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탈활용 전략’이 필요한 이유
AI가 업무만이 아니라 일상생활에까지 파고들어 우리 삶과 분리하기 어려워졌다. AI 활용 증가에 따라 의존성과 중독증, 나아가 AI 관련 정신질환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를 줄이려면 ‘AI 탈활용법’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탈활용법이란 필요한 구간에만 제한적으로 AI를 투입해 과의존을 예방하면서도 성과의 질은 높이고자 하는 자기조절형 활용 전략이다.
인간이 AI 도구에 급속도로 의존하게 되는 근본적인 원인은 윤리적 타락이나 게으름이 아니라 인간 뇌의 진화적 생존전략에 있다. 1984년 심리학자 수잔 피스크(Susan Fiske)와 셸리 테일러(Shelley Taylor)가 주창한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 이론에 따르면 뇌의 정보처리 용량 한계로 인해 복잡한 문제에 직면했을 때 논리적 추론보다는 지름길을 택하도록 진화해 왔다(Fiske and Taylor, 1984). AI는 인간의 인지적 구두쇠 본능을 완벽하게 충족시키는 도구이다. 이제 우리는 어떤 과제에 직면했을 때 뇌를 사용하여 신경망을 강화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치기보다는 AI라는 가장 효율적인 지름길을 택하려는 강력한 생물학적 유혹에 시달리게 되었다.
특정 기능만 수행하는 기존의 다른 기기들과 달리 AI는 인간 삶 자체인 사고과정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AI에 익숙해지면 게으른 뇌의 특성상 사고와 학습, 나아가 업무수행의 외주화가 심해질 수밖에 없다. MIT 등 공동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AI 챗봇을 사용하면 뇌의 활성화 정도가 줄어듦을 뇌파(EEG) 데이터를 통해 확인했다. AI 도구를 반복적으로 사용할수록 뇌신경 연결성이 감소하고, 인지적 부담을 AI에 외주화하는 경향은 더 커질 것이다(Kosmyna et al., 2025).
그 결과 인지적 부채(cognitive debt)가 커진다. ‘지금 머리를 덜 쓰고 편하게 해결한 대가를 나중에 이자까지 더한 큰 비용으로 치르게 될 것’이라는 은유적 표현이다. AI는 또한 ‘사유의 산업화’를 통해 인간의 사고 패턴을 표준화하고 획일화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부작용을 막는 데 보탬이 될 AI 탈활용법을 ‘AI 탈활용 수칙’과 이를 지키게 하는 실행장치인 ‘의식적 비활용 전략’으로 나눠 소개한다.
AI 탈활용 수칙
우리는 나름의 행동수칙을 만들고 이를 지키며 살아간다. AI 관련해서도 업무(학습)수행 시 탈활용 수칙, 생활 속에서의 탈활용 수칙을 만들 필요가 있다. 수칙의 유형은 사람의 ‘인지적 노력 수준’, 결과물이 가져올 ‘영향력 및 위험성 정도’ 등을 기준으로 나눌 수 있다. 아래의 <표>는 직업인 업무수행 시 적용할 수 있는 탈활용 수칙 유형의 예이다. 인지적 노력 수준이 높고, 결과물의 영향력 및 위험성 정도도 높은 작업의 경우에는 1유형(사람전담형)이 타당하다. 둘 다 낮은 경우에는 4유형(AI 위임형)이 타당하다.
학생들에게도 적용할 수는 있으나 대폭 수정이 필요하다. 전문성을 갖춘 성인의 업무수행과는 달리 새로운 지식과 역량을 축적하기 위한 학습활동은 대부분 높은 집중력과 인지적 노력을 필요로 한다. 학습활동의 결과는 학생의 인지력 개발에 큰 영향을 미친다. 가령 자료 요약이나 아이디어 브레인스토밍은 훈련 시작 단계부터 AI와 협업하게 하면 해당 역량이 제대로 길러지지 않는다. 이는 훗날 인지적 부채로 돌아올 것이다. AI와의 협업 능력을 길러줄 목적의 학습활동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사람 전담’ 영역으로 구분하여 지도하는 것이 타당하다.
의식적 비사용 전략
수칙은 정해놓는다고 해서 그대로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 잘 지키도록 돕는 장치가 필요하다. 실행 장치로는 AI 환경 물리적 차단, 인지적 방지턱 도입, AI 미니멀리즘 실천 등이 있다. 이는 기술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와 목표에 부합하는 기술을 필요할 때에 필요한 만큼만 선별적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의식적 활동이다.
● 물리적 차단
물리적 차단 전략에는 ‘AI Content Shield’와 같은 확장 프로그램을 설치하여 웹 서핑 중 불필요한 AI 요약이나 챗봇 팝업 차단하기, 글쓰기를 할 때 AI 기능이 없는 텍스트 편집기 사용하기, 인터넷 연결을 끊고 작업에만 집중하는 시간 만들기 등 1차적 탈활용 전략이 있다. 초기 아이디어 구상 및 기획, 복잡한 문제의 구조화 단계에서는 반드시 종이와 펜 혹은 화이트보드를 사용하는 것과 같은 아날로그 회귀 전략은 적극적 대안을 탐색하는 2차적 탈활용 전략이다.
● 인지적 방지턱
인지적 방지턱 전략이란 거의 자동적으로 AI를 활용하는 데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주는 전략이다. 10분 기다리기, 선작업 후활용 원칙 의무화, AI 출력물 필사 및 재구성 전략 등이 그 예이다. ‘10분 기다리기’ 전략이란 AI에게 질문하고 싶은 충동이 들 때 무조건 10분을 기다리는 것을 말한다. 그 10분 동안 스스로 답을 찾거나 고민해 본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 스스로 해결책을 찾거나 질문이 더 정교해질 것이다.
‘선작업 후활용 원칙 의무화’ 전략이란 과제를 수행할 때 반드시 자신의 뇌를 활용해 먼저 작업을 시도하는 것이다. “내가 먼저 시도해 봤는가?”라는 질문에 예라고 답할 수 있을 때만 AI를 사용한다는 AI 탈활용 원칙을 지키면 뇌의 퇴화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AI 출력물 필사 및 재구성’ 전략은 AI가 생성한 텍스트나 코드 복붙(복사하여 붙이기)을 금지하는 전략이다. AI가 제공한 내용을 읽고 이해한 뒤, 직접 타이핑하거나 자신의 언어로 재구성하며 작성하다 보면 정보가 뇌를 거치며 내재화된다.
● AI 미니멀리즘 실천
알림 끄기 및 접근성 낮추기 전략이 미니멀리즘 실천에 도움이 된다. 컴퓨터 홈 화면에서 해당 앱 혹은 바로 가기를 제거하여 접근 단계를 늘릴 필요가 있다. 접근을 위한 단계를 밟는 중에 AI 중독 여부를 돌아볼 수 있게 된다. 도파민 디톡스 전략도 있다. 정기적으로 ‘AI 없는 날’을 지정하여 디지털기기 없이 생활하거나 작업하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는 도파민 보상체계를 정상화하고, 뇌의 인내심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 디지털 미니멀리즘을 실천하여 하루 평균 3시간 이상의 시간을 되찾고, 수면의 질과 집중력이 향상된 사례가 있다. 이들은 AI와 디지털기기를 완전히 끊는 것이 아니라, ‘배치 처리(Batch Processing)’와 ‘기기 프리 존(Device-free Zone)’ 설정을 통해 기술 사용의 주도권을 회복하였다(Corbinlazarone, 2024).
나오며
AI 시대에 경쟁력을 갖춘 사람은 더 자주 쓰는 사람이 아니라 덜 써야 할 순간을 아는 사람일 것이다. AI라는 강력한 부기장을 곁에 두되, 책임과 판단의 핸들은 끝까지 기장인 우리가 잡아야 한다. 생각의 과정을 알고리즘에 넘기면 우리는 ‘디지털 주권’을 잃게 된다. 이 글에서 제시한 AI 탈활용법을 제대로 실천하여 경쟁력을 갖춘 사람, 나아가 인간의 존엄을 지키며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