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참 많은 것을 참아 왔다. 학생과 학교, 교육을 위해서라면 조금 손해 보는 것쯤은 당연한 미덕이라 여겼다. 교사의 처우나 권리를 이야기하면 혹시 아이들보다 자기 이익을 먼저 앞세우는 교사로 비칠까 두려워 스스로 말을 삼키기도 했다. 묵묵히 교실을 지키며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교사의 숭고한 도리라고 믿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분명하게 말해야 할 때다. 권리를 지키기 위해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는 것은 결코 이기적인 행동이 아니다. 이는 교육의 주체로서 바로 서기 위한 너무나 당연하고 정당한 권리 행사다.
침묵하면 권리 지킬 수 없어
우리는 침묵한다고 해서 권리가 지켜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미 뼈아프게 경험했다. 2015년 공무원연금 개혁 당시 기여율은 7%에서 9%로 올랐고 연금 지급률은 1.9%에서 1.7%까지 단계적으로 낮아졌다. 지급 개시 연령 또한 단계적으로 65세까지 늦춰졌다. 지금 교단에 첫발을 내딛는 후배들은 선배 세대보다 더 오래 내고 더 늦게 받는 조건 속에서 교직 생활을 시작한다. 방관했던 침묵의 무게는 고스란히 후배 교사들의 몫으로 남았다. 그렇기에 교사들이 모여 외치는 목소리는 단지 한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예비 교사들과 후배들의 20년 뒤, 30년 뒤의 삶을 지키기 위한 약속이다.
이미 서이초 사건 이후 교사들이 한마음으로 연대했을 때 무엇이 달라질 수 있는지도 목격했다. 뜨거운 거리 위에서 전국의 교사들이 검은 옷을 입고 국회 앞을 가득 채웠다. 분노했지만 무너지지 않았고 깊은 슬픔 속에서도 질서를 잃지 않았다. 검은 옷과 국화꽃으로 동료를 추모하면서도 교사답게 정중하고 단단하게 뜻을 전했다. 당시 교사들의 ‘꺾이지 않는 외침’은 교육활동 보호를 중요한 사회적 의제로 끌어올렸고, 법 개정이라는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었다. 그때 함께 아스팔트 위에 섰던 수많은 동료 교사 덕분에 오늘의 우리가 조금이나마 안전한 환경에서 아이들을 마주할 수 있다.
미래 바꾸는 동행 필요해
이제는 다음 후배들을 위해 든든한 방파제가 되어 줄 차례다. 교육정책과 연금 그리고 교육여건은 침묵하고 외면하는 사이 일방적으로 결정됐다. 누군가 알아서 배려해 주길 기대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교사가 좋은 환경에서 자긍심을 품고 가르칠 수 있어야 학생들에게도 건강하고 따뜻한 교육이 돌아간다. 교사의 정당한 권리와 학생의 교육권은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지켜야 할 가치다.
9일 국회 앞 집회에 마음을 모아야 한다. 현장에 함께하는 발걸음은 각자의 상황과 판단에 달려 있다. 하지만 우리의 한 걸음과 한마디 외침이 지금의 우리와 후배들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만큼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크게 소리치지 않아도 무겁게 울려 퍼지는 교사의 목소리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오늘 바로 세우는 권리가 내일 교단에 설 후배 교사의 든든한 디딤돌이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