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두 가지 상반된 뉴스에 심기가 매우 불편해졌습니다. 둘 다 AI에 대한 이야기인데 하나는 해외 미디어에 소개된 국내 뉴스, 다른 하나는 국내 미디어에 소개된 외국 뉴스입니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한국을 ‘딥페이크 공화국’이라고 했습니다(2024.3.7.). 딥페이크는 AI의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영상물이나 이미지를 사실처럼 창조해 내는 최첨단 기술입니다. 실물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기술은 인간의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줍니다. 그 첨단 기술을 한국에서는 중·고등학생들마저 척척 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랑스러워하고 자축할 일은 아니지요. 한국이 ‘딥페이크물에 의한 성폭력 피해가 가장 심각한 국가로 지목되었다’고 합니다(한겨레21, 2024.10.01.). ‘한국은 전 세계에 확산한 딥페이크 음란물의 약 절반을 공급하는 국가’라며 ‘한국의 딥페이크 음란물 사태가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라고 짚었습니다.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딥페이크 범죄 피의자의 80% 이상이 10대’라는 통계입니다(여성신문, 2024.10.8.). 즉 한국에서는 그 위력적인 AI 기술을 쉽게 배워서 못된 짓을 하는 후진 사람들이 많다는 참으로 창피한 뉴스입니다. 다른
2024-11-06 10:00“우리는 학생 때는 하버드대 공동체에, 평생 내내 사회에 기여할 학생이다.” 하버드대 입학처 홈페이지에 ‘우리가 원하는 학생’의 기준으로 명시된 기여함이란 남에게 유익하고 이로운 행동을 뜻합니다. 타인에게 쓸모 있는 일을 할 때 돈을 벌 수 있고, 타인에게 이로울 때 누군가 나와 함께 살거나 일하고 싶어 할 것입니다. 그러니 기여함이란 성인군자 타령이 아니라 성공과 행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유일하고 실용적인 방법입니다. 입학생 선발기준을 한국에서 흔히 사용하는 단어로 표현하자면, “우리는 학교 내의 봉사와 평생 내내 사회봉사를 할 학생이다”입니다. 이렇게 번역하고 보니 갑자기 가슴이 철렁 내려앉습니다. 일전에 학내봉사와 사회봉사가 언급된 교육법이 기억났기 때문입니다. 「초·중등교육법시행령」 제31조(학생의 징계 등)에 명시된 내용입니다. (1) 법 제18조 제1항에 본문의 규정에 의하여 학교의 장은 교육상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학생에 대하여 다음 각 호의 1의 징계를 할 수 있다. 1. 학교 내의 봉사 2. 사회봉사 3. 특별교육이수 4. 퇴학처분 아이고. 곡소리가 저절로 납니다. 학내봉사와 사회봉사가 ‘벌’의 개념으로 왜곡
2024-08-06 10:00우리는 툭하면 ‘교육이 백년대계’라고 말합니다. 그냥 멋있는 미사여구일까요? 과연 추상적인 문구일까요? 아닙니다. 우리 집 거실에는 교육이 정말 백년대계임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매우 귀한 사진이 하나 걸려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어떤 교육을 받는가에 따라 어떻게 백 년이 극명하게 달라지는지를 보여주는 사진입니다. 거의 백 년 전에 찍은 사진인데 흰 도포에 정자관을 쓴 어르신이 가운데 앉아있고 양쪽으로 까만 두루마기에 중절모를 쓴 신사와 검정 교복에 사각모를 쓴 학생이 서 있습니다. 사람들은 조선시대에서 일제강점기를 거쳐 현대를 아우르는 옷차림에서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 이렇게 삼대냐고 묻습니다만 사실 사진 속의 인물은 제 큰아버지, 작은아버지, 아버지. 이렇게 삼 형제입니다. 삼 형제가 한 시각에 한 장소에 모였는데 서로 완전히 다른 시대 복장을 하고 있으니, 백 년 전 한국이 얼마나 심한 격변기였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료입니다. 또한 오늘날 한국 교육현실에 대해서 매우 중요한 교훈을 주는 사진이기도 합니다. 그 당시 삼 형제가 택한 교육에 따라 그들에게 극과 극으로 다른 삶이 펼쳐졌고, 심지어 그들의 자손에게도 대대로 영향을 미쳤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
2024-04-05 10:00대학 교단에 서보니 전공을 고민하는 학생이 의외로 많다. 입학 당시의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다거나, 캠퍼스 생활을 해보니 도전하고 싶은 전공이 생겼다는 학생도 있다. 적성과는 상관없이 고교 내신과 수능 점수에 맞춰 대학과 학과를 선택하다 보니 벌어지는 현상이다. 아예 공부에 흥미를 잃고 휴학하거나 반수를 하는 학생도 있다. 대학과 전공을 ‘점수 줄 세우기’가 결정하는 대한민국 입시는 여전한 병폐다. 청춘들은 그런 병폐를 극복하려 안간힘을 쓴다. 기성세대와는 달리 입학 당시의 전공만으로 졸업하는 학생이 드물어지는 추세다. 전공을 하나 더 공부하는 복수전공자나 부전공자가 적지 않다. 일부 대학에서는 부전공을 의무화하거나 복수전공을 권장하기도 한다. 아예 대학에서 전공을 갈아타는 전과제도를 활용하는 학생도 있다. 서울대는 연합전공이란 제도도 운영한다. 여러 학과가 협력해서 융합적인 교육을 하기 위한 새로운 전공을 만들고 다른 학과 학생들을 교육한다. 연합전공은 주로 이공계열이다. 어떤 형태든 적지 않은 학생들이 적성과 맞지 않는 공부를 하다가 다른 전공을 공부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수요가 있다는 얘기다. 고교, 학생 적성보다 대학 간판 우선시하는 풍조 여전…
2024-03-05 10:30이제 해외유학생 유치는 학령인구 부족으로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학의 관심사만은 아니다. 국가적으로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생산가능인구와 부족일자리에 대한 대체 수단으로,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의 인구소멸 대응으로서 그리고 교육청에서는 줄어들고 있는 직업계고 학생들의 입학 대체 자원으로 외국인 유학생 유치는 가장 시급한 정책 대안이 되고 있다. 필자는 132개 국내 전문대학 협의체인 전문대학교육협의회 국제협력실장으로서 최근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 대학과 지난해 8월 발표한 교육부의 ‘유학생 교육경쟁력 제고 방안(Study Korea 300K Project)’ 그리고 최근 발표한 9개 교육청이 참가하는 ‘한국어교육 기반 국제교류 활성화 사업’을 보면서 유학생 유치가 필요한 이유와 그 이면에 잠재되어 있는 문제점 그리고 이를 연착륙시키기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유학생 교육경쟁력 제고 방안(Study Korea 300K Project)’ 정책 2022년 말 현재 국내 전체 유학생 숫자는 181,842명이다. 이는 학위과정과 어학연수생을 포함한다. 중국인 유학생이 전체 68,065명으로 가장 많다. 뒤를 이어 베트남(43,36…
2024-03-05 10:30새 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학교에 출근하려고 하니 설렘 반 우려 반으로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설마 작년과 같은 침울한 일이 학내에 또 벌어지겠나 싶지만, 왠지 자꾸 불안합니다. 더 나빠지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스스로 마음을 다잡아 보지만, 위로는커녕 불길한 예감을 떨쳐내지는 못하겠습니다.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고 보니 담담해진 것인지 무덤덤한 것인지 잘 구분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구분해야 합니다. 둘 다 겉으로 보기에는 똑같이 마음이 동요하지 않는 상태지만, 담담함은 현실의 괴로움을 초월한 것이고, 무덤덤은 현실을 외면하고 무시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후자는 마음이 이미 무덤에 들어가서 생기가 없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무심한 사람하고 같이 살 땐 생활이 힘들고 사활이 걸린 문제만큼 괴로운 것입니다. 왜 학교는 점점 정을 붙이기 힘든 곳이 되었을까요. 아예 학교에 정나미가 떨어졌다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면 안 됩니다. 학교에 대한 애정이 사라진 사람이 교육자로 활동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구조적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 학교에 정이 없습니다. 그냥 기분만이 아니라 실제로 무정한 곳입니다. 우리는 교육목표가 인지적(생각) 영역, 정의적(감
2024-03-05 10:30첨단 기술 발전의 성패는 그로 인해 인간관계가 얼마나 좋아지는가에 달렸다고 합니다.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가 1982년도 저서 메가트렌드에 처음으로 제시한 하이터치 하이테크(high touch high tech) 개념은 첨단 기술의 발전과 함께 인간의 감성과 따뜻함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 후로 40년이 지난 오늘날, 대한민국은 세계를 선도하는 하이테크 사회를 이루어 냈습니다. 미래 기술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제품 박람회인 CES 2024에 참여한 4,000여 세계적인 첨단 기술 기업 중 한국 기업이 무려 20%를 차지한 것만 봐도 확실합니다. 한국은 하이테크 사회를 이루는 동안 안타깝게 하이터치가 아니라 노터치(no touch) 사회가 돼버렸습니다. 대가족에서 핵가족이 되더니 드디어 혼족 사회가 되어서 집에 혼자 사는 1인 가구가 이미 셋 중 하나를 넘었고, 매해 증가하고 있습니다. 사회 전면에 인간관계가 단절되고 가족이 점점 흩어지고 있습니다. 여럿이 함께 사는 가정도 실은 탈가족 상태입니다. 아침에 가족구성원들이 뿔뿔이 흩어집니다. 부모는 일터로, 아이들은 학교와 학원으로, 영유아마저 어린이집으로 각자 떠납니다. 저녁때에나…
2024-02-06 10:30최근 들어 우리 사회 어디에서도 진정한 교육적 담론을 찾기가 쉽지 않다. 반면에 직업교육이나 평생교육, 심지어 학교교육에서도 경제적 담론은 차고 넘친다. 먹고사는 문제가 중요하다 보니 경제적 담론이 지배적인 현실을 굳이 부정적으로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다면적 삶을 살아가는 인간을 ‘경제적 인간(Homo Economicus)’이라는 프레임 안에 가둘 때 인간의 삶은 지나치게 물질적이며, 피상적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 인간에게는 실존이 어떤 본질보다도 앞선다. 인류 역사를 되돌아볼 때 본질 규정에서 자유로운 인간은 다양한 삶을 창조하거나 시도하면서 각종 문화와 문명을 발전시켜 왔다. 인간이 발전시켜 온 중요한 삶의 양태 중 하나는 바로 교육적 삶이다. 인간은 배우는 사람으로서 성장의 기쁨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성장을 지켜보는 보람을 느끼는 존재이다. 이런 성장의 기쁨과 가르치는 보람은 다른 어떤 가치로도 환원 불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인간은 진정으로 호모 에듀칸두스(Homo Educandus), 즉 교육적 인간의 특징 또한 지닌다. 2024년에는 우리 사회에서 교육적 인간에 대한 관심이 좀 더 많아지기를 희망한다. 2024년을 시작하는 현재 우리…
2024-01-09 10:302024년도 새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작년은 우리 교육자에게 여러모로 참으로 힘들었었지요. 몸이 고달팠고, 마음이 어두워지고, 정신이 많이 피폐해지는 한 해였습니다. 세상 말세처럼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다를까, 좀 좋아질까, 살며시 기대해 봅니다. 저는 어릴 때 새해가 되면 참 설레었습니다. 마치 날 찾아온 중요한 손님을 맞이하듯이 실제로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는 것처럼 몸을 새 옷으로 단장하고 정신을 가다듬어 새로운 목표도 세워보고 마음을 단단히 준비했습니다. 지금은 아쉽게도 설렘은 사라졌지만, 그래도 기대는 해봅니다. 하지만 원래 세상은 몸과 마음을 채비해서 맞이할 만큼 반가운 곳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 세상과 다른 세계가 있습니다. 우리는 엇비슷한 이 두 단어를 평소에 무의식으로 잘 구분해서 사용하지만, 어떻게 다른지 특별히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세상과 세계의 차이를 학생들도 알면 좋겠습니다. “세상만사 다 귀찮다. 이래도 한세상 저래도 한세상. 세상은 각박해도 인정은 후덥다.” 이런 흔한 넋두리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는 세상을 뭔가 힘들고 인간의 힘으로 쉬이 바꿀 수 없는 것으로 여겨온 듯합니다. 살다 보면 생존을 위해
2024-01-09 10:30코로나19 첫 환자가 발생한 2020년 1월 20일 전·후 우리나라는 사회적으로 큰 변화가 있었다. 마찬가지로 서이초 교사가 하늘의 별이 된 7월 18일 전·후 대한민국 교육은 큰 차이가 있다. 다시는 이런 슬픔과 아픔이 없는 2024년 새해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지난해 9월 21일 교권 4법(「유아교육법」, 「초·중등교육법」, 「교원지위법」, 「교육기본법」)이, 12월 8일에는 「아동학대처벌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50만 교원의 함성과 단결이 이뤄낸 결과다.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과 학생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라는 조항을 통해 많은 교사가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보호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교직사회의 기대와 염원에 대한 전망과 과제를 살펴본다. 교사 아동학대 신고제도, 어떻게 바뀌었나? 교권 4법 개정과 교육부의 교권보호종합방안 발표 이후 교원에 대한 아동학대 신고와 관련해 두 가지 제도가 바뀌었다. 첫 번째는 아동학대 범죄로 신고된 교원에 대한 직위해제 요건 강화이다. 두 번째는 아동학대 범죄 관련 조사·수사 진행 시 소속 교육감의 의견 제출 의무화 조치다. 2021년 12월 25일부터 시행된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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