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는 지식과 정보를 활용하는 글로벌 무한 경쟁을 가속화시키고 있으며, 많은 국가는 경쟁에서 우위를 지키기 위한 인재 양성 교육에 지대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무엇보다도 선진국들은 우수 인재 육성을 위하여 ‘수월성’ 제고를 토대로 하는 교육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수월성 교육은 교육 수요자 개인의 잠재력을 최대한 계발함으로써 개인의 자아실현 욕구를 충족시키고, 국가는 이러한 교육으로 사회·문화·경제·복지 등의 다양한 혜택을 다수가 누릴 수 있게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독일의 ‘모든 학생을’ 지향하는 수월성 교육 사례인 ‘공동 프로젝트 ‘(학업)성취가 학교를 만든다’(Gemeinsame Initiative ‘Leistung Macht Schule’(이하 LemaS)’를 소개하고, 독일의 보편적 수월성 교육정책과 그 실천 사례가 우리나라 교육의 수월성 제고에 시사하는 바를 살펴보고자 한다.
독일의 보편적 수월성 제고 교육개혁 프로그램
독일은 2001년 수월성 교육의 방향을 영재 학생을 포함한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기회균등의 원칙에 기초한 교육환경을 마련하고, 교육은 학생들의 소질과 능력을 최대한 발현시켜주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제시한 바 있다(박성익, 2015, 61).
소수의 영재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평범하게 보이는 아동이라도 스스로의 노력과 외부의 지원 하에서 영재(소질 향상) 지원교육을 받을 수 있는 ‘포용 교육’이 독일교육의 철학이자 이념인 것이다. 이러한 배경하에서 독일의 16개 주의 문화부장관협의회(Kultusministerkonferenz, 이하 KMK로 약칭)와 독일연방교육·연구부(Bundesministerium für Bildung und Forschung, 이하 BMBF 약칭)는 2016년에 학업성취 육성계획인 LemaS를 최종 합의하였다(BMBF & KMK, 2016).
LemaS 프로젝트는 ‘모든 학생에게 최적의 학습환경과 교육적 성공을 보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보편적 수월성 제고 교육개혁 프로그램으로 초·중·고등학생(1학년~10학년)의 학업성취 향상을 위해 독일 정부가 대학 연구자들 및 학교 실무자들이 공동으로 수행하고 있는 독일 연방 차원의 교육사업이다. 이 프로그램은 2018년도에 독일 전역 16개 주에서 총 10년 동안 5년 단위의 2단계 과정으로 시작되었으며, 2025년도 현재 2단계가 진행 중이다.
Lemas 1단계(2018년~2023년 6월)에서는 ‘영재 학생’뿐만 아니라, ‘개별적 맞춤 지원을 통해 잠재 능력을 펼칠 가능성이 있는 학생’을 지원하는 방안을 대규모의 파일럿 프로그램 형식으로 연구하였다. 실질적으로 모든 학생이 개별적 진단을 통해 가장 최적의 맞춤형 교육을 받도록 하는 것이다.
모듈식 구조인 LemaS에는 ‘성취 향상 및 협력적 네트워크망 구축에 중점을 둔 학교 모형 개발’과 ‘정규수업에서 도전 및 지원’이라는 수업모형 개발 등 두 개의 필수 핵심 모듈이 주축을 이룬다. 1단계에 참여한 300개의 모든 학교가 이 두 핵심 모델에 필수적으로 참여하였다.
특히 ‘정규수업에서의 도전 및 지원’ 모듈은 교과목과 직접 연관성이 있는 연구과제로, 대상 교과목은 수학과 같은 자연 과학 등으로 이루어진 STEM 교과목 및 독일어(작문과 논증의 언어능력)와 외국어(영어)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이에 더하여 사회·정서적 잠재력과 예술·창의적 잠재력, 체육 잠재력도 연구 대상 영역이다. 핵심 모듈 2 ‘정규수업에서의 도전 및 지원’의 구체적인 연구과제를 도표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Benölken et al. 2019, 오혜림. 2020, 재인용).
핵심 연구 모듈 2: 하위 연구과제 4 ~ 하위 연구과제
연구과제 4~6에서는 성취에 강한 학생 및 성취가 기대에 못 미치는 학생에게 자기주도적 학습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여 ‘개별적 맞춤 진단과 지원 도구’의 개발이 이루어졌다. 특히 연구과제 4는 초등학생(1학년∼4학년)과 중학생(5학년∼8학년)의 흥미·소질·학습성취능력을 진단·검토하고 평가하였다. 그리고 교실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개별 맞춤형 진단 도구를 개발하기 위하여 진단 영역과 학습주제를 구체적으로 검토하였으며, 검토 후 선택된 영역과 학습주제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일련의 평가과정이 포함된 결과를 문서화하였다.
연구과제 4에서 학생들의 개별적인 지원 필요를 확인하였다면, 연구과제 5는 이를 토대로 한 집중 훈련 활동 단계로 분류될 수 있다. 이 과제는 정규수업에 필수적인 학습자 동기부여 방식과 초인지 학습능력 촉진 전략을 개발하였다. 연구과제 6은 동기 결함, 자기조절, 신체 또는 정서적 문제, 이민자 배경 등의 이유로 사회적 제약을 받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위와 동일하게 진단 및 지원 전략을 검증하였다.
연구과제 21에서는 기존의 학내 멘토링시스템을 최적화하고 전문화하는 연구를 수행하였다. 무엇보다도 특정 과목에 학업성취가 강한 영재들에게 전문가들이 집중 1:1 멘토링을 제공하였다. 이 과제에서도 일차적으로 집중 진단을 통해 개별 학생을 위한 학습 경로를 계획하여 실행하고, 전문가 집단이 적어도 1년 이상에 걸쳐 다각도로 조정을 하면서 이 과정에 관여하였다.
특히 ‘사이버멘토플러스 CyberMentor Plus’ 프로그램은 STEM 과목에서 우수한 학업성취를 보이는 여학생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5학년부터 12학년 여학생을 대상으로 학교 내에서 교사 지도하에 ‘STEM 방과후활동’과 더불어 STEM 분야(학계 혹은 경제활동)에서 현재 활동 중이거나, 이 분야에 재학 중인 여대생 멘토가 짝을 이루어 온라인 플랫폼에서 공동의 STEM 프로젝트 활동을 수행하였다.
LemaS 2단계(2023년 7월~ 2027년)는 1단계의 결과를 학교 현장에 확산해서 적용하는 단계이며, 1단계에서 성공적 검증 및 평가가 이루어진 구상과 전략이 독일 전 연방에서 광범위하게 확산 적용 중이다. 특히 1단계에 참여하였던 학교 중 적어도 하나의 학교가 주축이 되어서 1단계에 참여하지 않은 최대 10개의 학교가 하나의 학교 네트워크망으로 구성되었다. 현재 100개의 학교네트워크망에 독일 전역에서 대략 850여 개의 초·중·고등학교가 2단계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기관인 ‘LemaS 연구연합’은 다학제적 프로젝트 집단이다. 이 연구연합은 심리학 분야(심리학적 진단과 평가 연구, 중재, 연구 방법), 교과 교육 분야(수학·화학·생물·정보학 등의 교과 과목), 교육학 분야(인류학과 교육이론, 교육연구, 교육학적 진단, 학교 지도, 학교 발달, 학교 연계망 구성), 교육공학 분야(수업 연구 및 수업 개발, 학교 연구, 교육제도에서 능률 연구)의 교수 전문가로 구성되어 있다.
LemaS의 다양한 연구 과제는 각각 설정한 구체적 목표는 다를지라도 학교와 수업에서 (잠재적으로) 성취가 강한 학생을 육성하기 위한 적응 전략, 구상, 방안 및 자료(LemaS-산물)의 개발과 구현을 목표로 하면서 전반적으로 유사한 접근 방법을 취하였다.
우선 ‘Lemas 연구연합’은 개개 학교와의 만남과 교류를 통해 개개 학교의 출발 상황을 조사하고 현장의 요구를 정밀 분석하면서 개별 학교에 적합한 맞춤형 구체적 목표를 설정하였다. 학교 현황의 파악 및 진단 후에는 전문가 집단의 투입과 지도를 통해 교사의 재교육과 전문화 교육을 수행하였다. 이어 진단 도구와 교수 자료를 개발하고 이를 검증하여 최적화 단계를 거치면서 그에 따른 성공 조건을 분석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도출된 인식에 기반한 전략풀과 자료풀은 학교 현장에 적용되고 교사의 재교육에 활용되고 있다. 또한 이러한 방법론과 자료는 Lemas 2단계에 참여하게 된 학교들에 확산 및 전파되고 있다. 이때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학교의 기존 상황을 최대한 연계하여 각 프로젝트 참여 학교의 필요에 부합하는 목표를 설정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이다. 처음부터 학교의 현황을 면밀히 조사·검토하면서 학계와 학교 현장이 공동으로 협력하여 하위 연구 과제의 고유한 방향을 설정하고 그에 따라 콘셉트를 개발·테스트하고, 평가하는 과정을 통해 최적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
이러한 독일의 수월성 교육 사례를 통해 다음과 같은 우리나라 교육에의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다.
먼저, 독일은 교육의 수월성과 형평성 가치 달성 정도에 기준한 교육체계의 이분법적인 구분보다는 교육의 형평성 원리에 입각한 ‘모두를 위한 수월성’ 교육체제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독일은 모든 학생을 중심으로 교육 대상의 범위를 확장하고, 나아가 심화교육을 정규교육과정에서 대폭 확대 실시하는 등 개별 맞춤식 교육을 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LemaS의 사이버멘토링 시스템을 벤치마킹해 지역 단위별로 일반 중·고등학교를 클러스터화하고 이를 대학과 연계하여 일반 중·고등학교에서 성장하고 있는 우수한 지역 인재들을 지원하는 방안도 마련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방안은 수도권과 지방의 교육격차를 일정 정도 해소하는 데에도 일조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독일은 모두를 위한 수월성 교육에서 소외된 교육계층, 특히 이민 배경의 계층을 아우르면서 잠재적 능력을 지닌 대상을 포용하려는 파일럿 연구를 광범위하게 실시하고 있다. 독일은 초·중·고등학교의 아동과 청소년 모두에게 개인별 맞춤 교육이 성공적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최적의 교육체계를 준비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우리나라의 인구 구조의 급격한 변화와 맞물려 한국 사회에도 이민자가 급증하고 있으므로, 이민 배경 아동 청소년의 잠재 능력을 계발하고 신장시키는 것은 향후 중요한 국가 과제의 하나에 속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당면한 우리나라의 인력 양성 문제를 풀어낼 정책을 구성하는 하나의 축으로 초석을 다질 필요성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