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전국의 모든 고교에교육과정에 고교학점제가 전면 의무 시행에 들어갔다. 이로써 지난 수 년 간에 걸친 준비와 연구를 통해 이젠 본격적인 실행에 착수한 것이다. 그동안 각 고교에서는 이에 대비해 법적, 제도적 의무 실행에 필요한 요건을 갖추기 위해 교사를 중심으로 환경 개선과 연수에 힘써왔으며 학생, 학부모들에게 홍보는 물론 실행에 필요한 다양한 연수를 실시했다. 심지어 개학을 앞두고 최근까지도 이를 점검하는 각 시⋅도교육청이 많았다. 이는 학기 중인 지금도 고교 현장에서는 성공적 안착을 위해 다양한 노력 중이다. 그렇다면 고교학점제는 더 이상 돌출 문제점 없이 계획대로 진행될 것인가? 여기엔 ‘그렇다’고 선뜻 즉석 답변을 할 수 없는 숨겨진 그늘이 있다. 이는 지금까지 관심도 밖에서 잠재되어 있던 성취도 40% 이하의 유급생 발생에 대한 대책과 그들에 대한 지도 방침 등 새로운 문제들이다. 이에 출석에서 학점으로 이수 기준이 바뀌며 고교 졸업 요건이 강화됨에 따라 유급생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한 대책은 무엇인가? 17개 시⋅도교육청은 이에 대한 본격적인 해결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여기에는 올해 입학한 고1 학생부터 바뀐 졸업요건을 충족해
2025-03-24 13:59인간의 삶이 불안하고 두려운 것은 미래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이 가는 길을 뒤돌아보고 멈칫거리며 때로는 가던 길을 변경하거나 멈추고 포기하기도 한다. 이럴 때 무작정 참고 인내하라는 말은 별로 감응을 주지 못한다. 즉, 실효가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자신이 가는 길이 길이다’는 믿음이 확고하면 중간의 어떤 갈등과 고민도 극복할 수 있다. 마치 깜깜한 밤하늘에 유별나게 빛나는 북극성의 존재처럼 위로와 용기를 얻기 때문이다. 아일랜드 클레어 키건(Claire Keegan)은 작년에 혜성처럼 나타나 국내에서 인기를 얻은 작가다. 그가 40년 전에 소도시를 배경으로 쓴 『이처럼 사소한 것들』에는 다음과 같은 대화가 나온다. "이 길로 가면 어디가 나오는지 알려주실 수 있어요?" "이 길?" 노인은 낫으로 땅을 짚고 손잡이에 기댄 채 펄롱을 빤히 보았다. "이 길로 어디든 자네가 원하는 데로 갈 수 있다네." 이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 펄롱은 땔감인 나무나 석탄을 팔며 아내와 다섯 명의 딸과 함께 소박하게 사는 성실한 가장이다. 지역 수녀원에 석탄을 배달하러 간 그는 당시 공공연한 비밀을 목격한다. 이는 사회보호시설이라는 명목 하에 갈 곳 없는 고아
2025-03-18 13:43예로부터 대한민국의 교육을 상징하는 수식어는 한 마디로 ‘과도한’ 또는 ‘극심한’이라는 말로 압축된다. 매년 지속되는 대학입시 경쟁이 이를 충분히 입증하고도 남는다. 수시와 정시로 나누어진 대학입시 전형은 차별화된 특성을 가지고 있으나 공통점은 인기 학과와 SKY 대학 및 수도권 대학에 집중되며 보통 수십 대 일의 치열한 경쟁을 치르면서 극도의 눈치와 두뇌 싸움, 피를 말리는 고통, 경비, 노력, 시간 등등 형언하기 어려운 ‘교육전쟁’의 민낯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 대한민국의 교육전쟁은 오직 승자만이 살아남거나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승자독식, 적자생존 그 자체이다. 이는 상대를 패배시켜야 내가 살기 때문에 항상 긴장과 압박감이 감돌며, 가족의 삶이 학생(수험생)의 승리에 크게 달려 있어 가족은 학생의 승리를 위해 자신을 기꺼이 희생하는 상황을 반복하고 있다. 대한민국 청소년들은 이런 전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가장 우울한 민족’이란 평가가 입증하듯 세계 최고의 자살률을 견지한다. 그래서 교육전쟁을 완화 내지 해소하기 위한 획기적인 변화가 오랜 국가적 숙원이 되었다. 과거부터 우리 교육의 문제는 입시지옥, 과도한 교육열과 그에 따른 교육 부조리,
2025-03-17 09:11학교는 학생을 교육하는 공간이다. 이는 실수나 잘못을 통해 스스로 또는 교사를 통해 뭔가를 깨닫고 배우는 공간이 학교라는 의미다. 그런데 학교는 학생이 수업을 듣고, 받아쓰고, 반복해서 외우기를 제외한 뭔가를 하면 자꾸 제동을 건다. 학교에 다닐수록 실수든, 잘못이든 무언가 할 기회가 차단된다. 그래서 만약 교사의 생각과 다른 행동을 했을 때는 야단을 맞거나 설득당하거나 무관심의 대상이 된다. 따라서 학생들은 칭찬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혼나지 않기 위해서라도 지독한 자기 검열을 반복하니 주눅이 든다. 때론 억울한 일을 당해 문제 제기라도 하면 ‘모난 돌’ 취급을 받기 십상이다. 그래서 학생은 ‘학습된 비관’이 생기고 침묵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결국 자유로운 시민이 굴종적인 시민으로 훈련되는 것이다. 학교는 ‘생활지도’라는 명분으로 이런 교육을 거의 반자동적으로 실시한다. 과거와 달리 요즘은 상황이 좀 나아졌다고 해도 수구⋅보수성이 강한 학교는 변화의 바람이 비교적 늦은 곳이기에 학교별, 지역별로도 상당한 차이가 존재한다. 이것이 이른바 그 학교의 문화로 정착되고, 결과적으로 교사나 학생이나 불의를 보아도 무신경하게 되는 교육을 초래한다. 지금도 이해하기
2025-03-13 13:42소설가이자 시인이며 극작가인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Victor Hugo, 1802~1885)는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작가로 『레 미제라블』 등 문학을 통해 사회적 부조리와 인간애를 강렬하게 표현했다. 그는 젊은 시절에는 정통왕조주의자였으나 이후 자유주의의 성향을 가졌다가 루이 나폴레옹의 쿠데타를 겪으며 민주주의자, 공화주의자가 되었다. 그는 “타국과의 전쟁이란 팔꿈치에 입은 찰과상에 불과하지만, 내전은 우리의 간을 먹어 치우는 궤양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민심이 둘로 쪼개져 큰 정치적 혼란을 겪는 지금 이 땅에 던지는 의미가 매우 크다. 위고는 소설 『93년』을 통해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역사의 흐름에도 개인이 바꿀 수 있는 미래가 있다는 희망을 보여 주었다. 그 희망은 저마다의 ‘도덕적 투쟁’이었다.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숭고한 미덕으로 시대와 맞섰다. 중심인물 중의 하나인 고뱅은 “용서할 수 없다면 승리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전투 중에는 우리가 적들의 적이되, 승리를 거둔 후에는 그들의 형제가 됩시다”라고 말했다. 한 영혼의 어둠을 다른 영혼의 광명이 감싸며 비로소 한 시대가 온전히 구성되고 있는 요즘이다. 이런 교훈을 통해 배우는 지혜가
2025-02-21 09:15“내가 학생 가르치는 교사인지, 행정실 직원인지 헷갈린다.” 이는 오래 전에 필자 자신과 주위의 교원들이 자주 하던 말이다. 지금까지도 ‘교원 행정 업무 경감’이란 말은 우리의 학교와 교육계에 널리 그리고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약방의 감초처럼 흔히 사용하고 있다. 이제는 ‘교권 추락’과 ‘교사 때리기’가 성행함에 따라 “이럴 바에야 차라리 교육행정직으로 전환하고 싶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행정업무는 교원들을 옥죄는 주범으로 작용해왔다. 언제까지 교원들의 이런 관행과 실상이 계속되어야 할 것인가? 행정업무 완전 불리는 불가능한가? 아니면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지 않는 것인가? 일찍이 20세기 최고의 천재 과학자라 불리던 아인슈타인은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그 문제를 유발한 제도로는 이를 해결할 수 없다”는 말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시대는 지났어도 여전히 이에 강한 공감을 표하고자 한다. “사람이 바뀐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시스템이 문제다”라는 말도 이와 아주 유사한 맥락이라 할 수 있다. 이 땅의 교원들이 오랫동안 간절히 원했고 틈만 나면 감축을 주장하던 행정업무는 교사의 교육활동과 더불어 학교의 두 개의 핵심 축으로 정착한지 오래다. 설상가상으로 코
2025-02-18 23:03대한민국 유초중등 교육계에 멘토와 같은 지성인이 정년퇴임을 하게 되었다. 최근 지방 언론에 의하면 "대한민국 교육 더욱 빛나게 노력할 것"을 다짐으로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제5대 총장)가 제자들과 함께 퇴임식을 하며 지난 32년간의 교육 여정을 마무리함을 보도했다. 필자와는 1960년생 동갑내기이고 출신 대학과 봉직한 학교급은 달랐지만 같은 교육계에 종사하며 필자가 닮고 싶은 큰 바위 얼굴로 늘 가슴 속에 존재했다. 그는 뛰어난 학력과 지성으로 대학에서 예비 교사들을 가르치는 데 큰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강연과 글로써 이 나라 교육에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교사들의 정신적 멘토가 되어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필자는 인천의 J고등학교 교감 시절에 고교학점제 연구학교로서 초청 강사로 모셔 강의를 듣고 면전에서 직접 뵙고 인사를 나눈 적이 있을 뿐이다. 박 교수는 워낙 활동 반경이 넓어 이 순간을 기억하지는 못하겠지만 필자는 그의 강의를 들으면서 필자보다는 훨씬 넓고 다양한 영역의 교육계 내에서 왕성하게 활동을 하는 모습에 부러움과 함께 그날 그의 강연 내용에 진한 공감을 표하며 마음속의 교육계 동지로 존경의 마음을 품었었다. 그는 외적으로도 살아…
2025-02-14 15:33삼가, 어린 영혼의 명복을 빕니다 2025년 2월 10일.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40대 교사 A씨가 1학년 김하늘 양(7)에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김 양이 발견된 곳은 학교 건물 2층 시청각실이며돌봄 교실에서 불과 10~20m 떨어진 곳이다. 하늘의 별이 된 어린 영혼이 겪었을 모진 고통을 어떤 말로 형언할 수 있을까! 현장을 목격한 할머니의 고통과 그 부모의 아픔을 어떤 행위로 위로할 수 있을까? 이 세상에 그런 고통을 위로할 언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앞으로 평생 지옥 같은 고통의 터널 속에서 가슴에 묻은 자식을 안고 감내할 슬픔으로 애간장이 끊어지는 그 피맺힌 절규를, 뉘라서 이해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깊은 위로를 드리고 싶을 뿐이다. 40여 년 교단에 몸을 담았던 전직 교사로서 함께 슬픔을 나누고 싶은 간절함으로 전해지지 못할 이 글을 쓰며 지켜주지 못한 죄송함에 눈물로 위로를 드린다. 학교도 사람이 사는 곳이고 교사도 사람이니 잘못된 인성으로 나쁜 짓을 저지르는 사람이 있다고 항변조차 할 수 없음을! '묻지마 범죄'라는 용어를 쓰면 안 된다고 하지만 다른 말로 대신할 수도 없다. 온 세상이 다 썩어도 학교만은 성역으로 남아야
2025-02-13 13:57한 스승에게서 함께 배우던 어느 날, 친구가 “바람이 부니 나뭇가지가 움직이고 있구나!”라고 앞에 있던 다른 친구에게 말하니, 평소에 친한 그 친구가 “저건 바람이 움직이고 있는 거야”라며 서로 자기 말이 옳다고 주장했다. 급기야 언쟁으로 번져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 그들은 스승에게 찾아가 자초지종을 설명한 뒤 누구의 말이 옳은지 가르쳐 달라고 했다.그러자 스승은 “바람이 움직이든 나뭇가지가 움직이든 그건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라 가장 큰 문제는 지금 자네들처럼 서로 자기가 옳다고 주장하는 자네들 마음의 움직임이라네. 그러니 자네들 마음속 어디에서 바람이 부는지나 잘 헤아려 보게”라고 조언했다. 이처럼 사람들은 마음 속에서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의견이 갈릴 때가 있고 마음에 상처가 된다. 사소한 것이라면 별로 문제가 되지 않지만 생명만큼은 우주적 가치다. 지금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는 의대증원 문제는 환자의 소중한 목숨을 둘러싸고 일어난 갈등이기에 많은 국민들 모두가주시하고 있는 현실이다. 누가 승자이고 패자를 떠나 진료 현장이 하루빨리 회복되기를 기원하고 있다. 세상에서 아름다운 것은 예쁜 옷에 명품가방을 메고 걸어가는 모습이 예쁠 수도…
2025-02-11 16:07왜 대한민국 교육이 배출한 다수의 엘리트들은 ‘공부머리’와 ‘일머리’가 조화를 이루지 못할까? 매번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입각하는 국무위원들을 비롯한 장⋅차관급 엘리트들은 대부분 대한민국 학벌(學閥)의 정점에 있는 특정 대학 출신들이다. 이를 뒷받침 하듯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역대 최고 인사권자들조차 국정 인사 때마다 “어느 대학 출신인가?”라고 물을 정도로 처음부터 특정 대학 출신의 선호가 심각한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가 인정하는 것처럼 대한민국의 엘리트들은 우리 교육이 낳은 ‘공부머리’가 탁월한 최고의 인재들이다. 대개는 예비고사 출신인 60대 이상과 학력고사 출신인 50대 이상으로 고교생 시절에는 뛰어난 학력(學力)을 소유한 ‘공부의 달인’으로 불렸다. 그들 중에는 대학 재학 중에 사법고시 및 각종 국가고시에서 두각을 나타낸 영재들도 많다. 하지만 문제는 그들이 국민들이 바라고 기대하는 만큼 ‘일머리’에는 적잖은 부실함과 심지어 도덕성, 인성조차 미덥지 못한 경우가 많다. 설상가상으로 그들은 집단의 토의⋅토론에 약하고 상명하복식 명령체계, 권위의식에 남달리 매우 강하다. 우리 교육이 낳은 엘리트들은 특히 집단의 토의⋅토론과 논리적 수사에 익숙
2025-01-30 04:15