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도 산책길에 거주지 아파트 단지 인근의 고등학교 정문을 들어서는 아이들의 발걸음이 눈에 들어온다. 하루가 시작되는 이 순간에 상쾌한 배움에 대한 기대가 아닌, 전쟁터에 임하는 병사들의 중압감이 묻어나고 한없이 무겁게만 느껴진다. 사실인즉, 현행 교육 체제 속에서 교실은 반가운 얼굴의 친구들을 만나 꿈을 가꾸는 터전이 아니라, 곁에 앉은 친구를 딛고 올라서야 내가 살아남는 일종의 격투장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주지하는 것처럼 학교에서의 내신 성적은 삶의 첫 관문인 대학 진학을 좌우하는 절대적 지표가 되었고, 등수 하나에 희비가 갈리는 일상을 매일 반복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냉혹한 현실을 방치한 채, 아이들에게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라”, “협동심을 키워야 한다”는 비현실적인 훈계를 넉살 좋게 아무런 거리낌 없이 던진다. 성적표의 소수점 아래 숫자로 친구를 적대시하도록 구조화된 교실에서 나눔과 연대를 말하는 것은 역설이자 기만이다. 2025년부터 전면 도입된 고교학점제조차 이러한 줄 세우기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스스로 선택한다는 당초의 거창한 취지는 간데없고, 학생들은 오직 수강 인원이 많아 내신 등급을 따기
2026-10-01 10:29강원 농촌 작은학교를 둘러싼 숫자는 두 가지 상반된 흐름을 보여준다.한쪽에서는 학령인구 감소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강원교육청의 2026년 3월 1일 기준 자료를 보면 도내 초·중학교 515개교 가운데 재적학생 60명 이하 학교는 269개교로 49.4%에 달한다. 특히 초등학교는 355개교 중 202개교, 56.9%가 학생 60명 이하 학교다. 반면 농어촌유학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강원 농어촌유학은 2023학년도 2학기 33명으로 시작해 2024년 1학기 134명, 같은 해 2학기 171명, 2025년 1학기 282명, 2학기 360명으로 늘었다. 2026학년도 1학기 실제 운영 인원은 63개교 535명이다. 사업 초기와 비교하면 참여 규모가 약 16.2배로 커졌다. 학생 수 감소라는 위기와 농촌유학 확대라는 가능성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작은학교 감소는 구조적인 문제 강원교육청이 2026년 8월 발표한 「2027~2031학년도 중장기 학생 추계」에 따르면 도내 초·중·고 학생 수는 2026년 13만113명에서 2031년 10만7522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5년간 2만2591명, 약 17.4% 감소하는 규모다. 특히 초등학생 감소 폭이
2026-09-30 10:17필자는 지금도 과거 어느 고등학교에 재직 시에 아주 특이한 사정을 목격한 경험을 잊을 수 없다. 어느 주요 교과의 정규 교사 7명이 모두 휴직 상태에 들어가 전원이 기간제 교사로 채워진 경우였다. 다른 주요 교과도 미소한 차이는 있지만 대개 7~8명의 정규 교사가 절반 정도는 기간제 교사로 충원되는 경우가 흔한 일이었다. 그러면서도 학교는 일체의 흔들림 없이 기초 학력 향상이나 내실 있는 수업 등을 강조하며 밖으로 전혀 이런 상황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만큼 기간제 교사 충원이 일반화되었고 그 맡은 역할이나 책임도 차별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매년 학년 초, 각 학교의 학생들은 학교 측의 인사 방침을 통해 정규 교사와 기간제 교사를 구별하지 않아도 어느 순간이 지나면 “우리 선생님은 기간제 교사다”라고 알아차리며 실망 아닌 실망의 모습을 보인다. 현재 우리 초중고 교육 현장은 기간제 교사가 없이는 학사 운영이 불가능할 정도로 그 숫자와 역할에 있어 매우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학생이나 학부모가 수용하는 태도는 겉과 속이 다르다는 사실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학생들의 인지처럼 눈에 띄지 않게 평가에서 차이를 보이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2026-09-28 16:16급격한사회변동에 동반한교육의 변화로 학교와 학생 수 감소는우리나라가 당면한 주요 과제다. 일본은 우리보다 먼저 저출산과 인구감소를 경험하면서이미 이러한 문제에 직면해 왔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학교 수도 지속적으로 줄었고, 학교 통폐합은 학생들의 교육 환경뿐 아니라 지역 주민의 생활과 경제, 문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학교를 중심으로 유지되던 지역공동체가 함께 약화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한 문제로 나타났다. 특히 1999년 합병특례법 개정 이후 이른바 '헤이세이 대합병'이 본격화되면서 지방행정 재편과 저출생,학생 수 감소가 맞물렸다. 여러 지역에서 지방 행정 개편과 학교 통폐합도 함께 진행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예상하지 못한 악순환이 나타났다. 학생 수 감소로 학교가 문을 닫았다. 학교가 사라지자 젊은 세대가 그 지역을 생활의 터전으로 선택하기 어려워졌다. 인구 유출이 더 심해졌고, 다시 지역의 학생 수가 감소했다. 학교의 폐교가 지역소멸을 더욱 빠르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일본의 지방 연구자들과 지역주민들은 이 현상을 분석하기 시작 했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결론에 도달했다. 학교는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니라 지역을 유지
2026-09-20 20:532023년 서이초 20대 신규 교사의 사망 사건이 ‘교권 보호 5법’의 퍼스트펭귄이 되어 순차적인 교권 보호를 위한 법령의 통과를 이끌었다. 이는 공교육 보호를 위한 거대한 제도적 진전이었다. 예컨대, 교원지위법으로 인해 최근 교원 대상 아동학대 신고 385건 중 281건(73%)에 대해 교육감이 ‘정당한 생활지도’라는 의견이 제출되었고, 수사가 완료된 110건 중 95건(86.3%)은 불기소 또는 불입건으로 종결되기도 했다. 또한 아동학대처벌법으로 인해 정당한 교육활동과 학생 생활지도가 아동학대로 오해받는 것을 방지하고, 교육 현장의 특수성을 고려한 사안 처리가 가능해진 것은 대표적인 긍정적 효과라 할 것이다. 하지만 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현장 교사들이 체감하는 온도는 여전히 차갑고 잔혹하다. 교육부 및 각 시·도교육청 통계에 따르면, 교원지위법 개정 이후에도 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 심의 건수는 감소하지 않고 오히려 매년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교사 사기 지수의 경고음도 크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의 교원 인식 조사에 따르면, “교권 5법 통과 이후 현장 체감 변화가 크지 않다”거나 “여전히 악성 민원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고 응답
2026-09-17 15:53교육부는 8월 21일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현행 내국세의 20.79%를 연동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전년도 교부금을 기준으로 최근 3년 연평균 경상성장률과 학령인구 변화율을 반영하는 새로운 산식을 도입하는 것이 핵심이다.다만 교직원 인건비 등 단기간에 줄이기 어려운 교육비의 특성을 고려해 학령인구 변화율은 35%만 반영하고산출된 교부금이 전년도보다 줄어들 경우 그 차액을 국가가 보전하도록 법률에 명시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로서도 학령인구 감소를 재정에 반영하면서 교육재정이 급격히 줄어드는 것을 막겠다는 나름의 안전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그러나 전국 시·도교육감들의 생각은 다르다. 대한민국교육감협의회는 현행 내국세 20.79% 연동률을 유지해야 한다며 정부의 개편 방안에 반대하고 있다. 특히 학령인구가 감소한다고 해서 교직원 인건비와 학교운영비, 시설 안전·관리비 같은 기본적인 교육재정 수요까지 같은 비율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AI·디지털교육, 학생 맞춤형 교육, 기초학력 보장, 돌봄과 안전 등 새로운 교육수요 역시 계속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주장은 충분히 주목할 만하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한 가지…
2026-09-16 13:39
AI시대가열리면서사람들은지식을얻는방법이 많이 달라지고있다.궁금한것이있으면검색 창에묻고,긴글을읽기보다AI에게요약을부탁한다.이제AI는모르는것을알려주는가장빠른도구가되었다.그러나역설적으로 AI가발전할수록국어사전의가치는더욱 발휘될 것이다. AI가아무리많은정보를제공하더라도,그정보를이해하고판단하는출발점은결국 이른 사용하는 인간이 ‘말의뜻’을아는데있기때문이다. 필자는 최근 중학생 대상 수업에서 ‘족보’가 뭐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족발보쌈 아니예요?"라고 답했다.신문기사에서 본 현실이 나에게도 일어난 것이다. 한국 문화에서 매우 가치가 높게 평가를 받는족보조차 중학생의 언어생활에서 사라지고 있다. 10여년 전 프랑스 오랑주 한국학 교수가'한자 버리면 한국문화도 잃을 것' 이라는 경고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그는 한국에서 유학을 하고 박씨부인전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교수다. 오래 전 한불사전에 한자를 안 써 의미 전달이 안 된다고 지적한 적이 있다. 이제는 질문력이 핵심 실력인 시대다. AI에게 질문하려면 먼저 기본 단어를 알아야 한다. 좋은 질문이 핵심인데 질문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자신의 생각을 정확한 말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2026-09-16 13:28
또닥, 또닥, 또닥. 마지막 남은 여름의 습기를 말려주려는 듯 초저녁 공기를 뚫고 밤하늘에 울려 퍼지는 다듬이의 상쾌한 소리는 추석 옷 준비를 서두르는 소리 중 하나였다. 섬세하고 가녀린 섬유가 훼손되지 않도록 정확한 강도 조절이 필요한 다듬이질은 한복 바느질의 여러 단계 중에서도 가장 까다로운 과정일 것이다. 예전, 그 많은 살림살이 일 중에서도 추석이 가까워지면 어머니는 정성을 들여 명절옷 다듬기에 분주했다. 장마와 무더위 때문에 무시되었던 복식의 예법을 다시 세우려는 듯, 모시나 갑사 혹은 노방을 넓게 펼쳐서 추석 옷을 지었다. 그중에서도 세탁 때마다 깃이며 고대가 각각으로 나누어져 있는 다듬이 두루마기는 되직한 쌀풀로 붙여가며 오직 손바느질로 만들어졌다. 연한 옥색으로 완성된 다듬이 옷에는 섬유가 가진 본래의 문양도 있지만, 풀을 먹이고 다듬이하는 과정에 물결과 같은 영롱한 무늬가 섬유 표면에 아로새겨져 의복에 빛을 더해 주었다. 온전히 손바느질로 빚어진 빛살과 같은 문양은, 볼 수 있는 사람들의 눈에 보이는 마치 신기루 같은 아름다움이었다. 그 많은 가사 노동에도 불구하고 한 벌의 명품 핸드 메이드를 지어내고 흡족해하던 어머니 얼굴이 떠오른다.
2026-09-14 13:41우리는 대한민국 교육을 말할 때 습관처럼 따라 붙이는 수식어들이 있다. ‘지옥 같은 입시 경쟁’, ‘한 줄 세우기식 평가’, ‘공교육의 해체’ …. 수십 년간 언론과 교육 평론가들은 한국 교육의 병리적 현상을 제거하기 위해 날카롭게 펜 끝을 세워왔다. 그러나 비판의 칼날이 너무 예리했던 탓일까? 우리는 그 칼끝 밑에 숨겨진 한국 교육 본연의 위대한 유산마저 스스로 도려내는 우(愚)를 자행해 왔다. 외국의 교육학자들과 정치가들은 한국을 바라볼 때 전혀 다른 질문을 던진다. “자원 하나 없는 전쟁의 잿더미 속에서 어떻게 한두 세대 만에 세계 최첨단 디지털 국가가 될 수 있었는가?” 그들의 이러한 질문에 대한 대답은 언제나 하나, 바로 ‘교육’이다. 우리가 스스로 폄하하기 바빴던 K-교육은 실상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강력한 DNA를 내포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교육에 대한 과도한 자학(自虐, self-hatred)을 멈추고, 한국 교육이 가진 가장 강력한 장점과 유산이 무엇인지를 냉철하게 재고(再考)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미래 사회에 맞게 어떻게 계승하고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해 획기적인 담론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잠시 우리 교육에 대해 냉
2026-09-14 13:292022년 11월, OpenAI의 ChatGPT가 공개된 이후 교육계의 오래된 전제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학생의 보고서와 발표문, 독후감과 논술문을 AI가 만들어 줄 수 있게 되었고, 교사와 대학은 과연 학생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스스로 생각했는지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라는 새로운 질문 앞에 서게 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히 새로운 기술에 적응하는 문제만은 아니다. 교육이 무엇을 평가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다. 지금까지 우리 교육은 정답을 얼마나 정확하게 찾았는가, 문제를 얼마나 많이 풀었는가, 시험에서 몇 점을 받았는가를 중심으로 16년 동안 최종적으로 대학입시로학생을 평가해 왔다. 그 정점에 대학수학능력시험, 즉 수능이 있다. 이제는 묻지 않을 수 없다. AI가 인간보다 훨씬 빠르게 정보를 찾고 정리하며 답을 만들어내는 시대에도, 우리는 여전히 시험 점수로 학생을 한 줄로 세워야 하는가? 하루에 한 등급 차이로 대학이 결정되는 운명을 언제까지 부과할 것인가? 필자는 전적으로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현행 수능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행 수능은 교육의 목적이 아니라 교육을 입시에 종속시킨 것으로 점수를 더 얻기 위하여 공교육 현장을
2026-09-10 1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