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경제 환경 속에서 합리적인 의사결정 역량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이를 함양할 수 있는 경제교육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 국민의 합리적 경제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국가 또는 학교 차원의 경제교육 체계를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KDI 경제교육·정보센터의 경제교육 담당자들은 2023년과 2025년에 각각 싱가포르와 핀란드를 방문해 두 나라의 경제교육 사례를 조사했다. 학교에서 현장까지, 핀란드 경제교육 먼저 핀란드부터 살펴보겠다. 핀란드는 초·중등 국가 핵심 교육과정을 통해 모든 지역에 공통의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교육의 평등을 보장하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와 학교는 이를 바탕으로 지역의 특성과 필요에 맞는 교육 방향을 구체화한다. 경제교육도 초·중등 국가 핵심 교육과정에 통합되어 있으며, 학생들이 생활 속에서 경제와 금융 개념을 이해하고 실생활과 연계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운영한다. 핀란드 에스포 지역의 타피올라(Tapiolan lukio)고등학교를 방문해 ‘공통 경제’ 과목의 수업을 참관했다. 이 고등학교에서 ‘공통 경제’는 사회교과의 필수 과목이다. 학생들의 진로와 관심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심화 경제’ 과…
2026-01-06 10:00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에는 흥미로운 장면이 있다. 아버지 김낙수는 아들 수겸이가 대기업 입사를 포기하고 스타트업을 선택하려 하자 격렬히 반대한다. “너도 나처럼 대기업 다녀라. 안정적이고 좋잖아.” 하지만 아들의 대답은 단호하다. “아버지가 걸었던 그 길이 아버지를 행복하게 했나요?” 이 장면은 두 세대의 근본적인 차이를 보여준다. 아버지 세대에게 성공이란 ‘대기업 부장’, ‘서울 자가’, ‘안정적 가정’이라는 객관적 조건의 달성이었다. 사회가 정해놓은 성공 공식을 따르는 것, 그것이 당연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아들 세대는 다르다. 그들은 묻는다. “그래서 당신은 행복한가요?” 외적 조건이 아니라 내적 만족을, 남들이 인정하는 성공이 아니라 자신이 의미 있다고 느끼는 일을 추구한다. 우리 교육은 지금까지 수많은 ‘김 부장’을 만들어냈다.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직장에 취직하고, 좋은 조건을 갖추는 것. 그것이 성공이라고 가르쳤다. 하지만 그 성공 공식이 정작 행복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다음 세대에게는 ‘수겸이’가 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자신만의 질문을 던지…
2026-01-06 10:00
‘지속 가능한’ 경제교육을 위하여 과거에 비해 오늘날 아이들이 마주하는 경제 환경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해졌다. 용돈 관리나 저축이 전부였던 시절을 지나 학생들은 간편결제, 게임 아이템 구입, 구독 서비스 이용, 유튜브 광고 시청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경제 세계 한가운데에서 살아가고 있다. 최근 이러한 경제·금융교육이 생존과 직결된 필수 문해력이라는 공감대는 커졌지만, 정작 교실에서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론은 여전히 모호하다. 특히 공교육 현장의 빡빡한 교육과정 속에서 경제교육을 위한 별도의 시·공간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거창한 새 제도를 만드는 것보다 경제·금융교육이 포함된 해당 교과에 충실하되 타 교과와 적극적으로 융합하는 유연한 접근을 택해야 한다. 핵심은 교과서 속의 추상적인 개념을 아이들의 구체적인 삶으로 끌어오는 것이다. 교과서 속 경제 원리가 우리 몸을 지탱하는 튼튼한 ‘뼈대’라면, 교실 속 체험과 교과 융합 활동은 그 위를 감싸고 실제로 움직이게 만드는 ‘근육’이다. 뼈대와 근육이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경제교육은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된다. 필자는 이를 위해 공교육 내 경제교육의 방향을 ‘학급 운…
2026-01-06 10:00
세계 경제를 이끌고 있는 기업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이 우리나라에 왔다. 그가 우리나라 기업의 대표들과 치킨에 맥주를 즐기는 모습이 큰 화제가 되었다. 이후 AI와 관련된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올랐다. 젠슨 황의 기사가 언론을 뜨겁게 달군 다음 날, 어느 중학교의 사회 시간이다. ‘글로벌 경제활동과 지역 변화’라는 단원을 배우고 있었다. 이보다 더 찰떡같은 수업자료가 있을까 싶어 젠슨 황의 치맥 회동 이야기를 꺼냈다. ‘글로벌 경제’라는 교과서 속 글자가 갑자기 살아 움직였다. 엔비디아의 주가 차트, 삼성전자·현대자동차의 주가 차트를 보며 아이들은 탄성을 질렀다. 1학기에 배운 환율과 경제성장, 수요와 공급 개념이 폭죽처럼 터져 나왔다. 매시간 영혼이 빠져나간 눈을 하고 졸기만 하던 아이가 갑자기 손을 들었다. “선생님, 근데 주식이 뭐예요?” 모든 아이의 눈이 빛나고 있었다. 변하지 않는 학교 경제교육 필자가 중·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부터 현재까지 수차례 교육과정 개정이 있었다. 사회과 교육과정은 내부 또는 외부적 요인에 의해 조금씩 그 성격이 변화했다. 그러나 학교 현장의 경제교육 내용은 필자가 1990년대에 배우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초…
2026-01-06 10:00
근래 교육의 사법화(judicialization of education)라는 말을 종종 들을 수 있다. 교육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법원에 의탁하여 해결하고자 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상황을 의미한다. 아울러 이 과정에서 사법 권력이 확대되는 현상을 지칭할 수도 있다. 한편 교육의 법화(juridification of education)라는 개념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사법 작용에 교육 문제 해결을 맡기는 일 외에 교육에 관한 법령이 증가하는 현상, 즉 과거에는 교사의 전문적 판단과 재량에 따라 해오던 활동을 법령에 의거하여 수행하는 일, 즉 법률이 규율하는 영역이 확장되는 현상도 포함할 때, 교육의 법화라고 한다. 교육의 법화는 교육의 사법화를 포함하는 더 큰 개념이다. Rosén과 Arneback, 그리고 Bergh(2021)는 교육의 법화 개념을 다섯 가지 차원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본다. 교육에 관한 각종 법 규범을 제정하고 헌법을 제정하는 일을 구성적(헌법적) 법화라고 하고, 법률이 규율하는 사항을 차별화하거나 기존에 법 규율 밖에 있던 사항을 법 규율 안으로 들여오는 과정에서 법률이 수평적·수직적으로 팽창하고 차별화하는 양식의 법화가 존재할 수…
2025-12-04 10:00
“김기홍 선생님 맞으시죠? 여기 T 경찰서입니다. 학부모가 아동폭행과 상해로 고소를 했어요. 서에 한 번 나오셔야 하는데….” 2017년, 나는 한 학부모가 자신의 아이를 폭행하고 상해를 입혔다며 경찰에 고소하고, 교육청에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하는 일을 겪었다. H 부모님께서 욕설과 폭언을 쏟아내며 협박한지 일주일이 지난 후였다.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기에 담담할 줄 알았지만, 이 과정이 마무리되는 1년여 기간 동안 답답함·자책·분노·두려움 등의 고통을 느꼈다. 그리고 혹시 잘못되어 교사를 못할 수 있다는 실존적 위협에 처했었다. 이는 주변 동료교사들까지도 교직에 대한 회의를 느끼게 하는 사건이었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사건은 타인에게 드러내기 힘든 치부로 여겨져 감춰져 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당시 박사과정에 있던 나에게 지도교수님은 개인적인 일로 보이는 이 사건을 사회적 맥락에서 분석해 보길 권했다. 그리고 일련의 사건에 대한 성찰적 글쓰기와 학문 공동체에서 함께 공부하는 동료들과의 논의를 통해, 이러한 일이 운이 나쁜 누군가에게 우연히 일어나는 특수한 사건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 사회와 교육체제 속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임을 깨달았다. 연구…
2025-12-04 10:00
학생들 사이의 사소한 다툼이 학교폭력으로 신고되면서, 양측 모두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하는 일이 자주 있습니다. 학교폭력 조사 과정이 적절하지 않다면서 절차상의 문제를 삼거나, 일부 학부모는 교사의 언행이 부적절하다는 이유를 더해 아동학대 신고를 감행하기도 합니다. 하나의 사안이 학교폭력, 아동학대, 교육활동 침해의 경계에서 얽히며 결국 ‘법의 문제’로 비화되는 것이지요. 이처럼 교육현장이 점점 사법적 판단에 기대게 되는 현상, 바로 이것이 오늘날의 ‘교육(학교)의 사법화’입니다. 교육의 사법화 시작, ‘학교폭력’ 학교폭력 사안은 교육의 사법화를 가장 뚜렷하게 보여줍니다. 「학교폭력예방법」은 2004년 제정 후 20년간 스무 번도 넘게 개정되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폭력 발생 건수가 증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학교폭력 불복 건수도 늘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조치에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이 불복하여 제기한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은 총 6,400여 건입니다. 행정심판은 2021년 1,295건에서 2023년 2,223건으로 두 배가량 증가하였고, 행정소송 역시 2021년 255건에서…
2025-12-04 10:00
알파고 쇼크 이후 10년, 챗GPT의 등장은 이제 인공지능(AI)을 ‘먼 미래’가 아닌 ‘오늘의 현실’로 교문 안까지 들여왔다. 정부는 AI 강국을 선언하며 AI 교육을 서두르고, ‘AI 기반 초개인화 맞춤형 교육’이라는 청사진을 연일 제시한다. 모든 학생이 AI 튜터와 함께 공부하고, 교사는 인간 고유의 영역인 인성 및 사회성 교육에 집중하는 유토피아적 비전은 분명 매력적이다. 하지만 교실의 현실은 어떠한가? 한 고등학교의 자가진단 결과는 우리 교육현장의 맨얼굴을 여실히 보여준다. 교사의 27%는 여전히 디지털 도구를 전혀 사용하지 않으며, 무선 인터넷 환경은 ‘불안정하다’는 응답이 속출한다. 교사들은 새로운 기술 연수보다 당장 처리해야 할 행정업무와 수업 준비에 소진(번아웃)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위에서 ‘범용 인공지능(AGI) 시대를 대비한 교육혁신’이라는 거대 담론은 공허한 구호처럼 들리기 쉽다. 이는 정책과 현장 사이의 근본적인 인식 차이에서 비롯된다. 정책은 ‘기술’이 가져올 미래를 먼저 보지만, 현장은 ‘기술’이 가져올 또 다른 ‘업무 부담’을 먼저 느낀다. 본고는 이 간극을 메우고, AI라는 거대한 손님을 두려움 없이 맞이할 현실적인 해법을…
2025-11-05 10:00
AI 인재강국을 향한 국가적 교육 시그널(signal) 최근 이재명 정부는 초·중·고 AI 기초역량(AI literacy)을 앞으로 강화해 나가겠다고 발표했다. ‘AI 인재강국’이란 국정과제는 공교육이 미래 사회를 이끄는 핵심 기반이 되어야 한다는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이다. 이는 대한민국의 AI 인재 양성 목표와 AI 산업 100조 원 투자라는 거시적 국가 전략뿐만 아니라 초·중·고 디지털 기초역량(digital literacy) 배양부터, 인공지능 활용을 통한 전반적인 학습경험과 활용까지 국가가 직접 나서 AI를 챙기겠다는 의지인 동시에 대한민국이 초경쟁적 글로벌 AI 시대에서 더 이상 뒤처질 수 없다는 긴박한 시대정신으로서 ‘AI 교육’을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초등 AI 교육’ 우려인가, 기우일까? 하지만 이러한 국내외적 AI 대전환에도 불구하고 일부 교원단체에서 너무 이른 AI 교육은 아동 심리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초등단계 도입을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일부 현장 교사들 사이에서도 ‘AI 교육이 오히려 학생들에게 인터넷 중독 등 해를 끼치거나 지나친 부담을 주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공존한다. 교육적 신중함…
2025-11-05 10:00
21세기 들어 인공지능(AI)은 과학·산업·사회 전반에 걸쳐 구조적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특히 오늘날 인공지능(AI)은 산업과 경제를 넘어 교육의 패러다임까지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AI 기술은 단순히 하나의 학문 분야를 넘어, 모든 분야와 융합하며 새로운 지식과 가치를 창출하는 시대를 앞당겼으며, 세계 각국은 AI 인재 확보와 활용 역량 강화를 국가 경쟁력의 핵심 과제로 삼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이러한 흐름 속에서 AI 교육 확대를 통해 차세대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디지털 전환 시대에 대응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지난 6월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국정운영 5개년 계획’과 ‘123대 국정과제’를 통해 AI 중심의 교육혁신 방향을 구체화하였다. 123대 국정과제 가운데 핵심은 ‘AI 인재강국’으로 초·중·고 교육에서 AI 기초 소양을 길러내고, 대학에서는 세계적 수준의 고급 AI 인재를 양성하여 한국을 미래 기술 선도국가로 도약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본 글에서는 이재명 정부의 AI 교육전략은 어떠하며, 기대하는 바에 대해 함께 나누고자 한다. 국정과제로 살펴보는 이재명 정부의 AI 교육전략 이재명 정부는 국가 비전으로 ‘국민이 주인인 나라,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
2025-11-05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