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서 시작된 질문 수학 교실에서 매일 만나는 장면이 있다. 답을 알 것 같으면서도 손을 들지 못하는 학생, 풀이가 한 줄 어긋나는 순간 연필을 내려놓는 학생, “수학은 답을 맞히는 과목이잖아요”라며 탐구 과정보다 정답에 매달리는 학생. 아이들이 수학 앞에서 움츠러드는 마음의 바닥에는 틀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다. 한 번의 오답이 곧 좌절로 이어지는 교실에서 학생들은 수학적 원리를 이리저리 만져 보며 실험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학생 활동 중심 수업으로 설계해도 학생들의 질문 주도성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포용성과 창의성을 갖춘 주도적인 사람’을 인간상으로 제시하면서, 모든 배움의 바탕이 되는 세 가지 기초 소양으로 언어 소양, 수리 소양, 디지털 소양을 꼽는다. 눈여겨볼 것은 이 셋이 서로 다른 교과에 나뉘어 담기는 별개의 목록이 아니라는 점이다. 코딩은 기호와 문법으로 생각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읽어 내는 언어이고, 그 문장 하나하나에 수학적 원리가 실려 있으며, 그 결과는 디지털 세계 위에서 작동한다. 말하자면 코딩은 세 기초 소양이 한 지점에서 만나는 드문 활동이다. 이런 관점에서 필자는 AI와 디지털 전
생태전환교육의 필요성 및 학교 인근 습지 자원 활용 계기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의 관계를 이해하고,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실천 방안을 모색하는 생태전환교육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초등학생 시기에는 단순한 생태학적 지식의 습득을 넘어, 자연과 인간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이해하고 이를 삶에서 실천하는 태도인 생태적 소양(ecological literacy)을 함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하지만 오늘날 도시화가 가속화되면서 우리 아이들이 자연을 직접 접하고 교감할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자연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능력인 ‘생태감수성’은 어릴 때 형성될수록 지속적인 환경 보호 태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책 속의 지식이 아닌, 자연에서의 직접적인 체험을 통해 환경친화적 행동 의지를 높일 수 있는 교육이 절실히 요구됩니다. 이러한 생태전환교육의 훌륭한 배움터로서 제가 주목한 곳이 바로 ‘습지’입니다. 습지는 오염물질을 흡착하여 수질을 정화하고, 토양에 탄소를 저장해 기후변화 완화에 기여하며,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중 약 42%가 서식할 만큼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교원의 명예퇴직이 증가하는 가운데 교장(교감)의 명예퇴직도 많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2024년 17개 시도에서 명예퇴직한 교장(교감)은 660명으로, 2020년 278명에 비해 137% 증가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학교장의 역할, 책임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과거 학교장의 주요 역할이 교육활동을 지원하고 학교를 관리하는 데 있었다면, 최근에는 민원 대응, 갈등 조정, 안전사고 예방 등 다양한 갈등 관리와 위기 대응 업무를 수행하며 이에 따른 책임도 크게 확대되고 있다. 이는 오늘날 학교장의 역할이 관리적·행정적 차원을 넘어 경영적·교육 정치적 차원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학교 생태계에 떨어진 또 하나의 거대한 소행성, 인공지능(AI)이 있다. AI는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산업 구조, 조직 문화, 리더십의 방식 자체를 재편하고 있다. 이 거대한 충격 앞에서 어떤 조직은 쇠퇴할 것이고, 어떤 조직은 새로운 종과 같이 진화할 것이다. 그 차이는 결국 단 하나, ‘전환 가능성’(Convertibility)에 달려 있다. 6,600만 년 전, 지구를 지배하던 공룡은 압도적인 힘에도 불구하
수업은 기술만으로 설명될 수 있는가? 좋은 수업을 위해 교사는 많은 것을 배운다. 수업목표를 세우고 학습내용을 조직하는 방법, 학생의 생각을 끌어내는 발문과 피드백, 다양한 교수·학습모형과 전략을 익힌다. 이러한 지식과 기술은 수업전문성의 중요한 바탕이다. 그렇다면 좋은 수업방법을 알고 능숙하게 적용하는 것만으로 교사의 수업전문성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을까? 하지만 실제 수업은 배운 방법을 정해진 절차에 따라 적용하는 것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같은 수업안으로 수업해도 교사마다 수업의 모습은 다르다. 학생이 예상하지 못한 답을 했을 때 그대로 지나갈 수도 있고, 그렇게 생각한 까닭을 다시 물으며 새로운 탐구로 이어 갈 수도 있다. 준비한 활동을 학생들이 어려워하면 질문을 바꾸거나 설명의 순서를 조정하기도 한다. 수업은 계획에서 시작하지만 학생을 만나는 순간부터 계획만으로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진다. 교사는 학생의 표정과 자세, 말과 침묵을 살피며 교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파악한다. 질문을 바꾸고, 한 학생에게 다시 말할 기회를 주고, 예상하지 못했던 생각을 다른 학생의 생각과 연결한다. 아이즈너(Elliot Eisner, 1983)는 이러
느리고도 느린 교육개혁, 그럼에도 꾸준한 실천이 필요하다. 백약이 무효라는 교육에 관한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부담스럽기 그지없다. 국민 다수가 16년간 초·중·고·대학 학생으로서 지낸 기간과 학부모로서 자녀를 대학까지 보냈던 16년간의 경험이 누적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교육에 관해서는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전문가 이상으로 할 말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세상 모든 것은 변해 간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교육만 느리게 변한다고 말하는 이들도 많다. 그렇다고 교육이 빠르게 변화한다고 해서, 교육이 잘 이루어질 것 같지도 않다. 유·초·중등 교육기간은 어린이가 성인으로 성장하는 과정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한때는 우리 교육이 나라를 살리는 근간이 되기도 하였으나, 최근 교육은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듯하다. 우리나라 경제 규모가 커짐에 따라, 내 아이만을 위한 좀 더 특별한 교육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내 새끼만 좋은 교육을 받아 제일 좋은 대학에 가고’, 졸업 후 돈 잘 버는 직업을 독차지하려는 풍토가 만연하고 있다. 소위 ‘내 새끼 지상주의’가 판을 치고 있다. 교육은 나날이 출세를 위한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
학교는 교원·일반직공무원·교육공무직원(이하 ‘공무직’으로 약칭)등 다양한 직종의 구성원이 학생의 성장과 배움이라는 공동의 교육목표 실현을 위해 협력하는 조직이다. 학교에서도 과거부터 갈등은 있어 왔으나, 최근에는 그 양상이 변화하고 있다. 교육지원청에 접수된 갑질 신고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과거에는 주로 학교 경영자와 구성원 간의 수직적 관계에서 나타났다. 그러나 최근에는 교원과 공무직 간 수평적 관계에서 나타나는 것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즉, 과거에는 갑질 신고 주요 대상이 학교 경영자였으나, 최근에는 보직교사를 비롯한 교사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학교 운영이 민주화되고 학교 구성원의 권리의식이 높아지면서 학교 내 갈등 양상도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과거 갈등이 주로 학교 경영자의 이른바 학교 내 ‘큰 권력’의 문제였다면, 최근에는 일상적인 업무 지시·협조·분장 등 학교 내 ‘작은 권력’, ‘생활 권력’의 문제로 변화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학교 경영에서 공무직과의 관계가 중요한 이유는 이들이 학생의 안전·복지·급식·시설 등 교육환경을 지탱하고, 교사가 교육활동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협력적 동반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무직과의 협
어떻게 하면 위기에 처한 농촌 교육 여건을 개선하고 도시와의 교육격차를 해소할 수 있을까? 이는 최근 들어 수없이 반복적으로 듣게 되는 질문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뾰족한 답은 없다. 아니, 반대로 생각하면 답은 너무 많고 또 잘 정리되어 있다. 이 질문을 AI에게 문의하면 그럴듯한 답변을 1초 만에 쏟아낸다. 예를 들면 우수 교원을 확보하고, AI 기반 디지털 교육체계를 구축하고, 학교를 지역 플랫폼으로 전환하여 평생학습의 전초기지로 전환하는 한편, 학교와 지역사회가 교육공동체를 구축한다는 내용들이 그것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문제에 대해 고민을 해왔고, 얼마나 많은 연구 결과와 기록들이 온라인에서 회자되고 있으면, AI가 제시한 답변이 이 정도로 설득력 있을까? 소위 농촌 교육의 상황 개선을 연구한다고 하는 전문가들도 이와 크게 다른 대안은 찾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하지만 현시점에 농촌 교육의 현실은 어떠한가? 여전히 많은 지역에서는 학교에 다닐만한 아이들이 없고, 그래서 학교 통폐합 논의가 진행 중이다. 특정 지역은 교사들이 근무를 기피하여, 아예 그 지역 근무를 전제로 교사를 선발해야 한다(서울신문, 2026). 과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