건전한 심신 발달과 건강한 식습관을 확립하는 교육활동이다. 성장하는 학생들의 영양관리를 통해 미래사회 주역인 우리 아이들 건강권을 보호하는 중요한 사회적 책무 역할을 한다. 또 아이들에게 급식 시간은 친구들과 얼굴을 맞대고 함께 밥을 먹으며 꿈과 희망을 펼치는 소중한 시간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학교에서 영양교사들은 학생들에게 행복한 급식을 제공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균형 잡힌 식단과 올바른 영양교육으로 아이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 하지만 교육 급식의 소중한 가치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학생의 기호도에 맞춘 ‘맛있는 급식’으로 전락하고 있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 이와 같은 현실 속에서 영양학적 가치를…
2024-02-26 09:10요즘 아이들은 정보를 구할 때 텍스트를 읽기보다는 영상 검색을 선호한다. 짧은 영상과 알고리즘이 이끄는 흥미 위주의 시각적 자극에 반응한다. 과거엔 글을 읽고 생각한 후 문제를 해결했다면 같은 과정을 수행하며 ‘사고’의 과정이 빠진 것이다. 생각하는 힘 길러주는 도구 깊이 생각하며 문제를 분석하고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하는 프로세스는 우리 뇌를 성장시키고 문제해결력을 키워준다. 미래 교육의 기반이 생성형 인공지능(AI)과 메타버스 환경 등 과학 기술의 집약체가 될 것이라는 데는 동의하지만, 그 전에 아이들에게 어떤 것에 대하여 깊게 생각하는 사고(思考)와 사유(思惟)를 가르쳐야 한다. 에드워드 윌슨은 ‘통섭; 지식의 대통합’에서 앞으로 세상은 통섭자가 지배하게 될 것이며 통섭자는 적절한 때에 적절한 정보를 결합하고 비판적으로 생각하며 중요한 선택을 현명하게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이러한 통섭자를 키워낼 방법은 무엇일까? 동서고금의 지식이 집대성된 ‘고전 독서’에서 그 해답을 찾고자 한다. 논어, 사자소학 등 고전의 가치는 시대를 뛰어넘어 작용하며 문제해결력과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준다. 햄릿의 “죽느냐! 사느냐!”의 원초적 질문은 올바른 인생에…
2024-02-26 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