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서이초 20대 신규 교사의 사망 사건이 ‘교권 보호 5법’의 퍼스트펭귄이 되어 순차적인 교권 보호를 위한 법령의 통과를 이끌었다. 이는 공교육 보호를 위한 거대한 제도적 진전이었다. 예컨대, 교원지위법으로 인해 최근 교원 대상 아동학대 신고 385건 중 281건(73%)에 대해 교육감이 ‘정당한 생활지도’라는 의견이 제출되었고, 수사가 완료된 110건 중 95건(86.3%)은 불기소 또는 불입건으로 종결되기도 했다. 또한 아동학대처벌법으로 인해 정당한 교육활동과 학생 생활지도가 아동학대로 오해받는 것을 방지하고, 교육 현장의 특수성을 고려한 사안 처리가 가능해진 것은 대표적인 긍정적 효과라 할 것이다. 하지만 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현장 교사들이 체감하는 온도는 여전히 차갑고 잔혹하다. 교육부 및 각 시·도교육청 통계에 따르면, 교원지위법 개정 이후에도 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 심의 건수는 감소하지 않고 오히려 매년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교사 사기 지수의 경고음도 크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의 교원 인식 조사에 따르면, “교권 5법 통과 이후 현장 체감 변화가 크지 않다”거나 “여전히 악성 민원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고 응답
2026-09-17 15:53교육부는 8월 21일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현행 내국세의 20.79%를 연동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전년도 교부금을 기준으로 최근 3년 연평균 경상성장률과 학령인구 변화율을 반영하는 새로운 산식을 도입하는 것이 핵심이다.다만 교직원 인건비 등 단기간에 줄이기 어려운 교육비의 특성을 고려해 학령인구 변화율은 35%만 반영하고산출된 교부금이 전년도보다 줄어들 경우 그 차액을 국가가 보전하도록 법률에 명시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로서도 학령인구 감소를 재정에 반영하면서 교육재정이 급격히 줄어드는 것을 막겠다는 나름의 안전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그러나 전국 시·도교육감들의 생각은 다르다. 대한민국교육감협의회는 현행 내국세 20.79% 연동률을 유지해야 한다며 정부의 개편 방안에 반대하고 있다. 특히 학령인구가 감소한다고 해서 교직원 인건비와 학교운영비, 시설 안전·관리비 같은 기본적인 교육재정 수요까지 같은 비율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AI·디지털교육, 학생 맞춤형 교육, 기초학력 보장, 돌봄과 안전 등 새로운 교육수요 역시 계속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주장은 충분히 주목할 만하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한 가지…
2026-09-16 13:39
AI시대가열리면서사람들은지식을얻는방법이 많이 달라지고있다.궁금한것이있으면검색 창에묻고,긴글을읽기보다AI에게요약을부탁한다.이제AI는모르는것을알려주는가장빠른도구가되었다.그러나역설적으로 AI가발전할수록국어사전의가치는더욱 발휘될 것이다. AI가아무리많은정보를제공하더라도,그정보를이해하고판단하는출발점은결국 이른 사용하는 인간이 ‘말의뜻’을아는데있기때문이다. 필자는 최근 중학생 대상 수업에서 ‘족보’가 뭐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족발보쌈 아니예요?"라고 답했다.신문기사에서 본 현실이 나에게도 일어난 것이다. 한국 문화에서 매우 가치가 높게 평가를 받는족보조차 중학생의 언어생활에서 사라지고 있다. 10여년 전 프랑스 오랑주 한국학 교수가'한자 버리면 한국문화도 잃을 것' 이라는 경고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그는 한국에서 유학을 하고 박씨부인전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교수다. 오래 전 한불사전에 한자를 안 써 의미 전달이 안 된다고 지적한 적이 있다. 이제는 질문력이 핵심 실력인 시대다. AI에게 질문하려면 먼저 기본 단어를 알아야 한다. 좋은 질문이 핵심인데 질문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자신의 생각을 정확한 말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2026-09-16 13:28
또닥, 또닥, 또닥. 마지막 남은 여름의 습기를 말려주려는 듯 초저녁 공기를 뚫고 밤하늘에 울려 퍼지는 다듬이의 상쾌한 소리는 추석 옷 준비를 서두르는 소리 중 하나였다. 섬세하고 가녀린 섬유가 훼손되지 않도록 정확한 강도 조절이 필요한 다듬이질은 한복 바느질의 여러 단계 중에서도 가장 까다로운 과정일 것이다. 예전, 그 많은 살림살이 일 중에서도 추석이 가까워지면 어머니는 정성을 들여 명절옷 다듬기에 분주했다. 장마와 무더위 때문에 무시되었던 복식의 예법을 다시 세우려는 듯, 모시나 갑사 혹은 노방을 넓게 펼쳐서 추석 옷을 지었다. 그중에서도 세탁 때마다 깃이며 고대가 각각으로 나누어져 있는 다듬이 두루마기는 되직한 쌀풀로 붙여가며 오직 손바느질로 만들어졌다. 연한 옥색으로 완성된 다듬이 옷에는 섬유가 가진 본래의 문양도 있지만, 풀을 먹이고 다듬이하는 과정에 물결과 같은 영롱한 무늬가 섬유 표면에 아로새겨져 의복에 빛을 더해 주었다. 온전히 손바느질로 빚어진 빛살과 같은 문양은, 볼 수 있는 사람들의 눈에 보이는 마치 신기루 같은 아름다움이었다. 그 많은 가사 노동에도 불구하고 한 벌의 명품 핸드 메이드를 지어내고 흡족해하던 어머니 얼굴이 떠오른다.
2026-09-14 13:41우리는 대한민국 교육을 말할 때 습관처럼 따라 붙이는 수식어들이 있다. ‘지옥 같은 입시 경쟁’, ‘한 줄 세우기식 평가’, ‘공교육의 해체’ …. 수십 년간 언론과 교육 평론가들은 한국 교육의 병리적 현상을 제거하기 위해 날카롭게 펜 끝을 세워왔다. 그러나 비판의 칼날이 너무 예리했던 탓일까? 우리는 그 칼끝 밑에 숨겨진 한국 교육 본연의 위대한 유산마저 스스로 도려내는 우(愚)를 자행해 왔다. 외국의 교육학자들과 정치가들은 한국을 바라볼 때 전혀 다른 질문을 던진다. “자원 하나 없는 전쟁의 잿더미 속에서 어떻게 한두 세대 만에 세계 최첨단 디지털 국가가 될 수 있었는가?” 그들의 이러한 질문에 대한 대답은 언제나 하나, 바로 ‘교육’이다. 우리가 스스로 폄하하기 바빴던 K-교육은 실상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강력한 DNA를 내포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교육에 대한 과도한 자학(自虐, self-hatred)을 멈추고, 한국 교육이 가진 가장 강력한 장점과 유산이 무엇인지를 냉철하게 재고(再考)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미래 사회에 맞게 어떻게 계승하고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해 획기적인 담론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잠시 우리 교육에 대해 냉
2026-09-14 13:292022년 11월, OpenAI의 ChatGPT가 공개된 이후 교육계의 오래된 전제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학생의 보고서와 발표문, 독후감과 논술문을 AI가 만들어 줄 수 있게 되었고, 교사와 대학은 과연 학생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스스로 생각했는지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라는 새로운 질문 앞에 서게 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히 새로운 기술에 적응하는 문제만은 아니다. 교육이 무엇을 평가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다. 지금까지 우리 교육은 정답을 얼마나 정확하게 찾았는가, 문제를 얼마나 많이 풀었는가, 시험에서 몇 점을 받았는가를 중심으로 16년 동안 최종적으로 대학입시로학생을 평가해 왔다. 그 정점에 대학수학능력시험, 즉 수능이 있다. 이제는 묻지 않을 수 없다. AI가 인간보다 훨씬 빠르게 정보를 찾고 정리하며 답을 만들어내는 시대에도, 우리는 여전히 시험 점수로 학생을 한 줄로 세워야 하는가? 하루에 한 등급 차이로 대학이 결정되는 운명을 언제까지 부과할 것인가? 필자는 전적으로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현행 수능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행 수능은 교육의 목적이 아니라 교육을 입시에 종속시킨 것으로 점수를 더 얻기 위하여 공교육 현장을
2026-09-10 16:11최근 경기도의 대표적 다문화 도시인 안산을 비롯해 전국 도로 위에 중국산 전기차와 이륜차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는 보도다. 이는 저렴한 가격과 화려한 디자인, 첨단 제어를 내세운 마케팅으로 인해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우리는 이 상황에서 무언가 서늘한 기시감을 느낀다. 불과 수년 전 몽골과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도로를 가득 채웠던 중국산 버스와 자동차들의 운명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초기 가성비로 큰 인기를 끌었던 중국산 차량들은 험준한 지형과 극심한 기온 변화라는 현장의 조건을 견디지 못했다. 부품 수급 불능, 조기 부식, 엔진 결함이 잇따랐고, 결국 수많은 차량이 폐차장으로 직행하며 해당 국가들의 대중교통 정책을 대혼란에 빠뜨렸다. 화려한 스펙만을 믿고 ‘현장 검증’ 없이 속전속결로 도입한 정책이 가져온 예산 낭비이자 참혹한 ‘정책적 도박’의 결과였던 것이다. 오늘날 대한민국 교육 현장이 딱 이 모습이다. 다양한 교육정책들이 ‘증명(검증)’이 안 된 채 도입됨으로써 마치 ‘도박’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는 일종의 탁상공론과 유사한 것으로 현장의 적합성과 실효성에 대한 엄밀한 검증 없이, 정권의 국정 홍보와 치적 쌓기를 위해
2026-09-08 11:22최근 매우 반가우면서도 가슴 한구석을 묵직하게 만드는 기사가 언론을 장식했다. 지난 7월 23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법무부가 국적심의위원회를 열어 세계적인 우수 인재 특별귀화 8명, 국적회복 8명 등 총 16명에게 대한민국 국적을 부과했다고 한다. 이번 명단에서 단연 눈길을 사로잡은 인물은 여성 최초의 예일대 종신교수이자 수학과 석좌교수이고 미국 수학회 부회장을 역임한 세계적 수학자 오희 교수와첨단 공학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낸 밀자이 모하메드 연구원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석학들이었다. 세계 최고 학문의 봉우리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인물들이 “나의 나라, 대한민국”을 선택하고 한국 국적을 가슴에 품었다는 소식은 실로 가슴 벅찬 일이다. 변변한 천연자원 하나 나지 않는 나라에서 오직 ‘인적 자원’ 하나로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대한민국에, 세계 최고 수준의 지적 자산이 다시 흘러들어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일단 쌍수를 들어 크게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가슴 뿌듯한 자긍심 뒤편으로, 한 가지 냉정한 현실에 근거한 질문이 떠오른다. “우리가 어렵게 모셔 온 이 세계적 석학들에게 과연 마음껏 연구하고 인재를 키울 ‘진짜 무대’를 제공할 준비가…
2026-09-07 11:44전국고교 현장에서2027학년도 대학입시를 위한 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원서 접수를 시작했다. 우리는 강산이 3번이나 바뀌기 이전, 수능이 출범하던 그때를 기억하고 있는가? 1993년(1994학년도) 기존 학력고사의 암기식 교육 탈피와 고등 사고능력 평가라는 원대한 명분을 내걸고 기대를 모으며 첫발을 뗀 수능이 이제 32주년을 맞이했다. 그러나 암기형 인재 양성을 탈피하겠다는 초기 취지에도 불구하고, 현행 수능은 무한 상대평가 속 ‘단 1점으로 학생을 일렬로 세우는 정밀 측정 도구’이자 사교육 의존도를 심화시키는 사회적 갈등의 진앙으로 전락했다. 이제 수능 개편 요구는 정책적 미봉책과 일관성 부재가 초래한 실패의 역사에 대한 방증이라 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지난 32년 동안의 수능 잔혹사를 탐색해 실패의 역사와 구체적 사례를 밝히고 보다 나은 방향으로의 모색을 도모하고자 한다. 첫째, 2002학년도 ‘이해찬 세대’와 난이도 조절 실패다. 1998년 김대중 정부 시기 “하나만 잘해도 대학에 갈 수 있다”는 구호 아래 공교육 정상화와 수시모집 확대 정책이 추진되었다. 그러나 2001학년도 ‘물수능’에 맞춰 준비하던 수험생들은 2002학년도 수능에서 난
2026-08-31 14:05오늘날 유·초·중·고 학교 현장이 겪고 있는 진통과 수난은 그 어느 때보다 깊고 아프다. 무너진 교권을 바로 세우고 교육을 조금이라도 정상화하기 위해 밤낮으로 애쓰는 수많은 선생님의 눈물겨운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들려오는 현실의 소식들은 때로 마음을 무겁게 짓누른다. 최근 한 주요 언론을 통해 보도된 '여중생 제자 20여 차례 성폭행-추행한 40대 교사 구속기소'라는 기사는 참으로 수치스럽고 분노를 자아내며 차마 눈을 돌리고 싶을 만큼 충격적이었다. 이에 앞서 근래 사회를 분노케 했던 초등학생 대상의 소속 학교 M씨라는 사람의 참혹한 살인 사건 역시 가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아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바른길로 인도해야 할 공간에서 벌어진 이러한 일은 단순한 사건·사고의 차원을 넘어 학교에 대한 우리 사회 전체의 신뢰를 뿌리째 흔드는 중대한 범죄였다. 그러나 이러한 비극적인 사건이 보도될 때마다 마음 한구석에 깊은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남는다. 바로 언론이 피의자를 부르는 ‘호칭’의 문제다. 인면수심의 범죄를 저지른 자에게 여전히 ‘교사’라는 직함과 칭호를 붙여 보도하는 것이 과연 꼭 필요한가? 아이들의 미래를 밝히는 교육의 현장에서 묵묵히 헌신
2026-08-26 1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