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교사는 감정노동이 심한 직업이다. 교실에서 날이 선 말투, 삐딱한 시선을 보내는 아이가 한 명만 있어도 온종일 마음이 편치 않다. 퇴근하면서 걱정을 학교에 놓고 나오기도 쉽지 않다. 내일 수업 고민, 처리해야 할 업무 등등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탓이다. 그래서 학년 마무리인 12월쯤 되면 선생님의 마음은 너덜너덜해진다. 내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교무실은 벌써 내년도 학교 이동, 부서 배치, 담임 배정 등으로 술렁거린다. 가슴 한편에는 체념과 실망이 스멀스멀 피어난다. 어차피 나는 또 인정 못 받을 거다. 올해의 고생이 내년의 고통으로 이어지겠지. 나의 처지를 배려해 줄 여건도 안 되고, 힘든 업무와 학생 지도를 피할 가능성도 별로 없다. 그래서 연말, 송년회 모임은 상처로 다가온다. 학교 다닐 때 나는 모범생이었고 공부도 잘했다. 이제는 학창시절 뒤처졌던 동창들이 더 잘나가고 행복한 듯싶다. 힘들다고 푸념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한다. “안정된 데다 방학까지 있는 선생님이 뭐가 힘들다 그래?”라는 질책(?)만 되돌아 뿐임을 잘 아는 탓이다. 이럴수록 명예퇴직과 이직을 꿈꾸는 일도 잦아진다. 나는 도대체 왜 이렇게…
2024-12-05 10:00수학 머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조 볼러 지음, 고현석 번역,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368쪽, 1만 9,800원) 수학에 불안감이 있는 사람이 수학문제를 접하면 뇌에서 뱀이나 거미를 볼 때처럼 공포 중추가 활성화한다고 한다. 공포와 불안은 뇌 일부를 무력화해 학습능력을 떨어뜨리므로, 수학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은 마인드셋과 메타인지 이론을 활용해 수학에 대한 학생들의 접근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전략을 제시한다. 오늘도 너를 응원해 (홍영주 지음, 미다스북스 펴냄, 264쪽, 1만 8,500원) 교직생활을 통해 말 한마디의 중요함을 체득한 중견교사가 동료와 아이들에게 전하는 응원 메시지. 하루 대부분을 학교에서 아이들과 지내며 깨달은 것은 ‘다정하고 따뜻한 말을 들려주어야만 서로 마음이 연결될 수 있다’라는 것. 진심 가득한 응원 사이사이로, 교직생활을 현명하게 풀어가는 데 필요한 실용적 지혜를 엿볼 수 있다. 문해력이 자라는 수업 (안녕어린이책연구소 지음, 학교도서관저널 펴냄, 292쪽, 1만 9,500원) 문해력 수업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았다. 책 읽기부터 퀴즈, 인터뷰, 그래픽 조직자, 클로바더빙 등 디지털 미
2024-12-05 10:002024년도 벌써 달력 한 장만 남은 12월이다. 한 해 동안 교실에서 아이들과 울고 웃으며 때로는 탄식과 때로는 절망으로 보낸 시간이 벌써 세밑으로 다가간다. 2024년의 마지막 달에는 어떤 영화들이 관객을 기다릴까? 가족 코미디 영화부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역사적 인물이 살았던 당시로 관객을 데려가는 영화까지 기대작들로 가득하다. 연말연시와 성탄절을 앞두고 가벼운 마음으로 극장에 들러서 볼 영화부터,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서면서 새로운 이야기들이 머릿속에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화까지! 아귀 김윤석 배우부터 이승기, 데미 무어, 주원, 곽도원, 김성령, 송강호, 현빈, 이동욱까지…. 12월 극장가는 이 배우들이 책임진다는데! 부부 또는 연인의 데이트용으로도, 자녀 또는 학생과 함께 보고 토론할 거리로도 충분한 ‘12월 놓쳐서는 안 될 개봉영화 Top 5’를 소개한다(가나다 순). 대가족(감독 양우석) _ ‘타짜’ 아귀가 38년 만둣집 사장이 됐다! SNS가 없던 시절부터 줄이 끊이지 않던 노포 만두 맛집 ‘평만옥’ 사장 ‘무옥’(김윤석)은 38년을 운영해 온 가게의 대가 끊길까 노심초사다. 대를 이을 줄 알았던 외아들 ‘문석’(이승기)이 갑자…
2024-12-05 10:00여름의 빌라는 백수린 작가가 2016~2020년 발표한 소설 8편을 담은 소설집의 표제작이다. 이 소설집은 2021년 ‘백수린 문학의 한 절정’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한국일보문학상을, 단편 여름의 빌라는 2018년 문지문학상을 받았다. 문학평론가인 고(故) 김윤식 서울대 명예교수가 2011년 발표한 작가의 단편 폴링 인 폴을 읽고 “물건 되겠다 싶데”라고 높이 평가한 일화가 유명하다. 여름의 빌라는 주인공이 독일 여성에게 편지를 보내며 회상하는 형식이다. 주인공 주아는 대학시절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갔다가 독일에서 한스와 베레나라는 중년 부부를 만나 친구가 된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메일을 주고받았고, 남편 지호가 독일 유학을 가면서 5년 정도 더 교류했다. 교살자 무화과나무를 보는 한·독 부부의 시각차 남편이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주아 부부는 삶이 엉망이 됐다. 남편은 교수 임용 심사에서 여러 차례 탈락했다. 부부는 강사료가 적더라도 먹고살기 위해 닥치는 대로 강의를 맡아야 했다. 치솟는 전세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서 변두리로 이사를 거듭했다. 아이를 낳아 키울 경제적·시간적 여유도 없어서 임신과 출산은 미룰 수밖에 없었다. 남편의 학문적 열정은 식어갈…
2024-12-05 10:00사람의 생명은 단 한 번이기에, 죽는 순간과 죽은 후의 세계를 경험한 채 살아가는 사람은 없습니다. 미지의 세계이기에 더욱 궁금한 죽는 순간과 죽은 후의 세계. 이번 호에서는 죽음과 관련된 과학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Q1. 과연 죽을 때 사람은 어떤 기분을 느낄까요? 죽는 순간 우리는 어떤 게 들리고, 보이며, 어떤 경험을 할까요? 한 번쯤은 궁금한 적이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아무리 죽는 순간이 궁금하더라도 물어볼 수도 없고, 물어봐도 임종 순간에 사람은 말이 없거든요. 그런데 말이 없다고 해서 진짜 의식까지 없을까요? 전 세계에는 실제로 죽는 순간 어떤 경험을 하는지 과학적으로 분석하고자 하는 과학자들이 아주 많습니다. 이들이 연구한 결과를 보면, 사람들이 사망 직전에 심장이 멈춰도 여전히 의식은 수십 분간 계속 지속되고, 말은 못 하지만 청신경이 가장 늦게까지 살아있어서 주변에서 하는 말을 계속해서 들을 수 있다는 흥미로운 연구보고가 있습니다. 또한 의료현장의 전문가들은 여러 임종 환자가 대화를 듣거나 인지하는 능력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Q2. 그럼, 과학적으로 의식이 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우리가 그 사람이 말하
2024-12-05 10:00파키스탄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라자스탄 지역은 인도에서도 가장 이국적이고 신비로운 모습을 간직한 땅이다. 광대한 타르사막에 둘러싸인 척박한 땅이지만, 메마른 사막 위에 서 있는 거대한 성과 투명한 호수는 여행자들에게는 인도의 어떤 지역보다 화려하고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다. 라자스탄은 ‘라지푸트들의 땅’이라는 뜻이다. 라지푸트는 라자스탄을 지배했던 전사집단이다. 이들은 자부심으로 가득했고 누구보다 용감했다. 승리하지 못하면 차라리 죽음을 택하는 ‘조하르’(Johar)의 전통을 가지고 있었다. 여성과 아이들은 화장용 장작더미에 몸을 던지는 ‘사티’(Sati) 풍습을 지켰다. 라지푸트족의 이러한 용맹 때문에 인도 전역을 통일했던 무굴제국도 라자스탄 지역만은 무력에 의한 점령 대신 혼인 등을 통한 타협책으로 그들을 끌어안았다고 한다. 사막 위에 우뚝 선 불가사의한 풍경, 메헤랑가르 라지푸트들은 라자스탄의 수많은 성채와 전설의 주인공들이다. 그들은 거대한 성채들과 귀족들의 저택인 ‘하벨리’(Haveli)를 건축하며, 그들만의 화려한 문명을 꽃피웠다. 라지푸트의 탄생 비화는 이렇다. 예로부터 라자스탄 지역은 인도와 주변 국가로 통하는 군사적 요충지였다. 게다가 페…
2024-12-05 10:00사람은 칭찬으로만 바뀐다 “빨간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세요.” 이 지시는 생각을 덫에 빠뜨린다. 시키는 대로 하려면 먼저 빨간 코끼리를 떠올려야 하는 탓이다. 빨간 코끼리가 머리에 있어야 이를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하지 않겠는가. 이를 심리학자들은 ‘프레임의 법칙’이라 부른다. 일단 사고의 틀이 짜이면 여기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음을 일컫는 말이다. 교실에서 야단과 질책이 생각보다 효과 없는 까닭은 여기에 있다. “게으름 피우지 말아”라는 충고에는 상대방이 나태하다는 평가가 묻어 있다. “떠들지 말고 집중해”라는 표현에는 수업시간에 산만하다는 선생님의 판단이 스며난다. 그래서 야단과 주의의 효과는 잠시뿐, 아이들은 선생님이 뜻했던 바와 반대로 어긋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사람은 칭찬으로만 바뀐다. 자신도, 다른 사람들도 자기를 올곧고 모범적이며 괜찮은 사람으로 여길 때 기대에 맞게 처신하려 애쓴다는 뜻이다. 그래서 칭찬은 매우 중요하다. 아이가 바뀌려 애를 쓴다면 선생님은 이를 악물고서라도 칭찬을 거듭해야 한다. 변화를 시작하는 무렵에는 학생 스스로도 자기가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기 마련이다. 그래서 교사는 더더욱 칭찬과 격려를 자주 하며 힘을 북돋아 주어야…
2024-11-06 10:00요즘 교사들에게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 (조벽 지음, 해냄출판사 펴냄, 328쪽, 1만9,000원) 교육 멘토 조벽 교수가 이 시대의 교사들에게 전하고 싶은 지혜를 담았다. 그는 우리 교육이 총체적인 위기에 놓여 있음에 통감하면서도 우리가 원하는 미래로 나아갈 희망은 아직 남아 있다고 강조한다. 그 믿음의 바탕은 세계적 수준의 역량을 갖춘 우리나라 교사들의 역량이다. 저자는 교사들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전하며, 새로운 교육을 위한 통찰을 크게 세 가지로 전한다. 역사가 묻고 미생물이 답하다 (고관수 지음, 지상의책 펴냄, 264쪽, 1만8,500원) 공생하고 공격하며 공진화해 온 인류와 미생물 이야기. 평소에는 존재감이 크지 않던 미생물이 역사적 맥락과 맞았을 때 걷잡을 수 없는 영향력을 발휘하는 모습이 펼쳐진다. 호모사피엔스의 진화에 이바지한 효모를 시작으로, ‘콜럼버스의 교환’, ‘산업혁명’, ‘세계대전’ 등 역사의 결정적 순간에 암약한 미생물의 이야기를 연대순으로 구성했다. 후반부에는 인류를 괴롭혀 온 세균을 역으로 이용해서 질병을 치료하려는 여러 연구의 현주소를 살펴본다. 졸 틈 없는 수학책 (송명진 지음, 블랙피쉬 펴냄, 352쪽, 1만8,5
2024-11-06 10:00사회와 직장에서는 기성세대와 MZ세대 간 갈등이 이슈지만, 학교에서는 오래전부터 교사와 학생 간 갈등이 있어왔다. 개발도상국에서 성장한 교사와 선진국에서 자라난 아이들은 도통 서로를 이해하기가 힘들다.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로 불리는 이 아이들을 이해하기 위해 오늘도 전국 각지 학교의 교사들은 머리를 싸맨다. 2024년 가을, 교사들이 학생들과 함께 보고, 토론할 만한 영화 3편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한 편은 이미 개봉해 관객들의 입소문을 모으며 장기 상영을 이어가고 있는, 한국 중산층 가족의 섬뜩한 모습을 보여주는 보통의 가족(감독 허진호)이다. 또 다른 한 편은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유서가 발견된 홍콩의 한 고등학교 교실에서 일어난 일을 다룬 홍콩 영화 연소일기(감독 탁역겸)이고, 마지막 한 편은 난임 교사의 학급에서 한 여학생이 임신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스크린에 담은 최소한의 선의(감독 김정현)이다. 좋은 영화는 영화가 끝난 뒤 이야깃거리가 풍성한 영화다. 새교육 11월호 ‘시네마 톡톡톡’에서 소개하는 세 편의 영화는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이, 극장을 나서면서부터 머릿속에 생각할 거리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겨난다. 영…
2024-11-06 10:00히드라와 원팀이 되어 헤라클레스에 대항한 거대한 괴물게 게자리는 프톨레마이오스의 48개 별자리에 속했고, 현대 천문학에서 정립한 88개 별자리에도 포함된다. 황도 12궁의 넷째 자리로 거해궁이라고도 하며, 늦겨울 남쪽 하늘에서 볼 수 있다. 황도 12궁 별자리들은 대부분 밝은 별들을 갖고 있지만, 네 번째 별자리인 게자리와 열두 번째 물고기자리는 어두운 별들로만 구성돼 있다. 특히 게자리는 밝고 화려한 별들이 많은 겨울 별자리 속에 있어 더욱 초라하게 빛난다. 가장 밝은 별이 4등성으로 황도 12궁 중에서 제일 어둡기 때문에 동서양 문화권 모두 불길한 별자리로 취급했다. 동양에서는 무덤이라는 뜻의 ‘귀수’ 혹은 상여라는 의미의 ‘여귀’라고 일컬었으며, 서양에서는 ‘암’을 뜻하는 ‘캔서(Cancer)’라고 부른다. 암세포가 게 다리같이 생긴 것에서 유래한 명칭이다. 고대 바빌로니아 점성술에서 게자리는 지하세계의 입구를 상징하여 불행과 어둠의 동의어로 불리기도 했다. 게자리는 바다뱀자리인 히드라 옆에 있는데, 이는 그리스신화에서 게가 히드라의 은신처 옆 지하세상의 문을 지키는 것과도 일치한다. 게자리는 어둡고 음침한 별자리지만, 밤하늘에서 아주 유명한 프레세
2024-11-06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